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위기극복에 성공한 CEO의 공통점으로 “단기 재무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CEO들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뿐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며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위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주문했다. [전자신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EO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냈다. 내용을 읽어보면 내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이 기업이 성공을 했구나!”하는 이해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또 여러 클라이언트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같이 목격하면서 얻은 insight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첫째, 장기적인 전략하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추구하다가 잘려나간 CEO를 여럿 봤다. 이런 전략은 이사회와 오너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함께 공유를 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CEO의 리더십만으로는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사회와 오너들은 왠만해서는 중장기 플랜을 싫어 한다는 거다. 10년후에 1조를 버는 플랜보다, 다음 분기에 달랑 10억을 버는 플랜을 선호하는 법이다.
둘째,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던 CEO들을 옆에서 봤다.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기존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 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신시장 개척은 어떻게 보면 더욱 더 위험한 발상이다. 보통 그럭저럭 이도저도 안되니까 새롭게 무언가 해 볼려 손을 댔다가 회사의 생명을 단축시키곤 하기 때문이다.
셋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제적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위기시에는 거의 모든 회사들은 심리적인 위축을 경험하게 되고, 보수적인 투자 양상을 띄게 되지 않나. 선제적 투자라는 말은 아카데믹한 단어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선제적 투자는 호기에 성장성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해서 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시기가 더 투자회수율이 높다.
넷째.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기존 상황을 알면 실현 가능성이 적다. 임직원들은 외부이해관계자가 아니라 내부이해관계자다. 매일 매일 하루 20시간가량을 회사 생각과 업무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인 경우들이 많다. 이들에게 불안감이 일단 조성되었다면 99%는 그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 회사매각, 매출하락, 경영진교체등이 실체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임직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진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대화에 메시지가 부족한게 당연하다. 성공하지 못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다.
다섯째, ‘살아있는 회사가 이긴 회사’라는 점이다. 순간 반짝하면서 사라지는 회사나 브랜드를 여럿 봤다.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보여도 수십년 살아있는 회사는 근본적으로 강한 무엇이 있었다. (물론 시원하게 반짝 거려 보지는 못했어도)
결국 성공한 CEO의 공통점이 이런 것들이어서 회사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성공할만한 기업들이니까 이런 공통적인 활동이 ‘가능’했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99.99999%의 기업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