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

8월 052009 Tagged with , , , , , , , , , , , , 2 Responses

미국 PR 선수와의 업무 후기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업무를 하다보면 몇가지 우리나라와 다른 점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재미있어 한다. 최근에 모 미국계 제약 회사의 Crisis management project를 뉴욕의 파트너PR사와 함께 진행했다. 뉴욕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선수는 젊은 미국 여성이다. 직급을 추정할 수 있는 타이틀명을 보면…년차수가 몇년되는 중급 매니저다.

몇달전 토요일 아주 이른 아침. 주말 강의차 이른 아침에 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휴대폰으로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급한일이니 도움이 필요하단다.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한국에서 큰 위기를 당했는데 도와줄수 있겠냐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리 복잡한 스토리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어느정도 ‘감’이 잡히는 스토리인데…태평양 건너 PR실무자에게는 굉장히 한국 상황이 낯설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소연을 한다.

이 선수와 여러 이메일을 주고 받고, 보고서를 꾸미고, 모니터링과 결과 이메일들을 쏟아 붓고 받고 하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미국 PR선수들의 업무 타입들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이번 그 선수도 그렇지만 미국의 파트너 선수들은 대략 이런 경향이 있었다. (뭐..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예외도 물론 있겠지)

  • 빠르다. 일단 유럽이나 아시아계 선수들 보다 평균 이메일 답변이라던가 의사결정이 빠른편이다.  안되면 안된다는 답변도 빠르고 정확하다.
  • 이메일을 되도록 간단하게 여러번 쓰려 노력한다. 처음 상황을 깊이 있게 설명하려는 이메일은 비교적 길지만, 그 이후 업무 이메일은 간단하게 핵심 요소들로만 Yes or No 중심이다.
  • 한국 상황과 한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지 컨설턴트들을 일단 존중한다. 일부 원칙론적으로 잘난척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대부분은 현장을 존중한다. 사실 존중 안 해 봤자 자기만 고달프니까 그러겠지.
  • 한국 선수들의 스피드와 정보력(사실 한국은 작은 시장이다) 그리고 열중하는 모습에 상당히 놀라워 한다. – 사실 주말에 몇시간동안 협력(collaboration)해서 리포트를 뚝딱 해 치우는 나라 선수들이 몇 없다. 그 리포트를 아마 뉴욕에서 만들어야 했다면 사설탐정을 써서 일주일 걸렸을 수준이다.
  • 미국 선수들은 주말 포함 가능한 하루 20시간 가량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시차를 극복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열중할 수 있다. 블랙베리와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건 기본. 특히 위기관리 프로젝트에서는 그렇다. (이번에는 덕분에 오랜만에 휴대폰 넘어로 들리는 뉴욕의 생생한 퇴근시간 트래픽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 리더십이 강하다. 클라이언트 본사 그리고 클라이언트 지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션에 있어서 전문성을 가지고 꼼꼼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준다
  • 칭찬을 많이 한다. 보통 외국선수들과 일을 많이 안해 본 선수들은 그들이 이메일 앞뒤로 던지는 찬사 어구들을 오버해서 해석하고 스스로 감격해 한다. 그 반 정도로만 이해 하길.
  • 미국선수들은 일단 시원 시원하게 인보이스를 받는다. 아시아쪽이나 유럽쪽 선수들 보다 예산부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것 같다.


각국 선수들마다 특성이 있지만…일반적으로 같이 일하기 쉽고 시원 시원하게 선수끼리 일한다 느낌이 나는 경우는 미국 선수들과 일할 때다. 인종차별까지는 아니지만…내 경험이 그렇다.


P.S. 말 통하고 정서 통하는 같은 한국사람끼리는 왜 이렇게 같이 일하기가 느리고 내심 답답할까? 이유가 뭘까…

7월 07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시 기업이 침묵하는 이유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수많은 소비자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건에 대해 막상 사건 당사자인 기업은 침묵할 때가 많다. 침묵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 ‘단절’을 의미한다. 자사 제품에서 해괴한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침묵하며 몰래 리콜을 한다거나, 자사의 매장에서 치명적인 인사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설명 없이 당사자와의 합의에만 몰두하는 경우들이 다 그렇다.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되면 밖으로는 가능한 떠들지 않는 우리네 정서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업이 평소 사랑한다 외쳐왔던 소비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는 영 못 견딜 것 같은 안타까움이다.

왜 기업은 위기시에 침묵할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CEO나 오너께서 해당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이나 그냥 자잘한 논란이라 치부하는 경우다. 아무리 일선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해도 윗분들께서 ‘그 까짓 것’하시면 어쩔 길이 없다. 도리어 바쁘신 윗분들로 부터 ‘아니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 처리 못해서 이 난리냐?’하는 호통까지 나 올 정도면 더욱 심각하다. 위기라고 보지는 않지만 빨리 해결해야 하니 밖으로는 침묵하고 안으로만 닥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다.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소셜미디어상의 위기가 그렇다. 위기가 발생해서 성장하고 있을 때까지 기업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그 위기를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당연히 소셜미디어내의 공중들은 ‘왜 이 기업은 지금 우리의 대화에 대해 침묵하는가?’하는 궁금증과 증오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상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도 부족하고 관여방식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당연히 알게 되도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위기 대처 시스템이 없는 경우
위기를 위기라 생각하면서도 대응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들의 경우다. CEO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데도 수시간이 걸리고, 그 이슈를 해당 임원들에게 브리핑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도 한나절이 걸린다. 수백개의 기업 소비자 접점에 대한 파악이나 개개의 처리방식에도 정해진 룰이나 담당자가 부재하다. 당연히 여러 명이 끙끙대고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해당 기업이 침묵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끄러운 침묵이다.

지켜보는 경우
위기라는 심각성은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이 상황이 번져갈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냥 지켜만 보는 경우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이슈가 생겨도 여기저기에서 반복적인 회자만 없으면 2-3일을 넘기지 않는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의 경우다. 항상 반복적으로 이런 유사한 이슈들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 소멸되리라 일부 확신은 가지고 있는 유형이다.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경우
너무 일이 커져서 이미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다. 가능하면 그 논란과 공격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입을 다물고 ‘죽여주세요’하는 제스츄어를 견지하는 경우다. 일부 전략적인 판단이 가미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자칫 ‘무성의한 침묵’으로 비추어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조직 전체가 절대 패닉에 빠져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겠다.

위기시 침묵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의 본능이다. 문제는 평소에 진행해왔던 커뮤니케이션의 분량과 주제에 있다. 소비자를 사랑한다 쉴새 없이 외치던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갑자기 침묵할 수 있냐 하는 거다. 소비자의 안전을 파괴한 후에 어떻게 소비자의 안전이 우리의 최고 우선가치라고 계속 말할 수 있나. 소비자의 건강을 최고의 신념으로 알고 있었다는 회사가 소비자를 사망케 하고서 입을 다물면 어쩔 건가.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위기시 침묵한다. 극도로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홈페이지는 그 와중에서도 반짝 반짝 빛을 낸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서 CEO는 웃고 있고, 직원들은 행복해 하고 있다. 소비자들만 불행해 보인다.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로 인해 슬퍼하고 있는데 TV에서는 예쁜 모델들이 “우리회사는 너희를 위해 존재한다!” 외치고 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金)이 아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禁)해야 할 행동이며 포지션이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6월 18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2 Responses

소비자 정서와 Blogosphere Engagement

어제부터인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 식품회사의 온라인 위기에 대해 몇가지 관전평을 해 본다.

일단 이슈의 핵심은 해당 식품회사의 포인트 제도 관련 광고인데 기 중 ‘군입대’ 편이 논란의 중심이다. TVC의 카피나 BGM을 보면 한창 군입대 이슈에 민감해 있는 20대 남성층을 자극할만 한 게 사실이다. (광고기획의 의도나 카피 의미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더 걸어 들어가면 이번 문제의 핵심은 논리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기 보다는 정서적인 문제이고 이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답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미국 모트린 케이스도 사실 정서적인 문제에서 발아한 위기였다)

그러나 기업들이 접근하는 위기해결방식에 있어 정서적인 이해와 접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기업에게 해당 TVC는 실무자들의 현실적인 퍼포먼스이고 또한 공식적인 예산의 지출이기 때문이다. 기업측면에서는 정서적인 접근을 통한 문제해결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이해관계들이 없는 한 절대 유연해 질 수 없다는 현실이 있는거다. (이 부분은 인하우스와 해당 광고대행사에게 공히 해당한다)

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부분은 블로고스피어에서 해당 식품회사의 대응방식이다. 지난번 모 라면회사 케이스와 유사하게 기업 내부인력이 일부 블로그에 댓글을 달면서 engage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 메시지의 수위나 입장에 있어서 회사의 공식적인 것이 아님에도 개인적인 engage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인적 engagement 두번째)

블로고스피어에서 engagement 이슈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뜨거운 논란들 중 하나이지만 한가지 원칙은 있다.

  • 정서적인 논란에 있어서는 engagement 를 더욱 더 사려깊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 어떠한 경우 또한 누구라도 기업 내부 개인으로서의 engagement는 절대 피해야 한다
  •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position)이 강력하게 선행한 후 기업의 공식적인 대변인에 의한 훈련된 engagement는 기본이다.


이 이외 engagement와 관련된 논쟁은 언제(timing) 기업이 공식적인 입장을 가지고, 공식적인 대변인에 의해 트래킹 될 수 있는 범위내에서 engage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그런 원칙에서 보았을 때 이번 해당 식품회사의 engagement 방식은 기업측면에서 볼 때에도 아주 사려 깊지 못하다.

또한, 개인적인 실무자들이 블로고스피어 출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도 부족한 채, 내부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빌어 사적인 개인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있지 않나 한다. (블로그에 출입하는 루트들은 대부분 트래킹이 가능하다는 것은 기본이다)

전반적으로 해당 식품회사의 위기관리 방식과 온라인 특히, 블로고스피어 engagement 방식에 좀 더 주목해야 겠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화되고 전략적인 대응 방식들이 이번 케이스 스터디의 핵심이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