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조직의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 볼 기회들이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없다. 인하우스 시절 사무실 책상 전화는 90% 이상이 ‘잘 못 걸려 온 전화들‘이었다.
제품에서 이물질을 발견하거나, 레이블이 상해 있거나, 왜
그딴 광고를 하냐는 소비자들의 컴플레인들이 ‘홍보담당자 바꿔!’라는
요청 한마디에 내 책상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으면 소비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욕‘이나 ‘성난 표현‘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학계에서나 업계에서나 상식적으로도 홍보담당자들은 오디언스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얼핏 보면 상당히 간단하고 쉬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화난 소비자가 전체 소비자들을 대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들게 마련이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무리 지어 달려들어 극단적 댓글들을 다는 성난 소비자 수백명이 우리
천만 소비자들 중 몇 퍼센티지를 차지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거다.
출입기자 백여 명중 두세 기자가 우리회사의 프레스투어 플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회사가 투어 자체를 캔슬시키거나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적절한 이유가 될 수 있냐 하는 거다.
화나서 전화를 끊은 국세청 하급 직원이 어떤 결정을 내려 우리 회사에 임팩트를 줄지 누가 알고,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말이다.
분명 홍보담당자들은 오디언스들의 중요한 여론을 읽는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능력과 노력은 아카데믹하거나 인구학적인 타입의 것들이 사실 아니다.
회사의 입장과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안목이 가미되어야 하는 경험칙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수치가 중심이 된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이 백업을 해 준다면 더더욱 좋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여론으로 보이는 것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전체의 여론과 다를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특정 정당/정파를 비판하는 여론만이 존재하고 그들만이 옳다는 전제하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하자.
“홍보담당자,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양심이
없어?”
이런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홍보는
중장기적으로 보는 게 조직을 위해 옳다. 매크로 마이크로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지만…의사결정은 길게 큰 숨을 가지고 내리는 게 지금까지 옳았었다.
부화뇌동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