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

12월 042008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어떤 사모펀드사 회장님에 대한 기억…

오비맥주 인수설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오늘 두산주류BG 인수설에서도 회자가 되고 있는 MBK 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기사를 읽으면서 MBK 파트너스가 어떤 회사인가 기사를 몇개 읽어 보다가 이 분의 성함이 자꾸 입에 익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1999년 1월의 기억이 난다.

쥬니어 시절. 나는 당시 외환 은행과 관계를 맺고 있던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의 PR을 대행하고 있었다. 쥬니어 시절 흔치 않은 단독 보도자료 배포. 인사 보도자료다.

당시 기억으로는 영문으로 된 짤막한 보도자료 원문을 한글로 급히 번역해 기자들에게 팩스로 넣었고, 새로 임명되신 분의 증명판 사진을 받아 퀵서비스로 기자들에게 돌려야 하는 아주 복잡한(?)일이 었다. (당시에는 이메일을 쓰지 않는 기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사진과 같은 자료들은 하드 카피를 모두 퀵서비스로 보내 기자의 손에 직접 들려주거나 매체 사진부로 전달을 해야 했었다.)

보도자료를 팩스로 배포 한 후 follow up call을 하고 있는데 모 종합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쥬니어 AE 제임스: 네, 정용민입니다.

기자: 예 저 OOO에 ㅁㅁㅁ인데요. 방금전에 보도자료 말이에요. 살로먼 스미스 바니꺼…

쥬니어 AE 제임스: 네, ㅁ기자님.

기자: 이 사람의 한국 직급이 뭐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네, 한국 직급은 상무이십니다.

기자: 근데 한국투자부문대표라는 건 또 뭐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음…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에서 한국투자부문을 총괄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를 한 것이구요. 영문 직급으로는 Director라고 하시니 상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이 사람이 한국하고 또 아시아지역 투자금융 대표라는 겁니까? 상무인데? 이사람 보다 높은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쥬니어 AE 제임스: (헷갈리기 시작한다) 흠…저희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이분이 한국과 아시아 지역 투자금융부의 대표라고 하시니 이 부문에서는 가장 높으신 분이시죠.

기자: 아니…가장 높은 분이에요? 아니면 가장 높은 것 같은 분이예요? 확실해요?

쥬니어 AE 제임스: (더욱 헷갈리면서) ㅁ기자님, 혹시 그 부분이 확인 필요하시면 제가 다시 알아보고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시면…

기자: 됐어요. 어짜피 안쓸꺼거든…근데 다음부터는 이런 보도자료 쓸 때 좀 확실하게 써요. 이게 뭐야…이게…

(딸깍)

쥬니어 AE 제임스: 흑흑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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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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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매일경제를 비롯한 여러 경제지들에서는 나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잘 다루어 주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당시 기사를 지금 읽어보니 약간 헷갈리긴 하다. 그렇지만…어쩌랴 영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 뿐인데…(당시 클라이언트는 직역을 강조하셨었다)

아무튼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나마 십년 가량이 지난 지금 그분의 성함이 기억에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이제 그분은 더욱 큰 분이 되셨다. 그나마 그에 대한 좋은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던 기억이 있다는 게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