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신문기사에서 내가 한말을 읽는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린 시절 이런 노래를 불렀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자라서인지 많은 어른들은 아직도 자신이 TV에 출연하거나 신문기사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내심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도 그럴 것이 5천만 인구 중 소수의 여론지도층으로 불리는 대단한 분들만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루어지다 보니 내 이름을 신문이나 TV에서 발견하면 ‘내가 유명인사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인 거다.
그렇다. 식구들과 명동길을 거닐다, 또는 남산 산책을 하다 ‘나들이 인파 현장 취재’를 나온 TV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고 추억임이 틀림없다. 유명 관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다가온 지역신문 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는 것은 멋진 기록이 될 것이다. TV나 신문 취재와 관련된 그런 개인적인 재미를 경계하라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사와 관련 된 취재에 대응하는 부분이다.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평소 이야기 한다. ‘외부 언론의 취재는 요청을 받은 즉시 홍보실에 알려 홍보담당자들의 가이드에 적절히 따라주십시오.’ 전문가들의 조언과 기업 홍보실의 경험에 의해 대언론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항상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개인적으로 외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정보를 주는 직원은 곧 추후 인사조치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받고는 한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직원들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직원들의 언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사의 기자들에 대해 한번 생각 해 보자. 그들은 하루 종일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자신의 기사를 위해 취재원과 기술적인 인터뷰를 주고 받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기업 내부 직원들에게 취재를 목적으로 다가 올 경우에는 충분한 준비 후 아주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에 비해 기업 내부 직원들은 어떤가?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을까? 기술적으로 취재전문가인 기자의 유도 질문을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훈련 받았을까? 민감한 이슈와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익숙하게 분별 가능할까? 아쉽게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취재를 시도하는 기자들과의 대화나 인터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친구나 동료들과의 대화와는 그 방식이나 해석에 있어 큰 다름이 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때 친구나 동료들은 내가 이야기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세부 단어나 표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취재를 위해 대화를 나누는 기자들은 내가 말한 단어와 표현과 같은 세부사항에 큰 관심을 둔다. 맥락이 어떻든 자신이 쓸 기사나 방송할 보도 영상을 위해 나의 말을 부분 부분 해석해서 가공하곤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CEO들과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좋은 취지인 줄 알고 기자와 인터뷰 했는데, 내가 긴 시간 이야기 한 내용들은 다 버리고 앞과 뒤만 싹둑 잘라 이상한 표현만 모아 9시 뉴스에 딱 방송 해 버리더라고요. 그 방송 내용 때문에 제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당연하다. 앞에 이야기한 것을 생각해 보시라. 기자는 취재전문가다. 반면에 대부분 인터뷰 대상들은 언론 인터뷰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아무 준비 없이, 훈련 없이 마주서게 되면 백전백패가 당연하다. 패배를 예상하고 경기에 나오는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에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허락된 직원이 아니면 언론과 말 조차 나누면 안 되는 걸까? 기자가 오면 일단 자리를 피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아니면, 말은 하되 사실관계 확인만 친절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을까?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일 것? 앞에 이야기를 들으니 솔직히 고민이 될 것이다.
일단 기자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맞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무뚝뚝하거나 무심한 것 보다는 낫다. 대신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지 어떤지 모르더라도 회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일단 긴장 할 필요가 있다. 자칫 나의 진심이 가공된 기사 내용으로 수천만 국민들이나 수백만 고객들에게 ‘공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벌벌 떨거나 흥분할 필요까지는 없다.
“O기자님, 죄송합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또는 “저는 그 질문에 답변드릴 수 있는 적절한 담당자가 아닙니다.”라 이야기 하자. 그리고 “제가 홍보실쪽으로 연락을 해 드릴 테니 필요하시면 홍보실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라 해법을 제시하자. 이런 답변에 당연히 기자는 번거로움을 느낄 것이다. 그럴 것을 대비 해 이해를 구하자. “기자님의 질문에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공손하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회사 가이드와 연락 정보에 따라 홍보실쪽에 해당 기자를 연결 해 주면 된다. 이 방식이 직원 개인이나 회사 전체를 위해서도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대응훈련 전문가들은 기업 CEO들과 임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내일 신문기사에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처음부터 그 말을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오.” 전문가들의 이러한 조언과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무심하게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공통점을 보인다. 자신의 코멘트를 실은 신문기사나 TV보도를 보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크게 먼저 놀란다는 점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스릴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이제부터 라도 위의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명심해야 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하는 노래 가사는 유치원 시절까지만 딱 유효한 순수한 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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