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게 치명적인 이슈가 있다 치자. 위기의 속성상 통제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다. 국회의원들의 입을 막아낼 수도 없고, 그 의원들의 압력에 못 이겨 억지춘향으로라도 조사를 벌이는 검찰의 뒷덜미를 낚아 챌 수도 없다.
경찰이나 국세청 사람들을 온몸으로 막아 낸다 해도 위기는 그냥 그대로 커만 간다. 기자들의 키보드 자판을 하나 하나 해킹할 수 없으며, 신문이나 TV에서 연이어 나오는 기사 보도들을 보지 말라 일반 국민들의 눈을 멀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어느 하나 통제할 수 없다. 심지어 회사내부 직원들의 입 조차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이상과 같은 빅 마우스(big mouth)들의 이야기를 듣고 2차적으로 다가오는 많은 커뮤니케이션 수요들은 또 어쩔 건가? 평소에 자랑하던 자사의 기업 블로그에 달린 욕설과 실망의 댓글들은 어쩔 건가? 선진적인 시도라 박수를 받던 트위터에서는 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친한 팔로워들에게는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까? 홈페이지는 게시판이 폐쇄형이라 일단 안심인가? 회사로 빗발치는 항의전화들은 어떻게 할 것이고, 여러 이메일 상담라인으로 들어오는 비판과 문의들은 어찌해야 하나?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서 홍보담당그룹은 주로 언론에만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은 그 외의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우리 홍보조직의 담당이 아니라 분리해 생각하기도 한다. 왜 출입기자들의 문의에도 하루가 벅찬 우리가 블로그나 홈페이지 그리고 정부측의 문의에 응해야 하나 하는 거다. 현실적으로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홍보부문에서는 어떻게든 기사화를 막아야 한다 생각한다. 보도를 내려야 우리가 산다는 전투의식을 가지곤 한다. 기사를 막고, 보도를 내리고, 표현을 완화하고, 접근차단을 실행하면서 ‘우리는 열심히 회사를 위해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생각한다.
이러한 중대한 위기시에 대중매체의 언로를 막는 것이 유효할까? (물론 완벽하게 그들의 언로를 차단할 수 만 있다면 스스로 자랑스럽기는 하겠다) 70-80년대 같으면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 이 사실을 모든 홍보담당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홍보담당자들이 할 수 있는, 좀더 정확하게 말해 시도 가능한 대응 활동이 이것 밖에 없다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실행(시도)을 하는 게 현실이다.
기사를 빼거나 보도를 내리는 데에만 노력을 기울이지 말자. 미디어에게(to media) 이야기 하지 말고, 미디어를 통해(through media) 오디언스와 이야기 하자. 좀더 알기 쉽게 이야기 하자면, 미디어에게 우리의 논리가 먹히게 하자. 주요 빅 마우스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의혹제기 등에 맞설 수 있는 우리들의 메시지와 논리들을 빨리 개발해서 SOV를 극대화 하자.
기사나 보도가 나오는 것을 두려워 하기 보다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 하자. 기자들을 만날 때도 위기시에 그들이 끄덕일 수 있는 논리적 설명을 가지고 만나는 게 맞다.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메시지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좀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막으려 말자. 빼려하지 말자. 노력과 그 시간투자 대신 논리개발과 지원 가능한 근거들을 충분하게 확보하자. 그리고 기자들을 만나서 우리의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그들에게 흡수시키자.
- 아무리 생각하고
논의를 해도 그런 메시지나 논리가 부재하다면? - 우리는 그러고 싶지만 (그럴 능력도 있지만) 윗분들이 그냥 그 이전 실행만을 선호하신다면?
- 우리는 그렇게 하지만 그 결과를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면?
그러면 어쩔 수 없다 그냥 그 이전 그 방식으로 하자. 그 대신 그 방식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자. 스스로 전문가라면 그러자.
P.S. 위 포스팅을 써 놓고 읽게 된 중앙일보 김태진 차장의 블로그 포스팅. 김차장의 지적이 100% 현실은 아니겠지만, 해당 회사가 깊이 새겨 들을 만은 하다.
[이하 참고 포스팅: 김태진의 아우토반을 꿈꾸며]
현대차에서 ‘전략’이라는 것을 잘못 입에 올리면 화를 입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자기 해당 본부의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회사 전체적인 장기 발전이나 브랜드 전략, 이미지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에 대해선 서로 못 본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보 전략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가격 올리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를 막으면 잘하는 것이고 이런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 홍보실은 말 그대로 초죽음이 됩니다. 점점 가격 인상에 저항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여론을 경영회의에 보고해 논의를 하고 현대차의 따뜻한 안방 역할을 해주는 국내 소비자들의 등을 어루만지는 홍보전략은 찾아 보기 어렵지요. 오로지 ‘국민기업인 현대차가 잘 돼야 한다’는 90년대 기아차의 논리를 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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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빼지 말고 대신 강력한 논리를 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