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없이 위기관리 없다 | |||||||||||||||||||||||||||||||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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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모니터링이다. 오프라인 매체들은 물론이고 온라인 매체와 각종 소셜 미디어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홍보팀의 중요한 업무가 됐다. 군대로 치자면 홍보팀의 모니터링 활동은 전방 철책 안에 들어가 있는 수색대의 업무들과 같다. 위기 발생 전조를 실시간으로 입수 분석하여 상부에 보고하고 최초 조치를 취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파수견(watchdog) 기능이다. 이미 이전에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전조가 없이 발생하는 위기는 매우 드물다. 거의 모든 위기 사례들에서도 일종의 전조는 분명히 존재했었고, 그러한 전조를 초기에 적절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큰 재앙으로 발전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일선에서는 이 모니터링을 상당히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부담스러운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홍보 실무자들은 이러한 모니터링 업무에서 좀더 자유로워 지려고 노력한다. 홍보팀의 신입 막내들 수준에서 일선 모니터링을 맡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만큼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전조 없는 위기 없다…‘워치독’중요 홍보 업무를 하는 분들의 거의 공통적인 환경이겠지만, 아빠가 홍보를 하는 집은 아내와 아이들 모두가 모니터링 담당자가 되곤 한다. 심지어는 부모님들과 가까운 친인척들도 ‘9시 뉴스’에 우리 회사 관련 보도가 나오면 바로 전화들을 걸어오곤 한다.
홍보 담당자들도 사람이다. 이들에게도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존재하고, 밤낮이 있다. 이들에게도 모니터링의 사각지대는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 또는 사각 시간대를 치고 들어오는 위기가 꼭 문제다. 출입기자들과 저녁 자리를 가지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9시반 경 CEO로부터 울리는 휴대전화는 홍보팀장들에게는 거의 지옥의 콜이다. “어이…당신 MBC 뉴스 봤어? 거기에 왜 우리 회사가 그렇게 언급되는 거야?” 이런 식의 질문을 받는 날이면 홍보팀장의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른다. 아무런 전조가 없었기 때문에 보도가 나가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확인 후에 보고 드리겠습니다”라는 말 밖에 어떤 말이 가능할까. 모니터링 후 신속 보고로 연결돼야 기업에서 홍보팀 같이 일년 365일 24시간 불안한 상태로 대기하는 팀은 없을 것이다. 그 만큼 CEO분들은 홍보 조직을 가엾이 여겨 주었으면 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잘 되도 본전이고, 잘 못 되면 큰 실책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24시간 대기 모드에는 우울함이 저변에 깔려 있다. 조마조마한 것이다. 실무자들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있다. 좀 더 체계적인 오프라인 온라인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예전처럼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해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효율적인 방식을 연구해야 할 필요도 있겠다. 모니터링을 모니터링에서만 끝내기 보다는 좀 더 신속한 보고체계와의 연계, 그리고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의사결정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분석 보고 시스템의 도입 등이 좀 더 나은 위기관리 시스템의 기본 골격이 되겠다. 오늘 이 시간에도 자신의 회사를 둘러싼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홍보담당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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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dog
![Watchdog을 죽인 결과(?)](https://i0.wp.com/jameschung.kr/wp-content/uploads/1/1136200951.jpg?fit=282%2C374)
Watchdog을 죽인 결과(?)
통상적인 보고 시스템은 ‘결과’를 CEO나 조직 수장에게 보고한다.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과도한 정보 로드를 방지하고 귀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배려다.
그러나 위기 발생시에는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결과’ 이전에 ‘1보’ ‘2보’ ‘3보’ 등이 선행되어지는 것이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위기가 한꺼번에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감 있는 상황 보고는 중요하다.
이번 금강산 총격 사건의 경우 대통령에게의 1보가 과감하게 생략되었다고 한다.
최초 당국자 정보 입수부터 최고 의사결정자 보고 완료까지를 1분 당 1 unit으로 환산하면, 총 120 unit이 소요됐다.
현대아산으로부터 통일부에 보고가 된 후 10분정도후에 통일부측은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하면 이 총 120 unit중 통일부가 소비한 unit은 10 unit이다. 그러면 청와대가 나머지 110 unit을 소비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통일부로 부터의 상황보고 접수 시간이 11시 40분으로 점심시간에 가까워 처리가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한다. 약간은 황당 하지만 그러면 점심시간을 과감하게 뺀 나머지 50 unit은 또 무슨일로 채워졌나?
아마 이 나머지 50unit은 합참등에서 잘 못 보고된 상황을 크로스 체크하는 데 소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개인 통신 장비들이 갖추어져서 이런 종류의 상황 파악이 50 unit이나 걸릴 만한 환경은 아니다.
현실적인 분석은 그날 오후에 예정되었던 대통령의 국회연설 때문에 주요 핵심라인들이 정신이 없고 여력이 없었던데 문제의 근원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흔히 조직에서 목격되는 것들이 어떤 큰 행사나 큰 보고를 앞에 두고는 거의 업무 공백 현상이 짧거나 길게 생기곤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행사나 보고 진행을 위해 이러한 긴장이 필요하겠지만, 위기와 같은 또 다른 혼돈을 그러한 긴장상황에서 새로 수용한다는 데 큰 과부하가 생겨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공백을 막기 위해서 별도 독립된 위기관리 전문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전의 NSC와 같은 평소 어떤 일상적인 업무들과 상관없이 국가 차원의 위기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watchdog들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번 웃지못할 해프닝에서 얻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