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4월 18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모연예기획사 위기 : 사과의 주체가 누구이고, 사과의 대상은 누구인가?

최근 모 연예기획사 대표의 소속 연예인 성폭행 논란이 기사화 되면서 해당 기획사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자 모 온라인매체에 보도 된 해당 기획사의 사과문을 읽어 보니 일반적이지 않고 이상하기 까지 한 메시지들이 보인다.

하단 사과문 이미지는 사과문을 보도한 모 온라인매체 기사 내용에서 캡쳐한 것이다. (해당 기획사 홈페이지는 다운된지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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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소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11621



위의 사과문 메시지를 읽으면서 드는 몇가지 의문점들:


1. 대체 누가 해당 사과를 하는 주체인가? 사건관련 내용들을 보면 해당 회사의 대표가 사과를 해야 하는 주체인데 이 사과문에서는 회사명을 들어 회사가 사과를 하는 형식이다. 회사가 사과를 한다면 구체적으로 전체 사건 중 회사가 사과를 해야하는 guilty 부분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2.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라는 표현을 통해 해당 회사와 불미스러운 일의 주체와는 분리를 시도하는 듯 하다. 회사는 제3자. 즉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해당 사과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강조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메시지들은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린다’라고 표현 해 심각한 guilty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앞과 뒤의 표현과 입장이 서로 일관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심적 공감시도일까?

3. 공지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회사를 제3자 입장으로 강조하려 한다면 왜 공지가 늦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더 나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단순한거 아닌가.

4. 그 이후 핵심메시지는 ‘자사의 소속 연예인 보호’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추측성 기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런 요청의 대상은 누구인가? 기자들로 보인다. 그러면 그 이전 사과와 사죄의 경우도 기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을 뿐인가? 사과문의 대상이어야 할 일반 국민들과 핵심이해관계자들에게 추측성 기사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는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닐까?

5. 마지막으로 “소속 연예인 모두가 본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시 한번 간곡한 부탁의 말씀드린다”며 사과문을 끝내고 있다. 여기에서 해당 회사가 해당 사과문을 공개한 목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과의 주체는 전체적인 사과문에서 생략되거나 혼재되어 있다. 사과의 구체적인 이유나 정의에 대해서도 두리뭉실하다.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반복되고 있는 메시지는 ‘소속 연예인 보호’ 뿐이다. 이 것이 사과문 게재의 목적일까?

6.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나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과 표현은 찾아 볼 수 없다는 부분이다. 맨 앞의 ‘여러분’과 ‘많은 분들’이라는 단어로 피해자들과 피해가족들을 포함 해 표현하려 했던 것인가? 이 부분은 해당 기획사가 위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어떤 입장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상당히 중요하다. ‘여러분’이나 ‘많은 분들’이 실제 그들을 포함하는 의미인가?

7. 가장 중요한 사과 메시지 중 하나인 개선에 대한 의지표현이나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한 메시지가 이번 사과문에서는 생략되었다. 이 또한 매우 독특한 사과 방식이다. 밝힐 수 있는 의지나 가능한 조치가 없어서인가?


전체적으로 사과문이라고 하기 보다는 소속 연예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자 대상 공지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독특하다.

4월 072009 Tagged with , , , , , , , , 6 Responses

기업은 위기로 성장한다

이번 베이비 파우더 케이스를 모니터링 하면서 흥미로운 insight 하나를 다시 한번 검증하게 되었다. 그 insight는…

기업은 위기로 성장한다


이런 이야기를 평소에 하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에서 B사가 보여준 위기대응 프로세스를 보면 그 의미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겠다.

B사는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해당 관계사의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통해 타겟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했다.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POC를 하나로 집중하려 선택한 전략인지 아니면 이 팝업창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예산상으로나 인력상으로 가능한 유일한 매체였는지는 아직 알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이 B사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들의 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존재했었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다.

B사의 이 유일한 위기관리 매체인 팝업을 한번 트래킹해 보면 이들이 얼마나 상호작용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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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의 1차 팝업. 제목과 리드문장이 현실과 괴리. 포지션에 있어서도 아직 전략적인 포지션을 확정하지 못한 채 팝업게시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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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팝업. 제목 사과문으로 변경. 리드문장 개선. 포지션이 사과와 리콜로 확정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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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팝업. 소비자들이 한개뿐인 핫라인에 대해 불통 현상을 호소하자, 온라인 접수 버튼을 하나 더 확장해 POC를 확장. 그러나 아직까지 이 버튼은 기존 홈페이지의 소비자 의견 접수 코너로 단순 연결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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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팝업. 문제가 된 제품군을 한정하려는 시도와 함께 소비자들의 리콜 요청에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서인 듯 해당 제품명들을 자세하게 게시했음. 그러나 아직까지 온라인 리콜접수의 불편 사안에 대한 개선은 이루어 지지 않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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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팝업. 부족한 핫라인을 대폭 확장함. 좀더 적극적인 리콜의지를 표현. 리콜 온라인 접수 시스템도 재빨리 개선해 편의성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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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신청창 – 개선 부분. (사과문창에서 바로 넘어가게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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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신청창 – 이 또한 사과문에서 바로 넘어가게 설계.

앞으로 B사는 향후 위기가 발생시 팝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맨 마지막 버전을 기준으로 활용하면 되겠다.

1. 사과문 제목 강조
2. 리드와 포지션 확정 및 일치화
3. 개선 방법의 논리적 설명
4. 리콜을 위한 POC의 최대한 확대
5. 온라인을 통한 대응을 위해서는 편의성 극대화

단, 이번 팝업 커뮤니케이션 진화(evolution) 과정에 걸쳐 문제가 있다면…

1.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B사의 홈페이지에 들어와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보려하지는 않는다는 것
2. 온라인 대화를 모니터링해 보면 알겠지만, 소비자들은 그 때 그때 버전의 팝업에 대해서 비판과 항의를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음. (한번에 다섯번째 팝업이 그대로 떠 올랐으면 방지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노이즈)
3. 해당 기업이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음. (아니면 사내 위기관리 주체들이 너무 많다거나)

어쨌든 B사는 이번 위기로 팝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하우를 갖추었으리라고 본다. 이 노하우를 시스템에 접목해서 다음번엔 좀더 나은 팝업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팝업을 넘어 좀 더 적극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4월 022009 Tagged with , , , , , , , , 10 Responses

베이비 파우더 3사의 사과 메시지 리뷰

B사와 U사 그리고 H사의 사과 메시지들을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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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시지들을 적정 수준의 사과와 사건 개요에 대한 해명 그리고 해당 제품의 처리 방침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 있다. 가장 자세하고 강력한 개선책에 대해서는 B사가 많이 강조를 하고 있고, 메시지의 정렬이나 일관성에 있어서는 U사가 심플한 메시지들로 적절하게 잘 구성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주 흥미로운 것은 H사의 메시지다. 여기서 H사는 해당 석면 이슈와 관련 된 제품을 제조시기와 해당 제품으로만 최대한 한정 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H사의 사과문에 보면 이런 대목들이 들어있다.

  • 폐사의 라꾸베 베이비파우더 1품목(2009.1.29.일 제조분)에 대해서만 석면이 미량 검출되었음을 통보받았습니다.
  • 원료 업체로부터 1월에 공급받은 탈크 (활석)로 생산한 제품에 한하여 석면이 미량 함유된 것으로 파악된 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능한 문제의 범위를 확정하여 너무 불필요하게 이슈를 키우지 않는 것이 기본인데 H사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잘 딜리버리했다. 그럴 듯 하다.

1월 212008 Tagged with , , , , , 6 Responses

삼성중공업과 위기관리 교과서

삼성重, 태안사고 47일만에 대국민 사과

연합보도에 따르면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의 한 당사자 삼성중공업이 사고 발생 47일만에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의 메시지는:

  •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 21일 검찰이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예인선단 및 유조선 쌍방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양쪽의 관련 피의자 5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게 됐다.
  • 유조선에 의한 해상오염은 ‘무과실책임주의’로 사고책임과 관계없이 유조선측에서 일차로 배상하게 돼 있다
  • 따라서 이번 사고도 유조선사가 우선 배상하고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과실 정도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 뿐
  • 도의적 책임에 관한 문제는 현단계에서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 메시지와 포지션을 해석해 보면 기존의 ‘위기관리 교과서’에 나오는 대응방식과 완전히 일치한다.

위기관리 교과서들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 법률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일방적 과실을 인정하면 안된다. (특히 이번 중과실이 인정될 때에는 무한책임 수준까지 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일단 법률적인 결정이 나면 즉각적으로 기업의 포지션을 밝혀야 한다.
  • 공표하는 기업의 포지션은 법률적 결정에 근거하여야 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안된다.
  • 법률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교과서의 이런 부분들은 간과했다.

  • 위기가 발생한 후에는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기업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 공중에게 큰 피해를 끼친 재해에는 먼저 ‘Deep Sympathy’를 적절히 표현해야 한다.
  • 때때로 법률적인 판단에 의한 입장 표시보다는 국민의 감정을 읽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국민감정법이 헌법에 우선한다)

종합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위기대응 방식의 이유는;

  • 모기업 삼성그룹의 위기와 맞물려 그 시기가 안좋았다. 따라서 잘못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기존의 위기들과 시너지를 일으키게 될 개연성도 있다.
  •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모든 관련 위기 상황을 희석하는 것인 전반적인 기본 전략일수도 있다.
  • 국민감정법에 따라 휘둘리는 잘못된 사례를 남기면서까지 부담을 떠 앉을 필요가 없다는 내부 판단일수도 있다.

삼성이 고민없이 이런 장기전을 택한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름대로의 전략적인 판단이었으리라 본다. 아무튼 참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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