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4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모글코리아 기고문] 위기관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

위기관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유리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뭐라도 잃을게 있으면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싸고 보호하려 하는 법이다. 아무것도 잃을게 없으면 말 그대로 ‘이판사판’이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그렇다. 사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기업은 별로 관리 해야 할 위기가 없다. 스스로 관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고민은 곧 잃을 것이 있는 기업들의 몫이다.
소중한 고객들을 잃는다고 생각 해 보자. 회사의 명성이 땅에 떨어져 사라져 버린다 생각해 보자. 우리 품질과 안전에 대한 시장에서의 믿음이 망가져 버린다 상상해 보자.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회사의 가치가 사라져버리고, 직원들이 뿔뿔이 떠나버린다는 가정을 한번 해 보자. 잃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 하나 살펴보다 보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어떻게 하면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게 된다.
위기관리는 ‘주로 대기업들의 고민 주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잃을 수 있는 것들이 크고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까지는 좀 무리라고 이야기하는 실무자들도 만나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안타깝지만 중소기업들은 한번의 대형 위기로 인해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취약한 존재들이다. 반면에 대기업은 위기 시 일부 선방을 하거나 특정 부문에 타격을 감내하고도 생존할 여력들이 있는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은 위기관리 전문용어로 상당한 ‘취약성’을 가진 기업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있어 더욱 민감해야 하고, 빨라야 하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일단 위기관리를 해 보겠다 생각한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위기관리에 더 유리한 면들이 있을 것이다. 크게 세가지로 하나씩 살펴 보자.
작아 효율적인 위기관리 조직
첫째, 조직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수십여 명에 이르는 대기업내의 위기관리위원회(또는 위기관리팀)가 중소기업에서는 10여명 이내로 축소되어지니 훨씬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공유 그리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직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기 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리더십을 확보 할 수 있어 유리하다.
위기 시 관리해야 할 이해관계자 수도 적어
둘째, 위기 시 관리해야 할 이해관계자들의 종류와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위기 시 출입기자를 비롯한 언론사 기자들, 정부 규제기관들, 검찰, 국회, NGO, 거래처, 투자자, 온라인 공중, 고객, 직원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들 중 일부 또는 극히 일부만을 관리해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위기 발생 가능한 요소들도 적어
셋째, 위기가 발생 할 수 있는 요소들도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의 비즈니스 분야들과 고객들의 수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산 판매하는 제품의 수도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적을 수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작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대형 위기 발생 가능성은 훨씬 적다.
정리하자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위기관리위원회를 운용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리 부담이 적고,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의 파악이나 위기 발생시 사회적 파장도 적어 대기업보다 유리하다. 다른 말로 옮기자면, 위기관리에 있어 중소기업은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에게 필요한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체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몇 가지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조직문화
첫째, 커뮤니케이션 하는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작은 조직이라고 구성원들 하나 하나가 상호간에 원할 하게 소통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조직은 절대로 위기 시에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한다. 평소 잘하던 커뮤니케이션도 위기가 발생하면 얼어 붙는 법이다. 중소기업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먼저 평소에 소통이 잘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강한 철학과 원칙 공유
둘째,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세워야 한다. 작은 조직이 유리한 점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신속함에 효율을 더할 수 있는 위기관리 방식이 회사의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세워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품질은 우리의 종교다”라는 기업철학을 평소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일부 제품의 품질관련 위기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위기에 대한 대응 의사결정은 그리 복잡하거나 느리게 진행 될 리가 없다. 기업 철학에 의거해 정확한 대응 전략과 대응 방식을 순식간에 고안해 낼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글로벌대기업들이 고안한 방식이다. 몸집이 커지고, 구성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세계 각국에서 복잡다단한 위기들이 연이어 질 때 가장 확실하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 그것을 기업 철학으로 만들어 세워 놓고 모두에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위기에 대한 조직 민감성 극대화
셋째, 조직의 위기 민감성을 극대화 하는 노력을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 모든 기업 위기의 소재들은 일선 직원들이 인지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들 속에서 발아한다. 조직원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위기란 생각보다 그 수가 훨씬 적다. 대부분이 ‘올 것이 왔다!’하는 이야기를 한다. 평소 조직 전체가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위기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토론 해, 방지하거나 완화시키거나, 대비 할 수 있게 된다. 위기라는 단어와 표현을 평소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팀을 위한 비상연락망
넷째, 비상연락망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 비상연락망이다. 이상하게도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서로 통화가 잘 안 된다. 별로 크지도 않는 조직 내에서 누가 어디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알 방법이 없어진다. 열명 정도의 위기관리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종종 여의치가 않다. 잘 꾸며진 비상연락망은 위기관리팀이 얼마나 경쟁력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얼마나 실제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위기요소 지도
다섯째, 위기요소 지도를 만들어라. 평소에 위기를 감지해서 지속적으로 트레킹 하는 체계를 만들라는 의미다. 예를 들자면 위기관리팀이 고객 컴플레인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서 특이사항을 미연에 감지해 보는 것이다. 그 특정 컴플레인들을 분석해서 정기적으로 위기관리팀의 논의 주제로 삼는다.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들이 해당 위기 요소에 대해 인지 하고, 완화 또는 방지 작업을 해서 결국 위기 요소의 지도에서 빠져 버리게 만들면 성공이다.
이해관계자 관리
여섯째, 회사와 관계된 주요 이해관계들과의 관계를 항상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 관계들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지연과 학연 등의 인맥을 중심으로 그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곤 한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이라면 일부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네트워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더 체계적인 이해관계자 망을 구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업과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평소에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 위급한 위기 시 그러한 관계는 큰 힘을 발휘해 준다는 사실이다.
직원 대상 교육과 훈련
일곱째, 위기관리팀과 직원들을 항상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위기대응 훈련이라고 해도 좋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형태를 잘 선정해서 실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전제를 놓고 대응하는 연습을 정기적으로 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주의할 것은 보여 주기식의 ‘민방위훈련’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리 다 짜인 각본에 따라 정해진 인력들이 순서대로 움직여 보는 것은 시연이지 훈련이 아니다. 실제와 같은 상황을 조성 해서 긴급하게 소집된 위기관리팀이 신속하게 논의하고 의사결정하고 대응하는 일련의 생생한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학습과 훈련
여덟째, 최고 의사결정자 또한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딱 한가지만 조언하자면 ‘사내 최고의사결정자가 위기관리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소개 해 주고 싶다. 리더의 의사결정이 회사를 살린다. 물론 최고의사결정자인 기업 오너 또는 대표이사는 해당 비즈니스에는 경쟁력 있는 전문성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대기업처럼 위기가 여기저기에서 자주 흔하게 발생되고 이에 대한 관리 경험이 풍부한 분들도 중소기업에는 많지가 않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얼마나 위기관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은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고품질의 자문 그룹
아홉째,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품질 좋은 자문 그룹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평소 위기관련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나 홍보대행사 등에 위기요소 진단이나 훈련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다. IT기술 전문가들에게나, NGO측으로부터 필요한 조언들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평소 이런 자문 그룹들과의 관계가 대형 위기 시 좀더 효율적인 위기관리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토대가 된다. 일종의 주치의 그룹을 만들어 놓는 셈이다.
좋은 사회적 명성
마지막, 평소 사회적으로 좋은 일과 활동들을 많이 해 놓아야 한다. 기업 위기에서 망가지는 것은 기업의 연속성과 명성이다. 비즈니스 연속성과 기업 명성은 상호 불가결한 대상들이다. 평소 기업이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회적 명성을 쌓게 되면, 불행한 위기 시 비즈니스 연속성의 훼손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보고 공중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업이 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또 다른 기업에게는 공중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설마, 그럴 리가 있어? 뭐가 잘 못된 거겠지?” 이 둘간의 차이는 위기관리에 있어 어마 어마한 차이다. 평소 관심을 가지자.
뜻이 먼저 있어야 길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하다. 여러 가지 유리한 점들이 많고, 위기를 관리하기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쉽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위기관리에도 별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위기에 대한 취약성은 대기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위험해 질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소기업 오너나 대표이사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조직 전반에게 위기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강화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조직 전체가 위기관리를 해야 하겠다는 공유된 의식만 있으면 반쯤은 성공한 것이다. 뜻이 있어야지 길이 보인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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