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권자

10월 012009 Tagged with , , , , , , 4 Responses

일선에서의 위기관리











한달 여간 아주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 동안 수십 번의 위기관리
워크샵과 트레이닝 그리고 시뮬레이션들이 진행되었다. 한꺼번에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인사이트들이지만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해 본다.

일선에서의 위기관리 그 장애들.

위기관리 워크샵과 시뮬레이션에 진정 중요한 분이 안 계시다
CEO
를 비롯해 실제 위기관리팀을 이끄실 가장 상위 의사결정권자는 워크샵과 시뮬레이션에 좀처럼 참여하시지 않으려 하신다. 최고의사결정권자와 그 이하 위기관리팀간의 간극은 무엇으로 메워야 하나.

지역에서의 이해관계자 관계자 중요하다. 하지만, 실탄이
없다

최근 들어 지역관계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둔다. 지역정부, 지역NGO, 지역주민, 지역
관공서, 지역 언론, 지역 커뮤니티들관심은 있는데 실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그 어려움의 핵심은
지역에서의 담당자 및 예산 부재다. PR팀에서는 풀 수 없는 영역이다.

R&R은 체험으로 빛난다
매뉴얼상에 줄줄이 엮여 있는 R&R(Role & Responsibility). 책을
읽듯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체험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는 기억할 필요가 각자에게는 아직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속도와 정확성
그러나 실제 커뮤니케이션 현상은 속도를 잡아먹고, 정확성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런 본능에 저항해야 위기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보고(report)만 잘해도 성공
일선에서 위기관리란 보고가 90%. 일상적인
보고가 아니라 시기적절하고 정확한 보고다. 문제는 이러한 보고 프로세스 어디에선가 병목 또는 숙성의
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

일선에서는 철학보다 액션 가이드라인을 원한다
우리회사는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우선주의를좋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그 뒤가 문제다. 그건 그렇고 막상 우리 공장에 들이닥치는 지역 TV 탐사취재단은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그게 골치
아픈 문제다.

공감? 그것도 나에게 여유나 권한이 있어야
위기시 이해관계자와 공감하라 한다. 오케이. 우리가
공감하고 싶지 않아서 공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위기발생시에는 공감할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우리에게 보상권한을 주었나? 일부 책임을 인정하거나 실행하게 해
주었나? 본사의 결정이 주인데 일선에서의 공감 표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 아닌가.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람을 때리거나 밀칠 만큼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고가 발생해 달려드는 TV 카메라들을 보면만약 내가 여기서 막아내지 못해 우리 회사에게
큰 피해가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퍼뜩 드는 거죠. 의식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그 사람들의 팔을 낚아 채거나 밀치게 되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대변인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 논리적이지만 상당부분 감성적인 사람. 많은 정보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사내에서 권한을 많이 부여
받은 사람. 인간적인 사람수 많은 요건들을 공통적으로
만족시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이나 업무 분야로 대변인을 정하면 안 되는 이유다.

모두다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중요한 일
그게 위기관리다. 대변인이고회사를 구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회사 그 자체로서 해당 이슈를 바라 보라
인간 홍길동. 전무 홍길동. 55세 홍길동. 박사 홍길동. 대학 다니는 세 아이의 아버지 홍길동. 다 잊는 게 좋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나는 곧
회사다. 내가 하는 말은 홍길동의 말이 아니라 살아있는 회사의 말이다.
다른 이름이나 성별, 나이, 학벌, 사회적 위치는 없다.

위기시 감정에 주목하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위기시 흥분한다. 그리고 모든 위기에는 피해 받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화나거나 실망하거나 혼란스러워 하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그들의 그런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들에게 목마른 솔루션은 이성적 설명이나 논리적 해명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면 답이 보인다.

위기시 모든 직원은 애사심이 끓어 오른다
좋다. 하지만 그것이 패거리 정신이거나 마피아적 단결이어서는 안 된다. 회사를 사랑하고 있는 직원으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무엇이 회사를 살리는 일인가? 옛적 신문 윤전기에 손을 집어 넣거나
신문배달 트럭 앞에 들어 누워 나를 밝고 가라 소리쳤다는 그런 거 말고

문제는 확실히 알았다. 끝?
문제를 아는 것이 개선의 시작이다. 시뮬레이션이나 미디어트레이닝이 끝나면 다들 해방감에
젖는다. 몇 시간 동안의 압박과 스트레스에 벗어난 느낌이다. 번지
점프가 끝난 그 느낌에 대해 100% 이해한다. 하지만 그
때부터가 시작이다. 발견된 문제점들에 대해 리스트화 하고 하나 하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게 옳다. 개선을 위해.

 

해피 추석.

7월 142008 Tagged with , , , , 5 Responses

Watchdog을 죽인 결과(?)

통상적인 보고 시스템은 ‘결과’를 CEO나 조직 수장에게 보고한다. 최상위 의사결정자의 과도한 정보 로드를 방지하고 귀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배려다.

그러나 위기 발생시에는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결과’ 이전에 ‘1보’ ‘2보’ ‘3보’ 등이 선행되어지는 것이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위기가 한꺼번에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감 있는 상황 보고는 중요하다.

이번 금강산 총격 사건의 경우 대통령에게의 1보가 과감하게 생략되었다고 한다.
 
최초 당국자 정보 입수부터 최고 의사결정자 보고 완료까지를 1분 당 1 unit으로 환산하면, 총 120 unit이 소요됐다.

현대아산으로부터 통일부에 보고가 된 후 10분정도후에 통일부측은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하면 이 총 120 unit중 통일부가 소비한 unit은 10 unit이다. 그러면 청와대가 나머지 110 unit을 소비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통일부로 부터의 상황보고 접수 시간이 11시 40분으로 점심시간에 가까워 처리가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한다. 약간은 황당 하지만 그러면 점심시간을 과감하게 뺀 나머지 50 unit은 또 무슨일로 채워졌나?

아마 이 나머지 50unit은 합참등에서 잘 못 보고된 상황을 크로스 체크하는 데 소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개인 통신 장비들이 갖추어져서 이런 종류의 상황 파악이 50 unit이나 걸릴 만한 환경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현실적인 분석은 그날 오후에 예정되었던 대통령의 국회연설 때문에 주요 핵심라인들이 정신이 없고 여력이 없었던데 문제의 근원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흔히 조직에서 목격되는 것들이 어떤 큰 행사나 큰 보고를 앞에 두고는 거의 업무 공백 현상이 짧거나 길게 생기곤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행사나 보고 진행을 위해 이러한 긴장이 필요하겠지만, 위기와 같은 또 다른 혼돈을 그러한 긴장상황에서 새로 수용한다는 데 큰 과부하가 생겨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공백을 막기 위해서 별도 독립된 위기관리 전문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전의 NSC와 같은 평소 어떤 일상적인 업무들과 상관없이 국가 차원의 위기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watchdog들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번 웃지못할 해프닝에서 얻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