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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글로벌 기업들이 왜 위기관리에 실패하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나이티드 항공이 또 다시 위기를 경험했다. 이번에는 오버부킹을 이유로 이미 기내에 탑승해 있던 승객을 폭력적을 써 끌어 냈다는 논란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인지라 현장의 폭행 장면이 생생하게 전세계로 방영 되었다. 반면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받지 못한 CEO는 너무 급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이내 상황이 전혀 달랐음을 깨달았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자 여러 번 재차 사과를 구하면서 동분서주 했다.

당연히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CEO는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베트남계 의사는 폭행과 인종차별 등의 여러 이유를 들어 거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대리하는 최고의 변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유나이티드 항공과의 중장기전에 돌입했다. PR업계를 비롯한 수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은 유나이티드의 위기관리가 실패했다고 평한다.

저명한 PR업계지인 PR Week은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한달 전 유나이티드 항공의 CEO 오스카 무노즈(Oscar Munoz)를 올해의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이런 좋은 평가를 받던 CEO와 회사는 어떻게 이토록 어처구니 없이 위기관리에 실패했을까?

약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이런 신화들이 존재했었다. “글로벌 기업은 한국 토종 기업들 보다 훨씬 위기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좋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비롯해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위기대응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꾸준히 받는다” 이런 환상적 이야기 (fairytale)가 여러 글로벌 기업 PR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그 이야기는 정말 환상이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이 제공한 제품으로 인해 수 많은 한국 고객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십 년간을 침묵하며 위기를 재앙으로 키웠다. 세계적인 리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는 법을 내세우며 맞서던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키워오면서 한국을 이해한다 했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죄로 최악의 고통을 받았다. 왜 이들과 같이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 시 어이없는 실패를 자초하는 것일까?

한국이라는 국가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라면 보다 관심 가져야 하는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종합 정리해 본다. 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할까?

첫째, 위기 시 로펌에 대한 의지 수준이 너무 높다.

국내 토종 기업들도 그렇지만, 외국기업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위기 시에는 로펌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형 위기는 항상 법정에서 끝나기 마련이라 이를 대비해서가 아니다. 로펌이 자신들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항상 믿고 있다. 심지어 위기 시 언론대응에 대한 가이드도 로펌에게 받는다. 리콜이나 QC(Quality Control)같은 이슈에서도 변호사에게 길을 묻는다. 한국 지사의 의사결정 권한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의지 수준이 과도한 기업들이 많다.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에만 머무르는 게 최선은 아니다. 그 기본을 바탕으로 여론과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까지를 케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 크게 실패한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를 들여다 보자.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돈을 벌지만, 한국인을 이해하지 않는다.

한국 지사장이 외국인이고 주요 임원들이 외국인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인 지사장을 임명하고 있고, 사내 임원들의 수만 보아도 한국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졌다. IMF시절에는 이해되던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몰이해가 20년인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면 문제다. “왜 한국 언론은 저렇지?” “왜 한국 소비자들은 그리도 감정적이고 공격적인가요?” “왜 규제기관들은 법에 근거해서 이야기하지 않죠?” 이런 질문들이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위원회 미팅에서는 아직도 흔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질문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이해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어도 성공하기 힘든 도박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는 해결 될 문제가 없는 게 당연하다.

셋째, 글로벌 본사의 훈수가 너무 많다

글로벌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항상 ‘컨퍼런스콜’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다. 시차를 거스르며 집과 회사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컨퍼런스콜 압력은 그 자체가 ‘위기’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별 것 아닌 이슈에 대해서도 글로벌 본사에서 일하는 위기관리팀은 큰일이 난 것처럼 관여 할 때가 많다. 각종 질문을 쏟아내고, 자료를 요청하고, 조언을 한다. 물론 큰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감사하지만, 현지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경영진과 실무자에게는 적용 불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많다는 게 문제다. 사실 본사에 있는 그들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경우들이 많다. 그들이 현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리는 가이드라인이 적절한지 아무도 검증하지 못한다. “대체 초.쑨.아일.보(Chosun Ilbo)라는 매체가 어떤 곳이야?”라는 질문을 영어로 받아 답변하면서 시작하는 위기관리 미팅이 생산적이기는 힘들다.

넷째, 한국 지사 리더의 의사결정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한국 지사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받아 충실히 그에 따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내 경영을 맡고 있는 리더들이 위기 일수록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사장 자신의 상황 파악과 대응 전략 의견이 본사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주저함과 고민이 있다. 순수하게 로펌에 의지하거나, PR대행사에 의지해서 의견을 정리하는 습관도 그래서 반복된다. 수많은 컨퍼런스 콜과 수백 장의 서면 보고가 진행되기 이전에도 한국 지사장과 본사와의 담판 통화는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공감대와 대응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한 컨펌은 그 대화에서 신속하게 정해져야 도움이 된다. 실무자들끼리 밤을 새우는 컨퍼런스 콜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권한 위임 없이는 위기관리 없다.

다섯째, 위기 시 언어 장벽은 넘기 힘든 해자(垓子)다.

글로벌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번역업체들만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도 실제로 위기대응 시간의 상당부분을 ‘번역 감수’에 할애한다. 기자가 요청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개발해 번역하고 본사 컨펌 받아 재 수정하고 재 컨펌 요청하고 하면서 하루 이틀이 지나간다. 본사의 컨펌을 득한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면 문장 논리나 구성이 엉성하다. 이미 기자들이 정한 데드라인은 수일을 넘겼다. 사용 불가한 메시지들만 남았다. 상황이 다시 진전되거나 변수가 나타나 완전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처음부터 개발과 번역은 다시 시작된다. 또 시간은 흐른다. 번역이 곧 위기관리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위기관리 매니저란 의미다. 토종 기업들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을 ‘해자’라 부른다. 위기 시 언어장벽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막는 큰 ‘해자’다.

여섯째, 글로벌 원칙이라는 것을 위기관리 실행에 적용한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라서 그렇게 못 합니다.”라는 말은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핵심메시지다. 이해가 갈 때도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그리 이야기하면 옵션이 줄어든다. 몇 십 년 비슷한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 명은 그 ‘원칙’이 실제 글로벌 본사의 원칙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냥 실무 임원과 실무자들이 그리 ‘믿고 있는 것’들인 경우도 있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윤리’를 따지는 기업 실무자도 있다. 순수 ‘저널리즘’을 논하거나, ‘컴플라이언스’를 언급한다. A라는 실행을 당장 하지 않으면 해당 위기가 재앙이 돼버린다 해 보자. 글로벌 회사의 원칙이라며 A실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단순 위기가 재앙으로 악화되었을 때 글로벌 본사는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비록 그런 재앙을 만들었지만, 원칙을 지켰으니 훌륭하다” 할 것인가? 유나이티드 항공사도 최초 자사 직원들에게 그랬으니, 한국 지사도 그렇게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일곱째, 평소 스트릿 파이터가 되길 거부한다

“저희는 외국기업이라 언론관계에 대해서 당당합니다” “오보가 나면 바로 언론중재위로 가거나 소송을 하게 되어 있어요” “기자와 식사를 하거나 술을 같이 하는 것은 저희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본사에서도 한국 기자들의 기사는 크게 개념하지 않는 편입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면 저희는 그냥 맞습니다. 개선의 기회로 삼죠” 한국 토종 기업 실무자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이야기다. 영어만 잘하면 외국기업 가서 실무자를 하고 싶다는 일부 토종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하소연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로부터 평소에도 별반 적극적인 언론대응 압력이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물론 한국 지사장의 캐릭터에 따라 그 대응 압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은 평소 이해관계자 관리에 스트리트 파이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는 게 더욱 정확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관계(relationship)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PR대행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막연하게 잘되어 있다 믿는다

“글로벌 회사는 원래 위기관리에 철저하죠” 그건 본사의 이야기인 경우가 참 많다. 본사와 한국 지사는 다르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선 사람이 다르다. 본사에서 훈련 받고 있다면, 지사에서도 동일하거나 더욱 더 로컬 지향적인 훈련이 있어야 맞다. 그들에게 잘 구조화된 수십 년짜리 매뉴얼이 있다면, 한국 지사에도 진출 이후 갈고 닦인 매뉴얼이 있어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몇 년마다 바뀌는 임원과 실무자들은 5~6년전 자사에게 발생했던 위기 케이스를 잘 모른다. 해당 위기를 관리했던 에이전시 임원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그 때 상황을 설명 해 주는 경우가 있다. 매뉴얼은 수년마다 새로 만들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온데간데 없다. 일부는 본사에서 만든 매뉴얼을 번역해 보유하고 있다. 잘되어 있다는 자신감 자체를 정확하게 다시 돌아보자.

아홉 번째, 마케팅 근육만 강하다

한국에서 글로벌기업들은 본사와 동일한 법인 구조와 경영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시장’으로 본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 시장을 위해 가장 강력한 근육에 먼저 집중한다. 마케팅과 영업이다. 반면에 위기가 발생하면 실행을 해야 하는 근육들은 기본적인 형태만으로 유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수십 조 매출을 올리고, 한국 시장에서도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한국 지사가 이런 말을 한다. “저희 홍보팀 예산이 없어요…싸게 해 주세요.” “아시잖아요. 저희 신문에는 광고 안 하는 거요. 광고대행사에서 효과 없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정무감각이나 여론 감각, 이해관계자/언론에 대한 관계 자산 같은 위기관리 기본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크게 잃지 안으려면 먼저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진짜 경영인데 아쉽다.

열 번째, 평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소비자, 각종 단체 및 기간들, 커뮤니티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아주 일부 한번은 가능할 수 있어도 그것을 지속시킬 수는 없다. 급할 때 잠깐 도움을 받고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사회 내 이해관계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원래 그렇느냐 묻는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다음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나쁜 기억들은 부메랑이 된다. 관계는 투자다. 국내 토종 기업들 중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런 관계 투자를 일관성 있게 해 자산화 한다. 관계에 대한 투자를 범법이라거나,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만 해서는 실제로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길은 영원이 없다. 보다 현명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더욱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보다, ‘어떻게든 해 나가야죠’ 라는 위기관리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자. 만약 유나이티드 항공과 유사한 사건이 우리 회사 일선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들 보다 더 잘 응대할 수 있을까? 그들보다 더 정확한 정보 공유와 입장 정리가 가능할까? CEO가 일선에 나서서 단박에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법적 대응이나 언론 및 여론에 대한 케어에 있어서도 최소한 그들 보다 나을 수 있을까? 신속하게 로컬 차원에서 의사결정 해서 상황을 초기 관리할 수 있을까? 돌아보고 확인해 보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훌륭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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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22009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맺기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었지만 이번 CRO(Community Relations Outreach)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나눈 토론의 주제들 중 몇가지를 추려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과 실무자들이 비단 이 한 곳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 없이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이와 동일한 고민들을 반복하고, 또 솔루션을 구하고 있다. 왜 일까? 왜 정답이 없을까?

Budget vs. Actions

[컨설턴트/본사CRO임원]
자, 이제 여러분들의 실행이 중요합니다. 각자 공장과 지역에 돌아가셔서 실제로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들을 한번 고민해 보세요. 그 액션플랜들을 가지고 내년 우리 회사의 전사적 CRO 프로그램들을 전체적으로 구성합시다.

[공장장들]
예산이 있어야 하는 데 그 예산은 어디에서 오나요?

[본사CRO임원]
본사 차원에서 CRO 예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가용한 예산 범위내에서 액션플랜을 가능한 현실적으로 짜세요. 그 예산은 본사 코드로 지출결의하면 됩니다.

[공장장들]
그 가용한 예산의 범위가 각 지역별로 어떻게 되냐 하는거지요…

[본사CRO임원]
아직 로컬과 그 하부 지역별로 예산을 미리 할당한 게 아닙니다. 일단 지역에서 필요로하는 활동들을 구성해서 예산안과 함께 취합을 한 뒤 전체 예산에서 배분을 할 생각입니다.

[공장장들]
항상 그러잖아요. 지역에서 필요한 예산을 제안하면 어짜피 로컬 차원에서 역배분되는 방식이고, 어짜피 100% 반영되질 못하죠. 만약 5000만원을 제안했는데 1000만원을 배분받으면서도 왜 1000만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본사측에서는 별로 논리적인 설명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럴려면 처음부터 그냥 1000만원을 내려보내면서 거기에 맞는 활동을 보고해라 하는 게 나은거 아닌가요?

[본사CRO임원]
첫 해니까 일단 그렇게 합시다. 다음 해부터는 무언가 기준이 잡히겠지요.

[공장장들]
‘그러니까…우리에게 얼마를 내려주겠다는 거냐구… 답답하네…’
‘돈을 줘…돈을…그러면 할께’

항상 액션은 버짓 다음이다. 일부 액션 플랜이 먼저 서야 버짓이 책정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실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버짓이 액션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게 많은 제안과 실행을 반복했지만…사실 나는 아직도 버짓과 액션의 뒤죽박죽인 타협이 어떤 프로세스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지 헷갈린다.

Code of Conduct vs. Building Relationship

[공장장들]
질문이 있는데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공장주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하라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예를들어서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골프 같은 걸 치는 것도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겁니까?

[본사CRO임원]
왜 못할께 있습니까. 적극적으로 하세요. 그래야 한다면 하십시오.

[법무임원]
아니 잠깐만…그건 우리 윤리강령위반 일 수 있어요. 특히나 정부관계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미리 법무팀의 조언을 얻으셔야 합니다.

[공장장들]
그럼 결국 인간대 인간으로서 관계를 맺는 일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회사규정에 한끼 식사비용이 1만원이 넘으면 안된다고 하니까 그 범위에서나 가능한 거구요.

[본사CRO임원]
흠…제가 보는 시각은 다릅니다. 우리 CRO 프로그램은 그 목적성에 있어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로 규정하면 안될겁니다. 따라서 회사윤리강령 적용범위는 아닌것 같아요. 그냥 프로그램에 넣어서 사전 품의를 받고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법무임원]
이 이슈는 근본적으로 공히 회사윤리강령 범위하에 들어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본사 법무쪽의 의견을 들어야 하겠어요.

[공장장들]
‘뭐야…결국 못한다는 거잖아. 아무것도…’
‘지금과 뭐가 달라질 수 있단 말이야???’

관계는 돈에 관한 문제다. 어마어마한 향흥이 아니더라도 돈 없이 관계 없다는 법칙은 비지니스를 하면서 100% 피부로 깨닫는 진리다. 특히나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로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이 대체되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회사의윤리강령은 항상 홍보담당자들이나 커뮤니티 관계 담당자들에게는 길로틴의 낯선 칼날의 의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중에 목이 잘려나갈 각오 없이는 적극적인 관계 맺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다.

System vs. Role & Responsibility

[본사 CRO임원]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가능한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이 부분들을 좀더 자신을 일로 받아들여 주세요.

[공장장들]
알겠는데요. 만약 지역 언론측에서 부정적인 이슈를 가지고 취재를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럴때는 본사에서 커버를 해 주시는 건가요? 아니면 저희가 지역차원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건가요?

[본사CRO임원]
기본적으로 지역의 이슈는 본사에 보고 후 본사의 가이드라인과 코칭에 따라서 지역에서 관리하는 것을 시스템으로 합니다. 따라서 지역의 여러분들이 리스크 매니저들이 되는 거지요.

[공장장들]
사실 저희는 대언론 위기관리 경험이나 훈련이 되어 있지 안잖아요. 대NGO관계에서도 그렇구요. 대 지역정부도 마찬가지고…본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껍니다. 지리적으로도 너무 떨어져 있구요.

[본사CRO임원]
앞으로 교육과 훈련을 해 드릴겁니다. 지역에서 지역의 이슈들과 위기들을 관리해 주는 것이 시스템이니까요. 너무 걱정마세요.

[공장장들]
‘그런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풀 커버해 주어야 하는 거 아냐?’
‘죽겠네…이거…앞으로 어떡하나…’

시스템은 정해 놓고 따르는 것이라기 보다는 만들어 놓은 그 상태를 말하는 법이다. 본사에서 R&R을 종이에 적어 놓는다고 실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선에서 그러한 역량이 될 때 그런 역량들의 구조적 조합이 시스템이 된다. 일선에서 자신 없어하고 두려워하는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니다. 

Headquarter vs. Local

[본사CRO임원]
중국같은 경우에는 이런 이런 NGO들의 특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공장장들]
저희 NGO들은 다릅니다. 또 지역 NGO들의 특성도 한층 더 복잡하구요.

[컨설턴트]
그래요? 아주 흥미롭네요. 그런 특성들이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데요…

[공장장들]
‘아니 왜 우리가 저 컨설턴트를 가르쳐야 하나? 우리에게 실제적으로 어떻게 그들의 습성을 활용해 관계형성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본사 저 임원은 우리나라에 대해 아는 게 뭐야 도대체…’

절대 해외본사는 한국의 특수성을 세세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의 공장장들이 본사의 환경을 100% 이해 못하는 것과 같이. 문제는 로컬에서는 결코 본사를 100%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본사는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한 자신감을 토대로 로컬 프로그램을 짜고 코칭을 해 주겠다고 외국인 전문가들을 one size fits all 형식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워크샵을 한다.

Obligation vs. I don’t want to do it

[본사CRO임원]
여러분들이 핵심입니다. 여러분들이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을 유지, 점검, 관리, 활용해야 합니다. 힘내세요.

[공장장들]
‘참…얼마나 할일들이 많은지 알기나 해? 지금도 정신 없는데 또 큰일을 하나 더해주네. 불가능 해 이건…’
‘나는 사람들 만나고 신경쓰는 거 싫어서 생산쪽에서 지낸건데…지금 이 나이에 홍보담당자들이 해야 할일들을 하라고? 그럴러면 20년전에 홍보팀 자원을 했지 내가 왜…’

모든 사람들이 관계맺기에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지 말 것. 쉬는날이면 혼자 벽을 보고 앉아 있는 게 더 편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이해할 것. 와이프와 하는 이야기도 일주일에 열마디가 넘지 않는 사람에게 지역 NGO와 지역정부 그리고 언론과 만나 즐겁게 이야기 하라 강요하지 말 것. 당신의 직위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해 봤자…실행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는 현실을 받아 들일 것.

In-house vs. Coach

[공장장들]
만약에 이런 이런 리스크가 발생하면 지금 앞에 계신 코치님들에게 연락을 해도 될런지요? 도움을 조금 받으면서 일을 처리하면 좀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본사CRO임원]
예산이 허락한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정을 할 일입니다. 일단 우리 리스트에 넣어 놓고 필요시 자문을 얻을 수는 있겠지요.

[컨설턴트]
‘혹시 이 분들이 시시때때로 지역 이슈들을 가지고 전화를 할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큰일인데…이거…빌링도 불가능 하고 말이야’

[공장장들]
코치님, 연락드릴께요. 저희 지역에서 일단 상의 드릴 일들이 조금 있어서요

[컨설턴트]
…………………………………..

[본사CRO임원]
자…자…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저녁이나 같이 합시다 모두.

본사 임원은 코치에게 추가적인 업무를 맡길때 fee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공장장님들을 그런 사실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고 경험도 없다. 그들에게는 본사에서 지시하는 목적을 이루어내야 하고 자신들의 KPI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치에게 전화를 하고 자문을 구하고 도와달라 손을 내민다. 그런 환경에서 코치는 그 손을 잡아주기도 어렵고, 뿌리치기는 더 힘들다. 본사임원은 그냥 모른척하면 그만이다. 그게 전략은 아닐까.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하는 기업은 일단 앞서가는 곳이다. 이런 답 안나오는 고민 조차도 없이 마냥 편안한 기업이 문제다. 문제인 것을 모르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