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하반부의 진행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후반부는 전반부보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활동이 훨씬 안정화된다. 반대로 위기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초반보다 훨씬 더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며, 더욱 위중하고 돌발적인 상황전개에도 확실한 역할과 책임을 기반으로 협업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90%이상의 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하나 하나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재차 확인 해 가면서 움직인다. 계속해서 울리는 이해관계자들의 전화 하나 하나에는 담당 책임 부서 직원들이 달라 붙어 있게 된다. 방치되거나 혼란스러웠던 상황판이 시계열로 정리되고, 담당 및 처리 부서 체크들이 시작된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점차 변화해 가는 상황을 한눈에 인지하고 공감대를 유지하면서 의사결정 토론을 지속한다. 각 부서들에게 하달되는 위기대응 활동이나 상황분석 요청들이 실시간으로 정리되고 취합된다. 바깥 컨트롤룸의 이해관계자들은 더욱 더 공격의 수위를 높이지만, 워룸내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그와 반대로 더욱 더 여유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 발생 시 위기 이후 상황을 이전 상황으로 다시 되 돌려 놓는 것을 심정적으로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또는 경험적으로 돌아 보았을 때 그런 완전한 회귀는 불가능하다. ‘성공한 위기관리’라는 정의에는 기업 마다 각기 다른 무수한 정의들과 기준들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가 일선에서 보는 성공적 위기관리란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조직이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최악의 상황으로의 전이를 방지하는 것. 더 나아가 조직적 최선의 대응으로 위기 이후 비즈니스 환원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는 ‘조직이 하나가 되는 경험’과 ‘최선의 대응을 고민하는 좋은 기회’를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한다.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도 위기 시 조직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그런 조직적인 하나됨에 익숙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어 힘들어 하는 경우들을 사전에 방지해 보자는 것이 시뮬레이션의 목적들 중 하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위기를 한번 경험해 보았나? 나아가 위기관리에 대한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 보았나? 그 위기관리의 경험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으로 진행되었던 것이었나?”하는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점차 안정되던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위기대응이 시뮬레이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치닫게 된다. 창조적인 문제 해결방안들이 내부로부터 조합되고, 적극적인 대응활동들이 진행된다. 컨설턴트들이 아무리 시나리오를 극단까지 치닫게 설계를 해도 이전과 같은 혼란은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메인 컨설턴트는 남아있는 체계 진단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서 검증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지를 살피기 시작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막바지에 다다르면 메인 컨설턴트는 남겨진 체계 검증 체크리스트를 들여다 본다. 만약 검증이 필요한 부분 중 CEO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남아 있다면 일대일 또는 기자회견을 어랜지 해 보기도 한다. 이는 추후 보고 될 체계 개선 리포트에 들어갈 중요한 내용들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 진행 과정 중 다른 모든 구성원들의 대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검증을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CEO의 위기 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체크해 보아야 하겠다 하면 CEO를 대상으로 언론 공격을 시작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의 종합적인 위기 상황을 전제로 대규모 기자회견을 어랜지 하는 형식을 빌리기도 한다. CEO를 타겟으로 하는 일대일 인터뷰 상황을 조성해 별도로 격리된 장소에서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 해 보기도 한다.
모든 점검들이 완료되었으면,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모든 위기 상황을 가능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대응방식에 맞추어 긍정적 상황으로 시나리오를 종결한다. 임금협상으로 고초를 겪었던 HR부서에게는 노조측의 입금 협상 합의 레터를 발송한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쩔쩔매던 홍보팀과 임원들에게는 그들의 목소리가 포함 된 비교적 긍정적인 기사들을 건네준다. 공정위나 국세청 또는 검찰측에서도 상황에 대한 긍정적 솔루션들을 공급해 온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전술적 장치들을 각각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전술적인 장치는 순수하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는 클라이언트사내 실무자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극한의 부정적인 상황 중 시뮬레이션을 딱 마무리 지으면 그 이후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패배의식에 찜찜해 하곤 한다. 이런 불완전한 감정을 해소 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 중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CEO가 참석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된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CEO의 유고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리드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CEO의 가시성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CEO의 격려 동영상을 시뮬레이션 종료 직후 서프라이즈로 상영하는 기업도 있다. 지쳐 시뮬레이션을 마무리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앞에 워룸 스크린이 밝게 켜지면서 CEO의 얼굴이 나오는 형식이다.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 여러분 고생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위기들을 대응 관리 했는지 저도 상상이 됩니다. 상상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시는 임원 분들도 계시겠지요. 다들 잘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뮬레이션과 함께 우리회사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인사이트들과 시스템적 개선 요소들은 추후 저와 함께 별도로 재공유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회사를 위한 여러분들의 열정과 팀워크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OO부사장께서 리드하셔서 모두 맥주한잔 하면서 회포를 푸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CEO의 배려와 관심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는 어마 어마한 힘이 된다. 실무자들도 힘을 얻게 된다. 경험적으로 보면 컨설팅은 항상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의미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고, 공유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정의 성취감을 얻게 된다. 여기에 전략적인 장치들과 감성적인 터치들이 가미되면 그 이상 가는 컨설팅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컨설팅은 곧 정치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이후 점검해야 할 것들’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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