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할 때 목격되는 모든 현상들은 실제 위기발생 시에도 기업내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상황들이다. 그래서 위기통제센터(워룸)내 메인 컨설턴트는 그 목격되는 상황 하나 하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기록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목격되는 대표적인 이상 상황들을 정리해본다.
첫째,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관리 그룹이 서로 엉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목격된다. 실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들여다보자. CEO와 핵심임원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실무 팀장급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둘 중 하나다. 의사결정 그룹에 머무르며 완전하게 외부상황 변화로부터 격리가 되던지, 아니면 외부상황에 맞물려 실행을 지휘하던지 둘 중 하나다. 두 유형 모두 좋지 않다. 워룸 내부에 머무르면서 의사결정을 진행하려면 절대 외부 상황 변화와 격리된 채 있으면 안 된다. 실시간으로 외부 상황 변화가 워룸 내에 공지되어야 한다. 반대로 내부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실행을 지휘하는 임원/팀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구난방의 실행들이 이런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의사결정그룹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의 개선과 뚜렷한 R&R등은 매우 어려운 숙제다.
둘째, 상황판이나 위기상황 업데이트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워룸 내에 머무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실시간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공유 받아야 한다. 평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상황 정보를 입수하는 조직력의 민감성을 수백 배 더 키워 빠르게 업데이트를 취합 정리해 한눈에 들어 올 수 있는 방식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앞에 전개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상황 공유를 위한 내부 포털을 개설하기도 한다. 워룸 한편의 스크린에 자사의 위기관리 포털을 띄어 놓고 실시간으로 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 정보들을 열람하면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곤 한다. 옛 방식으로 종이나 칠판형식의 상황판에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업데이트 하는 기업들도 있다. 방식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상황 변화 정보를 관리 보고하는 지정 인력들이 매뉴얼상에 명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셋째, 완전에 가까운 위기대응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先조치 後공유 보고’는 위기발생시 상당히 위험한 對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정확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메시지들이 완전하게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되도록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진행되지 말아야 한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기’해야 한다. 그 기간이 길면 안되겠지만, 어떠한 상황에서건 의사결정에 선행해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워룸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들은 기록과 점검의 대상들이다. 워룸에서 적절한 개선 요인들이 상황적으로 발생하도록 만들기 위해 컨트롤룸의 컨설턴트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자극한다.]
넷째, 위기 시 자기 부서와 자기 직급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모든 역할과 책임관련 정보를 담고는 있다. 하지만,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모든 해프닝들이 뚜렷하게 역할과 책임에 따라 나뉘어 발생되거나 다가오지 않는 게 문제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역할과 책임의 충돌이나 부재 또는 소실 등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만약 특정 부서의 역할과 책임 부분이 매우 적절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부여 되어 조정이 필요하다 깨닫게 되면, 시뮬레이션 후 위기관리 매뉴얼상의 역할과 책임 부분을 상호 협의하여 조정 발전 시킬 필요가 있다.
다섯째, 매뉴얼에 따른 프로세스를 건너뛰거나 무시하면서 위기관리가 이루어진다. 물론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을 매뉴얼에 묘사된 대로 그대로 토씨 하나까지 따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뉴얼상에서 제시한 프로세스는 그 나름대로 실무자들이 고민해 고안해 낸 하나의 체계다. 그 체계를 무리하게 건너뛰거나 생략해 버리는 프로세스는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들과 공유해야 할 대상들 그리고 정리해야 하는 정보부분들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섯째, 규정되지 않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다른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침범하거나 대신한다.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담당 주관 유관 부서들이 지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훈련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생산임원이 직접 기자의 전화를 받아 답변 하는 형태를 생각해 보자. NGO의 상황문의에 일반 고객상담 담당자들이 무심하게 답변을 한다. 정부기관에서 온 전화를 리셉션은 별반 생각 없이 마케팅이나 영업 쪽으로 넘겨버린다. 마케팅이나 영업은 정부기관과 통화하면서 현 상황을 전략적이지 않게 묘사하고 전달한다. 이는 뚜렷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 인식이 정착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이해관계자별 대변인 체계를 사내에서 더욱 공고하게 인식 공유 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졌는데도 상황변화에 따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실행이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위기상황 발생 초기 증폭되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는 일단 ‘연기’시키는 것으로 대응하곤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빨리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위기 시 對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의도와 함께 그들의 생각과 입장들을 취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들이 재차 변화하고 의사결정 또한 함께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능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서 정보의 밀물과 썰물을 잘 관리 활용해야 하는 데 그게 참 어렵다.
대표적인 현상들을 정리해 보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목격되는 이런 현상들은 하나 하나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시뮬레이션은 점검과 개선의 기회다.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실행하는 기업들이 점차 강력한 위기관리 체계를 가지게 되는 경험지(經驗知) 그룹으로 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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