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24] 책임이 없다면 위기도 없다… 여론의 법정에서 살아남자
책임이 없다면 위기도 없었다. 따지지 말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우리는 하등의 책임이 없습니다! 기업이 위기 시 저지르는 본능적 실수들이다. 문제가 없다면 위기가 발생할 리 없다. 책임이 없는 기업에게 억지로 덮어 씌우는 이해관계자들도 없다. 초기에 빨리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책임을 확정하자. 해결책을 제시하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살아 남자!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경영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한테 책임이 있는 겁니까? 이 상황이 지금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거예요?” 아주 일부 자사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슈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위기라 칭하지는 않는다. 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그대로 정확하게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면 극심한 위기로 까지 번지는 상황은 흔치 않다.
문제는 ‘일부’ 책임이 있는 경우다. 또한 어떻게 보면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경우다. 대부분 이런 경우 책임의 한도나 범위는 추후 법정에서 판정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론의 법정에서 해당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입장(position)을 견지 할 필요가 있다. 여론의 법정에서는 “일부 책임이 있으나…” “어떻게 보면 저희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보시는 분에 따라 저희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보실 수도 있겠으나…” 같은 입장 표명은 그리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정확하게 우리의 책임 범위를 확정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확정하여 그에 대한 개선이나 해결책을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시 침묵하기 때문에 초기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언론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여타 이해관계자에게 그냥 맡겨 버린다. 마치 “알아서 이번 문제에 대해 정의를 내려 주세요!”하는 식이다. 당연히 자사가 원하지 않는 정의를 선물 받는다.
책임에 대한 확정도 마찬가지다. 문제에 대한 자의적 정의를 기반으로 비판 해 오는 언론이나 여타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려 하면 문제다. 우리 회사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고,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에 대해 언론과 여타이해관계자들이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문제를 정의한 이해관계자들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있고, 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데 막상 이 회사는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는 느낌은 기업의 위기관리를 아주 힘들게 한다.
위기 시에는 기업 스스로 문제의 핵심을 적극적으로 확정해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그것도 빨리 해야 아젠다와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다. 선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번 A라는 건은 B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정의를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심어주는 전략이 중요하다.
그 후 적극적으로 책임을 범위를 확정해서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자. 문제의 핵심인 B를 해결하고 유사한 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우리는 C라는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문제와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큰 다름이 있다. 일단 인정하게 되면 사후 책임에 대한 디테일 한 수준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론의 법정에서는 일부 관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자신의 ‘태도’를 커뮤니케이션 하면 일단 성공한다.
기업 위기관리의 많은 실패 사례들을 보면 위기 발생 직후 해당 회사의 태도에 있어 많은 문제가 발견되고, 이런 문제들이 그대로 묵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된다. 위기 발생 이후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과 논의가 내부적으로 길어 질수록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책임소재에 대한 논의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범위와 수준을 빨리 확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안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라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 자문 등으로 투입이 된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문단들의 경우 책임 소재를 최소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다.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그 근거들을 체계화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이는 위기관리 초기에 진행되어야 할 업무라기 보다는 중반 이후에 법정 판결을 준비하며 진행해야 할 업무라고 봐야 더 맞다. 우선순위를 잘 따져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 살아 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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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기업 사보 기고문] 을(乙)의 반란? 혹은 갑(甲)의 추락?
을(乙)의 반란? 혹은 갑(甲)의 추락?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을의 힘이 갑자기 켜져 버린 건 아니다. 갑의 힘이 형편없이
사라져 버린 것도 아니다. 기업이 사회화 되며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제 힘을 발휘하게 되었을
뿐이다.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사회적 힘이 공분을 발생시키는 기업들에게는 직접적 위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따라 진화하지 못한 기업들이 문제다. 진화하지
못한 기업에게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얼마 전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내에서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단지
기내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해진 승무원에 대한 일방적 폭행이었다. 이내 해당 사실이 온
사회에 알려지게 되어 그 임원이 재직중인 기업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한편 해당 임원을 보직해임까지 해야 했다.
갑의 횡포라는 지적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지역에서 제과사업을 하는 기업의 회장이 서울의 특급호텔 주차요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주차구역에 대해 상호 시비가 일어 격노한 회장이 주차요원의 뺨을 내리친 사건이다. 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후 해당 기업과 회장은 ‘갑의 횡포’로 정의되어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거래처들이 제품 주문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해당 기업은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에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청와대 전 대변인 모씨는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지원하던 ‘을’인 현지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혐의를 쓰게 된다. 미국 경찰을 피해 한국으로 홀로 귀국한 그 ‘갑’에 대해 청와대는 경질을 발표했지만,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까지 큰
부정적인 비판은 이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큰 유업회사인 모 사의 경우에는 뿌리 깊었던 갑을 분쟁이 폭발한 케이스였다. 대리점들에게 가해졌던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 거래 압박이 도를 넘었던 것이다.
일부 대리점들이 피해를 주장하면서 본사 정문 앞에서 몇 달간 시위를 했었고, 이윽고 해당
기업의 한 영업사원이 피해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하는 녹음 파일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공중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결국 이 회사도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해당 영업직원을 해임하게 이르렀다. 그 뿐 아니라
각종 정부 규제기관의 주목을 받고 아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갑과 을의 공격적
프레임 속에서 고통 받게 된 것이다.
누가 갑과 을의 프레임을 만들었나?
왜 이런 일련의 유사한 일들이 계속될까? 누가 각각의 사건들에 대해
처음부터 갑(甲)과 을(乙)의 프레임을 정해 어떻게 사회적 공분을 조성했을까? 돌아보면 이런
일이 예전에는 없던 전혀 새롭고 독특한 것들이었을까?
단순하게 경제민주화 논의가 최근 거세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민주화
바람 이전에 지금과 같은 갑을 논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을(乙)의 힘이 최근 들어 갑자기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 이전에 많은 소위 을(乙)들은 여러 경로들을 통해 참을 수 없는 갑(甲)들의 횡포를 지적하고 고발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갑(甲)의 힘이 추락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에도 힘들다. 아직도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일관되게 갑(甲)의 위치와 관계는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이해관계자가 진화했다
아무것도 바뀌거나 새로운 것이 없다면 지금과 같이 ‘을(乙)의 반란’으로 일컬어지는 사회현상은
어떻게 나타난 것인가? 왜 그렇게 된 것인가? 무엇이 가장
큰 변화였던 것일까? 그 변화의 핵심은 크게 세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사회적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정체성이 점차 진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만 해도 한국사회에서 이해관계자들이란 그 구분만 존재했었지, 실체적 생각 표현과 행동은 제한되어 있었다. 기업들에게는 이렇게
유명무실한 이해관계자들이 당시까지만 해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기업들은 그 중 실제적 강제력을 가진 일부 이해관계자들인 정부, 규제기관, 언론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일차적 위협만을 그것도 제한적으로 인정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소비자나 해당 기업의 고객들이 진화하고 있다. 그들의
사회적, 윤리적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면서 기업에게는 점차 두려워해야 하는 이해관계자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단체 라던가 사회 활동 단체들의 영향력 또한 주목 받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소비자 및 사회 활동 단체들이 그들 고유 활동보다는 일부 정치적 활동들에 주된 관심을 보여 막상 기업들에게는 그리 큰 위협요소로서 그
영향력이 충분하지는 않았었다.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기업의
잘못에 따라 언제라도 불매운동이나 단체소송을 리드할 수 있을 만큼 부쩍 진화해 버렸다.
거래처들의 활동은 어떤가? 예전 거래처들의 생각은 막상 자신들이 힘들고
어려워도 거래 기업들이 잘되기만 한다면 일정기간 참고 견딜 수 있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들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함께 상생해야
사회적, 경제적 거래관계자 영원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들어선 것이다.
거래하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일으켰다면 자사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거래 중단을 고려하는 것도 이제는 일반화되어
버렸다. 서로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수준으로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성장한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그들에게 힘을 부여했다
최근과 같은 변화의 두 번째 원인은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개인 미디어’ 시대와 ‘국민 기자’ 시대의
출현이 되겠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10년전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 개 정도로 가늠되던 신문, 방송, 잡지 등의 언론매체
수가 소셜미디어가 출현하면서 개인 언론매체의 수를 포함 해 그 수가 수천만 개에 이르게 된 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트위터를 하고, 카카오톡에서 대화를 하고, 페이스북을 읽고,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 있는 수천만의 국민들이 모두
자신의 매체를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들이 곧 매체의
주인이고 매체를 운영하는 기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예전만해도 자신의 불만이 사회적 공분(public rage)을 만들어
낼 사회적 도구나 미디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억울함들을 대중언론에 제보 해도 성공률은 거의 없었다. 정부나 관계기관들에 대한 투서도 그리 영향력을 부여해 주지는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 해보고, 아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몇 분이면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적
‘공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매체 환경이 주어져버렸다. 이제 기업들에게는 매 시각 휘발유 통 위에서 불꽃 저글링(juggling)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도래 한 것이다.
반면 기업은 따라 진화하지 못했다
현재와 같은 ‘갑과 을’ 이슈화가
가능했던 마지막 주요 원인은 바로 기업이나 조직 자신에게 있다. 앞의 두 가지 큰 사회적 변화에 힘입어
기업이나 조직 스스로도 발 빠른 진화 모색과 실현이 있었어야 했다. 이해관계자들의 광폭 성장에 맞추어
그들에 대한 관계 맺기나 명성관리 노력들이 더욱 더 강화되었어야 했다.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다(多)매체, 다(多)기자 환경에 맞추어 기존 위기관리 체계들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놓았어야 했다. 사후
위기관리에 집중했었던 과거 체계들을 사전적이고 선제적인 문제 해결 체계로 조직화 했었어야 했다. 오너나
임직원의 약자에 대한 폭행과 성추행들의 일탈행위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그 수준과 형태가 저급한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나 조직은 이렇게 수준 낮은 위기에도 흔들리고 스스로 사후 피해까지 자초했다. 밀어내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도 그간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기업 스스로 몰랐었다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까지 이르러 회사를 흔들거리게 하는 문제가 되기 전 스스로 해결해 깨끗하게 털고 가는 경영적 결단이
선행했었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앞서 여러 사회적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들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휘발유 통 위에서 불꽃을 돌리고 있는 기업들
자 이제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환경들이 또 펼쳐질까? 기업이나 조직들에게는
이 바람이 한 순간 지나가는 것이 될까 아니면 지속적으로 자신들을 감쌀 뜨겁고 지루한 햇볕이 될까? 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결론은 대부분 현재와 같은 진화의 환경은 더욱 더 강화되며 지속화 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우선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의 시각들이 현재와 같은 진화를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 보고 있다. 원래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화두 또한 이러한 여러 진화의 흐름을 읽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도출 된 개념이었다. 이전 기업들에게 제한적으로 위협적이었던 정부 규제기관들이나 국회의원들도 이제는 좀더 적극적인 이해관계자들로서의
활동성을 배가하고 있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공분이나 여론형성에 따라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의 내사, 조사, 규제, 처벌 대상이 될 것이다. 더욱
더 많은 기업의 오너나 CEO들이 사회적 공분을 형성하는 동시에 국회의 각종 청문회의 출두명령을 받게
될 것이다.
더욱 더 많은 소비자들과 고객들 그리고 거래처들이 직접적 기업 압박을 시도할 것이다. 사실 최근과 같은 ‘갑과 을’의
프레임은 그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앞으로 단순 갑을 관계를 넘어, 사회적
윤리, 운영 철학, 일선에서의 서비스 품질, 제품 신뢰, 거래 투명성, 오너의
개인적 행위 등과 같은 수많은 기업 이슈들이 사회적 공분의 촉발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매출하락, 주가하락, 임직원 법적 조치, 기업 명성과 이미지 하락, 비즈니스 연속성 훼손, 직원들의 사기 하락, 거래처들의 이탈, 과도한 위기관리 비용발생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진화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좀더 빨리 사회적으로 따라 진화하는 방법 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 빠른 유속의 강물 위에 머무르며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의 유속보다 훨씬
빠른 헤엄침이 가능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해도 그 자리에서 밀려 내려가지는 않아야 하겠다는
내부 공감대가 필요하다. 의식의 개선과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진화할 것인가? 도태되어 사라질 것인가?
또한 이와 함께 전사적으로 사전적이고 선제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으로 맞추어 개발되어 있던 기업 위기관리체계를 소셜미디어 이후 변화된 사회적 수준과 체계에
맞추어 신속하게 업그레이드 해야 하겠다. 이제 언제든 기업이나 조직은 휘발유 통 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개념적 정의 위에서 평소 해결해야 마땅한 문제점들을 꼭 해결 해야 하는 시점에 정확히 해결해 나가는 노력들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현재와 같은 갑과 을 프레임과 이를 넘어 예측되는 많고 다양한 사회적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하겠다.
을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갑의 힘이 약해져 추락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변화한 것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이고, 주변에
일상화된 매체뿐이다. 그리고 변화한 많은 환경 속에서 아직도 진화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 스스로가 문제의
핵심이다. 빨리 맞추어 진화하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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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기고문 14] 위기일수록 이해관계자들에게 귀 기울여라
위기일수록 이해관계자들에게 귀 기울여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에는 항상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 입장들이 얽혀있다. 반면 기업은 그런 부정적 상황에서 자기 보호 본능에 의지하게 된다. 성공하는 기업의 CEO는 이런 본능 보다는 이해관계자에게 길을 묻는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위기 관리를 위한 결정을 한다. 맞서기 보다 그들과 공감하게 되면 위기는 사라지고 기업은 살아 남게 된다.
기업의 위기에는 항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이 엮여 있다.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 입장이 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고객, 직원, 정부, 규제기관, 국회, 언론, NGO, 거래처, 지역주민, 투자자,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 공중에서 일반공중에 이르기 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하다.
그들이 위기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 발생 이전이나 직후 이해관계자 각각의 입장 변화들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의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A사에서 생산한 유아용 베이비 오일에서 아기들에게 치명적인 유독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소비자단체의 조사 발표가 있었다고 치자. 해당 제품은 한해 수백억 원어치가 판매되는 A사의 주력상품이다. A사의 이번 위기에 관련되어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어떻게 될까?
해당 제품을 구매해 자신의 아기들 피부에 발라주었던 부모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해당 상황을 유의해 바라보고 있는 정부 규제기관도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된다. 여러 소비자단체들도 중요하다.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들과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 공중들이 A사에게 위협적인 영향력들을 끼치게 된다. A사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놀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투자자들과 일반공중들도 기억해야 한다.
A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먼저 A사에게 최악의 상황은 어떤 것이 될까?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아용 베이비 오일 제품의 생산이나 판매가 완전히 금지되는 상황이 되겠다. 재생산이나 판매가 가능해지더라도 아기 엄마들의 정신적 충격과 해당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판매량이 형편없어져 결국 회사의 존립을 흔들게 되는 상황이 되겠다.
앞에서 꼽아본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위기관리의 답이 나온다. 충격을 받고 자신의 사랑하는 아기의 건강을 우려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된다. 규제기관, NGO와 언론의 지적과 비판 내용을 빨리 확인 해 봐야 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들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는 작업들을 해 리스닝(listening)하면 정확한 답이 나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적절한 조치들을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을 최단기간에 수거하고, 해당 제품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해 배상 프로그램을 개시하는 것과 같은 활동들을 벌이는 것이다. 문제가 된 유독 성분의 유입경로와 실제 유해성을 빨리 검증해 발표하는 것이다. 정부규제기관의 조사에 협조하고, 언론에게 A사의 강력한 배상 플랜과 재발 방지책 등도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필요한 위기관리책들을 실행하지 않거나 적절하게 실행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실제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그럴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상황을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이 아니라 자신 중심적으로 파악하고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들은 이상과 같은 위기 시 분명히 유해성을 폭로한 소비자단체를 공격하려 시도한다. 놀라있는 엄마들에게 걱정하지 말라 문제 없다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리콜이나 배상 프로그램을 부분적으로 실행하거나 생략 해 보려 시도한다.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나 언론을 어떤 경로들을 통해서라도 무마하려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활동들을 전략적인 위기관리라고 생각한다.
위기 시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보호를 가장 먼저 떠 올리게 된다. 그러나 성공하는 기업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위기 시 CEO 스스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고 혼란스럽다면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실패의 확률이 확연하게 줄게 될 것이다. 일단 초기 그들을 따라 위기 관리를 결정하고 그 다음에 자기 보호 본능을 떠올려 보아도 늦지 않다. 어렵지만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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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기고문 5] 회사에 영향 미치는 그룹들을 잘 살펴보라
우리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들을 잘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주(Shareholder)의 시대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시대가 되었다. 기업이 얼마나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위기 시 정확하게 평가된다. 평소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들은 우리를 안 되게 할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도울 사람들이다.
이해관계자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Stakeholder라 한다. 미국의 한 경영학자는 “예전에는 기업이 Shareholders(주주들)를 위해 존재했었다면, 이제는 Stakeholders(이해관계자들)를 위해 존재한다” 주장 했다. 그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생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기업이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한 성공적인 성장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에 대한 시각에 있어 혼동을 느낀다. 이해관계자들의 유형 중 가장 대표적 그룹인 언론, 정부 그리고 고객을 예로 들어 보자. 기업들이 언론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필자가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며 CEO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기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체 중 절반을 훨씬 넘는 CEO들이 ‘부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 태도를 표현한다.
이런 태도는 한국의 구태적 저널리즘이나 독특한 언론토양에만 기인 한 것은 아니다. CEO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 그들을 자사에게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평소 간주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왜 기자들은 항상 우리의 나쁜 점만을 물고 늘어질까?”하는 질문들이 우리 CEO들의 평소 시각을 나타내 준다. 언론은 원래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하는 이해관계자들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라는 이해관계자는 어떤가? “왜 정부에서는 우리 사업을 방해하고 제한하려 안달인지 모르겠어. 자꾸
규제를 만들어 내잖아!” 이런 시각은 상당히 취약한 관점이다. 기업 위기관리에 임하는 CEO와 임직원들이 한계를 스스로 규정하는 발전적이지 못한 시각이다.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이나 영업적 관점에서 그나마 고객은 인식적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다. 고객이 기업의 성공을 보장한다. 그들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경우에 그들은 신이 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상에서 우리 회사의 제품을 비판하는 고객은 어떤가? 매장에서 목소리를 키워 서비스를 비판하는 공격적 고객들은? 그들도 똑같이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다.
기업이 자신을 둘러싼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평소 정확히 정의하고 올바르고 발전적인 이해관계자 시각을 가지고 있을수록 기업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위기관리 또한 더욱 쉬워진다. 반대로 부정적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들과의 갈등과 충돌은 잦아지고 심각해 진다. 위기관리는 도저히 못할 짓이 되고, 항상 실패하는 게임이 된다.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들이 보통 그렇다.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들이 그렇다. 그들 모두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거나 파악하지 않아 초기에 심각성과 긴급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고통 받고 두려워하고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평소 그들이 별로 탐탁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 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꺼려하는 것이다.
위기에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그들 각각에 대한 이해관계자적 정의와 시각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우리 회사를 ‘안 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룹이 아니라는 전사적 시각이 필수적이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들의 관점에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우리에게 특정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러운 관점 이입과 그에 의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 발생 시 기업은 그 위기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 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기업의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그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주는 그룹들이다. 해당 위기에 대하여 정확하게 언론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게 정확하게 상황을 보고해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각종 NGO들에게 성심껏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필요 시 고객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사의 위기관리 활동들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주주와 직원들부터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관리를 위한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고마운 존재들이고, 모두 존중해야 하는 대상들이다.
CEO가 먼저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하고, 이를 임직원들과 일관되게 공유하자. 그들로 하여금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리스트화 해 나누어 관리하도록 지원 해 보자. 역할과 책임을 부여 해 위기 발생 시 좀더 일사불란 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체계를 수립하도록 하자. 그들이 적이 아니라 지원군이 되도록 하는 첫 걸음이 바로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의 수립과 공유다. 지금이라도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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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프로세스] 5단계 위기관리 실행 준비 단계-1편 : 실행 준비 시간에 주목하라!
[The PR 기고문] 통제센터 없이 손발만 움직이는 위기관리 시스템
[The PR 기고문]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맞서라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스트래티지샐러드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맞서라
축구를 보자. 한 팀에 11명이 운동장을 뛰어 다녀야 하는 게임이다. 상대방까지 합하면 22명이 운동장에서 뛰며 경쟁한다. 이를 기업위기관리에 대입해 보자. 모든 기업위기에는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그들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편 축구팀으로 생각해 보자. 열 한가지 그룹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운동장으로 달려 들어온다 생각해 보는 거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검찰, 경찰, 지역주민들, 고객들, 거래처들, 일방공중들, 노조원들 그리고 경쟁사들이라고 그들 하나 하나를 칭해보자. 우리 기업은 어떻게 맞서고 있을까? 혹시 열한명의 상대방에 맞서 선수 한 명이 혼자 운동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두세 명도 충분하지는 않다. 혹시 CEO께서는 우리 골문을 지키시고 있으신지 확인 해 보자.
우리 편 각 선수들이 상대편 이해관계자 선수를 어떻게 마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평소에 자신이 마크해야 하는 상대선수에 대한 공부와 맞서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지도 물어봐야겠다. 상대의 특정 이해관계자 선수가 ‘메시’ 같은 실력이 있는 선수라면 우리도 그에 맞설 수 있는 실력 좋은 선수를 키워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위기관리라는 경기 이전에 혹시 우리 열한 명은 제대로 된 A급 매치을 몇 번이나 해 본 팀인지도 생각해보자.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라도 연습경기는 했었는지, 각자 선수기량을 키우기 위한 집중훈련은 얼마나 했었는지, 필요하다면 외부에서 실력 있는 코치나 감독을 데려와 도움을 받아보기는 했었는지 살펴보자. 우리 선수들에게 멋진 경기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적절한 예산지원은 했었나?
아니다. 더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어떤지 봐야 한다. 정말 상대방 팀을 이기고 싶어하는가? 자기에게 맡겨진 상대선수를 정말 이기고 싶어하는가? 정말 경기를 하고 싶어 운동장에 나와 있는가? 물어보자.
기업위기관리. 가장 흥미로운 문제 중 하나가 위기관리를 일부 부서가 전담해서 하는 현상이다. 많은 기업에서 홍보팀이 위기관리를 주로 하는 부서라고 이야기한다. 상대팀 선수는 열한명인 데 우리 팀은 한 명이 맞서는 형국이다. 공격수도 하고 수비수도 했다가 골키퍼도 해야 하는 ‘일인 다역’인 셈이다. 가끔은 두세 부서가 함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들은 그렇게 싫어한다. 부담스러워 하고 홍보팀을 지원만 해달라 해도 인상을 찡그리면서 ‘우리가 왜 여기에 엮여야 하나?’하는 표정이다. 한마디로 경기하기 싫은 선수가 운동장에 서있는 셈이다. 경기가 잘 될 리가 없다.
기업위기시에 홍보팀만 주로 경기를 뛰게 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홍보팀이 가장 만만한 언론이라는 상대선수만 가지고 주로 마크를 하게 되는 거다. 소비자 선수나 NGO선수들이 마구 우리편 골대로 치 닿는데도 적극적으로 따라가 실력발휘를 하기 힘들어 한다. 우선 가장 실력 있는 스트라이커인 언론이라는 선수 한 명만 커버해 보자며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다. 경기에서 이기기 힘든 게 당연하다.
기업위기에 대해 ‘기업이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맞서라’ 하는 의미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좋은 축구팀’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좋은 선수들을 모으고, 그들을 훈련하고, 그들 각각이 어떤 상대라도 맞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실제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도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해 언제든 경기를 뛸 수 있는 역량을 빨리 확보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기량을 하나로 모아 위기관리를 위한 튼튼한 팀워크를 형성해 보라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외부에서 좋은 코치들과 감독들을 불러와 팀을 점검해 보고, 실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팀의 주장인 CEO께서 벤치에만 앉아 계시기 보다는 함께 경기를 뛰면서 골대를 지키고, 선수들을 필드에서 배치해 보는 경험들을 가져보시라는 것이다.
이런 주문들은 현실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실제 기업들이 위기를 경험하고 이에 맞서 관리를 시도하는 상황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자. 많은 부서들 대부분이 실제 위기관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관리에 임할 진정한 자세도 일부는 부족하다. 일단 위기관리에 투입되었으니 어떻게든 해 보자 각자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활동한다. 기업의 많은 대이해관계자 채널들이 방치되거나 수습되지 못한 채 열려있게 된다. 부서 각각이 하나의 의견을 모으거나, 주변 부서들이 현재 어던 위기대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들도 많다. 정보도 일부에서만 유통되고, 공유되지 못한다.
CEO께서는 각 부서의 이야기만 홀로 들으시면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들도 있다. 통합적인 실행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위기가 발생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과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기업은 그 안에서 침묵하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본다. 이런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좋은 축구팀’의 비유를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내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 그런 좋은 위기관리 그룹이 존재하는지 돌아보자. 완전하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좋은 위기관리 그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자. 매번 돌아오는 중요한 위기관리 경기에서 매번 대패하거나 기권패하거나 중간퇴장 당하는 수모를 더 이상 겪지 말자. 좋은 팀이 기업 위기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정용민의 위기관리] 깨진 유리창을 이전의 깨끗한 유리창으로 되돌리기?](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1286520826.jpg?fit=1150%2C9999)
[정용민의 위기관리] 깨진 유리창을 이전의 깨끗한 유리창으로 되돌리기?
언론을 통해 (최근에는 SNS나 소비자 방송 등을 통해) 회사 제품의 치명적 문제를 지적 받았다고 치자. 보도의 톤앤매너는 물론 제시 된 모든 조사결과들이 해당 제품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외부 전문가들과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의 밑단을 보면 종종 해당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다시 예전의 소비자 인식과 환경으로 어떻게 다시 회귀할 수 있을까?’라는 이상적 니즈를 깔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기업에게 전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위기에 있어 일단 발생한 위기는 ‘깨져버린 유리창’ 상황을 기업에게 선물한다. 쇼윈도와 같은 대형 유리창이 야구공 등의 강한 충격으로 구멍이 뚫리며 단박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 아파트 유리창이 작은 구슬 등에 의해 구멍이 뚫리면서 사방으로 금이 간 채 흉측한 모습을 띠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깨진 유리창을 먼저 상상하는 것이 ‘사후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자들이 공유해야 하는 하나의 상(像)이 아닐까 한다.
일단 유리창은 깨졌다. 금이 갔다. 비와 바람이 그 구멍으로 들어온다. 언제든 자칫 잘 못하면 와르르 무너져 위험하고 결국 창틀만 남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위태위태한 상황이 위기 직후 남겨지는 모습임을 상상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사후 위기관리 옵션은 3가지로 나뉘겠다.
1.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마다 혹시 무너져 내릴까 조마조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 달려있던 유리 조각들이 방안으로 날아와 떨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두고 본다. : 방치 전략, 노코멘트전략, 무시전략
2.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뚫린 구멍은 가능한 테잎으로 막고, 주변 금 간 부분들도 가로 세로로 테잎을 붙여 무너져 내리지 않게 유지한다. 일단 그렇게 겨울을 견뎌 본다. : 미봉책. 단편 대응. 모면. 로우 프로파일 전략.
3. 깨진 유리창의 유리를 새 유리로 갈아 끼운다. 세찬 비바람과 강풍에 유리창틀 마저 망가질까 두려워서다. 갈아 끼운 반짝이는 새로운 유리창으로 겨울을 난다. : 하이 프로파일 전략. 위기 후 개선.
이상의 옵션들 중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 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변수들이 존재할 것이다. (상당히 비유적으로 묘사했다)
- 집주인의 의중 (세입자의 컴플레인에도 절대 유리창을 갈아주지 않는 집주인들도 있다)
- 실제 구멍의 크기와 주변에 금이 간 범위
- 새 유리창 교환 비용
- (유리 교체 시) 깨져버린 헌 유리조각들의 조치/폐기 어려움
- 주변 환경 (바람이 세게 부는 태풍 시즌, 강추위, 세찬 장마 철)
- 유리창을 바라보는 내부 구성원들의 심미감(審美感)
최근 발생한 모 기업 위기를 분석하면서 이 분들은 과연 앞으로 어떤 유리창을 가지게 될까 궁금해진다. 원래 그랬던 이전의 맑은 유리창으로 스스로 ‘뾰로롱~’ 돌아가 달라 모여 기도하는 중은 아니었으면 한다.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1411183360.jpg?fit=1150%2C9999)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
기업에게 위기관리 카운슬이 필요한 이유에도 진화 단계가 존재했다. 십여 년 전 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원하는 위기관리 카운슬은 소위 ‘매체 모니터링과 기사 빼기’에 대한 의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대기업은 강력한 홍보부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 기자들을 접촉 네고하고 기사의 수위를 조절하는 활동들에 익숙했었지만, 그 당시 중소기업이나 일부 국내 주재 글로벌 기업들은 그럴 역량이 부족했었다.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카운슬’ 보다는 ‘실행’이었다.
지금은 기업들이 여러 부문에서 진화를 했다. 이제는 ‘기사를 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던가 ‘보도를 안 나가게 하는 방법’을 묻는 기업들을 거의 보기 힘들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런 노력이나 접근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자체가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생각들도 일반화 되었다.
이제 기업들이 외부 위기관리 카운슬을 고용해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들은 주로 다음과 같다.
-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외부 모니터링/피드백
-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위원회에 참석하여 전략 시나리오 개발에 인풋 및 조언
- 통합적 위기관리 실행을 위한 내부 코디네이션 지원
- 부서간 위기관리 활동 배분 프로세스 지원
- 평소 위기요소 진단 작업에 대한 의뢰
-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분석과 업그레이드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에 대한 대응 준비 작업 및 협업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분석 및 접근 전략 개발
- 실제 발생 예정인 위기를 기반으로 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훈련 (미디어트레이닝 포함)
- 평소 주요 위기요소를 시나리오화 하여 진행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 위기 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모니터링 및 대응 설계, 조언
-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위기관리 카운슬 (위기관리 위원회 및 CEO대상)
전반적으로 보아도 기업들이 많이 고민하고, 니즈에 있어 선진화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근 수년간 이렇게 빠르게 진화한 원인은 전반적으로 기업들간에 위기와 위기관리 라는 주제에 대한 관점들이 많이 선진화 되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기업들의 위기 사례들과 위기 발생 빈도, 수위들이 점차 확대 생산되고 있다는 점. 소셜미디어등의 뉴미디어를 통한 위기 발생의 혼돈성이 극대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압력이 기업들에게 적정 수준이상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기업들이 무서워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별반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체계적인 위기관리를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당히 진화한 기업들인 셈이다. 반면 ‘왜 우리가 위기관리에 투자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도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 아직 이해관계자 관점과 그들로부터의 사회적 압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앞으로 소셜미디어 환경이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압력을 강화 시키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