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12월 22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하라

마케팅에서도 그렇고 홍보에서도 그렇지만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메시지들이 이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 커뮤니케이터에게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며, 중요한 일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이런 류의 이해관계자 미디어 소비 패턴에 대한 공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본적인 질문을 몇 개 던져보자는 거다.

“얼마 전 전국단위로 갑작스러운 정전이 되었을 때 당신은 그 상황에 대한 첫번째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습니까?”
“최초 상황과 관련된 정보 취득 이후 어디에서 세부적인 원인들과 여러 조치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까?”
“해당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설명과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상황인식을 규정하게 영향을 준 곳은 어디입니까?”

최근 모 지인이 이야기해 준 상황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그는 저녁 송년 모임에서 1차를 끝내고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정일 사망이 발표된 당일이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크린 골프장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 폰을 동시에 켜 트위터와 페이스북등을 체크했다고 한다. 무언가 일이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속보성(?) 매체를 소비한 경우다.

10년 전만 해도 동일한 상황에서 이들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 공간에서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 졌다.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도 아직 많고, 소위 말하는 속보성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위기 시에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들은 대부분 새로운 미디어 소비에 익숙한 인구들을 의지하게 된다. 그들이 전해 주는 구전 속보에 의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는 뉴스 수요의 격차에 관한 이야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주목해야 하는 인사이트가 아닌가 한다.

단순하게 말해서 일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들에게는 그렇게 큰 관심도 없을뿐더러 미디어나 뉴스 소비에 있어 그리 적극적인 니즈를 품지 않기 마련이다. 위기시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 된다. 훨씬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과 부정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적극적으로 미디어와 뉴스 소비에 나서게 된다는 게 기업에게는 문제다.

기업이 왜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보다 빨리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기 있다.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게 직접 사실(facts)을 듣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프레임 된 설명(framed explanation)을 듣고 해당 상황을 규정해 버린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당 상황에 대한 미디어의 프레임에 기업의 보이스를 반영시키는 것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업무였다. 극단적으로 우리 기업의 프레임을 그대로 투영하기 힘들다면, 프레임 속에서 우리 기업의 목소리가 균형적으로 자리잡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도래한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은 이런 프레임을 정하는 미디어가 더욱 다양화 되었다는 부분이고, 기업 스스로가 통제가능 한 미디어를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이런 환경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미디어 소비행태는 계속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단순하게 빨라야 했던 예전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더해, 이제는 통합적으로 여러 창구를 통해 한가지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내부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기업 스스로 통제 가능한 기업 SNS를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전환(convert)시키는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전처럼 위기 시 단순 언론 브리핑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은 이제 장례를 치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월 082010 Tagged with , , , , , , , , , , 8 Responses

소셜 미디어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들…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들.

보통 불법적이거나 탈법적인 행위들로 발생한 사건/이슈는 사실 기업의 위기관리 주제가 아니다.

가끔 자신들이 저지른 비난 받아야 마땅한 불법에 대해 위기관리를 시도하곤 하는데…그런 활동은 위기관리라 부르지 않는다.

온라인의 위기는 거의 대부분 오프라인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온라인 위기관리가 오프라인 위기와 다르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또한 위기관리는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다. 철학이고, 전략이며, 실행이다. 그리고 시스템과 역량으로 하는 예술이다.

기업들에게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걸음마를 겨우 시작한 아기에게 탱고를 추라 요청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조만간 현재 그들의 니즈(need)가 간절히 바람(Want)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1월 312010 Tagged with , , , 3 Responses

미디어 전문가 vs.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소셜미디어 전문가라고 부르거나 불리는 분들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

사실은 소셜미디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점. 그렇다면 소셜미디어 전문가가 미디어 전문가여야 하는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여야 하는지 궁금 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없는 미디어 전문가는? 반대로 소셜미디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 활용 경험이 없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개인을 넘어기업에게기업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어떤 사람들이어야 하는가?

소셜미디어는 지식인데 반해커뮤니케이션은 지식이 아니라는 게 좀 걸린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성공적으로 진행해 본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특히 기업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말이다

12월 022009 Tagged with , , , , , , , , , , 1 Response

미니 홈피와 유효한 위기관리

“This situation is my fault, and it’s obviously embarrassing to my family and me. I’m human and I’m not perfect. I will certainly make sure this doesn’t happen again,” Woods said in the post. “This is a private matter and I want to keep it that way. Although I understand there is curiosity, the many false, unfounded and malicious rumors that are currently circulating about my family and me are irresponsible.” [PRSA]

 

 

최근 골프스타인 타이거 우즈의 사고와 그에 관련된 루머들로 외신들이 시끄럽다타이거 우즈의 기존 이미지와 명성들이 어디까지 훼손 될는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타이거 우즈의 대응방식에 대해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말이 많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사고로 부상을 당한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루머 공격 아니냐?’할 수도 있는데그런 상황이라 해도 불필요한 루머들을 초기단계에서 적절하게 관리를 해 주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기존 명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조직들은 루머의 생성과 성장 과정 전반에서 상당히 민감한 대응을 하게 마련이다. 물론 민감하다는 것이 섣불리 engage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민감성이라는 것은 해당 루머에 대한 충분한 모니터링과 그에 대한 적절한 engage 시점과 메시지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뜻한다.

몇 년 전부터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에게 가장 손쉬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미디어는 바로 미니홈피 또는 블로그가 아닌가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그곳인 경우들이 많고, 문제를 봉합하려 사과를 하거나 반박을 하는 곳도 그곳인 경우들이 많다. 왜 그들은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선호할까?

자신이 메시지와 전달 싯점 그리고 전달 파급력을 통제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
기자들은 믿을 수 없고, 빨리 또는 좀더 늦게 내가 원하는 시간에 기사 또는 보도를 어랜지 하기 힘들다. 그리고 한번 메시지를 올려 보았다가 논란이 되면 내려버리거나 삭제를 하면 그만이라 믿는다.

 


자신이 다루기 쉽고 익숙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
평소에 자주 미니홈피를 애용해 왔고, 거기에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해관계자들이 자주 들러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런 방식이 더 심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
사과를 하거나, 해명을 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일방향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얼굴을 맞대거나 기자들 앞에 서기에는 여러 가지 힘들고 긴장이 되는데 미니홈피란 얼마나 편한가?

위의 이유들을 한번 찬찬히 뜯어보면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사용해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편하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해결 방안과는 그 시각이 180도 다른 포지션이다. 당연히 위기 관리 주체만 편한 커뮤니케이션 실행과 메시지는 수용자들에 의해 폄하되거나 달리 해석되기 마련이다. 진정성이라는 측면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에 진짜 사람이 없게 느껴진다.

우리가 회사에서도 무언가 껄끄러운 이슈가 있으면 가능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려는 직원들을 보게 된다.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믿어서라기 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인간을 집어 넣는 것이 꺼려지거나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타이거 우즈도 자신에게 편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그것이 사생활에 관련된 것이라거나, 책임감 없는 루머일 뿐이라고 폄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과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오디언스들이 더 궁금해 하는 것을 어쩔 건가?

 

 

9월 162009 Tagged with , , , , , , , , , , , 4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잠들지 않는 토끼와의 갭을 좁혀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2009년 09월 15일 (화) 11:01:37 기업앤미디어
web@biznmedia.com
요즘 TV, 신문, 온라인 뉴스들 그리고 소셜 미디어상의 대화들을 보면 기업이나 조직들에게 ‘위기’란 이제 일상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기의 발발 횟수와 분야도 다양해 졌지만, 위기 유지 및 소멸 기간도 예전보다 짧아진 감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로부터는 ‘온라인상에서의 위기 지속 기간이 최대 3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잠재적인 논란이라던가 해프닝들을 위기로 승격시키는 소스들을 보아도 예전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증가했다. 10년 전 위기관리라는
이야기에서 조중동에 기사를 빼러 뛰어 다니는 홍보담당자들의 이미지들을 기억하게 했다면, 지금은 PC에 수없이 많은 창들을 띄어
놓고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홍보담당자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개인이 곧 미디어가 된 세상에서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 됐다.

셀 수 없이 많은 소스들로부터 위기의 지속기간 짧은 여러 위기들이 발생과 소멸을 거듭함에 따라 효과적 대응에
할애되는 시간은 그 만큼 더 짧아지고 집중적이 되었다. 예전에는 위기발생시 전사적 대응을 개시하는 시간이 반나절 정도(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언론의 마감시간 이전)면 인정되었던 것이, 이제는 한 시간대로 줄거나 아니면 분단위로 짧아졌다. 트위터나 미투데이를
실시간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식은땀이 나지 않나? (그래도 포기하진 말자!)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는 참으로 암울한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발 맞추어 사실 새로운 인력이나 시스템 그리고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는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출입기자단에 맞추어진 홍보 및 위기관리 시스템이 확장되어 업그레이드 되기에는 아직도 길이 멀어
보인다.

여기저기에서 매일같이 지뢰들이 터지고, 사라져가는 상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우리의 기업 명성과 이미지들은
부분 부분 훼손되어가고 있다. 손을 놓고 있다기 보다는 손을 쓸 겨를이 없다. 물론 활용 가능한 남는 손도 없다. 아예 온라인
부분은 접고 가자 해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눈 감고 귀 막고 있다고 해도 지금 이 시간 온라인상에서 우리 기업과 관련해 어떤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지 불안하기 그지 없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환경과 이해관계자란 토끼는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24시간 변화하며 달리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 조직과 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은 아직도 거북이 수준에 머무른다. 아직도
많은 홍보담당 임원들을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에 대해 확실한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가 이에 대한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상당히 안타까운 이야기다)

갭(gap)을
줄여야 산다. 기업이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멸하고 마는 것과 같이, 생존을 위해서는 위기관리 환경에 대한 조직과
기업들의 좀더 발 빠른 준비와 실행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더 이상 예전 위기관리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머무르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러 위기 케이스들이 증언해 준다.

시스템 이전에 새로운 위기관리 2.0에 대한 기업의 시각과 철학도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다. 이전의 통제(control)와 포커페이스(poker face)중심의 관점에서 오픈(open)과
투명성(transparency) 그리고 대화(conversation)의 관점과 노력들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 만큼 녹녹하지
않은 경영 환경이 도래했다는 의미다.

이전에 반복적으로 강조했어도 실행하기 힘들었던 ‘전사적 위기대응’이 필수인
시대가 왔다. CEO의 리더십을 그렇게 강조했어도 여의치 않았지만, 지금은 CEO의 관심과 리더십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홍보담당자들이 출입기자와 사회부 기자 그리고 TV 피디들을 찾아 다녔던 시대가 저물어 가면서 이제 만인을 쫓아
다녀야 하는 악몽 같은 시대가 되었다. 메시지를 통제하고 대화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쳐다 보던 시대가 가고, 오픈 하고 대화하고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사랑한다” 말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이솝 우화에서 잠들었던 토끼는 더 이상 잠들지 않는다. 우리 거북이에게는 더욱 더 힘든 레이스가 시작된 거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7월 20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알수록 힘들다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얼마 전까지 홍보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위기관리란 ‘부정적인 기사나 보도를 막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최근에도 간간히 이런 정의를 내세워 새삼 놀라게 하는 홍보담당자들이 존재하긴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의도 그분들은 조중동과 KBS, MBC, SBS가 핵심이라고 정의를 하곤 했다.

당연히
이런 홍보담당자들에게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해당 언론사에 대한 사전 사후 관계형성과 관리가 그 핵심이었다. 일선에서 한 10년
이상만 기자관계를 진행해 온 정상적인 홍보담당자라면 교과서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실소를 보내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OO일보 산업부장이 사스마리 시절부터 함께 했었어. 위기관리 시스템? 웃기지 말라 그래. 그거 막상 일터지면 아무 소용없어.
내가 가서 관리하는 게 곧 위기관리 시스템이지…” 또는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지금까지 위기관리 하신 것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시는 위기관리 활동을 하나 설명해주시지요?” 이 질문을 다시 해석해 보면 ‘혹시 3사 방송 중
8시나 9시 뉴스 보도를 빼 본적이 있느냐?’ 하는 뉘앙스의 질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홍보담당자들이 현장에서 많은 공부들을 하고, 여러 전문가들과의 코칭 및 토론 등을 통해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기대와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이 기존 언론(traditional media)를 둘러싼
대증적인 위기관리 그리고 그 시스템에 집착하는 홍보담당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서 변화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 이 ‘일부 홍보담당자들의 개념’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딱 10년 전과 비교를 해
보아도 이해관계자들의 유형과 범위는 훨씬 넓어진 것을 알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파워블로거라는 이해관계자들은 회사의
위기관리 대상의 의미가 아니었다. 10년전에 비해 미디어의 정의 또한 수십 수백 배로 확대되어 변화했다. 이제는 유투브나
트위터로 대표되는 생소한 미디어들이 위기관리의 도구이자 모니터링 대상이 되었다. 수없이 많이 떠 있는 하늘의 별들과 같이
미디어들은 분화했고, 또 서로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다. 또 이렇게 변화한 이해관계자들과 미디어들이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위기시 관여도를 급격하게 상승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의 위기관리관은 어떤가? 10년전 또는 5년전에 비교해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아직도 일부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위기관리관으로 위기와 맞서 싸우려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모두 떠들고 있는데 자신들만
‘쉬쉬’하려 애쓴다. 트위터와 동영상들에 대해 눈과 귀를 막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CEO들이나 기관장들께서는 절대 온라인
기사들의 댓글을 읽지 않으신다. 부정적인 블로거의 포스팅을 읽지 못한다. 조직의 가장 윗 VIP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그
거대한 조직은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지 조차 않는다. 달라진 게 없다.

홍보실무
자들에게 이렇게 달라진 위기관리 환경을 설명하고, 이에 대응하는 위기관리 시스템 요소들을 하나 하나 쭉 불러 주면 한숨을
짓는다. 그걸 어떤 예산으로 누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위기 발생시 관리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접점(POC: Point of Connection)을 도식화 해서 보여주면 더 큰 한숨을
짓는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관리 대상들이라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해당 시스템과 POC 자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의 수준에서 관리대상과 접점을 한정하는 것이 전략적이지 않느냐?”하는 반론이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그러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해관계자들과 미디어들이 분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 되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우리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을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충분함이라는 전제가 선택과 집중으로는 도저히 극복될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무자들
이 여러 가지 시스템 요소들과 커뮤니케이션 접점들을 들여다보면 엄두 조차 나지 않기 때문에 그 수립을 위한 도전 또한 매우
희박하다. 몸집이 큰 조류인 타조는 위협적인 상황이 다가오면 머리를 땅에다 파묻고 그 위협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머리만 안전(?)하다고 느껴지면 심적인 위협이 반감하기 때문이다.

알수록
심난하고, 공부할수록 한이 없는 위기관리.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했으나 조직적인 시스템으로 다가오는 위기관리. 기술의 문제로
매력을 느꼈지만 기업의 철학이라는 결론에 허탈해지는 게 위기관리다. 기업이나 조직의 예산 얼마로 깨끗하게 해결되는 재화도
아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실무자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 하게 마련이다. “위기관리는 알수록 할수록 힘들다.” 동감이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5월 13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DIY 시리즈: 시뮬레이션으로 생명을 주자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위기관리 시스템에 생명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가장 흥미로운 방법들 중 하나가 바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다. 보통 하루 정도의 기간을 들여 8시간 가량 위기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위기라는 것들도 모두 자신의 회사와 연관되어 가장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임팩트가 가장 큰 것들로만 연이어 경험한다.

우선 위기관리팀을 떠 올려보자. 누가 위기관리팀원들인가? CEO를 포함한 모든 임원들이 그 대상일 것이다. 회사에 따라서는 팀장급까지 포함을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중요한 원칙은 기능(function)별로 한 명 이상이 상시 위기관리팀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 직 하지 않다는 거다. 일종의 기능상 오너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10명에서 20명 가량 주요 임원들로 이루어진 위기관리팀이 대상이 되겠다. 물론 이들의 역할과 책임 등은 이미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어야 하고, 각각의 구성원들에게 그 것들이 충분히 인지 되어 있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두개의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 하나는 워룸(war room)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직접 관리하는 공간이다. 또 하나는 컨트롤룸(contol room)이라고 해서 위기상황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머무르며 위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곳이다.

이 두 공간간의 거리는 가까워야 하며, 상호간에 여러 가지 미디어들로 연결되어야 한다. 두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미디어들로는 복수의 유선전화, 휴대폰, PC, 팩스, 공문 등이 되겠다. 컨트롤룸에 위치할 이해관계자들은 위기관리 전문 컨설턴트들로 구성되고, 각자 언론, 정부, 사회단체, 소비자, 직원, 경찰, 소방서 직원, 피해자 가족, 노조, 테러리스트, 일반 공중 등 다양한 역할을 리얼하게 수행한다.

   
 
 

하루간의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된다. 적게는 수개에서 많게는 십여 개 이상의 시나리오들이 제공되고, 각각에 따라 관리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이 통합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전문 컨설팅펌의 시나리오는 그 실제성과 연결 통합성에 있어서 이음새 없는(seamless) 형태를 보여준다. 또한 그 시나리오의 심각성 측면에서는 점진적 강화 형태를 보여준다. 일종의 에스컬레이팅(escalating) 구조다.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실제와 동일한 환경을 조성한 후 이루어진다. 당연히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위기관리팀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시간적 압박, 그 중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상황분석과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만 한다. 각자가 담당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쉴새 없이 쏟아지는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정확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그대로를 실제 행위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실행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매뉴얼과 실행이 거의 동일하지 못하다는 점을 항상 깨닫게 된다는 거지만…)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그 중 8~9개 기업은 최초 2시간 이상 동안 상황분석과 의사결정이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이루어진다.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그 이후에는 위기관리팀간에 역할이 분담되고 토론이 시작되며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정형화되어 아주 생산성 있는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홍보팀에서 이러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기획하거나 진행하려면 미리 이 시뮬레이션 포맷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내부적으로 사전 공유하는 것이 좋다. 보통 시뮬레이션에 참가하는 임원들이 해당 시뮬레이션을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지하고 참여했다가 상당히 당황해 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기업 CEO께서는 하루 종일 호된 시뮬레이션을 몸소 체험 하신 후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고 피드백을 주신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한가지 결론에는 모두 고개를 끄떡인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하는 실제적인 깨달음이 그것이다. 물론 이를 시작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하나 하나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시스템에 생명을 줘 보자. 그 시스템이 자라는 것을 구경해 보자.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1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PR vs. 위기 커뮤니케이션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다르다. 홍보담당자들이 평소 하고 있는 PR과 위기시 ‘해야만’ 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각기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주체들은 비슷하다고 해도 해야 하는 것들이 매우 다르다.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 이런 다름을 인정하지 않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간단하게 프레임을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이게 힘들다. 일부에서는 홍보담당자 스스로는 프레임을 바꾸지만 CEO를 비롯한 전사적 프레임이 미처 바뀌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도 있다. 항상 이야기 하지만, 위기는 기업에게 기업의 기존 철학과 공중관을 테스트하는 계기가 된다. 실패하는 기업에게는 무조건 이유가 있다. 그 실패의 이유를 개선하지 못하면 영원히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평소의 PR과 위기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본다. 또 성공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과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또 어떻게 다른가 살펴본다.

위기 시 외부커뮤니케이션, 대변인에 한정돼야
PR을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는 주체들이 많을수록 좋다. 전사적으로 메시지만 대략적으로 공유되면 직원 누구나 외부적으로 PR 메시지들을 전파해도 된다. 이러한 PR 플랜 및 프로그램들은 비교적 중장기 기간 동안 준비되고 진행된다.

반면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주체가 한정될수록 안전하다. 필히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사람은 대변인(spokesperson)이어야 하고 사전에 프로페셔널 하게 훈련이 되어 있는 자에 한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존의 PR과는 달리 상당히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맞추어 빠른 의사결정과 단기적 실행이 중요하다는 점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타깃에 있어서도 PR은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에 맞춘 핵심 타깃 오디언스들을 회사에서 미리 확정해 주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핵심 오디언스는 위기발생과 함께 정해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원하는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다르다. 예를 들어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으면 항공사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 커뮤니케이션 타깃은 그 추락사고로 생명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탑승객들과 그 가족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PR에 있어서는 기업이 어느 정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개가 가능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오디언스가 듣기 원하는 정답 메시지가 따로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밖에 일반적인 PR예산은 미리 설정이 되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예산은 특별 예산으로 갑작스럽게 확보 되어야 한다는 점이 틀리다. PR은 기업이 구축해 놓은 기존관계를 강화 발전 시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 보유한 기존 관계 자산을 확인해 보는 기회가 된다. 마치 평소에 불입한 보험을 타 먹는 셈이 된다.

그러면 성공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과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스템적 접근 중요…PR팀만 바빠선 안돼
일단 실패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기업에서는 위기시 오직 PR팀만 바쁘고 힘들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고 PR팀만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 훈련 받지 않은 영업이나 공장 또는
행정 직원 등이 자기 맘대로 조정되지 않는 메시지들을 기자들에게 흘린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자들의 기술적인 질문에 넘어간다)

단기간에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자 애쓰지만, 시스템이 부재해 의사결정이 늦어 커뮤니케이션 타이밍을 줄곧 놓친다. 커뮤니케이션 타깃이나 메시지에 있어서도 정확한 오디언스에게 그 해당 오디언스가 듣고 싶어하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기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친숙한 오디언스들에게만 퍼붓는다.

위기가 발생한 이후로 돌아가 제발 아무 일 없듯이 무마가 되길 바라면서 커뮤니케이션 한다. 선별적이고 매체 차별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 접근 양상을 보인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결과 또한 정확하게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그냥 일단 추진한다. 예산에 있어서도 제한되거나 배정 조차 되지 않은 채 PR담당자들만 먼저 허둥댄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기존에 타먹을 보험금(명성 또는 관계자산)을 불입하지 않았던 경우들이 많다. 시스템적인 접근 보다는 파편적이고 어느 한 두 명의 개인의 역량에 의지한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실무자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를 아는 것과 준비하고 개선하고 실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다른 결과가 다른 실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2009년은 말보다는 실행하는 한 해가 되자.

 

정 용 민

–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12월 182008 Tagged with , , , , , , , 4 Responses

PR이 없어야 PR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예정되지 않은 중소기업중앙회 임직원 회식 자리에 나타나 함께 식사를 하고 소줏잔을 기울였다는 기사를 봤다.

이대통령, 중기인(中企人)들과 ‘깜짝 만찬’

최근 미국 Big3의 세 CEO들이 워싱톤DC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왔다가 비난이 일자 두번째 청문회는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DC까지 CEO들이 직접 차를 몰고 간다는 보도자료를 냈었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이 너무 진부한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스토리를 만들려면 PR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통적인 퍼블리시티의 습관을 버려야 이제는 제대로 된 스토리가 생겨난다는 의미겠다.

만약.

그 세명의 CEO들이 자사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몰고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톤 DC까지 운전을 해 간다고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그냥 실제로 운전을 해 간다 생각해보자. 분명히 GM사장이나 크라이슬러 사장등은 운전을 하는 루트 중간 중간에 주유소도 들를것이고, 하이웨이 근처 식당에서 식사도 할 것이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빼서 마실 수도 있고, 모텔에 머물 기회도 생길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예정없이 만날 것이고, 그들과 대화하고 사진을 찍을 것이다. 웨고너 사장을 만난 소비자들은 그의 사진과 그가 모는 자동차 사진을 블로그나 페이스북등에 올릴 것이고,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자랑 할 것이다. 그러한 소비자들의 수는 수백명 이상일 것이고 그들이 만든 생생한 스토리들은 수천 수만개가 될 것이다.

이런 insight에 근거해서…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앞으로 TV 카메라나 신문사 사진기자들을 동반하는 현장방문은 그만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국민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청와대나 공공기관의 인사들을 뒤에 병풍처럼 세우는 것도 그만하시는 게 좋다.

기자들에게 미리 현장방문을 고지하고, 기자들이 정보보고를 올리고, TV 카메라를 배정받고, 대통령의 현장방문에 동반하는 인사들을 미리 선정하고, 동선을 짜서 이벤트를 미리 준비해 놓고…이런 식으로 PR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가능한 대통령께서는 갑작스럽게 출현해 핸드폰에 사진으로 많이 찍히려고 노력하시는 게 좋다. 국민들 하나 하나와 개인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데 모든 관심을 기울이시는 게 좋다. 그들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주시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서 그들이 각자의 미니홈피에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하게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그들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대통령을 만났었다는 일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하게 하는 게 좋다. 대통령이 중학생, 노점상, 공장일꾼, 주부, 할아버지, 직장인, 장애인 들과 같이 찍은 많은 핸드폰 직찍 사진들이 구글 이미지 검색에 수만개 걸려있게 하는 것이 좋다.

이번 중소기업중앙회 회식 참석은 그런면에서 아주 좋은 스토리 메이킹 시도다. 현장방문의 사진은 가능한 아마추어 타입일 수록
좋다. 기자들이 그 다음날 그 회식 자리 여직원 한명이 찍은 핸드폰 사진을 구하기 위해 안달을 하게 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청와대 사진사가 동반했던 것 같다)

기존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좀더 기존 미디어들의 몸을 달게 하는 법이다. 그럴수록 스토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다.

10월 07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위기에 대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똑같은 위기도 대응하는 방식이 각 기업이나 개인마다 틀리는데 왜 그럴까?

예를들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선뜻 사과를 하고 나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변명을 하고 나중에는 배째라 한다. 불만제로나 여타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선수들이 태반이다.

  • 속여오던 저울을 가게 밖에다 내팽개치면서 발로 산산이 밟아 스스로 자해를 하는 횟집 주인.
  • 중국산 찐쌀을 쓰다가 걸리니 찐쌀 영수증을 하늘에다 날려 버리면서 쌍욕을 해대는 쌀집 주인.
  • 중고 자동차 허위 매매를 하다가 취재진이 다가가니 험악하게 카메라를 밀치고 욕을 해대는 자동차판매직원들.
  • 택시 미터기를 따당치다가 인터뷰를 하자니까 욕을 하면서 내빼는 택시기사.
  • 국민연금을 수십억 연체하면서 1년에 수십 번 해외여행을 다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니 욕설에 폭행으로 맞서는 부자 할아버지…

왜 이들은 적절한 위기관리 대신 이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위기에 맞설까?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은 그렇게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위기에 대해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는데 이런 기업들은 왜 그런 걸까?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정치인들 할 것 없이 거의 ‘배째라’식의 대응을 떳떳하게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결코 바보는 아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위기가 벌어지면 이 위기로 인해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인지를 정확하지는 않아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파악 해서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부인을 하고,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인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은 정상적이다. (바람직 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단번에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고 나온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해당 위기로 인해 내가 현실적으로 입을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우리 가게 이름이 나가지 않고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데 알게 뭐냐 할 수 있다는 거다.
  • 국민이나 지역 주민들이 뽑은 나 같은 선량을 TV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재선이 될게 안되나 하는 거다.
  • 우리회사가 국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일부 TV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국민들이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제품을 살까 하는 안심이 배경인거다.
  • 어짜피 우리 제품들은 B2B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욕을 해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해봤자 어차피 정부 돈은 회사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응들이 나온다는 거다. 잃을게 적거나 없는 거다.

그러면 이들이 정상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최근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active 한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향후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을 높여주게 될 좋은 신호라고 본다)
  • 각종 NGO들이 좀 더 공정하게 기업이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기존 NGO들이 사회 권력화하는 현실은 기업 위기관리 수준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미디어가 촉매의 역할은 물론 해결의 능력까지를 갖추어야 한다. 탐사취재의 철학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 정부가 더욱더 여론과 법규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덤터기를 쓸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 기업 스스로 맨트라에 충실해야 한다. (내부 자발적인 맨트라 우선주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외적인 충격을 통해서라도 억지춘향식으로라도 일단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편하다. 좀 더 나은 기업과 사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