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위기관리 프로세스 FAQs] 일선 조직들의 위기요소 분석 능력은 어떻게 강화 할 수 있을까?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시 로펌과 일하기
위기 시 클라이언트들께서는 거의 대부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과 로펌을 함께 불러 대응책을 논의하시고 조언을 청취하시는 게 일반적이다. 여러 로펌들과 함께 클라이언트 이슈를 함께 바라보면서 일을 해 보면 항상 로펌측과 부딪히는 포지션들이 생기곤 한다.
물론 각 변호사와 상황과 이슈에 다라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상 충돌되었던 공통적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1. 로펌은 해당 이슈에 대해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라 종종 조언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에서는 위기 시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라 칭하면서 가능한 해당 기업이 해야 할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하자 하곤 하지만, 로펌들은 대부분 ‘도망치고, 그 이후에는 부정하라’는 조크처럼 가만히 있는 게 전반적인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보는 듯 하다.
2. 로펌, 더욱 정확하게 말해 담당 변호사들은 직접 외부로 나서기를 꺼린다. 대변인 역할을 의뢰하면 더더욱 난감해 한다. 연예인들이나 개인 소송 등에 있어 대외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해달라 의뢰인들이 요청하면 대부분 로펌들은 고사한다. 이를 잘해주는(?) 변호사들이 일부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가 되겠다.
3. 로펌은 법정에서의 승리 및 정상참작을 통한 감형에 중점을 두지만, 여론에 대한 고려 비중은 그리 균형적이지 않아 보인다. 사실 그 부분을 로펌이 깊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계약서에 쓰여진 대로만 일하면 되는 법.
4. 그러나 일부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들은 자신이 경험한 언론관계 (검찰 재직 시절, 법조출입기자들과의 밀땅 경험)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려 한다. 일부는 방통위 재직/자문경험 등을 가지고 여론관리 전문가라 생각한다.
5. 로펌의 변호사분들은 기업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계 및 입장들에 대한 통합적인 부분에는 사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세부 시각을 가질 이유가 없다. 계약서에 명기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
6. 로펌 변호사들은 안전함을 주로 추구한다. 어찌 보면 전문업무 성격상 당연하다. 위기 시 risk taking이라는 부분에서 협상의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risk를 감수하고 베팅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를 상당히 거북해 한다.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많이 갈등을 겪는 이유다.
7. 대부분 로펌의 변호사들은 기업 오너 및 CEO의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따라서 그들 대부분의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오너 및 CEO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이 부분은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에 있어 상당히 큰 장애물이 되곤 한다. 순수 내부의 시각과 의중이 대부분 여과 없이 또는 안전성을 가미했다는 이유로 실제 실행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로펌이 과연 여론 측면에서 devil’s advocate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까는 의문이었다.
이상은 로펌들과의 위기관리 협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다. 어느 로펌이나 변호사분들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 클라이언트들께서 위기 시 의사결정을 하실 때 좀더 균형 있는 시각과 큰 관점의 높이를 가지셔야 한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다. 하나 확실한 것은 로펌과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펌이 이음새 없이(seamless) 협업을 해 지원하게 되면 해당 클라이언트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다.
위기대응: 내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주목해 보자!
기업에서 특정 수준 이상의 위기가 발생하면 보통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의 미팅이 이루지는 게 시스템이라고 한다. 한 발자국 나아간 기업들은 이 ‘특정 수준 이상의 위기‘에 대한 정의 그리고 범위 및 수위를 사전에 규정해 놓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위기시에 위기관리위원회나 위기관리팀의 헤쳐 모여 하기에는 너무나 큰 현실적 장벽들이 존재한다. 풀타임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아닌 이상 각 부분의 담당자들은 자기 부문의 일이 가장 중요한 1차적인 업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이슈나 논란 등은 홍보담당자들이 스스로 또는 일부 관련 부서와 협업하는 체제로 위기대응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서 홍보그룹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1차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는 재료가 된다.
해당 이슈가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해당 이슈를 어떤 부서와 함께 협업해서 대응해야 할 성질의 것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대응논리와 정보지원을 받아야 할 것인지, 누구와 함께 네트워킹을 해서 대응 정보들을 공유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과 조언들을 어떻게 선별 수용 그리고 적용해야 하는지 등등 수 많은 의사결정의 순간들이 순차적으로 쏟아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상적인 많은 부정적 이슈들과 해프닝들은 홍보담당자들의 순발력에 의존하거나, 책상머리 담화 또는 소규모 퀵 미팅으로 대증 처치 되곤 한다. 한 두 명의 책상 대화로 이렇게 저렇게 로직이 구성되고, 쥬니어 홍보팀 직원들의 타이핑으로 정리가 되곤 한다.
예상질의응답을 만들기에는 시간과 심적인 여유가 모자라고, 일단 대응자료를 만들어 출입기자들에게 1차 배포하는 것이 그 급선무가 된다. 기자들로부터의 논리 지적이나 돌발적인 자료요청 등에는 또 대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먼저 쳐 들어가고 보는 형국이다.
나중에 위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면 항상 찜찜함이 남는다. 바쁘게 열심히 뛰어 무언가는 하느냐 노력 했는데…사후에 생각하니 아슬아슬했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로 설득시키지 못한 일부 기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묶어 놓느냐 고생한 것이 경험담이 된다.
샤프한 직원 한두 명의 책상머리 담화와 내외부 전문가들의 협업에 의한 통합적 의사결정간의 차이는 아주 미미해 보인다. 하지만, 투자와 관심에 따라 그 결과 차이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선택의 문제다.
당사자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롯데백화점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벤트를 전국 매장에서 벌이는 가운데, 13일 인천 초등학생 30여명이 롯데백화점 부평점을 방문해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지 마세요”라는 소원을 적어냈다.
마케팅 또는 프로모션과 PR이 서로 사전 그리고 사후 협업을 해야 하는 이유.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이유.
나중에 높은 분들이 ‘하는 짓들 하고는…!’ 소리치는 이유.
그래서 이런 기사는 막아야 하는 이유.
당사자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협업(collaboration) 시스템에 대한 생각
개념적으로 가장 멋진 프로젝트 형태가 아마 협업(collaboration) 형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구현하기 어렵고
품질에 있어서도 의문이 가는 형태가 또 바로 협업(collaboration) 형태다.
생각은 쉬운데 왜 여러명의 전문가/PR AE들이 함께 하나의 일을 하는 게 그리 어려울까? PR 대행사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협업은 아마 제안서 작성이 아닐까 한다.
한번 예를 들어보자.
협업이 필요하고 가능한 이유
- 각 전문가들이 스스로 자신 있는 전문분야가 있다면 함께 모여 더욱 큰 일을 만들 수 있다
- 꼭 전문가끼리의 협업이 아니더라도 한 명이 만드는 제안 보다는 10명이 만드는 제안이 더
좋을 것이다 - 여럿이서 하니 시간이 절약될 것이다
- 백지장을 골고루 나누어 드니 어느 한 명만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협업이 안 되는 이유
- 각 전문가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리기 때문. 진짜 전문가들은 이 시간이나
이 프로젝트 대신에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훨씬 더 많아 기회수익 창출에 더 관심이 많음
10명의 협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1명이 홀로 할 때 보다 수백 배 더 많아 짐.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가는 법. 강력한 리더십과 방향성 세팅이
필요한데 보통의 경우 부재 또는 저품질- 시간이 더 듦. 왜냐하면 협업을 약속한 전문가들끼리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기 때문. 데드라인 관리 하는 담당자를 놓더라도 각기 데드라인이 제 각각이 되는 경우가
99% - 어느 한 명은 꼭 고생해야 함. 협업 시스템에서도 마지막 취합 정리 공유하는 인력들이 있어야
하고, 그 인력들은 협업 전체 인력 중 극소수이지만 업무량은 극대임
그러면, 어떨 때 협업을 잘 할 수 있을까?
- 패러노이드 또는 미친개 수준의 리더십이 있어야 함. 협업체들이 각기 고용관계 또는 투자관계
등으로 묶여져 빠져 나가거나 저항이 불가능 하게 네트워킹이 되어 있어야 함 - 협업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각자의 개인적 이해관계들을 헌신짝 보듯 하는 우정(friendship) 또는
파트너십(partnership)이 있어야 함 - 마지막으로 협업 코디네이션만 하는 추가적인 전문 인력들이 있어야 함 (패러노이드 및 미친개들의 mixture)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그냥 혼자 일 할 것. 언감생심 협업은 입에 담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