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식음료 분야만의 얘기가 아니다. 증권가에선 경영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이 금요일 오후 늦게 실적 공시를 쏟아낸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같은 대형 악재는 금요일 공시의 단골 메뉴다. 금요일 장 마감 이후,특히 야간에 내놓는 ‘올빼미 공시’는 악재를
희석시키는 꼼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래서 기업 홍보담당자들은 농반진반으로 “PR(피알)이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홍보전략 측면에서야 나쁜 소식을 꼭 알려야 한다면 사실상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만한 날도 없다. 그냥 쉬고 싶거나 놀러갈 계획 잡느라 바쁜 소비자들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 테니까. [한국경제]
웃기는 말로 ‘No Media, No Crisis’라는 말이 있다. 언론보도가 없으면 위기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일말에 동의를 할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기업측면에서 또 실무자 측면에서 부정적인 뉴스꺼리는 분명 부담이고, 실제적인 위협이다. 이런 실제적인 위협에 대해 ‘감수’하고 구태여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앞당겨 발표를 해야만 한다는 기업 내부의 공감대는 사실 있을 수 없다.
홍보
이론에 ‘밸런스 법칙(Balancing Act)’이라는 것이 있다. 공중의 알권리(Public’s Right to Know)와
공중이 알고 싶어하는 욕구(Public’s Need to Know)에 밸런스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에 부정적인 이슈를 릴리즈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중의 알권리는 일부 인정해 주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공중의 알권리를 기업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물론 릴리즈도 하지 않는다 – 기업들이 실제로도 종종 이런 선택을 한다 – 일종의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공중이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가 아닌가 인데…그렇게 꼭 알고 싶어하는 욕구는 없을 것이라는 기업의 사전 판단에도 일부 근거하는 거 아닌가 한다. 예를들어 설탕 값이 15.8% 올랐다고 대부분의 공중들이 주말여행을 포기하면서까지 토요일에 온라인에서 설탕값 인상에 대한 항의 댓글을 달고, 아고라 토론방을 개설하고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기업은 생각하는 거다. (극적인 비유지만…)
재미있는 것은 반대로 기업이 별로 공중의 알권리도 존재하지 않고, 공중이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주제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대대적으로 릴리즈해 주목 받으려 노력하는 경우는 그럼 뭔가 하는거다. 모 선박회사가 어떤 중동국가에게 커다란 유조선 12채를 오더 받았다는 것이 공중들의 알권리나 알고 싶어하는 욕구와 얼마나 관계가 있냐는 거다. (일부 투자자들 빼고 말이다)
기자도 주장하는 것 처럼 어느정도 균형을 좀 맞추라는 거다. 새로운 밸런스 법칙(New Balancing Act)이 아닐까? 물론 어려운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