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8편] 위기 시 본사와 협업이 어려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유럽에 본사가 있고요. 평시 경영부터 위기 때까지 모든 것을 본사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인데요,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좀 쉽게 위기관리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똑 같은 고민과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잘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 본사의 우려와 관여 그리고 여러 요청들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해당 위기 보다 본사에서 오는 여러 위기관리 지시 사항이 더 무서운 경우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국내기업들과 다른 몇 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 위기 발생 후 최초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부는 최초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상황을 본사 위기관리팀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보고하느냐고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본사 임원들과는 시차나 물리적 거리 없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해도, 수시간 시차가 있고 물리적 거리가 먼 해외 본사와의 상황 공유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있는 해당 위기상황을 본사는 한국 현지보다 잘 이해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도 그 어려움이 이해는 됩니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나라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판매시설들이 훼손되었다 상황을 상정해 보시죠. 서울 본사 임원들이 아무리 컨퍼런스 콜을 하고 이메일 보고를 받아도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주체에 대한 사전 이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훼손된 시설의 정도나 사후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도 서울에서 점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서울에서 발생한 위기를 그런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세 번째,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시차와 물리적 거리를 이야기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위급성을 판단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맞물려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관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한국 지사 위기관리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간 협업체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호간 의견교환과 외부 전문가 자문 그리고 통합적 의사결정에 당연히 일정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됩니다. 일종의 조직적 옥상옥(屋上屋)이 존재하는 셈이라 이 문제는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넷째 상황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본사 관여가 상당합니다. 일개 표현 하나 단어 선정 하나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거의 목숨을 거는 듯 해 보입니다. 문제는 본사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언어적 단어와 표현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훌륭한 메시지로 보여도, 한국에서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홍보팀은 위기 시 이 때문에 메시지 작성과 변역, 수정, 번역, 수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로 얻은 메시지의 품질은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내 지사 차원에서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위기관리팀과 프로세스를 평시에 세팅 해 놓는 것뿐입니다. 이를 통해 본사 위기관리팀으로부터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 역량을 탄탄하게 인정받아 놓아야 합니다. 본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업데이트 하고,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본사 최고임원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역량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에 있어서 본사로부터 국내 현지 위기관리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초기대응과 의사결정에 있어 한국 지사장의 리더십을 본사 위기관리팀이 인정하고 권한이양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지만, 본사 위기관리팀이 현지 위기관리팀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스타일의 위기관리로는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본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것이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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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6편] 위기관리 원칙, 뭐가 맞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원칙이라는 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쩔 때는 전략적 침묵을 하라 하고, 어쩔 때는 신속히 커뮤니케이션 하라 하구요. 공개적으로 책임 인정하고 대책을 발표하라 하더니, 또 다른 경우엔 간단하게 해명하고 마무리하라 하네요. 뭐가 맞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번에도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모든 위기관리 원칙에는 생략된 문구가 앞에 숨겨져 있다고요. “해당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또는 “해당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생략되어 있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원칙을 실제 케이스에 적용하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목격됩니다. 위에서 말하는 ‘필요’라는 개념은 그런 많은 변수들을 정확하게 최선을 다해 분석해 전략을 세워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를 결정한 뒤 정해진 원칙을 찾아 따르라는 의미입니다.

유사한 케이스라도 사회 파장의 수준이 각기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한 경우는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로로 이해관계자의 공분이 생기고 압력과 개입이 이어져 회사가 거의 망할 처지에 이른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일부 언론에서만 비판적으로 다루었을 뿐 그 이후 큰 여론의 비판도 없고 이해관계자 관심이 적은 케이스입니다. 이 두 케이스간 해당 기업의 대응은 같을 수 없습니다. 원칙도 같을 수 없습니다.

또 유사한 두 케이스가 있어도, 한 케이스는 이슈가 직접적으로 바로 해당 기업의 사업 전반에 부정적 충격을 끼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판적 여론의 파장이 강하고 길게 지루하게 이어지는 케이스가 있는 반면, 비판 여론이 하루 만에 사그러 드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각기 여러 다른 변수들이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각 상황에 따라 전략은 달라야 하고, 그 원칙 또한 다른 게 당연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같은 감기라 해도 어떤 사람은 특이한 고열에 시달려 해열제가 듣지 않고 의식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미열에 해열제를 먹으니 정상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질환이 있어도 체중이 과체중이고 고혈압에 당뇨가 있던 환자가 있는 반면, 정상 체중에 아무런 기저 질환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약이라도 5살짜리 아이에게 쓰지 못하거나, 용량을 줄여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성인에게는 정상 용량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똑같이 수술을 해야 해도, 어떤 환자는 일정 기간 수술을 기다렸다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바로 수술을 해도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다름은 각각의 상황적 변수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그런 모든 중요한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원칙을 고수해 적용해야 한다고 해 봅시다. 엄청난 결과가 발생 할 것입니다. 발달이 미진해 상당한 저 체중 성인에게 일반 성인 용량의 강한 약을 투약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특정 약품을 장기 복용하고 있어서 바로 수술하면 안 되는 환자를 원칙(?)에 따라 수술대에 바로 올리면 그 결과는 누가 책임 져야 할까요?

위기관리 원칙은 다양한 변수에 기반해서 ‘필요한’ 경우 지켜져야 하는 가치입니다. 그 이전에 아주 중요한 가치 또한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내부 합의 공유하지 못해 대응에 있어서 오락 가락(swing)을 경험합니다.

마치 목적지 없이 바다에 나와 태풍을 만난 돛단배 꼴이 되는 것입니다. 휘몰아치는 여론과 이해관계자들의 침범에 배는 쉴새 없이 뒤집히기를 반복합니다. 당연히 그 안에 탄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각기 쓸모 없는 대응들로 밤을 새웁니다. 선장은 스스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시 각각 명령을 바꿉니다. 당연히 그 돛단배는 목적지에 닿을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기 시 정확한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후에야 목적과 목표에 기반해 각 상황이 파악되고 판단됩니다. 그 위에 전략이 세워지게 됩니다. 그 때쯤 모든 변수들은 그 전략에 녹아 들어가 방향성과 의미를 부여 받습니다. 대응 원칙에 있어 어느 선택을 하건 그것은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에 기반합니다. 성패도 그에 따라 갈립니다. 즉, 성공한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 목적에 기반한 원칙을 잘 골라 따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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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2013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21] 노코멘트는 유죄에 대한 인정이다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노코멘트는 유죄에 대한 인정이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일단 침묵하고 보는 것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은 곧 ‘유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한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항상 자신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선 침묵의 본능에서 벗어나보자.

기고문 보기 : http://www.econovill.com/jym

노 코멘트는 유죄에 대한 인정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일단 침묵하고 보는 것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은 곧 유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순 판단한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항상 자신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 침묵의 본능에서 벗어나 보자.

위기의 속성은 항상 안 좋은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좋은 이야기들이 위기를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게 뭐 좋은 이야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 그냥 입 다물고 있자고나쁜 일이 벌어지면 일단 침묵하고 당사자들끼리 쉬쉬하는 게 일종의 사회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기업 위기 시 이러한 노 코멘트는 상당히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평소에는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 해 많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노 코멘트하는 것은 위기관리의 실패 확률을 극대화 시키기 때문이다. 위기 시 기업의 노 코멘트는 곧 코멘트. 기업 스스로 우리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잘 못한 것입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흔히 노코멘트를 기자들의 취재에 맞서 입으로 노 코멘트라 말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명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는 것도 노 코멘트다.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고 도망 다니는 것도 노 코멘트다. 취재를 위해 다가오는 TV카메라를 손으로 막고 기자에게 발차기 하는 것도 노 코멘트다. 환경단체에서 회사에 보낸 공개질의문에 묵묵부답하는 것도 그렇다. 정부 규제기관에서 언제까지 입장을 밝혀달라 했는데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 직원들이 본사 정문을 에워 싸고 회장님 면담을 요청하는 데 응하지 않는 것도 광의의 노 코멘트고 곧 다른 의미의 코멘트.

CEO로서 자신의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사적으로 노 코멘트 해야 하는 상황은 최소화 하도록 평소 많은 준비를 독려하는 것이 좋다. 전략적으로 노 코멘트 해야 하는 일부 상황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규제기관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법적 판결이나 과징금 등의 처벌을 받았을 때가 그 중 하나다. 매우 민감한 M&A이슈가 있을 때도 그렇다. 그러나 이 일부 노코멘트적 상황에서도 간단한 공식 멘트는 전달 하는 게 일반적이다. 향후 어떻게 대응 또는 개선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고, M&A관련 경우 공식적인 부인이나 왜 코멘트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입장을 가늠하곤 한다. 정확한 의미의 침묵과 노 코멘트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위기 발생 시 기업의 자기중심적 침묵은 곧 여론의 공간에서 정보의 진공상태를 만들어 버려 문제가 된다. 정보의 진공은 위기 시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위기 발생 직후 일정기간 동안 채워지지 않는 정보의 진공상태는 곧 다른 비정상 정보들로 채워져 버린다. , 해당 기업에 반하는 불리한 정보들, 루머들, 억측과 추론들, 감정적 비판들로 모든 공간이 들어차 버리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대상들이 사라진다. 들어갈 여론 공간이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다. 추후 힘겹게 어떤 코멘트를 해 위기관리를 시도하더라도 그 예후가 좋을 리 없다. 이미 해당 기업에게는 유죄 판결이 나버린 셈이다. 여론적으로 무언가 잘 못한 것인 있으니 이 기업이 침묵하고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하는 아주 상식적인 판결이 내려져 버리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기업들은 대부분 빠르게 자신들의 해석과 입장을 여러 루트를 통해 전달하려 노력한다. 전체적으로 여론의 공간 속에 자신들의 입장과 해명의 비중을 확보하려 애쓴다. 초기 여론의 공간을 장악 또는 일부 확보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위기관리가 훨씬 수월해 진다.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이라도 할말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전략적으로 우리가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선진 기업의 위기관리다. 조직의 본능에서 일단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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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2009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과연 시간이 해결 해 줄까?

저쪽의 주장을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저렇게 해명하면 되겠다’는 길이 보이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때그때 대응하지는 않으려 한다. 주변에서 이렇게 가만있으면 모든 걸 긍정하는 셈이 되지 않겠느냐고 워낙 걱정들을 해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됐다. [연합뉴스]

보통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분들께 이런 말을 자주 하시는 것을 본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 해 줄 것이라 믿었다…”

기업이나 조직들도 보통 타이밍을 놓치고 여론에 떠밀려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면서 자주 활용하는 수사다하지만, 시간이 과연 뜨거운 논란을 잠재울 만큼 확실한 해명을 제시하거나, 시간이 확실한 해결사의 역할을 한 경우들이 더 많을까?

          

나훈아는 환갑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정정한 모습으로 연단에 올랐다. 연단의 높이는 상당했다. 취재진을 위에서 내려다 보며 말문을 연 그는 “해명할 사실이 없어 그간 가만히 있었다” [이데일리 SPN]

마지막으로 강성연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지리라 생각됩니다.” [한국경제]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간 책임공방 양상으로 치닫자 이로 인한 한국 과학계 사기 저하와 국력 낭비를 염려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신중하게 기다려보자는 반응이었다. [매일경제]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진실을 밝혀 줄 것이라는 말을 자신이 스스로 하면서 해명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왜 시간이 진실을 밝혀 주지 않을까?

* 진실은 항상 하나뿐인 것이 아니기 때문
* 시간이 지나면 반대로 진실도 곧 잘 바뀌기 때문
* 기자들은 시간이 진실을 밝혀주기 전에 스스로 진실을 밝히려 하기 때문

그리고, 오디언스들의 측면에서는

* 침묵은 인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No comment is a comment. 함부로 시간을 믿지 말자.

 

2월 042009 Tagged with , , , , 4 Responses

말을 더 할게 없다

오바마는 이날 CNN 등 5개 방송사와의 연속 인터뷰에서 “호되게 벌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가 망쳤다”(CBS
인터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CNN 인터뷰), “내가 이 상황에서 실수했느냐고요? 물론이다”(NBC 인터뷰)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책임의 시대엔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2주만에 언론을 통해 사과 했다. 탈세 문제로 자진 사퇴한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때문이다. 사과하는 타이밍과 메시지에 있어서 말을 더 할 게 없다. 책임과 실수를 인정하는 데서 끝맺지 않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는 강력한 키메시지를 던졌다.

상당히 교과서적이지만, 그래서 효과가 있다. 교과서가 시시하다 무시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답을 쓰는 우리나라 일부 리더들 보다는 낫다. 

11월 162008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PR문답] 아닌건 아닌거지 그럼 뭐라카노?

얼마전 미디어 트레이닝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언론으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그 직후부터 일단 공중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한번 고려해보자. 그 생각들에 대해 100% 이해를 해야 제대로 된 포지션이 나온다.”

그리고 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공중들과 같은편에 서는게 중요하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 무조건 우리가 옳다고만 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트레이니 한분이 날카로운 경상도 사투리로 소리를 치신다.

“아니 틀린건 틀린거지 무조건 사과만 하노? 틀린건 틀렸다고 이야기를 해야제? 틀린것도 무조건 맞다고 하면 다나?”

맞다. 틀린것을 무조건 맞다고 인정하고 전략적인 실패에 이르라고 말하는 건 분명 아니다.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확한 상황 판단이 나와야 포지션이 선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파악이 매우 매우 매우 주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언론이 지적을 하고 그게 국민적인 또는 소비자 대다수에게 이슈화 된다는 것은 어느정도 회사에게 문제가 없지 않다는 반증이다. 100% 순결한 기업에게 이러한 부정적이고 심대한 이슈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생각해 보자는 거다.

일단 1%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그 부분만은 인정하고 가자는 거다. 그냥 이정도가지고 뭘…하면서 스리슬쩍 포지션을 정하면 분명 문제가 벌어진다는 말이다.

언론보도에 있어서 부정적인 보도는 크게 세가지다.

1. 사실이 아니고 그 근거도 전혀 없는 100% 소설
2. 사실과 근거가 일부 존재하지만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기사
3. 사실과 근거가 분명히 존재하는 기사

이 세가지 기사들 중 가장 발생 빈도가 적은 부분이 1번이다. 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크게 여론화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100% 소설이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 또한 아주 심플하다.

문제는 2번과 3번이 대부분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2번의 경우가 가장 많은 부류인데, 이 경우 해석상의 논란은 큰 부담을 안겨주는 문제다. 이 경우 확실하게 선을 그어 문제를 확정하고 그 확정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 인정, 사과 그리고 해결책 제시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맨 위 설명의 배경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의 실패하는 이유들이 2번, 3번과 같은 이슈 발생시 1번과 같은 동일하고 유일한 대응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주 견고하다.

일단 자신 스스로 확정한 문제에 대해서는 100% clear하게 하고 나머지 논란의 부분들을 해명하는 것이 순서다. 무조건 ‘우리가 뭔 잘못이고?’하지 않는게 전략적이라는 말이다.   

9월 092008 Tagged with , , , , , 4 Responses

오디언스의 시각에서 보는 사족

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본의는 아니겠지만 일부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종교중립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게 하고 앞으로는 종교편향 오해가 없도록 인식을 시켜주기
바란다”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중략)

불교계의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요구와 관련해서는 “경위야 어찌됐든 불교계의 수장에게 결례를 해서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지도자를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S, 李대통령 “경찰청장은 불교계 지도자 찾아 사과하라”]

빨간 부분들이 사족이다. 사과는 토가 없는게 좋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진다. 토를 다는 사과는 100번해도 소용없다. 진정으로 사과(apology)한다는 포지션이 섰다면 그냥 사족없이 토없는 메시지로 가는게 좋다.

오해. 부정적인 단어다. 특히 상대방인 오디언스를 향한 부정이다. 오해의 원인에 대해 사과를 하는 메시지에서 결과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권장 수정 메시지

  • “일부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적이라는 인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 “오늘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종교중립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게 하고 앞으로는 종교편향적 이라는 인식을 불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 “불교계의 수장에게 결례를 해서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지도자를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

일상의 예를 하나 사족으로 달아본다.

엄마: 너 잘못했어 안했어? 엄마가 숙제를 빨리 하라고 했지? 근데 왜 아직도 안하고 놀기만 해? 엉?

아이: 엄마, 사실이 어떻게 됬든 죄송해요. 제가 숙제를 안한게 유감스럽네요. 엄마가 오해하시지 않게 앞으론 최선을 다할 께요.

엄마: 뭐야?????? 이 자식이!!!!!!!!!!!!!!!!

항상 입장을 바꾸어 보자. 답이 있다.

6월 192008 Tagged with , , , , 2 Responses

사과할 수록 신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PD수첩이 광우병 관련 오보로 사과 압력을 받고 있다. 딱히 광우병 이슈뿐 아니라 모든 오보에 대해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집들이 있다.

소위 권위 매체라고 하면 신뢰성이 가장 큰 자산이자 차별화다. 기업들의 위기관리에서도 자발적인 사과와 인정이 신뢰를 재구축하 듯이, 언론도 만약 잘못된 보도가 있었다면 아주 겸허하게 그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전략적이다.

보통 메이저는 사과하지 않는다는 자존심 같은 것이 있는데…그럴수록 보도 자체에 대한 독자 시청자들의 신뢰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자주 사과하고 수정 할 수록 독자들은 (사과와 수정이 없는) 대부분의 다른 기사와 보도들을 안심하고 신뢰하게 되는 법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은데 왜 이해 못하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4월 192008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인정 할 때와 안 할 때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미디어 트레이닝 교재에서는 함부로 자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말라고 한다. 또 어떤 교재는 우선 잘못이 있으면 무조건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한다. 이런 주장들 사이에서 실무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결론을 말하면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부분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정을 하건 안 하건 항상 chemistry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단 인정을 해버리면 그 다음에는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법적으로 소송들이 예상될 때에는 이러한 인정이 매우 큰 부담이 되곤 한다.

인정 이전에 책임을 ‘통감’하자. 그리고 인정 할 수 없는 부분은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하자. 무엇이 키 메시지가 되어야 할지 알자. 여기에서 키 메시지는 “사실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 되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는 서브 메시지로 남겨야 한다.

‘감정적 인정’에 인색하지 말자
보통 오디언스들이 위기 시 기업을 비판하는 점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냐 아니냐’ 하는 사실관계나 법적 책임의 관계 이전에 ‘감정적 인정’을 구하는 것이다. 항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 ‘감정적인 인정’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또 일단 ‘감정적인 인정’을 실행했다고 해도,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는 것을 놓친 경우들이다.

항상 오디언스의 마음으로 역지사지하라고 한다. 기업을 대변하는 홍보담당자라고 하더라도 위기시에는 자유롭게 모드변환을 해보면서 메시징을 해야 한다. 사실관계 여부보다 감정이 우선되는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사랑하는 딸이 학교에 간식거리로 가져간 과자에서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유리조각이 나왔다고 상상을 해보자. 아버지로서 또는 어머니로서 나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보자. 놀람, 두려움, 안도, 분노, 혼란스러움이 믹스가 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섬뜩함을 함께 ‘공감’해보자.

이 공감대 안에서 그 소비자들은 어떤 답변을 이 제품을 생산한 회사로부터 듣고 싶을까 생각해보자. “고객님, 이 제품에서 발견된 유리조각은 저희 생산과정에서는 절대 유입될 수 없는 이물질입니다. 그 이물질의 유입경로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 저희가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이런 답변이 위안이 될까? 이 화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유입경로나 이 회사의 생산시설이 최첨단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화난 상대를 위하는 방법은 최대한 그 상대의 심정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 공감의 수준을 극대화해서 화난 상대가 느끼는 절망의 수준 이상까지를 함께 해주는 것이다. 감정을 관리해 주고 추후에 이성적 메시지의 전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론 답변엔 감정과 이성 사이 균형을
“고객님,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자녀분께서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저도 두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고객님께서 그런 이물질 때문에 얼마나 맘이 상하고 놀라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고객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 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유입되었는지를 꼭 밝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님과 고객님 자녀분의 안전입니다. 다시 한번 자녀분이 해당 제품으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보시고, 저희 담당직원도 곧바로 찾아 뵙고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런 불편을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이런 정도의 공감적인 표현도 지나치진 않다.

위의 답변이 고객에게 한 답변이라면 언론에게도 비슷하게 말하자. 단, 언론은 감정과 이성에 약간 균형을 주어 답변해야 한다는 점만 감안하자.

“이번 이물질 유입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해당 소비자와 국민 여러분들께 우리 회사 임직원 일동은 깊이 사죄 드립니다. 우리 회사에게는 소비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소비자가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했고, 현장에 담당인력들을 투입해서 소비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해당 이물질의 성분분석과 유입경로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저희 담당인력이 해당 제품을 회수하여 전문가 분석을 통한 후 즉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해 원인을 구명하고 재발을 방지토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가 적절하다.

분명히 이 답변을 들은 기자는 이렇게 물어 볼 것이 틀림 없다. “아 예, 그렇습니까? 근데요. 팀장님 보시기에는 이 유리조각이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었다고 보세요?” 여기에서 다시 홍보담당자는 ‘100% sure’와 ‘100% true’의 메시지 간에 혼동을 겪게 된다. 어떤 답변을 해야 할까? 현재 ‘100% true’인 답변이 없다면 ‘확실한 혼입과정이 밝혀지면 그때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가 정답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4월 18일 18:39:40 / 수정 : 2008년 04월 18일 18:41:36
3월 282008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인정 할 때와 안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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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레이닝 교재에서는 함부로 자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말라고 한다. 또 어떤 교재는 우선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한다. 이런 주장들 사이에서 실무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결론을 말하면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부분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인정하면 안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정을 하건 안 하건 항상 chemistry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단 인정을 해버리면 그 다음에는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법적으로 소송들이 예상될 때에는 이러한 인정이 매우 큰 부담이 되곤 한다.

 

인정 이전에 책임을 통감하자. 그리고 인정 할 수 없는 부분은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하자. 무엇이 키 메시지가 되어야 할지 알자. 여기에서 키 메시지는 사실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 되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는 서브 메시지로 남겨야 한다.

 

보통 오디언스들이 위기 시 기업을 비판하는 점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냐 아니냐하는 사실관계나 법적 책임의 관계 이전에 감정적 인정을 구하는 것이다. 항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 감정적인 인정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또 일단 감정적인 인정을 실행했다고 해도,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는 것을 놓친 경우들이다.

 

항상 오디언스의 마음으로 역지사지하라고 한다. 기업을 대변하는 홍보담당자라고 하더라도 위기시에는 자유롭게 모드변환을 해보면서, 메시징을 해야 한다. 사실관계 여부보다 감정이 우선되는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사랑하는 딸이 학교에 간식거리로 가져간 통조림에서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유리조각이 나왔다고 상상을 해보자. 아버지로서 또는 어머니로서 나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보자. 놀람, 두려움, 안도, 분노, 혼란스러움이 믹스가 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섬뜩함을 함께 공감해보자.

 

이 공감대 안에서 어떤 답변을 이 제품을 생산한 회사로부터 듣고 싶을까 생각해보자. “고객님, 이 제품에서 발견된 유리조각은 저희 생산과정에서는 절대 유입될 수 없는 이물질입니다. 그 이물질의 유입경로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 저희가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이런 답변이 위안이 될까? 이 화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유입경로나 이 회사의 생산시설이 최첨단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화난 상대를 위하는 방법은 최대한 그 상대의 심정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 공감의 수준을 극대화해서 화난 상대가 느끼는 절망의 수준 이상까지를 함께 해주는 것이다. 감정을 관리해 주어 추후에 이성적인 메시징의 전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객님,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자녀분께서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저도 두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고객님께서 그런 이물질 때문에 얼마나 맘이 상하고 놀라셨는지 이해가 조금은 됩니다. 고객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 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유입되었는지를 꼭 밝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님과 고객님 자녀분의 안전입니다. 다시 한번 자녀분이 해당 제품으로 이상이 없으신지 확인해보시고, 저희 담당직원도 곧바로 찾아 뵙고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런 불편을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이런 정도의 공감적인 표현도 지나치진 않다.

 

위의 답변이 고객에게 한 답변이라면 언론에게도 비슷하게 말하자. , 언론은 감정과 이성에 약간 균형을 주어 답변해야 한다는 점만 감안하자.

 

이번 이물질 유입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해당 소비자와 국민 여러분들께 우리 회사 임직원 일동은 깊이 사죄 드립니다. 우리 회사에게는 소비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소비자가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했고, 현장에 담당인력들을 투입해서 소비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해당 이물질의 성분분석과 유입경로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저희 담당인력이 해당 제품을 회수하여 전문가 분석을 통한 후 즉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해 원인을 구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가 적절하다.

 

분명히 이 답변을 들은 기자는 이렇게 물어 볼 것이 틀림 없다. “아 예, 그렇습니까? 근데요. 팀장님 보시기에는 이 유리조각이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었다고 보세요?” 여기에서 다시 홍보담당자는 ‘100% sure’‘100% true’의 메시지 간에 혼동을 겪게 된다. 어떤 답변을 해야 할까? 현재 ‘100% true’인 답변이 없다면 확실한 이유가 밝혀지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