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7월 232013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Updated] 위기관리가 힘든 조직들의 공통된 특징들

 

위기관리는 (단어 장난을 조금 가미하자면…)일단 시스템(System), 스피드(Speed), 공유(Share), 양방향 실행(Symmetric Execution)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식적이고 뻔한 가치와 원칙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항상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는 기업 문화와 철학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도전 또는 테스트라고 본다. 실무적으로 이런 테스트에 임하는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이 의미가 무엇인지 절실하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기업에서 한두 명이 개인적으로 처리 완료 할 수 있는 이슈가 있다면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이슈나 위기가 아니다)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없는 기업들의 증상들은 바로 이렇다. (다른 실무자 분들께서 실무적으로 추가할 insight가 있으면 언제든 추가 부탁 드립니다.)

평소의 기업 일반 증상들과 위기시 이상 증상들을 기반으로 정리해 봤다.

 

  1. 평소 실무자들과 이메일이나 전화 연결이 힘들다. 이메일 답변이 없거나 상당시간 지연되고, 전화 연결시 연결되는 확률이 상당히 저조하다.
  2. 평소 회의가 무리하게 많다. 그 시간대도 일반적인 비즈니스 시간대를 무시하면서 길다.
  3. 대부분 회의와 실행이 연결되지 않는다.
  4. 위기관리 담당자들의 출장이 잦고 길다.
  5. 위기관리 부서내 담당자들간에 바톤 돌리기가 성행한다.
  6. 각 부서간의 silo thinking이 대단하다. 정보공유는 물론 정치적으로 상호 견제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7. 평소에 이슈 예측이나 그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논의 기회가 없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8. 평소에 구축한 효율적인 위기 대응 자료 DB나 플랫폼들이 없거나 적다.
  9. 본사에서는 상당 부분 자신들이 컨트롤 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사나 지점에 대한 통제력이나 파악이 상당히 부실하다. (보고만 번지르르 해 본사를 행복하게 한다)
  10. 본사가 일선 인력들을 과신한다. 우리는 고품질의 인력들을 채용해 수준 높게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노력과 다른 실행들이 종종 벌어진다.
  11. 일부는 위기관리를 위해 본사에서 지시한 사항들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고, 부정적인 보고나 핑계(excuses)만 공유된다.
  12. 심지어 위기관리를 일선에서 실행할 인력들의 역량이 전무하다. 홍보팀의 경우를 들자면 극단적인 기사나 보도들에 대해 지시 받은 일선 대응 활동에 전혀 자신 없어 하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회의실에서만 머무른다. 대관이나 법무, CS 등도 매일반.
  13. CEO가 일선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100% 이해란 힘들겠지만, 일선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14. CEO가 부재중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를 대체해 의사결정을 못한다.
  15. 외국기업의 경우 저 멀리 본사의 의사결정 없이 어떠한 초기대응 조차 제한되거나,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16.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대응 및 실행 지시만 내리고, 그 결과와 후속조치에는 관심이 덜하다. 평소에도 지시만 있고 퍼포먼스 체크나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17. 일부 부서 또는 일부 직원에게만 위기관리 오너십을 부여한다. 당연히 해당 부서나 직원은 ‘밑질 수 밖에 없는 업무’에 불안해 하고 괴로워한다.
  18. 평소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아무런 임파워먼트도 주어지지 않는다.
  19. 평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형성, 조사 분석 활동이 부실하다.
  20. 대행사만 내세워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려 애쓴다.
  21. 위기관리 대응 보다는 사후 인적쇄신 또는 자아비판 풍토가 강하다.
  22. 실무자 및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의욕이나 관심이 없다. 왜 B2B기업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하고 묻는다.
  23. 위기관리 관련 예산이 아예 없거나, 비현실적이다.

 

[이상 포스팅은 2011년 포스팅]

 

 

2013년 추가

 

  1. 오너나 CEO가 사적인 방식들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2. 오너나 CEO 주변에 훈수를 두는 외부 분들이 많다. (심지어 사모님이나 아드님, 따님들이 훈수)
  3. 내부적으로 진언을 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상당히 터부시 하는 기업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4. 우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언론, 대정부, 대검찰, 대소셜미디어, 대NGO 대응 활동 전반)
  5. 위기 시 위기관리보다는 자기 부서가 무언가 했다는 사후 평가를 받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가시화를 시도한다.
  6.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들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이해하지 못 한 채 위기관리 실행을 지시한다.
  7. 위기 발생시 의사결정그룹내에서 미시적인 것들을 주로 논의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큰 흐름을 보지 못한다.
  8. 오너나 CEO의 위기관리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는 그분들이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임원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못한다.
  9.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리스닝하지 않는다. 일선에서는 리스닝하는데 의사결정그룹에 적절하게 보고되지 않는다.
  10. 반복적으로 경험을 하고도 매번 대응 준비라던가, 대응방식에 별반 나아짐이 없다.
  11. 내부적으로 누가(who) 어떤 위기를 관리하라 지명해 지시하기보다 그냥 다같이 하자고 한다.
  12. 위기관리에 실패 한 이후 컨트롤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13. 위기관리에 실패 한 이후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14. 실제 위기관리를 리드하셔야 하는 CEO께서 위기관리 트레이닝에 열외하신다.
  15. 자사 위기관리 후 평가에 있어 내부적으로 성공한 부분들을 주로 공유한다.
  16. 최고경영진과 일선 위기관리 실행 실무자들간에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판단 기준이 다르다.
  17. 똑같은 위기인데도 매번 의사결정 기준이 바뀐다.

 

임상 관찰과 컨설팅들을 통해 계속 추가 예정입니다. (last update in Jul, 2013)

 

2017년 추가

41. 대표이사에게 위기 상황을 보고를 위해, 일선에서는 PPT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42. 비싼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놓았는데, 대표이사 알현이 힘들다. 그냥 부서 임원하고 팀장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와 일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고영했는지도 대표이사가 모른다)

43. 대표이사부터 모든 임원들이 각자 자기가 아는 영향력자들에게 두서 없이 전화를 돌린다. (결과적으로 자사 위기를 홍보한다)

44. 평소에 갖추어 놓지 않고서 위기 때 급하게 만들어 무언가 할려고 한다. (말 앞에 카트를 맨다)

45. 오너나 대표이사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변호사를 고용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46. 오너나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쓴다. 갖가지 클리쉐가 충만하다. 종종 검찰수사나 일부 고객들에 맞서 싸우려 한다.

47. 사내에 아직도 언론 기사를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위임원들이 있다. 홍보팀 예산은 월 100만원이다.

48. 임원들이 심지어 포탈이나 소셜미디어도 장악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믿는다. 몇년전 국정원 사례를 든다. (3500명 댓글부대)

49.  일선에서는 10만원을 아껴보려고 고객들과 싸운다. 그러다 온갖 부정기사나 고발, 소송이 걸린다.

50.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만나면 ‘창구일원화’ 개념은 약 30초 정도 기억하고, 허심탄회하게 기자에게 은밀한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51. 대표이사가 혼자 모든 결정을 한다. 다른 부서 임원들이나 팀장들은 위기 시에도 그냥 대표이사의 메신저 지시만 기다린다.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

52. 법무나 대관과 협의 없이 홍보만 뛰어 다닌다.

53. 홍보임원이 위기대책 회의 때 바쁘게 기자를 만나러 다닌다. 대신 회의에는 팀장이나 다른 홍보실 직원들이 대리 참석한다. 대표이사나 다른 부서 임원들은 다 참석한다.

54. 로펌의 의견에만 충실하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한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그런 포지션 위험하다 해도, 대표이사께서 로펌을 믿으시니 그리 할 수 밖에 없다 한다.

55. 오너나 대표이사께서 지인인 60-70대 전직 고위관료 또는 정치인들에게 위기 대응을 문의한다. 특히 여론관리(?)에 대해 그분들의 의견을 묻는다. 오래된 답변들이 주로 돌아온다.

56. 내부고발자나 이슈 원점을 두고 ‘본때를 보여주어여 한다’는 내부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로펌이나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대신 ‘신속하고 과감한 합의’를 조언하는데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57. 법정에서 자사의 결백함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고, 여론과 12라운드를 벌인다.

58. 위기가 발생해서 거의 피크를 찍고 있는데, 위기관리전담팀을 만들거나, 위기관리 담당자를 뽑는다고 서치펌에게 연락한다.

59. 현재 타오르는 타사 위기 사례를 보고도 그게 자사에게도 곧 발생할 수 있다 믿지 않는다. 당연히 개선이나 준비가 없다.

60. 위기관리 예산을 오너나 대표이사가 대부분 쓰신다. (용도는 대외비)

 

임상 관찰과 컨설팅들을 통해 계속 추가 예정입니다. (last update in Aug, 2017)

1월 082010 Tagged with , , 8 Responses

빠른 물고기론(SPEED)

 

예전 인하우스 시절. 모시던 CEO께서 기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시거나 인터뷰를 하시면 항상 하시던 말씀이 ‘빠른 물고기’였다. 요지는 “빠른 물고기가 큰물고기 보다 먼저 먹이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경쟁사보다 시장점유율이나 전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우리가 빨리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움직이면 거대한 경쟁사 보다 빨리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 하는 일종의 전략이자 바램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회사를 경영하게 되면서 종종 생각나는 것이 이 ‘빠른 물고기’다. 스피드라는 것이 공사장 개념으로 완공일정을 당겨서 마진을 넓히는 그런 단순 스피드라는 개념은 아니겠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각국 (주로 미국이 중심이지만)의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이나 글들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무릎을 치게 되는 이유도 내 자신이 아직 ‘빠른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돈을 벌고 있는 그것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저 세상의 것’이 아니었음에 주목한다. 조금만 빨리 생각해서 실행에 옮겼다면 지금 그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말이다.

경쟁사들이나 해외 글로벌 회사들의 서비스팩들을 보면서도 일부 감탄을 할 때가 있다. “어떻게 이 선수들은 이렇게 생각을 많이 했을까? 언제 이런 생각들을 진행했을까?” 감탄한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또는 우리가 느렸기 때문이다.

회사를 론칭하고 나서 직원들과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사이트들을 많이 그리고 자주 커뮤니케이션 한다. 해외 회사들의 서비스팩들과 접근방식들에 대해 ‘우리도 그리 못할 것은 없다’는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의 문제는 그 고개 끄덕임이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는데 있다.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과 범위는 시장의 그 어느 누구보다 더 멀리 그리고 크게 나아가 있다. 그 수준과 범위를 빨리 우리의 것으로 확정하고 (말뚝을 박고) 제품화 하는 것이 핵심이다.

빠르다는 것은 무조건 빨리 달려 나간다는 것 이전에, 그 만큼 미리 많은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것이고…그 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다는 것이다. 그 만큼 많은 관심을 미리 미리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드는 선(善)이다.

빠른 물고기가 그래서 좋다.

 

5월 112009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시나리오 경영 만큼 싫은게 없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시나리오 경영은 필수적이다. 이는 최고경영자(CEO)나 어느 한 부서의 역량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전사 차원에서 경영 상황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시나리오를 개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뒷받침 될 때 CEO의 의사결정은 빛을 발할 수 있다. [디지털타임스]

시나리오 경영에 대한 기고문이나 기사들을 여럿 볼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하는 의사결정만큼 힘든 게 없다. 실무자들에게 하나의 이슈에 대해 모든 시나리오를 추출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는 보쓰만큼 솔직히 미운(?) 상사가 없다.

한국적인 생각으로 하나의 사건에는 하나나 두개의 결과가 있다고 미리 전제를 해 버리기 때문에 그 이외의 다양한 시나리오는 상당히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일이 아닌가 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아야 의사결정이 더욱 정확하고 전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이미 편견이 개입을 하게 되고, 의사결정자들이 무료하게 모든 시나리오를 하나 하나 깊이 검토하기 보다는 각 시나리오에 대한 브리프를 받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도 편견이 강화되기 마련이다.

시골 장터의 OO아가씨 선발 대회같이 미리 진선미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지만, 각 시나리오에 대한 비중이나 중요도 책정이 이미 서로 차이가 난다. 실무자 차원에서나 의사결정자 차원에서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경영은 스피드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 시나리오 개발에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깊고 넓은 정보량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정보량은 실무자들이 소화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량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 물리적 시간을 소비해 도출한 시나리오들을 하나 하나 검토 한 뒤 의사결정을 하려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당연 시나리오 경영은 스피드가 떨어진다.

밥을 빨리 먹는다는 한국인과 한국 조직에게는 시나리오 경영은 어울리지 않는 외국산 명품 재킷 같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시나리오 경영은 일종의 편견 경영이라고도 본다.

하지만 위기관리 코칭에 있어서는 이러한 시나리오 경영이 주가 된다. 왜냐하면 위기시에는 다른 의사결정을 도와줄 체계적인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핵심인 위기관리에서 시나리오 경영이 주가 되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 시간적인 스피드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코치들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경영이 from scratch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래서 말이 된다.

9월 082008 Tagged with , , 0 Responses

스피드에 동의

조직의 진정한 힘은 위기 관리 능력이다. GS칼텍스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에 침착하고 빠르게
대응했다. CD를 받았을 때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뒀던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관계자들도
“GS칼텍스쪽에서 이렇게 빨리 반응할지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GS칼텍스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그 여파 또한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GS칼텍스의 위기 관리 능력만큼은 높이 살만하다.[아시아경제, 기자수첩, GS칼텍스의 위기관리 능력]

동의한다. 스피드가 생명이었다.

7월 142008 Tagged with , , , , 5 Responses

Watchdog을 죽인 결과(?)

통상적인 보고 시스템은 ‘결과’를 CEO나 조직 수장에게 보고한다.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과도한 정보 로드를 방지하고 귀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배려다.

그러나 위기 발생시에는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결과’ 이전에 ‘1보’ ‘2보’ ‘3보’ 등이 선행되어지는 것이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위기가 한꺼번에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감 있는 상황 보고는 중요하다.

이번 금강산 총격 사건의 경우 대통령에게의 1보가 과감하게 생략되었다고 한다.
 
최초 당국자 정보 입수부터 최고 의사결정자 보고 완료까지를 1분 당 1 unit으로 환산하면, 총 120 unit이 소요됐다.

현대아산으로부터 통일부에 보고가 된 후 10분정도후에 통일부측은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하면 이 총 120 unit중 통일부가 소비한 unit은 10 unit이다. 그러면 청와대가 나머지 110 unit을 소비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통일부로 부터의 상황보고 접수 시간이 11시 40분으로 점심시간에 가까워 처리가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한다. 약간은 황당 하지만 그러면 점심시간을 과감하게 뺀 나머지 50 unit은 또 무슨일로 채워졌나?

아마 이 나머지 50unit은 합참등에서 잘 못 보고된 상황을 크로스 체크하는 데 소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개인 통신 장비들이 갖추어져서 이런 종류의 상황 파악이 50 unit이나 걸릴 만한 환경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현실적인 분석은 그날 오후에 예정되었던 대통령의 국회연설 때문에 주요 핵심라인들이 정신이 없고 여력이 없었던데 문제의 근원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흔히 조직에서 목격되는 것들이 어떤 큰 행사나 큰 보고를 앞에 두고는 거의 업무 공백 현상이 짧거나 길게 생기곤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행사나 보고 진행을 위해 이러한 긴장이 필요하겠지만, 위기와 같은 또 다른 혼돈을 그러한 긴장상황에서 새로 수용한다는 데 큰 과부하가 생겨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공백을 막기 위해서 별도 독립된 위기관리 전문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전의 NSC와 같은 평소 어떤 일상적인 업무들과 상관없이 국가 차원의 위기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watchdog들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번 웃지못할 해프닝에서 얻는 교훈이다.    

6월 18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딱 이 수준인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몸무게 10톤에 키 7m짜리 공룡과 몸무게 300g에 키 20cm짜리 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빠른 물고기와 큰 물고기 중 누가 더 먼저 먹이를 물까? 결국엔 쥐가 이긴다. 그리고 빠른 물고기가 먹이를 먼저 먹는다.

위기관리에서 스피드는 곧 생명이다. 의사결정의 절차와 소요시간이 길면 일단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힘들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이러한 의사결정의 속력을 배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가 제대로 안된다 한숨을 쉰다. 그러나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다 이유가 있다. 의사결정이 느린 이유가 있고, 그렇게 밖에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깨끗하게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절대 나올 수 없다.

위기관리 수준을 보면 그대로 그 회사의 수준이 보인다. 회사의 다른 수준들은 높은데 위기관리만 잘안되는 그런 회사들은 하나도 없었다. ‘딱 이 수준’이라는 현실 인식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다. 스스로를 헛보면 아무 답도 없다.

위기대응 포지션을 결정하기 위한 결론없는 2시간짜리 회의를 바라보면서…푸념…  

   

1월 212008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컨설팅 프로세스와 R/R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 받으실 클라이언트 미팅을 마치고 돌아와서 짧게 정리해 본 가이드라인.

항상 모든 조직은 발전한다. 지금 나의 조직도 4년전의 그 조직보다는 엄청나게 진화했다. 모든 조직은 이렇게 진화 발전한다.

문제는 내 자신도 함께 진화 발전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고, 비지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진화 발전 속도가 업계 또는 클라이언트의 그것을 압도하는가 못하는가다.

근본이 없는 성장은 바라거나 추구하지도 않는다. 내가 우리 선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근본이 튼튼한 내공있는 선수의 모습이다. 진화가 더딜찌라도 버블없는 차곡차곡 내공.

스피드는 나중의 문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월 172008 Tagged with , , , , , , , , 3 Responses

PR Agency의 Workload에 대한 생각

PR 에이전시에 있을 때는 에이전시가 세상에서 일이 가장 많을 줄 알았더랬다. 뭐 PR 에이전시 AE의 일은 크게 기존 클라이언트 업무와 Potential 클라이언트 업무로 나눌 수 있겠다. 기존 클라이어트 업무는 매일 처럼 항상 쳇바퀴 돌 듯 해야 하는 일이다. 모니터링하고,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하고, 기자들 전화받고, 미팅하고, 기타 보고서 쓰고, 외국계 클라이언트라면 시놉시스나 영역작업 하고, 그외에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보고서나 플랜을 짜고…물론 힘들다.

Potential Client 업무란 갑작스럽게 생겨나고 짧은 시간내에 만들어 내야 하는 업무다. 보통 업무의 스트레스는 여기에 집중될 때가 흔하다. 비딩 준비를 하면서 제안서를 꾸미거나, 예산 작업을 해서 보내거나, Potential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을 하고, 연락을 하면서 이런 저런 요청들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

에이전시 AE생활을 할 때…’클라이언트는 참 좋겠다. 모든일을 다 에이전시에게 맡기면 되니까. 우리 클라이언트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참 편한 사람들이야…’했다.

인하우스로 일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내 AE 시절의 생각은 출근 그 다음날 바로 깨졌다.

모니터링…에이전시가 보내오는 시간이 늦는다. 피가 마른다. 보내왔다. 형편없다. 내가 이미 읽어본 기사가 빠져있다. 시놉시스는 영역이 형편없다. 폰트도 맞지 않는다. 기사 이미지는 형편이 없다. 에이전시 AE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이 쏙빠지게 혼을 내고, 제대로 된 모니터링 리포트를 30분내로 만들어 다시 보내라 했다.

기자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미팅일정을 잡는다. 주말만 빼고, 식사시간이 잡힌다. 저녁도 빼곡하다. 개인 스케쥴 프로그램이 까매진다. 하루에 주고 받는 전화만 60여통이다. 보쓰가 불러 사장 보고 일정을 잡으라고 한다. 엄청난 보고서를 대여섯개의 관련 부서와 조율을 해서 일주일안에 하란다.
 
브랜드팀에서 넘어온 브랜드 비지니스 플랜은 영문 폰트 11로 100페이지가 넘는다. 4명의 브랜드 매니저들이 자신들의 비지니스 플랜을 꼼꼼하게 읽고 브랜드 PR플랜을 달라고 한다. ASAP.

HR에서는 Internal Comm 플랜을 만들자고 회의에 들어오라한다. 브랜드 전략 회의에 들어가자고 한다. 닐슨이 조사결과를 브리핑하니 들어오라고한다. 웰콤이 브리핑을 한단다. 오리콤에서 브리핑을 한단다. 나인푸르츠가 온라인 마케팅 플랜 브리핑을 한단다. 모 브랜드 매니저가 새로운 레이블 디자인을 보고 PR매니저의 느낌을 좀 달란다.

사장이 새로운 신제품의 PR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서 올라오라고 한다. 기자가 사장 인터뷰를 하잔다. 모 기자는 회사앞을 지나가다 들렀으니 차나 한잔하잔다. 광고부 직원이 옆자리에 와서 인사를 한다. 전화로 소비자가 제품에 이상이 있다면서 컴플레인에 욕찌거리를 해댄다.

멍…

아니 에이전시 AE들은 뭘하는거지. 30분내로 해내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퇴근시간인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데드라인 마인드가 없다니…투덜대면서 기자와 석식을 하러 나간다. 남들은 혼자 한달간 마실 술을 기자와 단둘이 새벽까지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 에이전시는 오늘도 모니터링이 늦는다.

아…에이전시 AE 시절이 좋았더랬다. 업무의 량도 량이지만, 그 책임의 무게가 더욱 힘들다. 어리버리 에이전시는 나의 performance evaluation 결과를 완전 초토화하고 있다. 내 연봉이 증발하는 꿈을 꾼다.
 
정신력, 스피드, 관심, 데드라인 마인드, 열정, 책임감, 프라이드.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Workload의 뼈대다. 이 둘에 차이가 있다면 이 뼈대의 차이다. 에이전시에서 일 못하는 AE는 그럼 뭔가. 최하 아닌가…최하 골다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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