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6편] 황당한 사과 광고와 메시지, 왜 이럴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한 회사에 대해 여러 언론에서 상당한 의혹을 제기하며 사정기관 개입을 주문하는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회사가 해당 의혹에 대해 사과광고 비슷한 걸 냈더군요. 문제는 사과 형식이나 메시지가 전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이런 실수는 왜 반복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에서 위기관리 매니저들끼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위기관리를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것인 아니다. 어떻게 해야 문제가 풀릴지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걸 말하기가 참 어려워서 그렇지…” 이 말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위기관리 성패에 대해 외부 시각으로 평가 하는 데에도 기본적으로 참고해야 할 내용이고요.

일단 사과문 형식이나 내용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경험상 그 회사가 어떻게 사과하는지 잘 모르고, 한번도 사과해 본적이 없어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그 회사는 이미 여러 번 사과를 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엔 이상한 실수를 저질렀을까 하는 것이 의문인 거죠.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 시각으로 보아 ‘이상한/괴상한’ 형식이나 메시지가 실제로 표출되는 경우 그 이유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선의 개입’ 또는 ‘이질적 인사의 개입’이 큰 이유가 됩니다. 평소에 해당 기업에서 정상 홍보업무를 하고 있던 임원, 팀장, 직원들이 있었던 회사에서 이런 이상한 대응 방식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로 그것뿐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사과/해명 메시지를 몇 줄 구성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인력들이 투입됩니다. 총 10줄이 안 되는 짧은 사과/해명문이라 해도 최종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그 짧은 메시지가 나오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수 인력의 깊은 고민이 전제됩니다.

A라는 표현은 안 된다. 대신 B라는 표현을 쓰자. 아니다. B라는 표현도 민감하다. 차라리 A-1 표현은 어떤가? 아니다 다 위험하니 차라리 C 표현으로 대체하자. 이런 논의들이 지속 반복되고, 여러 부서 인력들에 의해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그 짧은 메시지에 뭐 그렇게 고생을 하는가 하겠지만, 공식 입장문이라는 것의 중요 중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시각에서 황당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아까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 길고 긴 고민의 과정에 소위 ‘비선’이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회장님이나 대표님과 친하다는 전문가(?)가 나타납니다. 전혀 해당 상황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크리에이티브로 무장했다는 분들도 비선으로 불쑥 나타나 한마디씩 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기존에 전략이나 논리를 중심으로 공식 입장문을 가다듬던 정규 부서와 인력들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못합니다. 최고의사결정자께서 해당 비선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함에 박수를 칩니다. 왜 우리 인력들은 이런 상큼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가 하십니다. 점점 더 의사결정은 위태로워 집니다.

정말 회사를 위한다면 이 정도 단계에서 “위험합니다. 그렇게 메시지가 나가게 되면 이런 이런 반응들이 예상됩니다.”라는 사전 경고 메시지를 내부적으로 공유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할 상황이 되 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내부 담당 임직원들에게는 못 마땅한 메시지가 공식 입장으로 표출됩니다.

당연히 그 이후에는 엄청난 후폭풍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후 대응도 문제가 됩니다. 해당 공식 입장문에 대한 부정적 사회 반응을 취합 해 최고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는 것도 내부에선 힘이 듭니다. 마치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이 부정 상황에 책임을 지십시오’라는 행위 같아 보일 수 있어서 입니다.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위기 시 가장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비선’의 갑작스러운 개입입니다. 그들 중에는 실제 기업 위기관리 경험이 일천한 사람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가시성만 높아져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무언가 일거리를 주기 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위기 대응에 있어서 ‘오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기간에 큰 성과나 변화 비슷한 것을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는 절대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 아닙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이란, 검증된 그룹에 한 해 한정적이며 효율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주치의는 내부 위기관리팀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그들의 이해와 숙련도에 기반해 진행되는 게 맞습니다. 외부 컨설턴트는 특수한 진단이나 수술에 단련된 전문의라 보시면 됩니다. 주치의를 도와 수술 집도를 할 수 있지만, 주치의의 메쓰를 뺏어 던져버리고, 자기가 수술대를 장악하면 안됩니다. 훌륭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그런 상황을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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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3편] 아주 예전 골치 아픈 기사가 떠 있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아주 예전에 한번 부정적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게 계속 자꾸 재기사화 되어 회사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아무리 설명 해도 자꾸 그 기사를 기반으로 취재를 하거든요. 이 골치 아픈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 또한 원점관리 개념에서 접근하셔야 하는 이슈라고 봅니다. 부정적인 기사나 블로그 포스팅이나 각종 온라인 게시물은 몇 가지로 분류 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이 전혀 근거 없고 허무맹랑한 내용이라서 일반인들이 보았을 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있고요. 해당 내용이 심각하게 근거나 실제 팩트에 기반해 있어서 꾸준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있습니다.

사실 첫 번째 내용 같은 게시물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이든 관리가 가능합니다. 전혀 근거 없는 기사라면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언론중재위나 소송을 통해서라도 해당 기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게시물들도 그런 선상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 째 형태인데요. 이게 고민이신 듯 합니다.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접촉 해서 지난 기사이니 온라인에서 좀 삭제 해달라 요청 해 보시기도 했을 겁니다. 블로거나 게시물 게시자를 찾아 읍소를 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원점을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원점을 그대로 남겨두게 되면, 말씀하신 것처럼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니 골치가 아프게 됩니다. 특히나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아주 오래 전 이야기들이 바로 직전에 발생한 것처럼 다시 되살아 나 반복적으로 회자 되고, 비판이 쏟아지니 회사들이 더 힘들어 집니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에 대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관리하듯 평생 반복 관리하면서 지낼 수만도 없는 꼴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해당 원점 기사나 게시물들은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어디엔가 있습니다. 되지 않는 이유는 회사 자체에서 그 원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그에 맞는 관심이나 투자를 하지 않을 뿐입니다. 적극적으로 해당 원점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길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살아나서 회사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상황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각각의 상황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산정해 보십시오. 더 이상 그 원점을 그대로 남겨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이 세워졌다면, 그에 적절한 관심과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형 위기 이후 남겨져 있는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들을 사후에 일괄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여러 기술적 방법을 통해 문제의 원점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시 살아나서 회사를 괴롭히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여러 방법을 활용합니다.

특히 VIP 관련 위기 시에는 더욱 더 그런 노력이 기해집니다. 일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VIP관련 내용들 중 자극적이거나 심각한 부정적 내용들은 적극적인 관리 대상이 됩니다. 여러 관계자들과 에이전시들이 모여 대응을 논의하고 관리 실행에 들어가곤 합니다.

이러한 원점관리 노력은 향후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아주 예전에는 종이 신문이나 방송되는 뉴스의 경우 한번 지나가면 일부러 오래 전 종이 신문이나 보도 내용을 찾지 않는 이상 사후 열람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으로 십여년전 기사까지 모두 검색이 됩니다. 소위 말해 ‘전적’을 가지고 이슈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분명 부담이 더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온라인상 기사나 각종 게시물을 지우기만 한다고, 이슈가 관리되거나, 문제가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사과와 해명 한 그대로 개선이 이루어져서 부정적인 상황들이 재발하지 않게 되어야 맞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기업은 바로 그런 기업인 경우입니다. 이미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고, 앞으로 재발되지 않을 개선 노력을 다한 기업에게 그 ‘전적’은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주 자극적이거나 치명적인 내용의 것들은 적절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추후 이슈관리가 덜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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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2편] 이슈대응 미팅에 VIP가 꼭 참석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중요한 이슈가 발생해서,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계속 대응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문사들도 불러 같이 조언을 듣고 있는데요. 일단 이렇게 대응안을 일선에서 만들어서 위로 보고하고, 의사결정 받는 게 정상이죠? VIP가 이슈대응 미팅에 미리 참석하실 필요는 없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이슈의 긴급성이나 심각성에 따라 VIP의 이슈대응 미팅 참석 여부는 내부에서 결정하실 사안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하에 있는 이슈 또는 위기 대응 미팅에서 중요한 원칙은 있습니다. 이는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미팅을 진행하기 위한 하나의 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첫째,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자가 이슈 대응 미팅에 있어야 합니다. 꼭 VIP만 한정해 생각하기 보다는 해당 이슈 대응에 있어 핵심에 되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 해 줄 수 있는 팀장 또는 임원급이 대응 미팅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 일간지에서 자사에 대한 대규모 비판기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슈가 떠 올랐다면, 대응 전략과 방식 그리고 예산 등을 그 자리에서 결정해 줄 수 있는 홍보임원이 그 미팅에 처음부터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효과적인 이슈대응이 가능해 집니다.

반면, 이슈 대응 미팅에 일선 대리나 과장급들이 모여 외부 컨설턴트들과 대응 방식을 논의하게 되면, 이슈대응은 상당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반복적이고 중복적인 의사결정 난맥이 벌어지게 됩니다. 의사결정 해 주어야 하는 임원이 최초 그 논의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 공유에도 격차가 생깁니다. 그 격차를 해소하려면 다시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때 가서 임원의 생각이나 상황관이 다르면, 최초 대응안은 다시 백지로 돌아갑니다. 대응은 꿈도 못 꾸고 끝이 나지 않는 토론만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둘째,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자가 미팅에 참석하기 어렵다면,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라도 참석해야 합니다. 당연한 룰입니다. 일선에서 논의 결정한 이슈 대응안을 일단 구두 컨펌 하고, 해당 대응안을 의사결정자에게 성공적으로 브리핑해서 최종 컨펌 받아 낼 수 있는 자를 의미합니다. 권한위임을 받은 팀장급들이 그런 그룹이 되겠습니다.

회사마다 기업문화와 조직체계가 다르다 보니, 이런 책임 있는 대리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들도 꽤 있습니다. 심지어 실무 임원급도 자기 스스로 의사결정 하지 못하는 체계도 있습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컨펌이 항상 필요한 조직인 경우입니다. 그런 조직 체계를 가진 회사라면 더더욱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이슈 대응 미팅에 처음부터 참석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셋째, 성공적 이슈대응을 위해서는 시간표를 가지고 미팅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이슈에 대한 대응 실행 개시 시점을 미리 정해 놓자는 것입니다. 이번 이슈 최초 대응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일 아침 9시에는 개시되어야 한다. 이런 데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역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대응 미팅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 시간적 제한을 기반으로 참석자들이 더욱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일선 미팅을 하고, 2차로 외부자문사 이야기를 듣고, 전체 대응안을 정리해서, 임원에게 보고 하고…결국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최종 컨펌 하고 나서 실행한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 현장에서는 아주 길고 긴 시간의 허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수일에서 일주일이 넘게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응 개시 시점에 대한 공감대를 놓고 대응 미팅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 시간표에 따라 절차를 압축하거나, VIP가 직접 참석하거나 해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이슈대응을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경험된 학습지들이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이슈에는 누가 누가 대응 미팅에 참석해서 어떤 대응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전 유사 대응 케이스를 기반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지난번과 같은 부서들이 지난번과 같은 대응방식으로 대응하자 이겁니다. 그때 시간이 과도하게 허비되었다면, 그 부분만 극복하자 하면 됩니다.

이슈대응은 직접 해 본 팀이 가장 잘합니다. 실제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 반복되었다면, 그 보다 좋은 팀은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권한위임이나 시간관리 등이 의사결정과 함께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그렇게 숙련된 팀이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일선 직원들만 이슈대응 미팅에 참석하고, 의사결정은 못합니다. 겹겹이 쌓여있는 보고 절차를 밟고, 형식을 맞추느냐 시간은 계속 허비됩니다. 이슈대응을 잘 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보다 나은 이슈관리 체계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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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1편] 위기 시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을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잘 못한 것들만 지적하면서 비판을 해 대거든요. 대체 뭐를 얼마나 완벽하게 하고 있어야 욕을 덜 먹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하느냐 한 건데 말이죠.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회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 논란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위기로 커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아주 작은 잘못이나 문제라도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나 위기의 빌미가 되는 것이죠. 위기가 발생되면 회사를 둘러 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단 그 문제에 주목 하게 됩니다. 주목도가 높아지니 당연히 문제들이 더 많이 드러나게 되겠지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라면 일단 회사는 법적인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뻔뻔하게 법을 어기고 있다가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회사에서는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단 하나 밖에 업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죠. 그에 더해서 개선을 위해 법적인 의무를 준수하겠다 하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만약 법을 준수하고 있었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나마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 많아집니다. 해명이나 문제의 영향을 완화시키는 다양한 포지션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큰 위기로 문제가 발전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집니다.

법을 준수 한 후 그 다음 기준은 자사가 법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그에 기반해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해 왔다는 ‘증거’를 남겨 놓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노력이 존재하지 않거나 그 노력의 증거가 제시 될 수 없다면, 회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무기도 부족하게 됩니다.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형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의 인정도 불가능해지게 되죠.

만약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면, 당연히 법 준수와 문제 발생 방지 노력도 무의미해 집니다. 그 노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법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그에 기반한 여러 노력에 대한 증거와 기록들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집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판 할 부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기준을 하나 더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의지해 위기관리를 위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보다 좋겠습니다. 즉, “우리는 정해진 법은 준수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일관되게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 그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선해서 다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집니다.

당연히 세가지 기준을 충족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비판의 수위나 종류도 확실하게 최소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 한 두 기준을 따르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이 세가지 기준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 보완,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급박한 시기에 그 세가지 기준 중 딱 한가지만 실행해야 한다면, 그 나마 마지막 여론에 의지한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꼽겠습니다. 여러 비판 받을 주제들이 많고, 회사가 그에 맞서 취할 무기도 없는 상황이라면, 빨리 여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맞서려 하는 경우입니다. 회사의 실수가 많고 뻔한데도 기자들에게 해명 하려 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화난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회사가 하는 대로 따라 오라 맞서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고소하고, 지역주민들을 비난합니다. 규제기관의 조사에 맞서 비싼 변호사들을 고용해 맞섭니다. 그런 모든 경우들이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마이너스 노력들입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입니다. 만약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거나, 그것을 적시에 하지 못했다면, 그 다음엔 여론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만입니다. 그에 따라 아픈 결단을 내리는 것이 사는 길입니다. 그 외에 왕도(王道)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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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8편] 거래처 문제도 저희가 관리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여러 회사의 제품을 판매 해주는 유통 사업을 합니다. 문제는 여러 제조사 제품이나 서비스 문제 때문에 저희가 피해를 본다는 거죠. 고객관리 부서도 매일 곤욕을 치르고요. 제품 제조사 문제인데 이런 이슈들을 매번 우리가 나서서 관리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굳이 “이익 있는 곳에 책임 있다”는 말까지 하지 않더라도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가지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고객들이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여러 유통 회사 중에서 왜 당사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 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물론 가격 경쟁력도 이유가 되겠지요. 유통 채널에 대한 신뢰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향후 당사에서 제공할 A/S, 콜센터, 배송, 서비스 등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제품에 이상이 있는 데 왜 단순히 판매 한 우리가 매번 욕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은 보다 사려 깊게 수정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제품을 구매하신 고객이기 때문에 일단 우리가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어야 위기관리에 보다 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왜 회사 차원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는 갑니다. 각종 제품 생산회사들이 판매를 의뢰하며 여러 품질이나 인증 자료들을 당사에 제시하긴 하는데 그게 때때로 문제가 있을 때도 있겠지요. 소비자단체나 규제기관에서 불시에 실행한 조사에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드러나는 제품들도 있고요. 소비자 컴플레인이 엄청나게 쏟아질 만큼 제품 하자가 발생하기도 하죠. 그런 경우 제조사는 2선 라인으로 빠져 있고, 판매사인 당사만 고생하고, 인력들이 힘들고, 과도한 비용도 들게 되고, 나아가 회사 명성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돼서 그럴 것입니다.

법적으로 규정을 기반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사전 검증을 했음에도, 제조사의 문제로 위기를 맞게 되는 아주 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언론이나 고객들은 (대형) 유통회사의 책임도 있다면서 비판을 할 겁니다. 당사가 발생시키지 않은 문제로 당사가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이 때때로 너무 억울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를 방지 하기 위해 제품 문제에 있어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리콜 등의 차원에서 리더십을 가져가는 대기업들과만 거래 하는 방법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제품 판매 차원에서 검증된 대기업만 상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니까 문제죠. 거래처들 중에는 사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나 리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들도 꽤 될 것입니다. 막상 큰 제품 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회사 대표가 숨어버리거나, 회사가 공중분해 되어 버리는 해프닝도 일어나곤 합니다.

해당 위기를 관리할 주체가 모호해 지는 경우가 돼버리죠. 그런 경우 판매사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은 정통적인 위기관리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실행입니다. 판매할 때는 신뢰와 서비스를 이야기하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가치를 단숨에 외면하는 모습으로 회사가 비춰지는 것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구매나 머천다이징 단계에서 판매의뢰를 하는 중소 제조사들과는 위기발생 시 어떻게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최종적인 문제 해결의 부담을 어떻게 배분하는 가에 대한 내용도 합의 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많은 판매회사들이 보험을 든다거나, 세부적인 계약 조항을 통해 여러 안전핀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가장 우려해야 하는 부분은, 판매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 회사가 쏙 빠져 버리고, 원 생산자가 문제를 홀로 핸들링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판매 회사에게 쏟아지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생산회사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판매만 했을 뿐 책임은 제조사에게 있다”는 메시지는 아주 위험한 메시지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전혀 이해되지 않을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발생된 것이 문제라고 여기기 보다는,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판매사인 당사 명성과 신뢰를 지속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추후 당사가 받은 피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제조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협의를 통해 일부 배상 받는 초지들은 그 다음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스스로 취하고, 혼란스러운 고객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신뢰 가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 하는 것이야 말로 성공적 유통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일 것입니다. 나아가서 홍보전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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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7편] CEO를 위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여러 해 동안 위기관리위원회 중심으로 다양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을 진행했습니다. 기본 트레이닝은 거의 다 받아 봤고요. 시뮬레이션부터 현장 대응, 시나리오 워크샵 등 다양하게 경험 했습니다. 근데 정작 CEO 대상으로 한 트레이닝이 좀 부족해서요. 어떤 게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인하우스 실무진들과 일부 에이전시에서 혼동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위기관리 트레이닝’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미디어트레이닝이 회사의 위기나 이슈를 전제로 해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진행 될 때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의 범주에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CEO를 위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 곧 미디어트레이닝이다” 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CEO에게 무엇이 가장 절실할까요?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기법에 대한 갈증은 아마 한참 뒤에 위치할 것입니다. 위기 시 CEO에게 가장 큰 고민은 쏟아지는 상황 정보들을 어떻게 해석 평가해야 할까, 그 기준은 무엇이고, 최종적으로 어떤 정보들을 취해 의사결정 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일단 발생하면 수많은 소스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 들어 옵니다. 주변 임원들마다 각자 자신의 해석과 솔루션을 쏟아 냅니다. 아니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임원 모두가 CEO만 바라보면서 자신은 입을 닫아 버리는 경우입니다. 두 경우 모두 CEO는 외롭게 됩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결정을 자기 홀로 해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런 CEO를 위해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평시 CEO를 대상으로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트레이닝’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식은 전문가들의 어프로치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해 아주 핵심 적인 의사결정 주제를 던지고, 이에 대해 CEO가 전문가들과 토론 하면서 의사결정을 경험 해 보는 훈련도 괜찮습니다. 다른 여러 실제 케이스들을 같이 분석해 보면서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 고민과 옵션들을 전문가들과 같이 살펴보고, 반면교사 또는 타산지석을 찾는 훈련도 도움이 됩니다.

CEO를 위해 또 다른 훈련을 제안하자면, ‘우리 회사에게는 대체 어떤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하는 CEO의 평소 의문을 해소해 주는 훈련도 좋습니다. 위기요소진단이나 취약성분석 등과 같은 체계 진단 작업을 하게 되면, 그 결론이 나옵니다. 그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어떤 위기들?’에 대한 큰 그림입니다. 그 그림을 놓고 CEO와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면서 훈련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그 큰 그림 속에는 CEO가 이미 알고 있던, 예상할 수 있던 형태의 위기도 있을 것입니다. 또 그 반대의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각 형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 없이 ‘만약에(what if?)’를 질문하는 전문가들에게 CEO가 해결책을 설명해 보는 일종의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식음료 회사를 설정해 보시죠. 회사 일부 음료 제품에 독극물을 풀어 넣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를 가정해 보자는 것입니다. 범인은 일정 금액의 돈을 달라고 합니다. 돈만 준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우를 식음료 회사 CEO 스스로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CEO의 생각이 정리 되면 전문가가 질문을 합니다.

“대표님, 만약 이런 경우 범인에게 돈을 주시겠습니까?” “얼마까지 가능 하실 까요?” “만약 돈을 준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만약 그 사실이 소비자나 경찰에게 알려진다면?” “돈을 주고도 독극물로 상해 받는 소비자가 나온다면?” “독극물을 풀었다는 제품의 유통 채널을 어떻게 확인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제품을 일단 매장에서 철수 시킨다면?”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합니다. 그에 대해 CEO는 자신의 전략과 생각을 정리 해 보면서 해결책을 같이 찾아 나가는 게임입니다.

위에서 잠깐 설명 드린 바와 같이 CEO를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은 간단히 말해 ‘위기 대응 의사결정 훈련’이 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CEO에게 가장 좋은 위기관리 훈련은 CEO 스스로 실제 위기를 다양하게 자주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EO는 차선책으로 다양한 위기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해 보아야 합니다. 각 형태의 위기를 놓고 깊이 있고 실제적인 의사결정을 해 보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다른 기업 CEO와 임원들이 했던 여러 고민과 옵션을 둘러 보면서 스스로도 의사결정을 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훈련을 받은 CEO는 달라집니다. 실제 위기 시 스스로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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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5편] 대체 뭐가 위기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사내에서 위기요소 진단을 진행했었는데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전사적 또는 부서 관련 위기 유형들을 적어 모아 보라 해서 그렇게 정리 해 보았거든요. 근데 제가 볼 때 별로 위기라고 볼 수 없는 것들도 위기라 하더라고요. 대체 뭐가 위기고 뭐가 위기가 아닌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 기분을 이해합니다. 실제 기업에 들어가서 여러 부서 팀장들과 함께 위기 요소 진단을 해 보면 그런 질문이 종종 나옵니다. 보통 자신이 자사와 부서관련 해 위기라 생각하는 상황들을 적어 몇 개씩 공유하곤 하는데요. 그 다양성에 놀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별에 별 이슈들이 다 나오기도 하죠. 심지어 일종의 소원수리(?)나 내부고발(?) 같은 주제도 거론되고 해서 분위기가 이상해 지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과정이 마치 ‘장님들이 모여 코끼리를 만지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코끼리의 발톱을 만져본 장님들은 “코끼리는 딱딱하고 두꺼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끼리의 꼬리를 만져본 다른 장님들은 “코끼리는 길고 가늘고 부드러운 것으로 마구 움직이는 성격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일부 다른 장님들은 귀를 만지고 나서 “넓고 두꺼운 부채 같은 것이 코끼리입니다” 이야기합니다. 이 경우 다들 생각하는 ‘코끼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죠.

기업 내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무팀에서 떠올리는 위기란 ‘현금흐름 문제’나 ‘매출액의 하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팅팀에서는 재무팀 시각의 위기를 이해는 하지만, 그리 시급하거나 현재 상황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늙어버린 브랜드’나 ‘광고 전략의 실패’를 대신 위기라 봅니다. 인사에서는 마케팅의 그런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고’ 또한 ‘사내 복지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그것이 더 위기라 합니다.

홍보에서는 부정적인 위기가 발생하는 데 ‘홍보예산’이 형편없는 것이 위기라 하소연합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모니터링도 예산이 없어 제대로 못하고 있어 언제 문제가 터질지 조마조마 하다고 하지요. 법무팀에서는 지금 업계에서 문제 되는 ‘지적재산권’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내용이 손톱 및 가시 같은 위기라고 합니다. 어디 한 유형이라도 겹치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걸 다 위기라 정리해야 하는가 아니면 어떤 기준을 두어야 하는가 고민이 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각 부서별로 보는 위기는 그런 것입니다. 그 다음은 그 각각의 위기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을 더 해 보는 일이 남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추가 질문은 “그렇다면 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입니까?”입니다. 만약 그 답변이 아주 간단하게 나오거나, 반대로 아주 광범위하고 중장기적이라면 그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다루어야 하는 우선 순위 높은 위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이물질 감지 센서를 더 구입해 생산라인에 장착하면 됩니다”라는 비교적 단순한 답변이 나온다면 그것은 매뉴얼로 관리할 위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 “글쎄요. 저희가 더욱 더 열심히 일 해야 하겠지요”라는 거대한 솔루션 답변이 나오는 위기유형도 매뉴얼로 관리할 순 없는 위기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누가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 역할을 ‘한두 부서’에서 담당해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뉴얼로 관리할 수준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선 판매점 직원들의 서비스 품질 저하”가 위기라고 한다면, 이를 관리 할 부서는 매장관리팀, 교육팀 등 몇 개로 정해져 있습니다. 전사적으로 여러 부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 건은 아니라는 것이죠.

세 번째 질문은 앞의 두 질문을 통과한 위기로 “해당 위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모두 모여 긴급하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위기유형들을 놓고 솔루션 존재 유무, 관리 책임 부서의 다양 유무, 관리 주체 수준의 적용 가능 여부를 따져 보아야 구체적으로 매뉴얼을 통해 관리해야 할 ‘위기’가 추려 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외 위기 유형들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관심 둘 필요 없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위기 유형은 그 자체로 관리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단 관리 방식과 주체들이 비교적 간단하거나 가능한 것일 경우에는 바로 해버리면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관리 방식이 구체적으로 복잡하고, 관리 책임 주체들이 여럿 연결되어 있고, 그럼에도 최고경영자들이 악화 시 개입해야 하는 것들을 보다 면밀하게 챙겨보자는 것입니다. “그건 위기고, 그건 위기가 아니야”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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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3편]사과나 공감으로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번 이슈에 대한 우리 공식 입장문 초안을 내부에서 리뷰 하는 중입니다. 몇몇 임원들이 공식 입장문에 들어있는 사과 표현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에 대해 추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며 삭제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표현들도 법적인 책임과 연결이 되나 보죠?”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공식 입장문 원문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법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씀 드리기가 힘들겠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실행에서 약간 잘 못 알려진 ‘법적 책임 우려’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위기관리 실무자들끼리는 흔히 공식 입장문을 통해 쉽게 사과하고, 감정적으로 공감 하다 보면 추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분명 틀린 조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어떤 사과와 어떤 공감 문구들이 어떤 식으로 적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평가되는 문구는 흔히 ‘구체적 사실관계’가 들어가 있는 사과와 공감 표현입니다. ‘구체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배상의 기준을 설정’하거나 ‘구체적으로 공적 약속을 하는 경우’도 위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작성되는 수준의 공식 입장문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수준의 내용까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흔히 공식 입장문들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등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공감 표현들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감정적 공감이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이 제외되거나 생략되고서는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미국 같이 소송이 흔한 사회에서도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종종 ‘미안합니다(We Are Sorry)’는 표현을 씁니다. 기업이 인간화되어 전달하는 진실한 의미의 ‘감정적 공감’은 법적 책임의 소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설명 드리면 기업의 사과나 공감 표현에는 ‘우리가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가?’ ‘우리는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무엇을 공감하고 있는가?”하는 보다 정확한 표현이 들어 있을 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적으로 효과가 생깁니다. 그냥 문구에 ‘사과 드립니다’는 표현만 사용한다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공감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런 감정을 제공하게 된 것을 ‘사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 감정에 ‘공감’한다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 그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그 ‘고통을 함께 공감’한다는 의미로 사과와 공감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와 달리 피해자들에게 그러한 고통을 전달한 우리의 구체적 문제 그 자체에 대해 미리 사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이나 책임에 대해 미리 공감 동의한다는 의미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결과들은 현실적으로 추후 정부기관의 조사나 법정에서 판가름 날 수 있는 주제들입니다. 그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나 공감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사과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법적 책임을 우려하여 사과나 공감 그 자체에 인색한 것도 전략적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고 공감해야 현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지속해야 합니다.

모든 사과나 공감이 법적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믿음을 이제는 버리시기 바랍니다. 분노하는 고객과 공중들과 맞서면서 일언반구 사과나 공감 없이 실제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만에 하나 법정에서 승리를 했더라도 그 회사는 나쁜 회사로 남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옳은 기업’보다 ‘좋은 기업’을 따릅니다. 물론 평소에는 ‘옳고 좋은 기업’이 최상입니다. 그러나 이슈나 위기 시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먼저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옳은 기업이 되는 것을 택한 경우보다는 승률이 훨씬 높습니다.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감정에 대한 사과와 공감에 인색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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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2편] 홍보팀이 모든 걸 알 필요가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하면 그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홍보팀과 공유하라고 하셨는데요. 반대로 홍보팀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언론에게 불필요한 정보가 전달될 수도 있으니까요. 홍보팀도 그냥 제한된 정보만 알고 있어야 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 내용 중 ‘홍보팀의 제 역할’이라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만약 그 의미가 ‘홍보팀은 회사에서 전달하라고 하는 정보만 언론에 전달하는 그 자체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라면 그 주장은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 홍보팀을 단순히 언론을 향한 메시지 전달 창구로만 사용하신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물론 골치 아픈 회사의 문제가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와 달리 ‘홍보팀의 제 역할’을 ‘전략적 판단과 실행을 기반으로 홍보팀이 위기관리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씀하셨다면 ‘제한된 정보 공유’는 종종 독(毒)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회사를 더욱 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끌게 되는 비전략적인 개념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회사에게 부정적 이슈나 위기 발생되면 그와 관련 한 모든 정보는 홍보팀과 충분하게 공유되어야 결론적으로 이슈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모든 상황관련 정보는 물론 그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의 의견과 전략들도 홍보팀과 완전히 공유되어야 하겠습니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방향과 기본적 원칙에 대한 것들도 당연히 홍보팀과 공유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유효한 정보들을 취득한 홍보팀은 전사적으로 합의된 전략적 방향성과 단계에 따라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이 이후부터 실행되는 홍보팀의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무엇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떤 메시지가 현 상황에서 유효할 것인가? 어떤 메시지는 위험할 수 있을까?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면 어떤 사전적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신뢰를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커뮤니케이션 로드맵이 홍보팀 내부에서 개발되고, 전사적으로 다시 공유되어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 받은 홍보팀은 이슈 발생 시 언론에 의해 금방 형편없는 창구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일단 기자들보다 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전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게 되 버립니다. 이런 홍보팀이 일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업데이트 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이는 곧 재앙이 됩니다.

기자들은 이내 회사를 대변하는 홍보팀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당연히 홍보팀의 메시지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대신 유효한 다른 창구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홍보팀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강조할 것입니다. 종종 “거짓말한다” “오락가락한다” “억지주장을 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들을 보면 그 속에는 ‘제한된 정보만을 공유 받는 홍보팀’이 존재합니다.

경영진 차원에서 ‘홍보팀을 믿지 못하겠다’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홍보팀 직원들은 기자를 매일 만나던데, 아주 민감한 정보를 홍보팀과 공유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기자에게 그 정보가 전달될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홍보팀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 그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하는 말입니다.”하는 말도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홍보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프로로서 ‘훈련’ 되어 있다는 것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들 대부분이 ‘애사심’에 기반해 여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팀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 홍보팀은 활용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신뢰하지 못한다면 쓰지 말고, 일단 쓰기를 결정했다면 신뢰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 평소 경영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홍보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더 큰 관심과 투자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홍보팀 차원에서도 평소 경영자로부터 최대한 신뢰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질문하신 내용은 정보의 제한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 홍보팀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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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2017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0편] 위기대응이 플랜대로 되긴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번 위기 때면 사전에 대응 플랜을 만들라 하는데요. 솔직히 이전에 만들었던 대로 그냥 구색을 갖추는 것뿐 입니다. 현실에서 플랜이 그대로 실행 될 리가 없어 보이고요. 모든 게 플랜대로 되겠나 해서 거부감이 듭니다. 대응 플랜을 세우는 것이 효과가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예전에 세계2차 대전의 영웅이자 미국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플랜(plan)은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하지만, 플래닝(planning)은 전부다(everything)” 이 말의 뜻은 질문에서 지적하신 대로 대응 플랜은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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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들과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기획하고 뜻한 대로만 모든 것이 이루어 진다면 얼마나 삶이 만만하겠습니까? 플랜은 그냥 플랜일 뿐이죠.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수많은 전투 지휘의 경험을 기반으로 ‘플랜’ 보다는 ‘플래닝(플랜을 세우는 과정과 노력)’이라는 부분에 주목 하고 있습니다.

플랜대로 현장에서 전투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전투를 위해 미리 여러 고민을 하고, 전략을 세우고, 인력과 장비를 준비하고, 예산을 세우고, 훈련을 하는 모든 그 과정을 ‘플래닝’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 ‘플래닝’은 그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승리를 향한 가치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플랜(plan)’인가? 아니면 플래닝(planning)인가? 두꺼운 서류 더미로서의 ‘플랜’을 생각한다면 그건 별반 소용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 플랜을 만들기 위해 위기관리팀이 모여 고민 하고, 발생 상황에 대해 함께 예측과 예상을 하고 하는 작업(planning)을 먼저 떠 올리신다면 그것은 보다 성공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상황 시나리오들이 가능한지, 그 각 시나리오별로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누가 대응해야 하고, 어떤 대응을 통합적으로 펼쳐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먼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예산과 관제와 평가 등에 대한 것들도 살펴보고 챙겨보는 것이 바로 플래닝입니다. 이는 분명히 성공적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대응 그 자체입니다.

CEO께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플랜을 다 세웠나요?”라고 물으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플랜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답변은 플랜이라는 서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네, 저희가 함께 플래닝 해서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준비하고 있습니다)”는 답변이 좀더 신뢰가는 답변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문서의 준비가 아닌 인력들의 준비라는 부분에 핵심이 있습니다.

일단 ‘공유되지 않는 플랜’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플랜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 있어 관련 인력들의 참여가 없는 플랜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플랜이란, 모든 관련 인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실제는 어떻습니까? 혹시 예상되는 위기 대응 플랜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플랜을 예전 양식에 맞추어 문서화 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까? 혹시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뢰 해 알아서 플랜을 짜달라 하지는 않습니까? 플랜을 한 두 명의 홍보실 담당자가 뚝딱하고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적은 없습니까? 혹시 CEO께서 구두로 읊어주신 대응 방식들을 버무려 플랜이라 칭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플랜보다는 ‘플래닝’에 보다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서류나 문서를 떠올리지 마시고, 그 대신 같이 모여 고민하는 장면들을 떠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처음과 끝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서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는 과정의 의미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만들어진 플랜대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플래닝을 한 조직은 그 과정에서 얻은 역량을 기반으로 조석변개(朝夕變改)되는 상황에 보다 잘 대응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만약 변화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다시 모여 수정된 대응을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종이 더미인 ‘플랜’으로는 위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플랜’을 생각하시기 보다는, 그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더욱 더 주목하셔야 합니다. 책장 속에 전시되고 있는 매뉴얼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위기 시 아무 가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플랜에 집중하기 보다는 플래닝에 집중하는 성공적인 기업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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