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7월 07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시 기업이 침묵하는 이유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수많은 소비자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건에 대해 막상 사건 당사자인 기업은 침묵할 때가 많다. 침묵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 ‘단절’을 의미한다. 자사 제품에서 해괴한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침묵하며 몰래 리콜을 한다거나, 자사의 매장에서 치명적인 인사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설명 없이 당사자와의 합의에만 몰두하는 경우들이 다 그렇다.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되면 밖으로는 가능한 떠들지 않는 우리네 정서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업이 평소 사랑한다 외쳐왔던 소비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는 영 못 견딜 것 같은 안타까움이다.

왜 기업은 위기시에 침묵할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CEO나 오너께서 해당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이나 그냥 자잘한 논란이라 치부하는 경우다. 아무리 일선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해도 윗분들께서 ‘그 까짓 것’하시면 어쩔 길이 없다. 도리어 바쁘신 윗분들로 부터 ‘아니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 처리 못해서 이 난리냐?’하는 호통까지 나 올 정도면 더욱 심각하다. 위기라고 보지는 않지만 빨리 해결해야 하니 밖으로는 침묵하고 안으로만 닥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다.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소셜미디어상의 위기가 그렇다. 위기가 발생해서 성장하고 있을 때까지 기업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그 위기를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당연히 소셜미디어내의 공중들은 ‘왜 이 기업은 지금 우리의 대화에 대해 침묵하는가?’하는 궁금증과 증오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상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도 부족하고 관여방식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당연히 알게 되도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위기 대처 시스템이 없는 경우
위기를 위기라 생각하면서도 대응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들의 경우다. CEO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데도 수시간이 걸리고, 그 이슈를 해당 임원들에게 브리핑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도 한나절이 걸린다. 수백개의 기업 소비자 접점에 대한 파악이나 개개의 처리방식에도 정해진 룰이나 담당자가 부재하다. 당연히 여러 명이 끙끙대고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해당 기업이 침묵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끄러운 침묵이다.

지켜보는 경우
위기라는 심각성은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이 상황이 번져갈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냥 지켜만 보는 경우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이슈가 생겨도 여기저기에서 반복적인 회자만 없으면 2-3일을 넘기지 않는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의 경우다. 항상 반복적으로 이런 유사한 이슈들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 소멸되리라 일부 확신은 가지고 있는 유형이다.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경우
너무 일이 커져서 이미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다. 가능하면 그 논란과 공격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입을 다물고 ‘죽여주세요’하는 제스츄어를 견지하는 경우다. 일부 전략적인 판단이 가미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자칫 ‘무성의한 침묵’으로 비추어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조직 전체가 절대 패닉에 빠져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겠다.

위기시 침묵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의 본능이다. 문제는 평소에 진행해왔던 커뮤니케이션의 분량과 주제에 있다. 소비자를 사랑한다 쉴새 없이 외치던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갑자기 침묵할 수 있냐 하는 거다. 소비자의 안전을 파괴한 후에 어떻게 소비자의 안전이 우리의 최고 우선가치라고 계속 말할 수 있나. 소비자의 건강을 최고의 신념으로 알고 있었다는 회사가 소비자를 사망케 하고서 입을 다물면 어쩔 건가.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위기시 침묵한다. 극도로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홈페이지는 그 와중에서도 반짝 반짝 빛을 낸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서 CEO는 웃고 있고, 직원들은 행복해 하고 있다. 소비자들만 불행해 보인다.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로 인해 슬퍼하고 있는데 TV에서는 예쁜 모델들이 “우리회사는 너희를 위해 존재한다!” 외치고 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金)이 아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禁)해야 할 행동이며 포지션이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2월 232009 Tagged with , , , , , , , , , 3 Responses

왜 자발적 리콜이 힘들었을까

문제의 PCA사의 살모넬라 땅콩을 원료로 사용한 일부 국내 제과업체들은 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을까. 미국의 켈로그 같은 회사는 한국내 판매 16개 해당 제품들을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왜 한국회사와 미국회사가 틀릴까.

왜 자발적 리콜을 하지 않습니까?

1. 원료에서 살모넬라균 검출 안됐다. 별 문제없다. 자발적 리콜까지 하면서 문제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
2. 살모넬라균은 고열을 통과하면 거의 사멸한다. 문제없다. (먹어도 된다)
3. 한국내에서 켈로그야 얼마나 파나. 우리는 그 회사규모와 틀리다. 자발적 리콜하면 당연히 손해액도 우리가 많을꺼다.
4. 자발적 리콜은 사실 불가능하다. 원료 리콜했으니 더 이상 그런 제품 안만든다는 건 인정된 셈이고…시중에 풀려 있는 제품들은 사실 리콜하기가 어렵다. 많은 부분들이 소비됐기 때문이다.
5. 만에 하나 자발적 리콜이니 뭐니 해서 이슈를 크게 만들어 놓은 후…건강과 관련해서 소송이라도 생기고 하면 누가 책임질건가?
6. 그럴 돈이 없다.
7. 그만하자. 그런거 윗 분들이 안 좋아하신다.

물론 국내 제과업체들도 피해자다. 그렇다고 소비자들과 적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항상 위기관리에서 소비자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같은편에 서 달라고 하는데…그게 힘들다. 그게 힘든 이유는 본래부터 소비자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사랑한다 외쳐댔던 것이지, 진정 그들을 위해 죽을만큼 사랑해 본적이 없다는 거다.


식품회사들은 이러한 리콜을 예상하고 보험에 가입해 놓았을 것이다. 이런상황에서 판단하기에 이러한 보험은 유사시 회사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지, 성실하게 소비자들을 위한 리콜을 자유롭게 결정하고자 가입했던 것은 아닌것 같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를 말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이야기 한다. 우리가 세계적인 회사가 되지 못하라는 법이 있냐고 일갈한다.

하지만…자신의 자식들과 소비자의 자식들을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로 회사가 이끌어져 나가는 한…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그리고 세계화는 꿈일 뿐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다.

다시한번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 수준이 그 회사와 조직의 수준인 것을 깨달았다. 나아가서 사회의 수준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