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12월 252013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1] 평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커넥션도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1]

 

평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커넥션도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넥션이다. 일단 팩트라도 심도 있게 공유할 대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평소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있었으면 위기 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노력 없이 위기 시 갑작스러운 커넥션을 찾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이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 시 기업에게 말 그대로 이용 당하는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진짜 주요 이해관계자가 아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분명 위기 시 기업을 상대로 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일조하는 그룹들이다. 이에 대한 평소 관심과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망을 실제 관리하고 있다. 특정 부서로 하여금 여러 규제기관, 관청, 국회, NGO, 언론에 심지어 여러 정치권 인사들에게 까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들에 대한 전략적 정보제공과 이에 기반한 이해 도모는 일선 위기관리 활동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아주 중요한 전략적 지원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벌써 수십 년간 여러 실제 위기들을 경험해 왔고 현재도 경험하고 있어 이러한 체계는 상당 수준 발전해 있다.

이러한 관계망 구축에는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과 투자 지원이 일관되게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견기업 이하 많은 기업들은 이런 중장기적 관계망 투자에 주저하고,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사내에 왜 홍보실을 두어야 하는지 오히려 질문하는 중견기업들이 있었다. 언론의 영향력이라던가 관계 설정에 있어 별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왔다는 것이다. “제품만 잘 만들어 팔면 회사는 성공합니다라 말하던 경영자들이 당시 언론이나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같다.

현재는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여론 때문에 위기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사적 미디어들이 일반화되면서 예전처럼 관리라는 개념이 쉽게 다가오지도 않게 되었다. 일부 기업들에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과 투자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를 오해하고 정부 규제기관이나 언론 등에 대한 접대나 뇌물 제공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종래 사례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주요 이해관계자 각각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 방법론 까지를 논할 공간은 아닌 것 같다. 기업에게 평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위기 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보라는 조언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원하는 CEO라면 평소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 협력적 관계 설정에 ROI(투자수익률)같은 지표를 적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대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고한 관계가 위기 시 어떠한 형태로든 회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많은 선례들을 살펴보자.

평소 재무적 효과를 살피는 CEO들의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급박한 필요성으로 인해 가능한 이해관계자 관계망을 어디서든 차용하려 시도하곤 한다. 문제는 종종 이런 단기적 처방에서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만들어진 상호협력적(?) 관계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회사차원에서 무리수를 두게 되고, 종종 불법적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발생해 제2 그리고 제3의 위기가 발생된다. 오히려 이로 인한 회사의 피해는 평소 중시했던 ROI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훼손해 버리는 것이다.

관계란 어느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 관심과 투자 없이 우연히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워 나가는 만큼 평소 주변을 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은 지혜로운 기업의 당연한 자세다자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 만나고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협력의 기회를 모색하는 사회 활동도 당연한 노력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소중한 관계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 CEO는 공식적이지 못한, 합법적이지 못한, 또한 윤리적이지 못한 관계 설정 노력은 평소에도 경계해야 한다. 수면 하에서 이루어지는 그러한 활동들은 평시나 위기 시에나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언론지상을 메우는 많은 기업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그 때문이다. 최소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 노력 자체가 또 다른 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평소부터 CEO는 전략적인 관계 관리자(relationship manager)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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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2011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 그런다고 매출이 떨어질까?

업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거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세션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들을 듣게 된다.

“근데요…저 위기상황을 겪은 회사는 매출이 떨어졌나요?”
“저렇게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회사도 전체 매출에는 별반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저 회사는 이번 위기로 어떤 임팩트를 받은 건가요? 매출이 좀 변했나?”

실무자들과 임원들 상당수가 위기와 매출에 대한 연관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담당분야가 홍보인 실무자들과 임원들은 약간 그런 연결 짓기에서 한발자국 물러나 있지만, 그렇게 물러나 있는 포지션이 일부 사내에서 홍보부문이 공격받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홍보가 비즈니스 현실과 동 떨어져있다는 비판)

위기와 매출의 연관성에 대한 그들의 궁금증을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의 이면을 읽을 수 있다.

“항상 나의 KPI로 측정되며 괴롭히는 부분이 매출인데, 만약 이 골치 아픈 위기가 직접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위기관리 업무에서는 좀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군.”
“내가 여기에서 PM을 3년 정도 할 건데, 그 동안에만 매출 타격이 없으면 된다 생각해. 여기에서 끝까지 PM만 하면서 은퇴할 건 아니잖아. 그 동안만 어떻게든 위기가 지나가면 좋겠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매출인데, 그 매출에 대한 아무런 임팩트가 없는 부정적 사건을 어떻게 위기라 정의할 수 있겠어? 그건 그냥 불미스러운 해프닝으로 정의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상의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 상당히 현실적 생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다. 실무자들이나 임원진들이 위기와 매출에 대한 연관성을 어떻게 생각하건 어떻게 해석하건 그건 그 회사 자체의 선택이다. (기업 철학의 문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기업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기업과 위기관리는 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고민하고, 설계하고, 유지하고, 업데이트하고, 실행되는 작업이다. 기업 스스로 사내 공감대를 이루어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만약 기업 스스로 위기와 매출의 연관성에 방점을 둔다 하면 그 기준으로 위기를 해석하고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업이나 조직 각각에게는 자신들이 평소 중요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위기발생시 보호하고 싶어하는 가치들이 있다. 다음은 기업들이 주로 위기발생시 보호 하고 싶어하는 가치들이다. 우리회사는 이 중 어떤 가치들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물론 이 중 우리에겐 사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해도 괜찮다. 그건 회사 스스로의 자유다.

  • 좋은 소비자 관계: 소비자 신뢰, 소비자 충성도, 소비자 불만 감소, 소비자와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새로운 소비자 획득 비용 저감, 안정적 매출
  • 좋은 공급자 관계: 공급자 신뢰, 공급자 충성도, 공급자 불만 감소, 공급자와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새로운 공급자 획득 비용 저감, 안정적 생산
  • 좋은 정부 관계: 정부로부터의 신뢰, 상호 협조 용이, 규제기관과의 갈등 가능성 저감, 규제에 대한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커뮤니티 관계: 커뮤니티로부터의 신뢰 및 지원, 상호 협조 용이, 커뮤니티와의 갈등 가능성 감소, 커뮤니티와의 법적 갈등 비용 감소,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언론 관계: 언론으로부터의 신뢰 및 지원, 상호협조 용이, 기업 명성 및 이미지 방어, 불필요한 여론 부담 감소, 여러 이해관계자 관리 용이,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투자자 관계: 투자자 신뢰 및 지원, 투자자들과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안정적 주가,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NGO 관계: NGO로부터의 신뢰 및 지원, NGO와의 상호 협조 용이, NGO와의 법적 갈등 비용 저감, 사업 영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직원/노조 관계: 직원으로부터의 신뢰, 직원들로부터의 지원과 협조, 좋은 인력 확보 용이, 비즈니스 퍼포먼스의 강화, 직원/노조와의 갈등비용 저감,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 좋은 일반 공중 관계: 일반공중으로부터의 신뢰와 지원, 협조,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 훌륭한 명성/업계 리더십: 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고른 신뢰와 지원 그리고 협조. 좋은 인력 확보 용이, 여러 갈등 해소 비용의 저감,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지원,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 훌륭한 비즈니스 퍼포먼스: 직원, 투자자, 공급자 등 비즈니스 관련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신뢰, 지원, 협조 용이, 사업 연속 가능성 확보

매우 많은 가치들이지만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모두는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마땅히 보유해야 할 것들이다. 만약 스스로 생각할 때 ‘매출’이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보유해야 할 가장 중요하거나 유일한 것‘이라고 본다면 아직 그 기업은 ‘기업 연속성’에 대한 생각을 할 때는 아닌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도 사실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모든 기업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월 122011 Tagged with , , , , , 1 Response

기업 소셜미디어? 흥분과 잔치는 끝났다

기업 소셜미디어? 사실 별거 아니었다. 기업이 PR을 하는 이유와 철학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주변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하는 분야들 중 하나일 뿐 아닌가.

소셜미디어를 아직도 IT로 보거나, 신기한 마케팅 툴로 보거나, 일종의 신비한 마술상자 같은 느낌으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PR 실무자들에게는 별반 특별한 것이 없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관계 맺기의 창구 하나가 더 늘어 났다는 느낌이다. 그냥 실무상 골치 아픈 접촉점이 늘어났다는 느낌이다. 더구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24시간 진행 되야 한다는 부담뿐이다.

기업 소셜미디어. 잘하고 있다, 잘한다, 잘했다 하는 이야기들도 이젠 점차 시들해 진다. 이미 충분히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를 그냥 일반적 PR활동으로 이해하고 운영하게 됐다이젠 별로 신기하지가 않다. 많은 기업들에서 잘한다 잘못한다 서로 평가하고 이야기하지만그런 이야기가 이젠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오던 오프라인PR에 비교해 생각해 보자. 모든 기업이 PR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잘하고, 어떤 기업이 못한다 말 할 수 있나. 각 기업마다 업계현실이 다르고, 경쟁구도가 다르고, 타겟오디언스가 다르고, 또 사내의 기업문화와 철학이 다른데 어떻게 절대적으로 잘하고 못하고를 나눌까.

맞다. 이제까지는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시작한다는 뉴스가 새롭고 희한한 일이기는 했다. 뉴스 가치에 있어서 신기함과 새로움이 주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신기함이나 새로움은 사라져간다. 더 이상 이해관계자들이나 실무자들끼리는 시작했다로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맞다. 초기에는 제대로 갖추고 하는 기업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얼떨결에 하는 기업들이 있어 기업 소셜미디어에 문제 있다 없다 논란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이제는 아니다. 이미 많은 실무자들이 제대로 못한 실패사례들을 나름 목격했고, 나름대로 품질 나쁜 에이전시들을 경험해 배움을 얻었다. 이제부터 엉터리 소셜미디어를 보유한 기업은못하는 것이라기 보다는하기 싫다는 의미가 되었다.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이 이제는 그냥 일반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실무자들에게는 더욱 더 큰 부담이 될 태세다. 일반적인 활동별반 더 이상 주목 받기 힘든 활동을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그리고 품질을 높여가며 운영해야 하는 더 큰 챌린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언론관계는 사실 특정기간 빼 놓고는 관계의 품질이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최소한 보쓰들에게는 연약한 관계라고 해도 침소봉대해 억지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소셜미디어는 그 관계의 품질이나 수준이 항상 제3자에 의해 모니터링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실무자들은 실제 골치 아픈 거다.

결론적으로 말해기업 소셜미디어. 이제는 시작했다는 프리미엄은 버리자는 거다. 흥분 가라 앉히고, 자랑 그만하고이제 제대로 꾸준히 품질 높게 운영해 보쓰들에게경영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젊은 친구들의 열정으로 고개 끄덕이던 보쓰들이 메스를 집어 들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잔치는 끝났다. 좀더 시리어스 해지자.

 

10월 192010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8)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는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 고른 관심과 투자가 밑바탕 된 시스템 구축 노력에 의해 그 품질이 결정된다. 특히 실행에 있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 예산’을 평소에 책정하지 않는데, 실제 위기발생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슈들 중 하나가 이 ‘예산’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오너 또는 CEO 승인을 얻어 특별예산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는데, 이런 프로세스는 실무자들에게나 매니저들에게 상당한 사후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맘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실제로 사후 예산관리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보다 더욱 더 등한시 되는 부분은 평소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대비와 투자다. 일부 기업 CEO들 중에는 ‘홍보(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언론관계)는 별로 영양가 없다’고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왜 우리가 신문사나 방송사에게 이런 저런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하느냐 반문한다. 가난해진 언론사에게 우리가 왜 봉이 되어야 하는가 실무자들을 몰아 세운다.

대관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국세청, 공정위, 검찰, 식약청 등을 비롯 관련 정부부처와 규제기관들에 대한 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딱히 좋은 시선을 투여하지 않는 CEO들이 있다. 이 때문에 평소 대관업무 실무자는 활동 예산에 있어 과도한 눈치를 보게 되고, 당연히 그 관계의 품질은 위기관리에 적절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일부는 그런 식으로 하려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평가까지 받기도 한다.

NGO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투자자관계, 지역주민관계, 소비자관계, 직원관계 등등에 이르기 가지 어느 한 구석 중요하지 않은 관계들이 없다. 평소 우리 기업이 이런 관계 관리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를 했는지는 위기가 발생하면 여실하게 그 수준이 들어난다. 실무자들이 항상 하는 목마르다는 소리가 실무자 개인의 영위를 위한 것이나 과도한 엄살이 아니었음을 위기시 CEO들은 이해하게 된다.

기업 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냥 끈만 놓지 않는 선에서 건조하게 운용 가능하다. 대관이나 다른 NGO 관계들도 오너나 주요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커넥션으로 대체 가능할 수도 있다. 관계라는 것이 항상 부서지기 쉽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라 평소에 그에 대한 제한적 관리만 진행해도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런 관계의 필요성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한국과 같은 인적 관계의 틀 안에서 기업이 대형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평소의 고품질 관계 자산 없이는 상당부분 제약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을 실제 경험한다. 따라서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유사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주장하는 에이전시나 코디네이터를 찾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한번의 위기관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토대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관리해 나가야 할까 하는 점이다.

위기시 구입한 관계가 얼마나 자사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자. 아주 없었던 관계 자산을 일부 대신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 특정 관계 이외에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은 또 어떻게 구입 해야 하나? 그렇게 구입한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자사에게 어떤 자산이 될 것인가? 말 그대로 쓰고 버리는(disposable) 관계는 아닐까?

기업내 위기관리 실무자들 또한 우리 회사가 우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를 계량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관계 자산에 대한 측정과 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결과들이 퍼포먼스와 연계되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 결과들을 향후 년도의 관계 자산 관리 개선점들로 보완 강화하는 활동도 필요하겠다.

즉,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관계 자산에 대한 일선 관리와 이에 대한 내부 셀링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적시의 의사결정이나 전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내의 최고경영진들과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 의해 지시된 전략적 실행방법들이 실무진들에 의해 ‘실행불가능’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 그에 대한 책임은 순수하게 실무자인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기업내부 위기관리팀과 함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의사결정자들이 단기간 내에 상황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의사결정을 내려 지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더욱 더 빠르고 정교화 하기 위해서 이런 시뮬레이션들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매번 많은 개선사항들을 통해 그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훌륭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되는 강력한 실행 명령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저런 높은 수준의 지시들이 실제 실무자들에게 ‘실행 가능함’으로 받아들여 질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평소의 투자와 관리 없이 무조건 명령으로만 실행될 수 있는 활동들이 아닐 때가 많다는 뜻이다. 평소 검찰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없었는데 갑자기 “검찰과 막후 논의 하라”는 명령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나 말이다.

관계 관리는 그 형성부터 유지 강화까지 부단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런 활동들은 분명 가치가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기시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적 자산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를 평소에 관리하는 그런 활동들이 곧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평소에도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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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2009 Tagged with , , , , , , 10 Responses

사실 기자의 말이 맞는게 아닐까?

어제 모 기자와 함께 저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기자의 후배기자가 어떤 기업의 부실한 매출과 최근 분위기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러자, 바로 해당 기업의 홍보담당자가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단다.

 

홍보담당자: “O기자님, OOO인데요. 방금 그 기사요. 사실
해석상의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좋아지고 있는 데 그렇게 표현을 하시면 저희가 좀 곤란해
지거든요…(여러 가지 설명) …좀 기사를 빼주시면
안될까요? 부탁 좀 드릴께요?”

 

기사를 쓴 기자: “이해는 하겠는데요. 저는 사실 있는 대로 썼습니다. 그리고 기사 빼는 거는 제가 하는
게 아니라 데스크하고 두루 두루 상의해야 하는 문제예요. 저는 힘 없습니다.”

 

홍보담당자가 계속 전화와 사정을 하고 항의를 하자그 기자는 팀장인
어제 그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고 한다.

 

기사를 쓴 기자: “선배,
OO
쪽에서 이번 기사보고 난리인데요? 이렇구 저렇구 해서 기사가 정확하지 않고, 문제가 있으니 빼 줄 수 있냐고 물어와서요…”

 

선배 기자: “, OO 홍보담당자 OOO이 나에게 전화 하라 그래.”

 

바로 홍보담당자가 전화를 해 왔단다.

 

홍보담당자: “O팀장님,
다름이 아니고요…”

 

선배 기자: “O선수. 기사가
틀렸으면 어디가 틀렸다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 고쳐줄게. 틀린
부분이 있어?”

 

홍보담당자: “아뇨그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

 

선배 기자: “O선수. 해석은
우리가 하는 거야. 그리고 전반적으로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게 당신네 회사의 현재 사정이랑 완전 달라?”

 

홍보담당자: “그렇지는 않은데그게 그런 기사가 나가면 조금 문제가….”

 

선배 기자: “사실이 아닌 내용들로 쓴 것도 아니고. 그 기사가 현실과 다르지도 않는데 기사를 빼달라고 하는 건 당신 회사 좋을라고 하는 이야기 아니야? 우리 취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그로 인해서 당신네 회사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소송을 해. 소송을 해서 우리 기사가 틀렸다는 걸 입증하란 말이야.”

 

홍보담당자: “아휴….O팀장님. 제발…”

 

 

많은 홍보담당자들이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바로 본능적으로 전화를 돌린다. 또 어려서부터 그러라고 훈련을 받았다.

 

기자들과 같이 앉아 저녁 식사를 하거나 소주 한잔 하다 보면여러
홍보담당자들이 내일자 기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피드백을 보내오는 내용들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별반 대응 논리나 사실관계 확인에 따른 정확한 대안 제시가 없다. 대부분이 인간적 사정들과 자사의 입장만을 토로할 뿐이다. 당연히
기자들은 그런 피드백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홍보담당자들이 핵심 메시지를 확보해야 한다하지만, 현실은 핵심 메시지 없이 인간적인 관계만을 내세우는 선수들이
더 많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도 현직에서는 많은 부분 그랬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그 기자에 의하면 그 기사는 빠졌다고 한다. 어떻게 빠졌을까?

 

그 홍보담당자가 자신의 최고위 상사이자 그룹 홍보실 임원에게 SOS
친 덕분이었다. 그 홍보실 임원이 그 팀장 기자와 형제 같은 사이였고,
그 홍보임원이계열사 홍보담당인 OOO이를
내가 혼 낼 테니내 얼굴 봐서라도 좀 어떻게 해 줘했단다.

 

결국

 

핵심 메시지나 논리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도 현실이다. 바람 직
하거나 발전적이지는 않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현실이다.

 

재미있는 세상 아닌가.

 

 

5월 282009 Tagged with , , , 2 Responses

부럽다

3월10일과 27일 처럼 웃음기록이 거의 없는 날도 며칠 있지만 기브스의 브리핑에서 낄낄거림이 아예 없는 날은 없다.

이런 통계에 대해 기브스 본인은 “나는 우리가 우리의 중요한 일을 하되 약간의 재미도 있기를 늘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래 백악관을 취재해온 CBS방송의 마크 놀러는 “기브스는 내가 취재한 어떤 공보비서보다 훨씬 재치있게 말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는 연설대에서 아주 편해 보이며 언론을 이해하고 기꺼이 자기를 비하하거나 우리를 희생시켜 재치있는 경구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부럽다. 환경, 재능, 전문성, 관계…

5월 022009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맺기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었지만 이번 CRO(Community Relations Outreach)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나눈 토론의 주제들 중 몇가지를 추려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과 실무자들이 비단 이 한 곳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 없이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와 동일한 고민들을 반복하고, 또 솔루션을 구하고 있다. 왜 일까? 왜 정답이 없을까?

Budget vs. Actions

[컨설턴트/본사CRO임원]
자, 이제 여러분들의 실행이 중요합니다. 각자 공장과 지역에 돌아가셔서 실제로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들을 한번 고민해 보세요. 그 액션플랜들을 가지고 내년 우리 회사의 전사적 CRO 프로그램들을 전체적으로 구성합시다.

[공장장들]
예산이 있어야 하는 데 그 예산은 어디에서 오나요?

[본사CRO임원]
본사 차원에서 CRO 예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가용한 예산 범위내에서 액션플랜을 가능한 현실적으로 짜세요. 그 예산은 본사 코드로 지출결의하면 됩니다.

[공장장들]
그 가용한 예산의 범위가 각 지역별로 어떻게 되냐 하는거지요…

[본사CRO임원]
아직 로컬과 그 하부 지역별로 예산을 미리 할당한 게 아닙니다. 일단 지역에서 필요로하는 활동들을 구성해서 예산안과 함께 취합을 한 뒤 전체 예산에서 배분을 할 생각입니다.

[공장장들]
항상 그러잖아요. 지역에서 필요한 예산을 제안하면 어짜피 로컬 차원에서 역배분되는 방식이고, 어짜피 100% 반영되질 못하죠. 만약 5000만원을 제안했는데 1000만원을 배분받으면서도 왜 1000만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본사측에서는 별로 논리적인 설명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럴려면 처음부터 그냥 1000만원을 내려보내면서 거기에 맞는 활동을 보고해라 하는 게 나은거 아닌가요?

[본사CRO임원]
첫 해니까 일단 그렇게 합시다. 다음 해부터는 무언가 기준이 잡히겠지요.

[공장장들]
‘그러니까…우리에게 얼마를 내려주겠다는 거냐구… 답답하네…’
‘돈을 줘…돈을…그러면 할께’

항상 액션은 버짓 다음이다. 일부 액션 플랜이 먼저 서야 버짓이 책정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실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버짓이 액션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게 많은 제안과 실행을 반복했지만…사실 나는 아직도 버짓과 액션의 뒤죽박죽인 타협이 어떤 프로세스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지 헷갈린다.

Code of Conduct vs. Building Relationship

[공장장들]
질문이 있는데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공장주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하라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예를들어서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골프 같은 걸 치는 것도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겁니까?

[본사CRO임원]
왜 못할께 있습니까. 적극적으로 하세요. 그래야 한다면 하십시오.

[법무임원]
아니 잠깐만…그건 우리 윤리강령위반 일 수 있어요. 특히나 정부관계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미리 법무팀의 조언을 얻으셔야 합니다.

[공장장들]
그럼 결국 인간대 인간으로서 관계를 맺는 일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회사규정에 한끼 식사비용이 1만원이 넘으면 안된다고 하니까 그 범위에서나 가능한 거구요.

[본사CRO임원]
흠…제가 보는 시각은 다릅니다. 우리 CRO 프로그램은 그 목적성에 있어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로 규정하면 안될겁니다. 따라서 회사윤리강령 적용범위는 아닌것 같아요. 그냥 프로그램에 넣어서 사전 품의를 받고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법무임원]
이 이슈는 근본적으로 공히 회사윤리강령 범위하에 들어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본사 법무쪽의 의견을 들어야 하겠어요.

[공장장들]
‘뭐야…결국 못한다는 거잖아. 아무것도…’
‘지금과 뭐가 달라질 수 있단 말이야???’

관계는 돈에 관한 문제다. 어마어마한 향흥이 아니더라도 돈 없이 관계 없다는 법칙은 비지니스를 하면서 100% 피부로 깨닫는 진리다. 특히나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로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이 대체되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회사의윤리강령은 항상 홍보담당자들이나 커뮤니티 관계 담당자들에게는 길로틴의 낯선 칼날의 의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중에 목이 잘려나갈 각오 없이는 적극적인 관계 맺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다.

System vs. Role & Responsibility

[본사 CRO임원]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가능한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이 부분들을 좀더 자신을 일로 받아들여 주세요.

[공장장들]
알겠는데요. 만약 지역 언론측에서 부정적인 이슈를 가지고 취재를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럴때는 본사에서 커버를 해 주시는 건가요? 아니면 저희가 지역차원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건가요?

[본사CRO임원]
기본적으로 지역의 이슈는 본사에 보고 후 본사의 가이드라인과 코칭에 따라서 지역에서 관리하는 것을 시스템으로 합니다. 따라서 지역의 여러분들이 리스크 매니저들이 되는 거지요.

[공장장들]
사실 저희는 대언론 위기관리 경험이나 훈련이 되어 있지 안잖아요. 대NGO관계에서도 그렇구요. 대 지역정부도 마찬가지고…본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껍니다. 지리적으로도 너무 떨어져 있구요.

[본사CRO임원]
앞으로 교육과 훈련을 해 드릴겁니다. 지역에서 지역의 이슈들과 위기들을 관리해 주는 것이 시스템이니까요. 너무 걱정마세요.

[공장장들]
‘그런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풀 커버해 주어야 하는 거 아냐?’
‘죽겠네…이거…앞으로 어떡하나…’

시스템은 정해 놓고 따르는 것이라기 보다는 만들어 놓은 그 상태를 말하는 법이다. 본사에서 R&R을 종이에 적어 놓는다고 실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선에서 그러한 역량이 될 때 그런 역량들의 구조적 조합이 시스템이 된다. 일선에서 자신 없어하고 두려워하는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니다. 

Headquarter vs. Local

[본사CRO임원]
중국같은 경우에는 이런 이런 NGO들의 특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공장장들]
저희 NGO들은 다릅니다. 또 지역 NGO들의 특성도 한층 더 복잡하구요.

[컨설턴트]
그래요? 아주 흥미롭네요. 그런 특성들이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데요…

[공장장들]
‘아니 왜 우리가 저 컨설턴트를 가르쳐야 하나? 우리에게 실제적으로 어떻게 그들의 습성을 활용해 관계형성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본사 저 임원은 우리나라에 대해 아는 게 뭐야 도대체…’

절대 해외본사는 한국의 특수성을 세세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의 공장장들이 본사의 환경을 100% 이해 못하는 것과 같이. 문제는 로컬에서는 결코 본사를 100%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본사는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한 자신감을 토대로 로컬 프로그램을 짜고 코칭을 해 주겠다고 외국인 전문가들을 one size fits all 형식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워크샵을 한다.

Obligation vs. I don’t want to do it

[본사CRO임원]
여러분들이 핵심입니다. 여러분들이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을 유지, 점검, 관리, 활용해야 합니다. 힘내세요.

[공장장들]
‘참…얼마나 할일들이 많은지 알기나 해? 지금도 정신 없는데 또 큰일을 하나 더해주네. 불가능 해 이건…’
‘나는 사람들 만나고 신경쓰는 거 싫어서 생산쪽에서 지낸건데…지금 이 나이에 홍보담당자들이 해야 할일들을 하라고? 그럴러면 20년전에 홍보팀 자원을 했지 내가 왜…’

모든 사람들이 관계맺기에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지 말 것. 쉬는날이면 혼자 벽을 보고 앉아 있는 게 더 편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이해할 것. 와이프와 하는 이야기도 일주일에 열마디가 넘지 않는 사람에게 지역 NGO와 지역정부 그리고 언론과 만나 즐겁게 이야기 하라 강요하지 말 것. 당신의 직위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해 봤자…실행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는 현실을 받아 들일 것.

In-house vs. Coach

[공장장들]
만약에 이런 이런 리스크가 발생하면 지금 앞에 계신 코치님들에게 연락을 해도 될런지요? 도움을 조금 받으면서 일을 처리하면 좀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본사CRO임원]
예산이 허락한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정을 할 일입니다. 일단 우리 리스트에 넣어 놓고 필요시 자문을 얻을 수는 있겠지요.

[컨설턴트]
‘혹시 이 분들이 시시때때로 지역 이슈들을 가지고 전화를 할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큰일인데…이거…빌링도 불가능 하고 말이야’

[공장장들]
코치님, 연락드릴께요. 저희 지역에서 일단 상의 드릴 일들이 조금 있어서요

[컨설턴트]
…………………………………..

[본사CRO임원]
자…자…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저녁이나 같이 합시다 모두.

본사 임원은 코치에게 추가적인 업무를 맡길때 fee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공장장님들을 그런 사실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고 경험도 없다. 그들에게는 본사에서 지시하는 목적을 이루어내야 하고 자신들의 KPI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치에게 전화를 하고 자문을 구하고 도와달라 손을 내민다. 그런 환경에서 코치는 그 손을 잡아주기도 어렵고, 뿌리치기는 더 힘들다. 본사임원은 그냥 모른척하면 그만이다. 그게 전략은 아닐까.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하는 기업은 일단 앞서가는 곳이다. 이런 답 안나오는 고민 조차도 없이 마냥 편안한 기업이 문제다. 문제인 것을 모르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

3월 25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보+의견+관계=토론

언론은 ‘대중의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언론의 의견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사회와 소통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과 반대 의견을 말한다고 비난하거나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당신은 당신의 견해를 설명하면 된다. 연설을 하고 칼럼을 쓰고 토론회에 참여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견해를 전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토론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보와 의견이 관계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기자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은 술자리를 가진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성을 갖추고 서로 존중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시론]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회장님의 insight과 perspective에 완전하게 공감한다. 토론적 시각에서 언론을 바라보라는 권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정보와 의견과 관계 이 셋은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PR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2월 162009 Tagged with , , , , , , , 4 Responses

위기의 진짜 뿌리를 알자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위기로  흔히 ‘부정적 기사’를 꼽는다. 이 이슈는 홍보담당자의 핵심 업무평가와 관련된 것이라 항상 압박이 존재한다. 더구나 가시적인 잘못이 갑자기 발생하지 않았는데도…생뚱 맞게 떠오르는 부정적 기사들은 홍보담당자들을 살리고 죽인다.

보통 일부 기자로 부터 부정적 기사들로 얻어맞은(!) 홍보담당자들은 이런 원인을 해당 위기의 주 원인으로 말들 한다.

  • 거기서 지난달에 캠페인 스폰 하나 하자고 했는데 우리가 예산 때문에 고사를 했거든…
  • 이번 특집때 광고를 안 줬더니 그러는 것 같아
  • 저번에 우리 사장이랑 그 쪽 부장이랑 식사 약속이 있었는데…그게 그날 오후에 어그러졌었어. 본사에서 큰 일이 있어서 사장이 식사를 캔슬했었지…그게 원인 아닐까 해
  • 거…알잖아. 거기 부장이 우리 회사 싫어 하는거. 경쟁사 사장이랑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서 우리에게 그렇게 친절하지가 않아
  • 사실 이게 그렇게 크게 쓸일이야? 이게 꺼리가 되냐구… 괜히 무슨 억하심정으로 말이야 여럿 괴롭히냐구…
  • 아니 왜 같은 업계 다른 회사들은 안써?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자기네 경쟁 신문에서 특종하니까 우리가 희생양인가?


반대로 기자들을 만나서 ‘아니 왜 그렇게 그 회사에 대해 그런 기사를 쓰게됬수?’ 물어보면 보통 이런 대답들이 많다.

  • 쓸만하니까 쓰지.
  • 거기 사장부터 홍보라인들이 개념들이 없어. 아주 비협조적이고 무능해
  • 제보가 들어왔어. 거기 문제가 많은 회사더라고. 몇번 더 나갈꺼야
  • 거기 일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약속들도 자꾸 안지키고…믿을수가 없어
  • 그 회사에 대해서는 말도 하지마…아주 재수 없다. 나에게 이제 보도자료 보내지 말라고 했어
  • 내가 작정하고 그 회사 홍보라인 갈릴 때까지 한번 해 볼꺼야. 이런 데 처음 봤거든
  • 아니 사실 이거 기사 되지 않아? 나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들어와…이래 이래서…
  • 걔네 경쟁사하고 지네 회사하고는 틀려. 그 회사는 홍보에 감이 있어…경험들도 많고…어디다 비교야
  • 그 회사 사장이 문제 있는 사람이야.



이렇다.

서로가 동일한 부정적 기사의 실제 원인을 동일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로가 상호 이해하에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재미있는 건 부정적 기사들을 둘러 싸고 그 기사 발생의 원인을 양쪽으로 부터 들어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관계’에 대략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는 거다.

관계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얽히다 보니 일어나는 해프닝이 많다는 거다. 사실 홍보일선에 있는 분들이면 누구든 인정하는 것이겠지만…상호간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면 위의 여러 이유들을 사전에 완화 또는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말이다.

이 민감한 관계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홍보담당자와 기자들간에 관계 품질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는 부분이다. 홍보담당자가 어떤 기자와 밥한끼를 정답게 먹고 헤어진 후 ‘나는 그 기자와 친하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고…기자가 어떤 홍보담당자와 그렇게 오랬동안 상호 협조적으로 일하고도 마음속으로는 ‘저 사람은 믿을만 한 사람이 아니야’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거다.

홍보담당자와 기자들간의 관계는 실제로 부정적인 기사가 발생 된 다음에 가늠할 수 있다. 홍보담당자가 해당 기자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던 것인지…그리고 반대로 기자는 그 홍보담당자를 어떻게 생각해 왔었던 것인지. 그들양쪽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 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평소에는 잘 모른다.

소리를 들어보자.

 

2월 162009 Tagged with , , , , , 7 Responses

블로그로 돈 꾸기?

오랫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들어와 댓글도 달고, 트랙백도 걸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블로그 추천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수다도 떨고 때가 되면 작은 선물들도 나누고…서로 쓰는 포스팅들에 대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어 항상 하루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방문하는 블로그와 그 블로거들이 있다고 하자.

하루는 A 블로거가 B블로거의 블로그에 비밀댓글을 남긴다.

“B님, 저 갑자기 자동차 사고가 나서 돈 50만원이 필요한데…급히 구할때가 없네요. 한 30만원만 꿔줄래요? 내가 다음주에 바로 갚을께요. 부탁해요. 미안합니다.”

이 댓글을 B가 읽는다. 상당히 난감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B가 하는 행동이 바로 ‘블로거 관계의 질’을 나타낸다. [상당히 극단적인 듯 한데…아무튼]

B가 바로 웃으면서 A의 블로그에 가서 ‘계좌번호 찍어주세요’ 하면 A와 B는 완전한 관계다. 상호 신뢰가 존재하는 거다. 한편으로 B는 A에게 라면 이정도 30만원 정도는 잃어 버려도 좋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과 블로거들의 관계가 이렇게 상호 신뢰와 호감의 관계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 기업과 블로거가 기업 블로그안에서 만나서 항상 한강 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 불구경 하는 듯 한 관계가 되야만 하는 이유가 어디있나?

기업 블로그에 “요즘 경기침체로 저희 회사는 직원 30%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퇴직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힘든가 봅니다. 요즘 외제차나 중형차들이 인기가 많은데…저희 회사에서 나오는 경차들도 사랑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직장을 잃을 불쌍한 가장들을 기억해 주세요” 이런 포스팅이 있으면 안되는 이유가 뭔가.

블로거들이 그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는 과정들과 퇴직 신청자들의 UCC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 이유가 있나. 그리고 자발적으로 경차 사기 운동을 조직하고 댓글달기 트랙백 걸기 운동을 하면 어떤가. 서로 새로 구입한 경차에 번호 매기기 릴레이를 하면 안될게 있나. 힘내라 우리 경차 배너 교환을 해도 어떤가.

같이 눈물을 나누고, 도움을 나누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더욱 큰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과 블로거의 관계는 어떤가. 기업 블로그에 눈물 겨운 사연 댓글을 남긴 친한 블로거에게 회사 사장이 쌀 몇가마니 정도 몰래 쌓아주고 오는 그런 상호 관계가 기업 블로그에서는 나오면 안되는 걸까.

그런 관계를 기업 블로그안에서 한번 만들어 보자는 거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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