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10월 17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18편] 위기 시 본사와 협업이 어려운데 어쩌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유럽에 본사가 있고요. 평시 경영부터 위기 때까지 모든 것을 본사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인데요, 무조건 하나부터 열까지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좀 쉽게 위기관리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마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똑 같은 고민과 바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잘 모르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해외 본사의 우려와 관여 그리고 여러 요청들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해당 위기 보다 본사에서 오는 여러 위기관리 지시 사항이 더 무서운 경우까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국내기업들과 다른 몇 가지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첫 번째, 위기 발생 후 최초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부는 최초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상황을 본사 위기관리팀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보고하느냐고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본사 임원들과는 시차나 물리적 거리 없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해도, 수시간 시차가 있고 물리적 거리가 먼 해외 본사와의 상황 공유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있는 해당 위기상황을 본사는 한국 현지보다 잘 이해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도 그 어려움이 이해는 됩니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나라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판매시설들이 훼손되었다 상황을 상정해 보시죠. 서울 본사 임원들이 아무리 컨퍼런스 콜을 하고 이메일 보고를 받아도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주체에 대한 사전 이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훼손된 시설의 정도나 사후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도 서울에서 점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도 똑같이 서울에서 발생한 위기를 그런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세 번째,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앞에서 시차와 물리적 거리를 이야기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위기의 위급성을 판단하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맞물려 실시간 변화하는 위기관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한국 지사 위기관리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간 협업체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호간 의견교환과 외부 전문가 자문 그리고 통합적 의사결정에 당연히 일정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됩니다. 일종의 조직적 옥상옥(屋上屋)이 존재하는 셈이라 이 문제는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넷째 상황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대한 본사 관여가 상당합니다. 일개 표현 하나 단어 선정 하나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거의 목숨을 거는 듯 해 보입니다. 문제는 본사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언어적 단어와 표현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훌륭한 메시지로 보여도, 한국에서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홍보팀은 위기 시 이 때문에 메시지 작성과 변역, 수정, 번역, 수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로 얻은 메시지의 품질은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내 지사 차원에서 본사의 가이드에 따라 상당히 ‘강력한’ 위기관리팀과 프로세스를 평시에 세팅 해 놓는 것뿐입니다. 이를 통해 본사 위기관리팀으로부터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 역량을 탄탄하게 인정받아 놓아야 합니다. 본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업데이트 하고,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본사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본사 최고임원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의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역량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에 있어서 본사로부터 국내 현지 위기관리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초기대응과 의사결정에 있어 한국 지사장의 리더십을 본사 위기관리팀이 인정하고 권한이양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끊임없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하지만, 본사 위기관리팀이 현지 위기관리팀을 신뢰하지 못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스타일의 위기관리로는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본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한국 지사의 위기관리팀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것이 열쇠입니다.

# # #

7월 2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106편] 황당한 사과 광고와 메시지, 왜 이럴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한 회사에 대해 여러 언론에서 상당한 의혹을 제기하며 사정기관 개입을 주문하는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회사가 해당 의혹에 대해 사과광고 비슷한 걸 냈더군요. 문제는 사과 형식이나 메시지가 전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이런 실수는 왜 반복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에서 위기관리 매니저들끼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위기관리를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것인 아니다. 어떻게 해야 문제가 풀릴지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걸 말하기가 참 어려워서 그렇지…” 이 말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위기관리 성패에 대해 외부 시각으로 평가 하는 데에도 기본적으로 참고해야 할 내용이고요.

일단 사과문 형식이나 내용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경험상 그 회사가 어떻게 사과하는지 잘 모르고, 한번도 사과해 본적이 없어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그 회사는 이미 여러 번 사과를 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엔 이상한 실수를 저질렀을까 하는 것이 의문인 거죠.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 시각으로 보아 ‘이상한/괴상한’ 형식이나 메시지가 실제로 표출되는 경우 그 이유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선의 개입’ 또는 ‘이질적 인사의 개입’이 큰 이유가 됩니다. 평소에 해당 기업에서 정상 홍보업무를 하고 있던 임원, 팀장, 직원들이 있었던 회사에서 이런 이상한 대응 방식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로 그것뿐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사과/해명 메시지를 몇 줄 구성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인력들이 투입됩니다. 총 10줄이 안 되는 짧은 사과/해명문이라 해도 최종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그 짧은 메시지가 나오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수 인력의 깊은 고민이 전제됩니다.

A라는 표현은 안 된다. 대신 B라는 표현을 쓰자. 아니다. B라는 표현도 민감하다. 차라리 A-1 표현은 어떤가? 아니다 다 위험하니 차라리 C 표현으로 대체하자. 이런 논의들이 지속 반복되고, 여러 부서 인력들에 의해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그 짧은 메시지에 뭐 그렇게 고생을 하는가 하겠지만, 공식 입장문이라는 것의 중요 중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시각에서 황당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아까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 길고 긴 고민의 과정에 소위 ‘비선’이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회장님이나 대표님과 친하다는 전문가(?)가 나타납니다. 전혀 해당 상황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크리에이티브로 무장했다는 분들도 비선으로 불쑥 나타나 한마디씩 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기존에 전략이나 논리를 중심으로 공식 입장문을 가다듬던 정규 부서와 인력들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못합니다. 최고의사결정자께서 해당 비선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함에 박수를 칩니다. 왜 우리 인력들은 이런 상큼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가 하십니다. 점점 더 의사결정은 위태로워 집니다.

정말 회사를 위한다면 이 정도 단계에서 “위험합니다. 그렇게 메시지가 나가게 되면 이런 이런 반응들이 예상됩니다.”라는 사전 경고 메시지를 내부적으로 공유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할 상황이 되 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내부 담당 임직원들에게는 못 마땅한 메시지가 공식 입장으로 표출됩니다.

당연히 그 이후에는 엄청난 후폭풍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후 대응도 문제가 됩니다. 해당 공식 입장문에 대한 부정적 사회 반응을 취합 해 최고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는 것도 내부에선 힘이 듭니다. 마치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이 부정 상황에 책임을 지십시오’라는 행위 같아 보일 수 있어서 입니다.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위기 시 가장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비선’의 갑작스러운 개입입니다. 그들 중에는 실제 기업 위기관리 경험이 일천한 사람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가시성만 높아져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무언가 일거리를 주기 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위기 대응에 있어서 ‘오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기간에 큰 성과나 변화 비슷한 것을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는 절대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 아닙니다. 위기관리에 있어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이란, 검증된 그룹에 한 해 한정적이며 효율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주치의는 내부 위기관리팀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그들의 이해와 숙련도에 기반해 진행되는 게 맞습니다. 외부 컨설턴트는 특수한 진단이나 수술에 단련된 전문의라 보시면 됩니다. 주치의를 도와 수술 집도를 할 수 있지만, 주치의의 메쓰를 뺏어 던져버리고, 자기가 수술대를 장악하면 안됩니다. 훌륭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그런 상황을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 # #

5월 30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새책 소개] 기업의 입

증명사진_기업의 입 입체 표지

얼마전 지인들과 저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 다른 외국 사람들이 지은 미디어트레이닝 책을 보고 있다는게 이상하지 않나?”

그게 이상하다고 느낀게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부터 기존 제가 썼던 미디어트레이닝 칼럼들과 실제 우리 회사에서 클라이언트들에게 제공하는 미디어트레이닝 서비스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년의 시간동안 미디어트레이닝 현장에서 기업 대표와 임원들과 나누었던 많은 질문들과 고민들을 하나 하나 기억 해 묶었습니다.

얼마전 한 기업 대표님과 임원분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왜 기업이 언론을 두려워할까요? 왜 기자를 찜찜하다며 피할까요?”

대표님과 임원분들은 그 질문에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걸…’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기업이 언론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입니다.”

대부분 언론을 두려워 하고 피하는 사람들의 이유도 그와 같습니다. 기업이나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고, 그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언론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 책 ‘기업의 입’은 마땅히 해야 할일을 이미 한 기업들을 위한 책입니다. 단지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준비되어있지 않은 기업들을 위한 조언입니다.

기업의 입은 직접적으로는 대변인(spokesperson)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광의로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자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책은 기업을 대표해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대변인, 자신 스스로를 위해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유명인, 클라이언트를 대신해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에이전트 모두를 위한 기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책 ‘기업의 입’ 프롤로그로 책을 위해 고생하신 코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

기업의 입_The Mouth of Corporation

프롤로그

90년대 후반 어느 날이었다. IMF로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위태한 나라들 중 하나이던 당시였다. 내가 다니던 홍보대행사에게 한 글로벌 합작회사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업무 요청이 들어왔다. “일본에서 자사 아시아태평양 경영진들과 홍보담당자들을 모아 위기관리 세션 및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귀 에이전시에서 이번 트레이닝을 지원할 컨설턴트를 한 명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협업해서 트레이닝을 진행해주었으면 합니다.”

당시 담당 컨설턴트였던 나는 그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본 행 비행기에 올랐다. 도쿄에 가보니 한국에서 온 클라이언트사 한국지사(합작사)대표와 홍보실장이 나를 반겼다. 한국인이라고는 나와 홍보실장, 딱 둘이었다. 며칠간의 트레이닝은 방송 기자 출신 영국인 컨설턴트와 일본계 미국인 컨설턴트들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물론 미디어 트레이닝 속 실제 질의응답 훈련도 영어로 진행되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한국지사의 한국인 홍보실장에게 질의응답들 중 일부를 한국어로 묻고 돌아온 한국어 답변을 분석해 코칭 해 주는 것이었다.

같은 한국인끼리 여러 외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기자역할을 하는 내가 한국어로 질문하고, 그 홍보실장은 한국어로 답변했다. 메인 컨설턴트인 영국인이 내게 이렇게 물었다. “제임스, 어때? 이 홍보실장은 정확하게 준비된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며칠간의 트레이닝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날 밤, 도쿄 호텔에서 그 홍보실장과 단 둘이 맥주를 마셨다. “왜 내가 영어로 기자 인터뷰를 해야 하지? 한국 기자들이 영어로 질문할 리 있어? 한국 언론에 대해서 영국인이 무얼 알까?” 그 홍보실장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IMF로 많은 한국 회사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외국인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던 시기였다. 그들이 기준이 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한국에서 한국어로 한국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그 후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나는 그때의 꿈에 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를 차려 일하고 있다. 당시 나와 같았던 컨설턴트들 수십 명과 함께 현재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적 미디어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한국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과 자문을 진행한다. 이제는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도 더 이상 외국어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한국과 중국의 언론환경을 혼동하는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일하지 않는다.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사의 컨설턴트들도 한국적 위기관리와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우리를 존경한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할 수 없는 트레이닝과 자문을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를 설립한지도 8년이 지났다. 우리 컨설턴트들은 연간 최소 70~80회 이상의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고위 임원들은 이제 일대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는다. 기업 신임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련을 받기도 한다. 우리를 통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는 기업과 조직 리더의 수는 연간 최소 1000여명이 넘는다. 그간 수천 명의 한국 내 기업 및 조직 리더들과 함께 ‘메시지의 전략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는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0년전 일본 도쿄에서 품었던 컨설턴트의 작은 꿈이 한국 내 시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 책을 쓰는 현재도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기자들과 ‘오프더레코드(비보도전제)’를 기대하면서 역사에 남을 엄청난 실언을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경찰과 검찰 조사를 향해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다양한 실언과 냉소를 뱉어 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언론의 부정적 취재에 대응한다면서 앞뒤 맞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메시지를 계속 쏟아낸다.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의 답변은 더욱 더 당황스럽다. 연이은 사회적 공분(公憤)은 식지 않는다.

기존 지상파를 넘어 인터넷언론과 종편들이 생겨나면서 뉴스 보도의 방향성은 사회 비판과 이를 기반으로 한 부정적 여론화에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공분이 언론을 먹여 살리는 셈이 되어 버렸다. 이를 위한 언론의 취재 경쟁은 가열되고 취재 기법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기자들의 취재욕심은 하늘을 찌른다. 당연히 맥락이 보도되기 보다는 취재원의 입에서 나온 단어, 표현, 사례 한 조각에 쌍 따옴표가 붙여진다.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더 이상 공적 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분리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기업과 조직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개인적 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말은 자의건 타의건 보도와 공유를 전제로 하는 벌거벗은 환경이 되었다.

모든 게 바뀌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아직도 크게 바뀌지 않아 보인다. 기업이나 조직을 대표하는 고위 리더들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마인드가 그렇다. 아직도 그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기자들 앞에서 ‘비보도전제’를 외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리더들이 남아 있다. 다가오는 TV 카메라와 PD와 육박전을 마다하지 않는 리더들이 남아있다. “내가 못할 말을 했나? 그렇다고 내가 틀린 말을 했나?”하며 적절하지 않은 말을 기자에게 전파하는 분들이 여기 저기 남아있다.

몇 시간에서 며칠만 지나면 금방 거짓말로 들통날 이야기를 뻔뻔하게 보일 정도로 기자들에게 설명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리더들이 아직 존재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일선은 고발 프로그램 PD와 기자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힌다. 홍보실을 통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경험을 한 노련한 PD와 기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는’ 일선 직원들에게 접근한지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나 조직의 일선은 아직도 상당 부분 방치되어 있다.

잠입취재, 비밀녹화와 녹취, 일선 직원들과의 인터뷰, 여러 소스를 통한 자료 취합, 소셜미디어에 대한 취재, 확인되지 않은 분절적 정보에 대한 즉각적 기사화, 아니면 말고 풍의 온라인 언론들… 유사 이래 현재와 같이 기업이나 조직을 위협했던 미디어 환경은 없었다. 당연히 기업과 조직도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기업의 입’을 훈련하고 준비해야 옳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두 번째 꿈이 있다면, 기업이나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국민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커뮤니케이션은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 리더나 창구의 입을 잘 관리하면, 지금과 같이 언론을 관리하려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들은 언론 기사나 보도를 통해 황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메시지, 소비자가 기대하는 메시지,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당연히 들어야 하는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기업과 조직이 많아져야 한다. 리더들은 그러한 실행을 반복해서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쌓아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원칙을 이야기하고, 철학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리더십이 많아져야 한다.

한국적 미디어 트레이닝이란 한국을 좀 더 살만한 나라,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없는 사회, 기업과 조직이 실제로 존경 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를 ‘재미없게’ 만들어 보자. 사회적 공분이 사라질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이다.

‘행복하게 살자’는 단순한 가훈을 걸어 놓고, 남을 먼저 행복하게 만들려고만 노력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하는 우리 식구들에게 이 책을 통해 감사하고 싶다. 멀리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자랑스러운 딸 다운과 매일 아침 남편의 구두 끈을 손수 메주는 지극 정성의 아내 지현에게 항상 감사한다. 이 책을 위해 자료를 관리하고, 후배 미디어 트레이너로서 상당 부분을 정리 해 준 스트래티지샐러드 송동현 부사장과 조아름, 강명석 컨설턴트, 강소이 코치에게도 감사한다. 이와 함께 한국을 행복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노력에 매일 정진하고 있는 스트래티지샐러드 모든 컨설턴트들 하나 하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모두 행복하자.

2017. 6. 7.

정용민 씀

증명사진_기업의 입 표지

4월 04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91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타겟말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대상 ‘타겟 오디언스’를 설정하라 하더군요. 각 이해관계자 우선 순위를 지정해서 그에 따라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타겟 오디언스를 전국민으로 하면 어떤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효율성’이라는 축과 ‘효과성’이라는 축간의 밸런스를 고민합니다. 아무리 효율성이 크다 하더라도 효과성이 반감되면 안되고요. 반대로 효율성은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효과성은 크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됩니다.

특히나 위기 시 진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두 축에 여러 변수들이 더 투영됩니다. 일단 ‘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겨납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의 밸러스를 다투더라도 그 결정이나 실행에 있어 ‘시간’이라는 변수를 해치는 상황이 생긴다면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인식’이라는 변수도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들이 단박에 사라져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우리가 그것을 통제하려 시도하는 것이 현재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질문에서 ‘타겟 오디언스’를 말씀하셨는데요.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국민이라는 타겟 오디언스는 평시에도 통제 불가능 또는 접근 불가능한 타겟 설정입니다. 물론 ‘효과성’은 때때로 클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유효한 수준으로 설득하는 데에는 너무 과도한 ‘효율성’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해당 위기관리에 정말 필요 충분한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민이 해당 위기 상황을 아직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예 인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해당 기업과 문제에 별반 관련이 없어, 관심이나 아무런 인식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말 그대로 매쓰(mass)한 접근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대부분 ‘위기 시 타겟 오디언스를 정확하게 정의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이 의미는 해당 위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우선 순위를 두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효율성, 효과성, 시간, 감정, 인식 등등의 전략적 고려 사항을 감안하기 이전에, 아주 당연한 ‘대상’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고, 억울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케이션의 ‘직접 대상’으로 놓는 것은 아주 단순한 상식입니다.

그들을 ‘제외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서 해당 위기를 관리하겠다 생각하는 것은 반대로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이던, 어떤 형태로든지 수면 위와 아래에서 어떤 접근자를 통해서라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케어(care) 해야 맞습니다. 즉, 그들에 대한 ‘관리(management)’ 성패가 위기관리 전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렇게 보면 타겟 오디언스의 규모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로 인해 아주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고객 또는 고객 수십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이 포함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 시설의 사고로 인명을 달리한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과 가족들 또한 해당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타겟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수십에서 수백 명의 ‘실명’ 타겟 오디언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회사가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입니다.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실제로 피해를 입은 그들의 것보다 더하다는 생각은 잘 못된 것입니다.

이런 ‘해야만 하는 노력’에 대한 고통을 피하는 회사는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신 ‘익명’으로 해당 위기와 별반 관계 없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습니다. 회사는 핵심 타겟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못하면서, 언론사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정부나 국회에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과광고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려 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핵심 타겟은 대체 누구입니까?

# # #

 

3월 062017 Tagged with , , , , , , , , , , , , , , 0 Responses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87편] 좋은 대변인은 어떻게 구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을 해서 언론으로부터 점점 많은 취재 요청을 받고 하는데요. 홍보임원이나 팀장급을 겸해서 대변인 형태의 포지션을 구하려고 합니다. 대표이사인 저를 대신해 언론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업무를 할 텐데요. 좋은 대변인은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홍보역량은 일단 기본으로 하고 대변인으로서의 역량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부나 공공기관 또는 정당 단체 등에서는 그 대변인이라는 공식 직함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대부분 말씀하신 대로 홍보임원이나 팀장이 회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상 대변인으로서의 업무는 모두 같다고 보셔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직원은 첫째로 일정기간 이상 ‘대언론 관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던 자이어야 합니다. 언론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언론과 일상적으로 장기간 대화 해 본 경험을 보유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대변인 역할을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대언론관계 경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로, 정무 또는 여론감각을 지닌 자이어야 합니다. 언론과 장기간 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모두가 여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을 넘어 여론의 방향을 읽고 이에 따라 언론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전략적 시각을 보유해야 좋은 대변인이라고 봅니다. 자사의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자는 절대 좋은 대변인이 아닙니다.

셋째로, 전문적인 훈련을 여러 번 거친 실무자이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가장 부족한 점인데요. 쉽게 말해서 국내 대변인들은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 타입이 많습니다. 직접 기자들과 스킨십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겪고 그 자리에 있는 대변인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그들의 역량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에도 점차 제대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이를 필드에서 반복 경험하며 성장한 보다 균형 잡힌 파이터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변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에 직접 질문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대표이사가 좋은 대변인을 키운다는 마음입니다. 좋은 대변인을 만들고 싶다면, 고용한 준비된 대변인을 항상 옆에 놓고 상호간에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십시오. 조직이나 사람을 대변(代辯) 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그의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이나 대표이사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하기 원하는지를 완전하게 알고 있어야 대변이 가능합니다. 외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이나 전략 등은 그 다음입니다.

그런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스스로 항상 대변인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대변인으로부터 정제된 메시지를 재청취하고, 각각을 토론하면서 상호간 많은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예전 어느 광고에서처럼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주장입니다. 대표이사 스스로 말을 많이 해야 대변인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외부로 정제된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경험 많은 대변인을 뽑아 놓으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자만하는 대변인이 자기 생각대로 기업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경험 있는 대변인들 중에는 현란한 애드립으로 이슈를 넘기는데 익숙한 대변인도 있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논리로 언론을 설득하는데 치중하는 대변인도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내부 충성에만 치우쳐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열심인 대변인도 있습니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공유 받은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이어지는 스킨십으로 대변인의 역할을 스스로 규정해 버린 대변인도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먼저 대변인과 대화하십시오. 대변인에게 질문하십시오. 대변인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십시오. 언론을 통해 자신의 회사가 어떤 기업으로 이해 받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십시오. 그렇게 되기 위해 회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변인에게 자문 얻으십시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이 ‘외부에서 볼 때 훌륭한’ 대변인을 만듭니다. 반대로 나쁜 대변인은 그런 내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대표가 대변인을 키우는 겁니다.

# # #

10월 11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29] 직원들의 입을 하나로 만들자

 

직원들의 입을 하나로 만들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 시 가장 간과되는 이해관계자가 바로 내부 직원이다. 직원들이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직원들이 몰라도 문제다. 창구 일원화와 함께 조직의 입을 하나로 만들자. CEO는 위기 시 직원과 가장 먼저 대화하자.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창구를 일원화 하라조언한다. 훈련 받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직원들이 위기 시 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 직원이 입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시스템은 없다. 기업 위기는 예방하기 무척 힘들다. 하지만, 기업의 입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준비만 하면 상당부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직원 가이드라인을 교육하고 임직원들이 공히 트레이닝 받는다. 대두되는 이슈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서 그에 대해 입을 하나로 모으는 훈련을 반복한다. 직원이 1만명인 기업이 1만개의 입을 모두 통제할 수 없으니, 그 차선책으로 훈련 받은 대변인(대부분 홍보임원)을 내세워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는 전략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대변인 외 회사의 메시지를 모르는 직원 1만명은 어떤가? 잠재적인 지뢰밭이다. 이들에게 최소한이라도 공식 메시지를 이해시키고, 이를 전달하는 훈련을 제공 해 ‘(공식 대응은 하지 않더라도) 하나로 입을 모으는체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은 대응 보도자료를 낸다. 홈페이지에 팝업을 올려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다. 해당 위기에 대해 흔히 질문되는 FAQ를 만들어 자사 답변을 전달하기도 한다. 기업 SNS 채널들을 총 동원 해 자사의 입장을 적극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작업 중 가장 흔히 간과되는 대상들이 내부 직원이다. 본사 일부 임원들과 팀장들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자사 직원들에게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리지 않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궁금해 한다. 무언가 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신문과 뉴스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리고 불안 해 한다. 우리 회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갈 것인지 알지 못해서다. 누군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직원인 자신에게 아무도 무엇을 어떻게 해라 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방지해 보자는 것이다.

직원들이 외부에서 회사 관련 위기 정보를 찾아 다니게 하면 안 된다. 외부에 퍼져있는 반기업 메시지들을 먼저 이해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힘들어 진다. 각종 루머와 억측들을 사실로 받아 들이는 직원들이 많아 지면 더 큰일이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계속 직원들에게 질문한다. 그에 답하는 직원들이 내부에 공유된 정보가 없어, 외부의 루머와 억측들을 확인 또는 동조하게 되면 이미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 일이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고지하자. 그들에게 정확한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고 FAQ 정보들을 공유하자. 그들에게 공식적 대변인 역할을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먼저 이해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게 만들자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근거 없는 루머인지, 어떤 것이 말도 안 되는 억측인지 가려 낼 수 있는 혜안을 주자는 것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질문 할 때 정확하게 회사의 입장과 논리를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주자는 것이다. 나아가 1천에서 1만명의 직원들을 살아 움직이는 비공식 대변인으로 사회 여론 형성에 이바지 하게 하자 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기업 위기 시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알리라는 이 원칙은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 기준이 되었다. 기업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면 이제는 불과 몇 분 만에 소셜미디어에 해당 사실들이 공개된다. 이런 최근 상황에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해 소셜미디어들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 하자는 전략들을 세우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위기 발생시 직원들에게 이심전심만을 기대하면 안 된다. 가장 먼저 알리고 공유하고 이미 훈련된 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간과되었던 내부 직원들을 하나로 모아 일사불란 함을 더하자.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라면 위기 시 직원들과 가장 먼저 대화하라는 조언이다.

#  #  #

10월 05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 시 메시지는 권력이다

위기 발생 시 메시지(message)는 곧 권력(power)을 의미한다. 당연히 메시징(messaging)은 권력을 기반으로 하며, 배경으로 한다.
대선 후보들 주변의 대변인들을 해당 후보의 복심(腹心)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메시지의 권력적 특성 때문이다.

[참고] 복심 (腹心) : 마음속 깊은 곳. 또는 그곳에 품고 있는 심정. 마음 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개인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용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생성 절차를 거치게 마련이다.
1. 상황파악 — 2. 전략적 대응 고민 — 3. 의사결정/메시지 개발 — 4. 상황관리 실행 및 위기 커뮤니케이션(메시지 전달)
대부분의 기업/조직/개인의 대변인들은 이 전체 프로세스에 직접 관여하고 이를 통제하며, 통합해야 한다. 반대로 어떤 프로세스에서도 소외되거나 분리되면 성공적인 위기관리 메시징은 불가능해진다.
1. 상황파악
즉, 위기관리 메시징과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대변인은 위기 발생 직전/후부터 전방위적 상황파악이 가능한 위치에 있는 자여야 한다. 또는 상황관련 정보들을 강제적으로 취합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 자이어야 한다.
상황관련 정보를 부분적으로 접하는 위치에 있거나, 취합을 강제하지 못해 주변에서 구경하는 대변인은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런 위치에 있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을 거느리는 기업/조직/개인의 경우 위기 시 종종 ‘무조건 부정’ ‘오락가락’ ‘말 바꾸기’ ‘조변석개’ ‘왔다리 갔다리’ ‘오리무중’ 등 같은 여론 평가를 받는다.
2. 전략적 대응 고민
전략적 대응 고민 프로세스에서도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의 관여는 성패를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은 여론의 동향과 추이에 대한 취득정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상하게 되고, 최고의사결정자에게 건의하게 된다.
즉,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오프라인 및 온라인 상의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의 여론 특성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프로페셔널한 전략적 대안들을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채,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특정 분야에 기반한 직관적 인사이트를 가진 기능적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분명 한계를 보인다.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사전 공감대나 상호존경의 관계 설정이 되어 있지 않는 대변인은 성공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결정 받을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
이런 류의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위기 시 대부분 ‘황당한 전략’ ‘당황스러운 반응’ ‘이해관계자 분노’ ‘맥을 잘 못 짚었다’ ‘갸우뚱’ 같은 여론 반응을 생성하곤 한다.
3. 의사결정/메시지 개발
앞의 프로세스와 같이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직접 의사결정을 하지는 못하지만, 최고 의사결정 그룹에게 정확한 전략적 대안들을 인식시키고, 반영시킬 수 있는 권력을 보유해야 한다.
만약 최고의사결정자가 부재 시 위기가 발생해도, 평소 사내 공감대와 전문적 위치 권력에 근거 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리드하거나 부분적인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 주요 역할은 결정된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위한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또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며, 여러 번의 경험과 축적된 인사이트들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내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 권력을 기반으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렇지 못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을 보유하는 기업/조직/개인의 경우 위기 발생 시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메시지’ ‘말도 안되는 괘변’ ‘앞뒤가 맞지 않음’ ‘변명인가 해명인가?’ ‘때 늦은 입장 표명’ 등으로 여론 반응이 형성되곤 한다.
4. 상황관리 실행 및 위기 커뮤니케이션(메시지 전달)        
일반적으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만 담당할 뿐, 상황관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항상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일체형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 기능적으로 이 둘을 분리해 상호간 관여도를 제한하다가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힘들어 진다.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상황관리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여 권력을 보유해야 한다. 위기 발생 전후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상황관리 활동들에 인풋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메시징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권력을 지녀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통합적인 권력을 보유하지 못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들의 기업/조직/개인은 대부분의 위기관리를 기능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한다.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에만 충실할 수 밖에 없는 단절된 위치로 인해 마이크로 한 위기관리 대응에만 몰두한다.
위기를 조명한 신문기사를 빼려고 노력한다거나, TV 방송사에 가서 사정을 한다거나, 온라인 댓글을 밀어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달걀계정들을 돌려 이슈를 덮으려 시도한다. 당연히 이러한 기능적인 위기관리 활동 그 이상에 관여하거나, 통합적으로 메시징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최근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과 관련 한 검증 논란들이 발생하면 대응하는 패턴들은 이런 현실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사실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하지 못하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 전략적인 고민에 충실하지 못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 의사결정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개발에 둔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 상황관리와 통합된 위기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한계를 보이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들이 있다면 이에 해당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마찬 가지다.
반대로 이 모든 프로세스에 있어 완벽함을 보여주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즉 강력한 권력을 보유한 자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인 기자들의 평가를 보면 해당 대변인이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그 여부를 알 수 있다.
“그 (대변인/홍보담당) 양반은 업(業)에는 관심이 없어…”
“그 쪽 대표가 홍보담당들을 별로 높이 사질 않아. 차라리 대표 자기에게 먼저 전화하라 하더라고”
“그 선수는 아주 밥 맛이야. 별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평이 좋질 않아”
“사람은 좋은데…별로 일은 못 해”
“그 쪽은 대변인/홍보담당자가 아무 파워가 없어…조직이 원래 그래. 차라리 거기 OOO이가 더 실세야”
“거기에도 대변인/홍보담당자가 있었나? 근데 왜 아무 연락도 없었지??”
“그쪽 선수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연락도 안되고…”
위기를 관리하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에 대해 이런 반응과 평가가 기자들로부터 나온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지 않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8월 14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OO은행 사보 기고문] 내일 신문기사에서 내가 한말을 읽는다면?




내일 신문기사에서 내가 한말을 읽는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린 시절 이런 노래를 불렀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자라서인지 많은 어른들은 아직도 자신이 TV에 출연하거나 신문기사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내심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도 그럴 것이 5천만 인구 중 소수의 여론지도층으로 불리는 대단한 분들만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루어지다 보니 내 이름을 신문이나 TV에서 발견하면 ‘내가 유명인사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인 거다.
그렇다. 식구들과 명동길을 거닐다, 또는 남산 산책을 하다 ‘나들이 인파 현장 취재’를 나온 TV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고 추억임이 틀림없다. 유명 관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다가온 지역신문 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는 것은 멋진 기록이 될 것이다. TV나 신문 취재와 관련된 그런 개인적인 재미를 경계하라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사와 관련 된 취재에 대응하는 부분이다.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평소 이야기 한다. ‘외부 언론의 취재는 요청을 받은 즉시 홍보실에 알려 홍보담당자들의 가이드에 적절히 따라주십시오.’ 전문가들의 조언과 기업 홍보실의 경험에 의해 대언론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항상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개인적으로 외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정보를 주는 직원은 곧 추후 인사조치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받고는 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직원들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직원들의 언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사의 기자들에 대해 한번 생각 해 보자. 그들은 하루 종일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자신의 기사를 위해 취재원과 기술적인 인터뷰를 주고 받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기업 내부 직원들에게 취재를 목적으로 다가 올 경우에는 충분한 준비 후 아주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에 비해 기업 내부 직원들은 어떤가?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을까? 기술적으로 취재전문가인 기자의 유도 질문을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훈련 받았을까? 민감한 이슈와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익숙하게 분별 가능할까? 아쉽게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취재를 시도하는 기자들과의 대화나 인터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친구나 동료들과의 대화와는 그 방식이나 해석에 있어 큰 다름이 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때 친구나 동료들은 내가 이야기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세부 단어나 표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취재를 위해 대화를 나누는 기자들은 내가 말한 단어와 표현과 같은 세부사항에 큰 관심을 둔다. 맥락이 어떻든 자신이 쓸 기사나 방송할 보도 영상을 위해 나의 말을 부분 부분 해석해서 가공하곤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CEO들과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좋은 취지인 줄 알고 기자와 인터뷰 했는데, 내가 긴 시간 이야기 한 내용들은 다 버리고 앞과 뒤만 싹둑 잘라 이상한 표현만 모아 9시 뉴스에 딱 방송 해 버리더라고요. 그 방송 내용 때문에 제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당연하다. 앞에 이야기한 것을 생각해 보시라. 기자는 취재전문가다. 반면에 대부분 인터뷰 대상들은 언론 인터뷰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아무 준비 없이, 훈련 없이 마주서게 되면 백전백패가 당연하다. 패배를 예상하고 경기에 나오는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에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허락된 직원이 아니면 언론과 말 조차 나누면 안 되는 걸까? 기자가 오면 일단 자리를 피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아니면, 말은 하되 사실관계 확인만 친절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을까?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일 것? 앞에 이야기를 들으니 솔직히 고민이 될 것이다.
일단 기자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맞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무뚝뚝하거나 무심한 것 보다는 낫다. 대신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지 어떤지 모르더라도 회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일단 긴장 할 필요가 있다. 자칫 나의 진심이 가공된 기사 내용으로 수천만 국민들이나 수백만 고객들에게 ‘공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벌벌 떨거나 흥분할 필요까지는 없다.
“O기자님, 죄송합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수 있는 적절한 담당자가 아닙니다.”라 이야기 하자. 그리고 “제가 홍보실쪽으로 연락을 해 드릴 테니 필요하시면 홍보실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라 해법을 제시하자. 이런 답변에 당연히 기자는 번거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럴 것을 대비 해 이해를 구하자. “기자님의 질문에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공손하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회사 가이드와 연락 정보에 따라 홍보실쪽에 해당 기자를 연결 해 주면 된다. 이 방식이 직원 개인이나 회사 전체를 위해서도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대응훈련 전문가들은 기업 CEO들과 임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내일 신문기사에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처음부터 그 말을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오.” 전문가들의 이러한 조언과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무심하게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공통점을 보인다. 자신의 코멘트를 실은 신문기사나 TV보도를 보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크게 먼저 놀란다는 점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스릴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이제부터 라도 위의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명심해야 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하는 노래 가사는 유치원 시절까지만 딱 유효한 순수한 꿈이 아닐까 한다.
# # #
4월 18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모연예기획사 위기 : 사과의 주체가 누구이고, 사과의 대상은 누구인가?

최근 모 연예기획사 대표의 소속 연예인 성폭행 논란이 기사화 되면서 해당 기획사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자 모 온라인매체에 보도 된 해당 기획사의 사과문을 읽어 보니 일반적이지 않고 이상하기 까지 한 메시지들이 보인다.

하단 사과문 이미지는 사과문을 보도한 모 온라인매체 기사 내용에서 캡쳐한 것이다. (해당 기획사 홈페이지는 다운된지 오래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소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11621



위의 사과문 메시지를 읽으면서 드는 몇가지 의문점들:


1. 대체 누가 해당 사과를 하는 주체인가? 사건관련 내용들을 보면 해당 회사의 대표가 사과를 해야 하는 주체인데 이 사과문에서는 회사명을 들어 회사가 사과를 하는 형식이다. 회사가 사과를 한다면 구체적으로 전체 사건 중 회사가 사과를 해야하는 guilty 부분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2.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라는 표현을 통해 해당 회사와 불미스러운 일의 주체와는 분리를 시도하는 듯 하다. 회사는 제3자. 즉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해당 사과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강조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메시지들은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린다’라고 표현 해 심각한 guilty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앞과 뒤의 표현과 입장이 서로 일관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심적 공감시도일까?

3. 공지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회사를 제3자 입장으로 강조하려 한다면 왜 공지가 늦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더 나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단순한거 아닌가.

4. 그 이후 핵심메시지는 ‘자사의 소속 연예인 보호’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추측성 기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런 요청의 대상은 누구인가? 기자들로 보인다. 그러면 그 이전 사과와 사죄의 경우도 기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을 뿐인가? 사과문의 대상이어야 할 일반 국민들과 핵심이해관계자들에게 추측성 기사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는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닐까?

5. 마지막으로 “소속 연예인 모두가 본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시 한번 간곡한 부탁의 말씀드린다”며 사과문을 끝내고 있다. 여기에서 해당 회사가 해당 사과문을 공개한 목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과의 주체는 전체적인 사과문에서 생략되거나 혼재되어 있다. 사과의 구체적인 이유나 정의에 대해서도 두리뭉실하다.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반복되고 있는 메시지는 ‘소속 연예인 보호’ 뿐이다. 이 것이 사과문 게재의 목적일까?

6.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나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과 표현은 찾아 볼 수 없다는 부분이다. 맨 앞의 ‘여러분’과 ‘많은 분들’이라는 단어로 피해자들과 피해가족들을 포함 해 표현하려 했던 것인가? 이 부분은 해당 기획사가 위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어떤 입장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상당히 중요하다. ‘여러분’이나 ‘많은 분들’이 실제 그들을 포함하는 의미인가?

7. 가장 중요한 사과 메시지 중 하나인 개선에 대한 의지표현이나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한 메시지가 이번 사과문에서는 생략되었다. 이 또한 매우 독특한 사과 방식이다. 밝힐 수 있는 의지나 가능한 조치가 없어서인가?


전체적으로 사과문이라고 하기 보다는 소속 연예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자 대상 공지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독특하다.

9월 092011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왜 오너나 CEO관련 위기관리가 제일 어려운가?

올해만 해도 수많은 기업 오너들과 CEO들이 검찰 출두를 했다. 법정에 이미 서있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설 가능성이 높은 분들도 계속 보인다.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인사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으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 중 일부는 평생 꿈꿨던 자리를 허망하게 내놓아야 했다.

조직의 VIP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요소들(crisis factors) 중 하나’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평시에 진행하는 위기요소진단 작업에서는 좀처럼 깊이 스캐닝 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조직 내에서 침묵 속 우려감을 가지게 하는 분명한 위기 요소로 남아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VIP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외부 언론관계 태스크포스를 접촉한다. 일단 언론기사와 검찰출입 기자들에 대한 대응과 접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부 조직에서는 인하우스 홍보실의 강한 힘을 통해 어프로치 한다. 약간은 뜬금 없지만 대규모 광고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한다. 아직 조직 내 한계를 가지는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침묵하면서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문제는 주로 언론에 집중하는 사후관리가 예전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존 오프라인 언론 외에 그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수의 새로운 미디어/이해관계자 환경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홍보담당자들은 위기 시 자신들 스스로 ‘언로(言路)를 차단’했다는 성취감에 축배를 들고는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건배가 의미 없어졌다.

싫건 좋건 계속 조직이 힘들지 않으려면 스스로 투명해져야만 하는 환경이 되 버린 거다. 그 만큼 예전과는 다른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조직장과 조직에게 요구되고 있다. 이전과 같이 환경을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는 전략적 방향이 생긴 것이다.

이 와중 아직도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어려움과 한계들이 존재한다. 케이스 분석을 해 보면 상당히 ‘독특’하거나 ‘황당한’ 대응을 하는 케이스들이 주로 오너나 CEO와 관련된 케이스들이다. 왜 평소 그렇게 멋진 기업이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는 그렇게 밑천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까?

오너나 CEO관련 위기는 그 특성상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진다.

1. 상황파악의 제약

초기부터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다. 오너나 CEO가 자신의 치부를 대응 회의 석상에 올려 놓을 가능성이 없다. 그 이전에 사내 대응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법무나 외부 지인 변호사들에게 개인적 이야기들을 진행하면서 초기 상황 파악은 지지부진해 진다. 당연히 대응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2. 포지션 설정의 제약

상황 파악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니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이런 류의 위기 시에는 침묵한다. 노코멘트 한다. 제한된 상황하에서는 이런 노코멘트 전략이 가장 안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 기업이 멍청한 게 아니다.

3. 대응 주체 선정의 제약

운 좋게 내부의 강력한 위기관리팀 역량으로 포지션이 설정되었다 해도, 대응 주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는 기업 내부에 큰 고민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오너나 CEO관련 위기에 대한 대응 주체가 기업 홍보팀이 되어야 하는가? 스스로 그 분들이 나서 주시기에는 기대가 너무 크다. 그럼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인가?

4. 대응 메시지 설정의 제약

대응이 가능하고, 오너나 CEO들로부터 대응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해도, 그 다음엔 메시지가 문제다. 오너나 CEO께서 직접 메시지들을 지시하시거나 세세하게 리뷰 하신다. 기업 위기 때와는 다른 개인적 시각과 흥분과 억울함이 메시지에 바로 투영된다. 위기관리팀은 그 메시지가 불완전할 뿐 이나리 때때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피드백에 주저한다. 우리가 구경하는 기업의 황당한 메시지들은 대부분 윗분들의 개인 작품일 때가 많다.

5. 대응 활동 설정의 제약

어떤 대응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오너나 CEO께서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그분들에게 가시화되는 활동들이 우선이다. 상상해 보라 50-60대 기업 오너들과 CEO분들이 즐겨 보는 매체들을. 그 분들의 지인들이 함께 접하고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매체들이 핵심이다. 당연히 문제의 특성과 관계 있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매체들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밖에 없다. 소셜미디어가 침묵하거나 소외되거나 방치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이 때문이다.

6. 위기 대응 결과에 대한 평가에 대한 제약

해당 위기에서 위기대응 결과에 대한 성패 평가는 딱 한 분이 하시는 법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시어 ‘잘했다’하시면 모든 대응 전략과 활동은 내부적으로 박수를 받는다. 그 반대는 피를 부른다. 그분의 판단과 결정이 곧 퍼포먼스다. 해당 위기와 관계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별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항상 오너나 CEO관련 위기 시 그분들이 유일한 이해관계자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7. 위기 대응팀의 심리적 문제

앞의 전 과정에서 많은 위기관리팀내 실무자들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가지게 된다. 자칫 잘 못해 그분들의 심경을 다치게 할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제약들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또 하지 못할 것도 없는 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연히 난세와 혼돈 시에는 복지부동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 위기에 오너십은 커녕 가능한 위기관리에 엮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다.

얼핏 보면 오너나 CEO관련 한 위기는 그들의 강한 리더십으로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단선적이지만, 현실은 무한방사상의 다이나믹스를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멋진 기업이 위기 시 ‘낯설게’ 보이는 이유들이 그 내부 비밀스런 다이나믹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어렵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hoto Source : Here















    

1 2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