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보고 시스템은 ‘결과’를 CEO나 조직 수장에게 보고한다.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과도한 정보 로드를 방지하고 귀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배려다.
그러나 위기 발생시에는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결과’ 이전에 ‘1보’ ‘2보’ ‘3보’ 등이 선행되어지는 것이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위기가 한꺼번에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감 있는 상황 보고는 중요하다.
이번 금강산 총격 사건의 경우 대통령에게의 1보가 과감하게 생략되었다고 한다.
최초 당국자 정보 입수부터 최고 의사결정자 보고 완료까지를 1분 당 1 unit으로 환산하면, 총 120 unit이 소요됐다.
현대아산으로부터 통일부에 보고가 된 후 10분정도후에 통일부측은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하면 이 총 120 unit중 통일부가 소비한 unit은 10 unit이다. 그러면 청와대가 나머지 110 unit을 소비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통일부로 부터의 상황보고 접수 시간이 11시 40분으로 점심시간에 가까워 처리가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한다. 약간은 황당 하지만 그러면 점심시간을 과감하게 뺀 나머지 50 unit은 또 무슨일로 채워졌나?
아마 이 나머지 50unit은 합참등에서 잘 못 보고된 상황을 크로스 체크하는 데 소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개인 통신 장비들이 갖추어져서 이런 종류의 상황 파악이 50 unit이나 걸릴 만한 환경은 아니다.
현실적인 분석은 그날 오후에 예정되었던 대통령의 국회연설 때문에 주요 핵심라인들이 정신이 없고 여력이 없었던데 문제의 근원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흔히 조직에서 목격되는 것들이 어떤 큰 행사나 큰 보고를 앞에 두고는 거의 업무 공백 현상이 짧거나 길게 생기곤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행사나 보고 진행을 위해 이러한 긴장이 필요하겠지만, 위기와 같은 또 다른 혼돈을 그러한 긴장상황에서 새로 수용한다는 데 큰 과부하가 생겨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공백을 막기 위해서 별도 독립된 위기관리 전문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전의 NSC와 같은 평소 어떤 일상적인 업무들과 상관없이 국가 차원의 위기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watchdog들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번 웃지못할 해프닝에서 얻는 교훈이다.
Communications as Ikor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5 Responses to Watchdog을 죽인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