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니어

11월 202009 Tagged with , , , , , , , , , 0 Responses

일을 잘해야 기자에게도 존경 받는다

소스: Ragan Interview, Juan Williams, Senior Correspondent, NPR











예전에도 몇 번 포스팅 했었지만 미국 PR 필드에서 기자들이 가지는
매우 민감하고도 황당한 문제가 바로관계(relationship)’
관한 것이라는 점에 새삼 놀라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도 NPR 기자인 Juan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PR 담당자들이 기자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어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으며, 이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나 컬럼을 담당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접근하는하수들이 많다는 지적이 참 안타깝다.

우리 PR담당자들이 일부 큰 환상을 가지는 쪽이 미국
PR
선수들인데 이 선수들 중에도 실제 수준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기본으로 아는 업무 수준에 못 미치는 하수들이 많다는 게 재미있다.

보통 에이전시나 인하우스 주니어들이 보도자료 등을 낼 때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게 되는 때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주니어 때만 몇 번으로 끝나야지 반복되면 분명 문제다.

일부 인하우스에서는 기자 관계를 에이전시에다 모두 턴키로 맡기고 자신은 스스로 PR
administrator
로 포지셔닝 하는 실무자도 있는데조직 차원에서는 이처럼 큰
낭비가 없다. 왜냐하면 조직의 이름으로 capitalize되는
관계가 너무 부족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는 기사 가치나 뉴스의 가치(newsworthy)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관계(relationship)는 부차적인 것이고 상당히 소모적인
것이라 폄하하는 실무자들도 있다. 상당히 재미있는 시각인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하는 본능에 이런 생각이 기인한다고 본다. 스스로도 가장 껄끄러운 부분인 것을 알면서도
관계 형성에 스스로의 시간과 힘을 투자하지 않으려 하는 본능 같다.

아주 예전 어떤 외국 클라이언트는 한국에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려 한다면서 견적을 뽑아 달라 했었다. 견적과
함께 샘플 미디어리스트를 보내주었다. 업데이트가 많이 필요한 샘플이라는 설명을 해 주었다. 얼마 후 기자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렸다.

홍콩에서 얼기 설기 한국어로 번역된 보도자료가 스팸 형식으로 기자들에게 단체 발송된 거다. 우리가
전달해 주었던 그 오래 전 샘플 미디어 리스트를 사용해 홍콩에 앉아 그냥 스패밍을 한 거였다. 그 회사의
용감함에 놀랍기도 했지만안타까웠다. PR을 한다는 선수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까 궁금했다.

큰 세상이니 얼마나 재미있는 PR담당자들이 많을까?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아닌 건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일하는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무슨 언어를 사용하는 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일 잘하는 PR선수들이 많아야 업계도 존경 받는다. 기자에게도
말이다.

8월 242009 Tagged with , , , , , , 11 Responses

사수 vs 부사수 – 성장을 위한 관계

이번 가을 학기부터 각기 다른 2개의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강의를 맡은 하나는 대학교 강좌고 ‘PR Writing’에 대한 주제다. 하나는 지난 8년간 진행해왔던 ‘한경PR아카데미‘ 강의다. 둘다 비슷한 또래의 전공 및 비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이 PR아카데미는 최초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시작 해서 올해들어 한국경제 아카데미쪽으로 옮겨 맥을 연결해 놓고 있다. 기존 한겨레PR아카데미는 또 다른 강사님들에 의해 진행이 되고있다. 그 만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PR교육의 기회들이 확장되고 있다는 데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8년 정도를 되돌아보면 학생들에게 또는 쥬니어들에게 PR을 가르치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방식이 좀 더 결과를 좋게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특정한 방식은 간단하게 이야기 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스타일(Style)’식 방식과 비슷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스타일을 시청하면서 흥미로운 예전 경험들 때문에 웃고는 한다)

지금까지 600여명이 넘는 PR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한 Dozen이 넘는 부사수 그리고 에이전시 담당 AE들과 daily 같이 일했는데 그 공통적인 효과적 사사 방식이 그랬었다.

  • 학생들과 부사수들은 칭찬을 해 주면 안된다. 경험상 많은 칭찬을 남발해 주면 거의 모두 사라진다. 쥬니어들은 그 기간이 자신감을 키우는 기간이 아니다. 이 기간에 자신감을 주면 교만해지거나 자만에 빠져 불타버린다.
  • 반복적으로 괴롭혀야 익숙해진다. 괴롭힌다는 표현에 민감할 것 같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반복적인 프레스는 필요악이다. 그 프레스들 중 일부들이 바로 데드라인, 품질, 디테일, 커뮤니케이션, 항상 웃는 얼굴등이다.
  • 친해지되 무서워야 한다. 친해지기만 하면 사수를 친구로 본다. 무서워지기만 하면 사수가 나를 싫어한다 생각한다. 술자리에서는 친구처럼 하지만, 그 다음날 업무가 시작되면 저승사자같이 느껴지는 사수가 있어야 부사수가 성공한다.
  • 실수에 관대하면 안된다. 됐어…쥬니어니까 그럴수도 있지라는 말이 서러워야 한다. 쥬니어라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이 더 맞다. 사소한 실수들에 대해 그냥 끄떡 끄떡하는 사수들 밑에서는 좋은 부사수가 나오기 힘들다.
  • 시니컬한게 젠틀한 것 보다 낫다. 쥬니어에게 젠틀한 보쓰들도 내 주변에 있다. 존댓말을 써주고, 경어를 사용하며, 항상 거리를 두고 웃어주는 보쓰가 좋다는 쥬니어들도 있다. 하지만, 도움은 적다. 인간적인 흠모는 가능할찌 몰라도…
  • 눈 높이를 극단적으로 높여 대해야 그 반의 반이라도 간다. 기대수준을 한 껏 올려 잡아야 쥬니어는 부담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전담시켜야 잘해 볼려 노력한다. 처음에는 그런 눈높이가 부담스럽고 괴롭고 벗어나고 싶지만…몇년만 지나면 스스로의 눈높이 때문에 그 밑의 부사수가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 야단 칠 때는 기억에 남아야 한다. 하나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년 후에 다른 회사에서 홍보팀장을 하고 있더라도 사수 생각을 하면 쭈삣 할 정도로 자신의 실수에 대해 뼈져린 기억이 있어야 한다. 보도자료 타이틀 하나를 정하는데도…생각나는 사수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 하나 하나의 성장에 대해 꼭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야단치고, 쪼고, 갈구고, 시니컬하기만 하면서 부사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쳐가면 안된다. 단, 성장의 이유를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어떻게 내가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복습하는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다.



경험상 이런 사수들이 아직까지 내 업무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들이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일하거나 내가 가르쳤던 자랑스러운 PR선수들도 내가 다 이렇게 대했던 대상들이었다.

물론 일부 선수들은 이런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딴길을 가기도 했다. (이런 케이스가 없다면 또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수로서 A라는 목적지로 떠나는 버스다. 자기가 A라는 곳에 가기를 원하지 않으면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타면된다. 억지로 A 버스내에 머물러 고통만 받으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

한경PR아카데미를 시작하면서 이전의 이런 경험들을 다시 한번 되 살려 보려한다. 같은 버스에 일단 올라탔으니 말이다.

 



 


2월 24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7 Responses

좋은 Crisis Communication Coach가 되는 방법

많은 PR에이전시 AE들이 Crisis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얼마전 AE들을 대상으로 3주간 Crisis Communication Coaching Session을 진행했을 때도 여러 AE들이 일상에서 클라이언트들로 인해 수행했던 많은 케이스들과 퍼포먼스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PR에이전시에서는 내부적으로 자사 AE들을 대상으로 하는 Media Training을 정기적으로 실행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한다. 혹시 내부에서 그러한 Training을 진행 할 수 있는 적절한 Coach가 없다면 외부 Coach들과 연계를 해서라도 자사 AE들에게 적절한 실무자 능력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미래의 Crisis Communication Coach를 꿈꾸는 PR 에이전시 AE들에게 주는 몇가지 조언이다.

1. 가능한 많은 Crisis Case와 Crisis Communication Case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기

매일 같이 클라이언트사 모니터링 뿐 아니라 경쟁사 및 타사들의 위기 사례들을 퇴근 후에 심도있게 들여다 볼 것. 각 회사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고, 왜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었고, 못되었는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분석해 볼 것.

2. 클라이언트사를 위해 스스로 Crisis Vulnerability Audit을 해보기

위기 취약점 진단을 통해 내가 담당하고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위기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고 발생 가능한지를 한번 점검해 볼 것. 적절한 정보가 없으면 인하우스와 함께 마주 앉아 하루 정도 이야기를 해 보기. 클라이언트의 머릿 속의 정보를 이끌어 내는 것도 코칭.

3. 만약(What If)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일하기

경쟁사나 타사들의 실제 위기 사례를 남의 일로만 보지말고, 만약 우리 클라이언트가 똑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면 하고 가정 해 보기. 가정에서 끝내지 말고 한번 깊이있게 클라이언트만의 포지션에 대해 생각해 보고, holding statement와 Expected Q&A를 대충이라도 정리해 보기. (이 부분에서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음. “에이전시에서 클라이언트에게 fee를 청구하지 못하는 일을 왜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합니까?” 여기에 대한 답은 하나. “그러면 하지 마세요” – 사실 PR 에이전시에서 Retainer 클라이언트를 위한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1년 내내 한두번도 많다. 1년에 한두번 해서 Coach가 되려면 은퇴후다. 알아서 할 것.)

4. Crisis Communication Workshop이나 Training에 참석해보기

모 개그맨의 유행어 처럼. “해봤어요? 안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 했다. 일단 자기가 트레이닝을 적절하게 받아 보지 않고 클라이언트나 후배 AE들을 트레이닝 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어떻게해서든 수준있는 트레이닝이나 워크샵에 참석해 볼 것. (위기관리의 이해 뭐 이런 개론 강의는 제외) 가장 좋은 것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트레이닝이나 워크샵에 직접 참석해 보는 거지만…이를 진행하는 에이전시 시니어 AE나 컨설턴트가 없으면 참석에 의미가 없다. 외국계 PR에이전시는 해외등지에서 진행하는 Trainer Training을 받을 수도 있지만…영어로 진행하는 트레이닝도 한계가 있다. (이는 실제로 진행해 본 선수들은 안다.)

5. 하루 하루를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살기

하루 하루 기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정보를 트레이드 하는 것도 일종의 crisis communication이라 생각하면 된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잘 가려서 전략적으로 하는 습관은 이런 하루 일상에서 단련될 수 있다. 그냥 기자와 만나 밥만 먹고 헤어지는 건 클라이언트에게나 내 자신에게도 별반 도움이 안된다. 물론 기자도 그렇다.

6. 에이전시와 인하우스를 두루 경험해 보기

에이전시에서 아무리 40-50개 클라이언트를 서비스해 보았다 해도 인하우스의 생각을 100% 알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Crisis Communication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조직내 의사결정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은밀한 프로세스다. 기업 내부 조직의 경험이 없이 제3자적인 스탠스와 시각으로는 완전하고 실제적인 코칭에 한계가 있다. Study-based Trainer와 Experience-based Trainer는 매우 다르다. 명심.

7. 항상 깨어있기

마지막으로 Crisis Communication Coach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시간에라도 포텐셜 클라이언트에게 전화가 와 “말 못할 위기가 발생했으니 빨리 우리 사무실로 와 줄수 있겠냐?”했을 때 빨리 상황을 어느정도 크로스 체크하고, 가능한 정보를 수집해 그 자리에 임해야 한다. 항상 모든 이슈들의 흐름에 눈을 분배하고 있어야 하고, 관심과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항상 업데이트 된 이슈 변화들에 민감성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 관련 이슈들은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답이 없다. 그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꿈을 가진 쥬니어들은 꼭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정리하고 보니 정말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PR 업무 그 자체다.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서 어려웠다 하는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다.

2월 232009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구조화된 분석 훈련

쥬니어 AE들이나 인턴들에게 윗 AE들이 분석업무를 시키는 모습을 보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주문을 한다.

“OOOO에 대해서 기사 검색을 좀 해 봐바. 작년 1년치로. 그 회사가 어떻게 기사에 노출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알아다 줘. 이번주 안으로…”

그러면 열에 아홉 쥬니어들과 인턴들은 네이버를 통해서나 KINDS 자료를 통해서 키워드로 회사명을 치고 기사 하나 하나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개 눈에 띄는 기사들을 읽어보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일주일 후에 두툼한 보고서를 AE의 책상위와 이메일로 보낸다.

그러면 또 열에 아홉의 AE들은 다시 쥬니어와 인턴들을 불러 모은다. “이게 무슨 이야기야? 이렇게 오버롤하게 분석을 하면 어떻게 해. 어디 어디에서 각각 몇건씩의 기사가 나왔는지…또 월별로는 어떤 이슈들이 가장 많이 기사화 되었었는지…뭐 이런 이야기들은 하나도 없네? 대체 지금까지 뭘 한거지?”

그러면 또 열에 아홉 쥬니어들이나 인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우이씨…처음부터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잘 가르쳐 주지…다 해 놓으니까 이래’

이 프로세스에서 잘못은 그 일을 시킨(지도한) AE에게 90%이상이 있다. 나머지 10%의 잘못은 시키는 대로만 한 쥬니어와 인턴들에게 있다.

항상 모든 분석작업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다양한 기준들을 중심으로 모든 습득 정보들을 구조화해서 리포트에 담아 윗 AE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옳다.

맥킨지나 보스턴 컨설팅 같은 경영컨설턴트 스타일의 심도있는 분석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PR에서는 아주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바운더리 내에서 기본적인 분석작업만 필요하다. 그래서 누구든 방법만 알면 시간과 노력을 아끼면서 분석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법을 깨닫지 못하거나, 말해주지 않거나, 일부러 대략적인 일을 시키는 데서 발생한다. (생각해보라…이렇게 비구조화된 분석을 한달 내내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게 얼마나 아까운가)

우선 윗 부분과 같은 기사 분석을 한다면 다음과 같이 구조를 결정해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는 게 맞다.

1. 자사, 경쟁사 1, 경쟁사 2, 경쟁사 3
2. 기간 2008년 1.1-12.31
3. 각 사별 각 매체당(혹은 기자) 기사 수
4. 각 사별 각 매체당 기사 중 긍정, 중립, 부정기사 수
5. 각 사별 월별 주요 노출 이슈
6. 각 사별 월별 주유 노출 이슈들 중 매체 포션
7. 전체 사간 통합 비교
기타…더 원한다면 AEV, impression 등등 추가 가능

또, 이러한 유형들의 분석작업이 자주 있다면 분석의 구조틀을 만들어서 쥬니어나 인턴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맞추어 분석해 넣으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옛말에 장님 파밭 매듯한다는 말이 있다. 이렇듯 회사내에 장님들이 많으면 안된다. 클라이언트는 파밭이 아니다.
  

1월 132009 Tagged with , , , 16 Responses

그래도 생각하는 AE가 좋다

보통 인간이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하는 인생의 기간은 어림잡아 30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한국시장에서의 현실적 기간은 그 절반가량이겠지만…)

30년정도의 반가량을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또는 업무에 관계된 시간으로 소비 하니 그 기간은 15년 가량이다. (실제적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7-8년)

쥬니어 AE들이나 인턴들을 가만히 관찰 해 보면 그들 중 생각이 없어 보이는 (‘보이는’) 선수들이 절반 이상이다. 여기서 생각이라는 것은 선배나 사장이 술자리등에서 “당신 앞으로 10년뒤에는 뭘 할꺼야?” 또는 “앞으로 어떻게 살꺼야?”하는 질문에 곰곰히 뜸을 들이는 선수로 정의하자.

나머지 절반들 중에 또 절반은 아예 생각을 안하는 선수들이다. “뭐…어떻게 되겠지요.” 또는 “전…잘 안되면 장사나 할라구요. 아버지 가게들 중 하나를 물려 받기로 해가지고요…” 남자들의 경우 이렇고…여자 선수들의 경우에 말은 못해도 빙긋이 웃으면서 ‘난 좋은데로 시집가면 빠이 빠이다’ 또는 ‘해 보다 안 되면 공부나 더 할라구~’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외 나머지들이 바로 생각을 하거나 그래도 생각이 있는 선수들인데, 이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또 두파로 갈린다. 하나는 조급한 선수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만만디다.

비율로 볼 때 조급한 선수들이 조금 더 많다. 이들의 경우에는 욕심이나 열정이라는 게 넘치기는 하지만, 하루를 실제보다 길게 생각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인턴이나 쥬니어 AE 생활을 한 3-4개월 하고 나서 이런다. ‘아…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건 거의 없는 것 같다. 위기관리도 배우고 싶고, 투자자관계도 빨리 익혔으면 좋겠는데. 나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이다…’ 뭐 이런류의 생각들을 하는 듯 하다.

마치 논산훈련소를 갖 나와 자대에 배치되 겨우 침상 청소를 시작한 작대기 하나 이등병이 ‘우리나라 전군의 작전계획이 궁금하다. 이 철원과 동성지역 라인은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할까? 중장거리포대의 엄호 반경은 어떻게 확인 가능할까? 5군단의 지휘권이 참 불안하다…” 이딴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만만디 선수들은 마치 자신의 15년 설계가 다 서있는듯 한 모습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 다가가 힘드냐 물으면 대체적으로 웃으면서 이런다. ‘뭐…그렇죠 뭐. 이번에 고생하면서 또 배웠습니다. 다음번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선수가 좋다는 말은 아니다. 선배들이 다룰 때 쉽다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큰그림과 긴호흡을 가져가는 것은 쥬니어 시절 정신 건강으로도 좋다. 많은 선배들이 쥬니어 시절은 하루 한 시간 앞도 모르게 빨빨거리고 뛰어야 한다고들 경험담들을 이야기해 주지만…PR 에이전시에서 그런 조언은 경험상 바람직 하지 않다.

쥬니어 시절부터 머리를 쓰면서 생각을 하면서 일해온 시니어와 그렇지 못했던 시니어간에는 분명 차이가 생긴다. 짬밥이 존경 받는 시대는 끝났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생각하면서 더 많은 가치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PR 에이전시에서는 그렇다. 나 스스로도 내 생각의 깊이나 길이가 협소해지고 미천해지면…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업을 접어야 한다 생각한다. 시니어로서 이름이나 자리에 연연하면서 조직과 클라이언트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로 스스로를 마감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15년이라는 마라톤에서 아직 10미터 정도를 뛴 쥬니어들에게 한마디 꼭 해주고 싶은말은 이거다.

“생각하면서 살아라. 단, 조급하지 말아라”

12월 042008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어떤 사모펀드사 회장님에 대한 기억…

오비맥주 인수설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오늘 두산주류BG 인수설에서도 회자가 되고 있는 MBK 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기사를 읽으면서 MBK 파트너스가 어떤 회사인가 기사를 몇개 읽어 보다가 이 분의 성함이 자꾸 입에 익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1999년 1월의 기억이 난다.

쥬니어 시절. 나는 당시 외환 은행과 관계를 맺고 있던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의 PR을 대행하고 있었다. 쥬니어 시절 흔치 않은 단독 보도자료 배포. 인사 보도자료다.

당시 기억으로는 영문으로 된 짤막한 보도자료 원문을 한글로 급히 번역해 기자들에게 팩스로 넣었고, 새로 임명되신 분의 증명판 사진을 받아 퀵서비스로 기자들에게 돌려야 하는 아주 복잡한(?)일이 었다. (당시에는 이메일을 쓰지 않는 기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사진과 같은 자료들은 하드 카피를 모두 퀵서비스로 보내 기자의 손에 직접 들려주거나 매체 사진부로 전달을 해야 했었다.)

보도자료를 팩스로 배포 한 후 follow up call을 하고 있는데 모 종합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쥬니어 AE 제임스: 네, 정용민입니다.

기자: 예 저 OOO에 ㅁㅁㅁ인데요. 방금전에 보도자료 말이에요. 살로먼 스미스 바니꺼…

쥬니어 AE 제임스: 네, ㅁ기자님.

기자: 이 사람의 한국 직급이 뭐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네, 한국 직급은 상무이십니다.

기자: 근데 한국투자부문대표라는 건 또 뭐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음…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에서 한국투자부문을 총괄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를 한 것이구요. 영문 직급으로는 Director라고 하시니 상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이 사람이 한국하고 또 아시아지역 투자금융 대표라는 겁니까? 상무인데? 이사람 보다 높은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헷갈리기 시작한다) 흠…저희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이분이 한국과 아시아 지역 투자금융부의 대표라고 하시니 이 부문에서는 가장 높으신 분이시죠.

기자: 아니…가장 높은 분이에요? 아니면 가장 높은 것 같은 분이예요? 확실해요?

쥬니어 AE 제임스: (더욱 헷갈리면서) ㅁ기자님, 혹시 그 부분이 확인 필요하시면 제가 다시 알아보고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시면…

기자: 됐어요. 어짜피 안쓸꺼거든…근데 다음부터는 이런 보도자료 쓸 때 좀 확실하게 써요. 이게 뭐야…이게…

(딸깍)

쥬니어 AE 제임스: 흑흑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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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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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매일경제를 비롯한 여러 경제지들에서는 나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잘 다루어 주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당시 기사를 지금 읽어보니 약간 헷갈리긴 하다. 그렇지만…어쩌랴 영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 뿐인데…(당시 클라이언트는 직역을 강조하셨었다)

아무튼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나마 십년 가량이 지난 지금 그분의 성함이 기억에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이제 그분은 더욱 큰 분이 되셨다. 그나마 그에 대한 좋은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던 기억이 있다는 게 영광이다.

8월 272008 Tagged with , , 6 Responses

PR을 해서 좋은점 그리고 나쁜점

PR을 하면서 사람이 바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종의 직업병인 듯 한데 기존 성격상의 영향도 있겠다. 솔직히 제대로 배운 PR 업무를 수년동안 하다보면 다음과 같은 좋은점들이 생긴다. (좋다 나쁘다는 내 개인적인 판단이니 감안들 하시길)

  • 아침에 항상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일찍 일어난다 (모니터링 때문에)
  • 아침 뉴스를 꼼꼼히 보고 듣고 읽는다
  • 항상 모든 일처리를 ‘분단위’로 종결 하려 애쓴다.
  • 약속을 꼭 지키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 기억력을 좋게 유지하려고 애쓴다.
  • 말을 조심해야지 항상 고민한다.
  • 어떤 자료라도 모아서 차곡 차곡 정리하는데 익숙해진다.
  • 좋은 식당들과 수준별 술자리들을 잘 안다.
  •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동시에 이야기 잘한다. (입은 하나인데…)
  • 기자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과 친해 진다.
  • 시간 압박 스트레스에 의연해진다. (데드라인을 무시한다는 게 아니다.)
  • 몸놀림이 빨라진다.
  • 전화를 받으면서 문서작업을 할 수도 있다.
  •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 항상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 애쓴다.

나쁜점이라면…

  •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 활자중독이 된다. 뉴스 시간이나 시그널 뮤직만 들어도 긴장한다.
  • 모든것을 분단위로 하려다 보니…마음만 항상 급하다.
  • 약속이 어그러지면 아주 불쾌하다.
  • 기억력이 쇠퇴되는 것을 느끼면 불안해진다.
  • 말조심을 못해서 문제가 일어나면 죽고싶다.
  • 너무 많은 자료 때문에 어디있는지 몰라서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 좋은식당과 술집들 때문에 허릿살이 는다.
  • 식사와 말을 동시에 해서 소화불량이 만성이다.
  • 너무 많은 사람들과 친해서 야간에 너무 바쁘다.
  • 시간압박 중에서도 의연하게 일하다가 종종 데드라인까지 먹어 삼킨다.
  • 하루에 너무 많이 움직인다.
  • 전화 도중에 문서작업을 하면서 말이 헛나오거나 오탈자 문서작업을 종종한다.
  • 체력이 중요하지만 관리를 못해서 그 자체로 더 스트레스다.
  • 항상 웃으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바보 AE가 잘하는 말…

  • 죄송합니다.
  • 미안합니다.
  • 잘못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내일(다음주, 다음달)까지 해드릴께요… (보도자료를 그리냐?)
  • 어? 제가 깜박했습니다.
  • 네? 기사가 낫다구요?
  •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 어디에 그 자료가 있는지 지금 찾고는 있는데…
  • 그쪽 식당은 제가 아는데가 없어서요…베니건스나 가실래요?
  • (휴대폰 전화 받아서) 실례하지만…누구시라고요?
  • 저..죄송한데요. 제게 한시간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
  • 언제 전화하셨어요?
  • 죄송합니다. 다시해드릴께요…
  • 저…죄송합니다. 어제 기자와 술이 과해서 오늘 약간 회사 늦겠습니다…
  • 그건 아니죠. 저희가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 물어보고 전화드릴께요.
  • …….. (묵묵부답)

쥬니어 시절에 이런 말들에 익숙할 수는 있다. 그러나 쥬니어 시절에 반복적으로 이런말 들을 한다는 것은 두가지 이유다. 1번. 머리가 나빠 개선이 불가능 한 경우. 2번. 일에 관심이 없는 경우.

1번은 다른 일을 알아보는게 좋다. 찾아보면 PR보다 쉬운 일들은 무궁무진 많다. 2번의 경우에는 선배들에게 몇대 맞고 고치던가. 아니면 1번과 같이 떠나면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게 제일 불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