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2012 Tagged with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당일 준비 점검 사항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뮬레이션 당일이 왔다. 컨설턴트들은 아침 일찍 시뮬레이션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워룸과 컨트롤 룸간의 전화선 연결과 확인작업으로 시뮬레이션 준비는 시작된다. 대형 상황판들을 워룸과 컨트롤룸에 각각 길게 붙이고, 갖가지 색상의 마커펜들을 준비한다.

두 개의 룸을 잇는 전화기는 보통 일반전화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터폰을 연결 해 단선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설치한다. 전화기 각각에는 연결번호가 명기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워룸에 설치되는 전화기는 전화벨 볼륨을 최대화 해 설치한다. 시뮬레이션 환경 조성을 위함이다.

워룸에는 매뉴얼에서 명시한 모든 장비들을 시뮬레이션 시작 전에 세팅 한다. 클라이언트 매뉴얼에 따라 대형 지도들이 준비되기도 하고, 프로젝터와 스크린들을 3-4개 가량 준비하기도 한다. 워룸내 스피커 장치들도 필요하고, 상황판으로 활용할 갖가지 장비들도 필요하다. 화상회의 시스템, 컨퍼런스콜 시스템, 대형 TV나 CD플레이어도 필요하면 설치한다. 인터넷 라인들을 연결하는 것도 기본이다. 최근에는 모두 무선으로 설치한다. 컨설턴트들은 미리 모든 장비 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간단하게 리허설을 해 보기도 한다.

컨트롤룸에는 워룸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고, 시나리오에 따른 타임라인과 컨설턴트들이 맡은 역할에 해당하는 각각의 시나리오북들이 준비된다. 워룸에서 움직일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성함과 직책, 개인휴대폰 번호, 이메일 등이 수록된 조직도도 크게 컨트롤룸에 붙여진다. 유선전화 연결이 불가능할 경우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각각의 휴대폰에도 컨설턴트들이 전화를 걸 수 있다.

또한 컨트롤룸에는 컨설턴트들이 활발하게 상호 커뮤니케이션 가능하도록 노트북 컴퓨터과 테이블이 세팅 된다.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면 컨설턴트들끼리 많은 메모들을 주고 받고, 저 멀리 워룸에 있는 메인 컨설턴트와 연결되도록 메신저를 노트북에 켜놓고 역할극을 수행한다. 상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즉각적인 역할변경이나 메시지 변경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 그룹은 실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면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준다. 시나리오가 다양하고 모든 가능성을 기반으로 많이 준비될수록 유연성은 커진다. 예상치 않았던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 대응 전략과 활동들에 컨설턴트들이 즉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시뮬레이션이 망가진다. 따라서 예측불가능 했던 수준의 위기관리 위원회 대응이라면 이를 압도하는 이해관계자 대응이 가능하도록 메인 컨설턴트와 컨트롤룸의 리드 컨설턴트 그리고 이해관계자 컨설턴트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움직인다.

모든 설치작업과 운용 가능 여부 확인이 끝나면, 이제 시뮬레이션에 참가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기다린다. 클라이언트들의 특성이나 요청에 따라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워룸 입장과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시뮬레이션이 오전 9시에 시작된다면, 오전 7시경에 시나리오에 정해진 특정위기 상황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전부 또는 일부에게 SMS문자 전송을 하면서 시작하기도 한다. 아침 7시 출근길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급박한 문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OO일 오전 7시. OO공장에서 대형 화재 발생.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워룸으로 집합 ASAP’ 이런 식의 문자를 받으면서 시뮬레이션이 시작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보통 앰부쉬(ambush) 인터뷰로부터 시작된다 . 한번도 TV카메라를 동반한 돌발적 인터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적잖은 패닉에 빠진다. 실제 위기 발생 시를 감안 해 예상치 않게 다가오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로 언론을 경험해 보는 상황이다]

언론 역할을 맡은 컨설턴트들은 시뮬레이션이 진행 될 워룸 입구 근처나 그 건물의 주차장 또는 빌딩 인근에 대규모로 숨어있는다. 시뮬레이션에서 말하는 앰부쉬(ambush, 매복)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다. 인터뷰는 워룸으로 향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이면 아무에게나 다가가 실시한다. TV카메라를 들고, 조명을 밝히면서 돌발적인 인터뷰를 해 보는 형식이다. 물론 인터뷰 질문은 위기관련 한 SMS문자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언론 인터뷰 시도에 적잖이 당황해 한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황스러움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매복 인터뷰를 위해 컨설턴트들이 체크하는 부분은 ‘미처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의 초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무엇인가?’이다. 상황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추측하는 부분은 없는가, 단언하거나 단정하는 메시지는 없는가, 공식적인 메시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등을 살펴본다. 또한 자신이 회사를 대표해 위기 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 적절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돌발 인터뷰를 거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워룸에 모두 모이게 되면 공식적으로 시뮬레이션은 시작이 된다. 일부 클라이언트는 의전형식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주최하는 부서장이 개회사를 하거나, CEO께서 직접 스피치를 하시기도 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사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워룸을 주재하는 메인 컨설턴트는 일종의 투명인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를 주관하는 임원이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 진행관련 정보 문의는 가능하지만,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메인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얻거나 조언을 구하는 활동은 제한된다. 메인 컨설턴트는 시뮬레이션 전반을 운영하는 동시에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개선점들을 파악해 정리하는 데 바쁘다.

시뮬레이션이 시작되는 순간은 첫 번째 시나리오가 워룸에 상영되는 순간이다. 갑자기 암흑상태가 되고, 대형 스크린에 뉴스속보가 뜬다. 불타는 공장화면과 현장을 중계하는 리포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 동영상으로 제작된 클립에서는 육하원칙에 따른 속보성 보도가 주로 담긴다. 뉴스 속보가 끝나면 불이 켜지고,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 각자의 앞에는 현재 위기상황을 설명하는 자세한 상황설명서가 놓여진다. 이를 각자 읽고 상황을 이해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기관리 활동이 시작된다.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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