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기업이나 조직들이 오해하는 부분들 중 하나는 이 시스템 구축 자체를 단편적이거나 단기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기업이나 조직의 일부 인력들이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척하니 수립되는 하나의 공산품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 반대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는 그 끝이 없이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다. 그리고 공산품처럼
외부에서 그대로 사다 심어 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외부 에이전시들과 함께 나름대로의 위기관리
시스템들을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 어느 한 회사도 다른 회사와 동일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질 수는 없다. 에이전시들도 하나의
프레임에 모든 클라이언트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벽돌 찍어 내듯이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이나 조직 각각
그 사업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구성원들의 조직이 다르다. 조직 전반의 규모가 모두 틀리며, 특징적으로 각각 진단되는
위기요소들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은 완전히 각 기업이나 조직 마다 테일러-메이드 되는 것이 맞다.
그
다음 문제는 우리 회사에 정확하게 맞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어 난다. 길고 긴 프로세스, 상당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는 이 프로세스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난감한 이슈는 바로 ‘인력(조직 편제)들의 이동과 생성 및 소멸’ 부분이다.
위기관리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그 시스템을 떠 받치면서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공유와
훈련 그리고 개선이 중요하다 강조되는 이유는 그 대상들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의 위기관리 시스템하에서 공유되고,
훈련되고, 개선되어 나갔던 ‘사람’들이 일부 또는 대부분 변경이 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기업 CEO나 임원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얼마나 되나? 2-3년 이상 한 기업에 오랫동안 한 직책으로 머물러 있는 인력들이 얼마나 될까? 맞다.
시스템이란 사람이 나가건 들어오건 그 포지션에 맞추어진 역할, 임무, 책임 등을 적시해야 한다. 인력이 바뀌어도 곧 그 포지션에
새로 앉은 인력은 그 전 시스템을 이음새 없이 인수인계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조직과 포지션도 바뀐다.
기업의 부서 편제라던가 직급 및 직책 그리고 업무 영역들은 한시도 쉴새 없이 바뀌고 교환된다. 그러면 이전 위기관리 시스템은
어쩌란 말인가? 그 포지션을 따라 움직여야 하나? 사람을 따라 다녀야 하나? 부분 부분들이 다 갈리어 여기저기 걸쳐져야 하나?
얼핏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분들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란 참으로 소모적이고 소진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일부는
그렇다. 그렇지만, 내심 소진적이고 소모적이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구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대상이다.
위기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단순하게 소모적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노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그 시스템 구축 노력들이 전통적 기업문화로 승화되어야 한다. 사람은 바뀌어도 전략적 기업 또는 조직 문화는 단순히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구성원 모두가 “우리 모두는 위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위기들을 이렇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다”한다면 그 자체가 영속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의 주축(backbone)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부적인 역할, 임무, 책임 그리고 대응 프로세스를 나누는 일은 예상외로 아주 간단하다. 문제는 그 자리 그 사람 각각의
‘생각’이고, 그 각각의 ‘생각’들이 모여 이루는 하나의 ‘큰 생각’이 핵심이다.
‘예전 회사에서는 그냥 이렇게
했었지만, 이 회사에서는 무언가 달라야 살아 남는다’는 스스로의 생각이 위기와 위기관리 시스템을 기저에서 떠 받쳐야 한다.
스스로 “내가 새로 일하게 된 포지션에서는 위기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는 자발적 질문이 그들 각자로부터 나올 때
위기관리 시스템의 누진적이고 영속적인 발전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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