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11월 062013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카우보이 기업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카우보이 기업들

 

기업들의 경우 다가오는 위기를 사전 감지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들에서 중소기업들에 이르기 까지 웬만한 기업이라면 정기적으로 시장과 사회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보고하는 업무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경찰이나 국정원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감지한다. 시장에 떠도는 정보지나 증권가 루머들도 기업들에게는 큰 예보자의 가치를 가진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언론 기사들만 충실히 분석 해도 앞으로 어떤 이슈나 위기가 우리 회사에게 다가올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엔 충분하다. 소셜미디어를 다각적으로 들여다보면 최소한 언제는 아니더라도 어떤이슈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감을 잡을 수 있다.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그 어떤이슈가 어떤 논리와 방향성을 가지고 다가 오고 있다는 질적 근거들을 손쉽게 사전 감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기업들이 이런 조직과 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마치 너무 갑작스럽고 전혀 예상치도 않은 듯’ 이슈나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다시 표현하면 그런 이슈나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라 맞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보일까? 그런 대부분의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해당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의 경우들이 많다. 자신들의 관리 실패에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을 받기 위해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업이 모르면서 당하는 위기란 극히 소수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들에 대해 기업들은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인지하고서도 별다른 실질적 대비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왜 이럴까? 예상되는 부정적 이슈나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게 되면 자사에게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무시하는 것일까? 그 대표적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지한 예상 이슈나 위기를 중대한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최고경영자

 

기업마다 위기에 대한 유목화와 정의는 모두 다르다. 같은 업종에 있는 기업간에도 특정 상황을 위기로 보는 기업이 있는 반면, 다른 경쟁사는 위기로 까지 정의하진 않는 경우도 있다. 기업마다 기준과 상황이 달라 그런 정의의 다름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동일 기업 내에서 위기에 대한 정의가 구성원 각자에게 다르게 규정되는 경우다. 일선 직원들과 업무팀 수준에서 위기로 정의되는 상황이 본사 임원들과 CEO에게 보고되면 위기로 정의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반대로 윗분 들이 심각하다 생각하시는 상황이 일선 실무자들에게는 별 것 아닌 해프닝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심각하다는 상황을 영업에서는 우습게 바라보거나 생산에서 빨간 불을 켰는데, 구매나 기획에서는 녹색 불을 켜 의견을 달리하기도 한다.

 

결국 기업 위기에 대한 최종 정의는 CEO에 의해 내려지는 법이다. 다가오는 이슈와 위기를 감지하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 그룹에 보고되고 그들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해당 감지 내용은 종종 왜곡이나 가감 된다. 결국 CEO는 적절하게 해당 상황을 사전 대비가 필요한 위기로 정의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CEO들이 그렇지만 일정 부정적 상황이 예측되더라도 그것을 위기로 부르거나 위기로 정의해 조직을 긴장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감지된 이슈와 위기가 대비 없이 발생 시까지 그대로 사장(死藏)되는 것이다.

 

둘째, 위기라 정의하긴 하지만 대비의 리더십을 정해주지 않는 최고경영자

 

그렇다면 우리가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모두 신경 써 대비를 합시다.” 그리고는 끝나버리는 경우다. 특정 부서나 임원에게 대비 상황을 챙기는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일단 CEO께서 대비 하라고는 하셨는데, 정확하게 누가 리드해 대비 업무들을 완결 지으라는 역할을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서들은 각기 다른 지엽적 대비들을 하며 제자리 걸음을 한다.

 

물론 함께 모여 상의도 한다. 일부 협업부서들끼리 대비책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부서별 대비책들이 실제 위기 발생 시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또한 부서별로 최선을 다해 대비책을 만들더라도 그 사이 사이에 이음새와 구멍들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아무도 모른다.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모두가 어떤 수준까지의 대비책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협업이 힘들고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적 전략 하에서 부서들이 움직여 전사적 위기관리 목적을 쟁취한다기 보다는 각자의 생존전략들을 쟁취하고 위기관리를 마무리한다. CEO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기업이 있다면 이런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제가 분명히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했을 텐데요? 왜 부서들이 따로 다로 움직이고 준비 안된 부분들이 이렇게 많이 드러납니까대체 지금까지 무엇들을 한 겁니까?”

 

셋째, 예측되는 위기에 대한 대비 리더십을 감당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매니저

 

다음달에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는 극도로 부정적인 이슈에 대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에 대해 각 부서들을 조율하고 통합적으로 체계를 잡아 보고하라는 역할까지 맡겨졌다. 문제는 스스로 이 걸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자신이 없는 경우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니저로 임명된 자신이 평소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슈도 아닌데다, 이에 대비하려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감이 없다. 자신이 홍보임원이라면 일단 기자들에 대한 대응안 몇 장은 만들 수 있는데, 이게 생산 이슈와 물류 이슈와 기술 안전 이슈까지 섞여 있는 이유라면 문제다마케팅과 영업과 기획에 인사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홍보관점에서 혼자 뚝딱 플랜을 만들어 던져주기만 해서는 반감만 살게 뻔하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으니 해당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해 발전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먼저 충분하게 도출 구성하라 하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10년전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좀 들쳐 보는데 이것도 이젠 업데이트가 안되어 별 쓸모가 없다. 고민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찾아 다니며 귀동냥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간다리더십을 가져 큰 부담만 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은 없고, 여러 부서들이 수근대기 시작한다. 그러다 예상되던 그날을 맞는다.

 

마지막, 대비책을 세우긴 했는데 실행 하지 않는 실무그룹

 

CEO께 보고 된 대비 플랜들이 실행 되지 않는 경우다. 해당 플랜이 존재하는 것도 실제 여러 부서에서는 모르고 있었던 거다. “그걸 누가 만든 거죠?”라는 질문들이 나온다. 이미 몇 달 동안 대비 플랜을 만들며 고민한 부서들이 있는 반면에, 초기 몇 번 미팅에서 들었던 단편적 대비 논의들이 전부인줄 아는 부서장들이 더 많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 놓고 우리보고 실행하라면 어떡하냐는 소리가 나온다. 예산은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대비 시간이 없어 이 부분 저 부분은 도저히 못하겠다 이야기가 들린다. “대표님에게 이미 보고되고 그대로 실행하라 이야기 된 플랜입니다. 협조 좀 해주세요하는 사정이 오고 간다. 삐걱 삐걱 플랜이 일부 실행되기는 하는데 통합적이고 집중적인 실행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이슈가 발생 하니 대응은 이루어지는 것은 같은데, 외부에서 들리는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마치 갑작스러움에 놀라 자신들의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사실은 알고 있던 상황인데 그렇다. 정확하게 발생 시점도 최근 확인되었던 위기인데도 그렇다. 여러 조직 내부 원인들로 대비의 시간을 허비하고 올 것이 왔다는 심정으로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셈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원인들을 극복하고 위기가 오기 전 완벽히 준비하라 한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플랜을 세우는 것은 달리는 말에 뛰어 오르는 카우보이로 비유된다. 웨스턴 무비에만 존재할 뿐 실제에선 성공하기 극히 어려운 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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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92009 Tagged with , , , , , , , 2 Responses

함부로 따라 하다가는…

기표원은 지난달 25일 애플코리아 측에 ‘아이팟 나노 1세대의 연이은 배터리 폭발사고로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사전 예방 차원에서 사고 품목과 같은 날짜와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적극적인 리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아이팟 나노 1세대는 지난해 12월-지난달 4차례에 걸쳐 충전 중 제품이 녹아내리거나 발화한 사고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었다. [연합뉴스]



전략적 침묵이라는 게 있는데 이번 밧데리 폭발 케이스를 관리하는 애플의 방식이 바로 그와 같다. 시간을 끌면서 가능한 세일즈는 이끌어 나가면서 지켜보는 방식이다. 물론 정상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최종 감독기관으로 부터의 리콜 권고를 예상하고 최소한의 준비는 했겠다.

일단 해당 제품은 많이 팔려 나갔고, 돈은 애플의 금고에 들어왔다. 일부 문제에 대해 하이프로파일 전략으로 대응안한 것은 내부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공감대를 이루고 있겠다. 더 나아가서는 이를 위기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고 다음 버전부터는 개선하면 된다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브랜드인데.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애플 정도면 뭐 그리 조마 조마해 하지도 않아도 되 보인다. 서비스가 열악하고 심지어 제품이 불편해고 찾아 구입하는 브랜드라 할 말이 없다.

함부로 따라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방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7월 07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시 기업이 침묵하는 이유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수많은 소비자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건에 대해 막상 사건 당사자인 기업은 침묵할 때가 많다. 침묵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 ‘단절’을 의미한다. 자사 제품에서 해괴한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침묵하며 몰래 리콜을 한다거나, 자사의 매장에서 치명적인 인사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설명 없이 당사자와의 합의에만 몰두하는 경우들이 다 그렇다.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되면 밖으로는 가능한 떠들지 않는 우리네 정서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업이 평소 사랑한다 외쳐왔던 소비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는 영 못 견딜 것 같은 안타까움이다.

왜 기업은 위기시에 침묵할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CEO나 오너께서 해당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이나 그냥 자잘한 논란이라 치부하는 경우다. 아무리 일선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해도 윗분들께서 ‘그 까짓 것’하시면 어쩔 길이 없다. 도리어 바쁘신 윗분들로 부터 ‘아니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 처리 못해서 이 난리냐?’하는 호통까지 나 올 정도면 더욱 심각하다. 위기라고 보지는 않지만 빨리 해결해야 하니 밖으로는 침묵하고 안으로만 닥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다.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소셜미디어상의 위기가 그렇다. 위기가 발생해서 성장하고 있을 때까지 기업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그 위기를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당연히 소셜미디어내의 공중들은 ‘왜 이 기업은 지금 우리의 대화에 대해 침묵하는가?’하는 궁금증과 증오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상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도 부족하고 관여방식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당연히 알게 되도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위기 대처 시스템이 없는 경우
위기를 위기라 생각하면서도 대응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들의 경우다. CEO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데도 수시간이 걸리고, 그 이슈를 해당 임원들에게 브리핑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도 한나절이 걸린다. 수백개의 기업 소비자 접점에 대한 파악이나 개개의 처리방식에도 정해진 룰이나 담당자가 부재하다. 당연히 여러 명이 끙끙대고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해당 기업이 침묵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끄러운 침묵이다.

지켜보는 경우
위기라는 심각성은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이 상황이 번져갈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냥 지켜만 보는 경우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이슈가 생겨도 여기저기에서 반복적인 회자만 없으면 2-3일을 넘기지 않는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의 경우다. 항상 반복적으로 이런 유사한 이슈들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 소멸되리라 일부 확신은 가지고 있는 유형이다.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경우
너무 일이 커져서 이미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다. 가능하면 그 논란과 공격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입을 다물고 ‘죽여주세요’하는 제스츄어를 견지하는 경우다. 일부 전략적인 판단이 가미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자칫 ‘무성의한 침묵’으로 비추어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조직 전체가 절대 패닉에 빠져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겠다.

위기시 침묵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의 본능이다. 문제는 평소에 진행해왔던 커뮤니케이션의 분량과 주제에 있다. 소비자를 사랑한다 쉴새 없이 외치던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갑자기 침묵할 수 있냐 하는 거다. 소비자의 안전을 파괴한 후에 어떻게 소비자의 안전이 우리의 최고 우선가치라고 계속 말할 수 있나. 소비자의 건강을 최고의 신념으로 알고 있었다는 회사가 소비자를 사망케 하고서 입을 다물면 어쩔 건가.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위기시 침묵한다. 극도로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홈페이지는 그 와중에서도 반짝 반짝 빛을 낸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서 CEO는 웃고 있고, 직원들은 행복해 하고 있다. 소비자들만 불행해 보인다.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로 인해 슬퍼하고 있는데 TV에서는 예쁜 모델들이 “우리회사는 너희를 위해 존재한다!” 외치고 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金)이 아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禁)해야 할 행동이며 포지션이다

 정 용 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스트래티지 샐러드(www.strategysalad.com) 대표 파트너
前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6월 172009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에 대한 질문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를 통해 위기요소들을 다 끌어내 보면 수백개 이상의 요소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다음에는 하나 하나의 위기 요소들에게 의미를 부여해서 분류 한다.

그루핑을 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면 일단 어느정도 해당 기업의 위기 요소들이 좀더 간결하게 눈에 들어 온다. 그 이후 하나 하나의 요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기업의 키맨분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면 항상 거의 비슷한 반응들을 접하게 된다. (어떤 기업들도 보통 비슷하다)

“사실 그 요소가 발생 가능성은 있을찌 모르지만…왠만해서는…”
“에이…그건 예전에 있었던 케이스구요 이제는 다르죠.”
“아주 아주 예전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요. 아마 우리 업계에서는 저희가 가장 잘 할 겁니다”
“그게 사실 위기는 아니지요…”



전반적으로 하나 하나의 위기 요소에 대해 위기로 간주하지 않는 반응들도 있고,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무시해도 된다는 반응들이 많다. (서베이 분석 결과만 놓고보면 발생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오는게 문제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될까?

몇가지 insight들을 가지고 이런 반응들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자면:

  • 담당부문에서 해당 위기요소들을 가능한 위기로 인정해 버리면 지금까지 해당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질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 한다.
  • 예전에 발생했던 위기 케이스가 재발하리라는 생각을 좀 처럼 안한다. 그냥 그 때는 재수가 없었거나, 불가피했던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할 뿐이다.
  • 위기라는 개념이나 정의를 언론의 보도 대상으로 주로 인식해서 보도 주제로 발전하지 않을 만한 이슈나 상황은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 가끔씩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미리 전의를 상실하고 위기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가끔 심층인터뷰를 하다보면 감사(audit)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해당 키맨분들이 거의 다 ‘아무 문제 없다’는 긍정적 메시지로 답변을 주로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치들이 진짜 감사 담당자들 처럼 증거를 제시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행사해서 사실을 규명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기도 힘들다.

이럴 때에는 여러 키맨들의 공통된 의견인지를 확인해서 일부 논란이 있으면 전체 워크샵을 진행 할 때 주요 안건으로 띄어 올려 놓고 해당 위기요소를 살릴지 죽일지 공동 결정하면 된다. 물론 전체적으로 키맨들의 의견이 합치된다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학문이나 종교가 아니다. 대체적으로 합치되는 의사결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 주는 게 자연스럽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요소 진단 심층 인터뷰를 처음 진행해 보는 코치들의 반응이다. 처음 서베이를 분석하고 나면 일단 너무나 많은 위기 요소들이 쏟아져 나옴에 놀라게 된다. 그 이후 그루핑과 우선순위 부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 하나의 위기요소들에 중요도를 부여했는지를 알고 다시 놀란다.

마지막으로는 그 요소들에 대해 ‘별 것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키맨분들의 반응에 놀라게 된다. 심층 인터뷰내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각각의 위기 요소가 진짜 아무것도 아니고, 아주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 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헷갈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해당 위기 요소 하나 하나를 중요하게 깊이 파야 한다. 심층 인터뷰에 임하시는 키맨분들의 호언장담이나 긍정적인 자랑들은 10%만 믿어도 된다. 대신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흘리는 진짜 위기요소들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깊이 잠수를 해야 한다는 거다.

11월 162007 Tagged with , , , , , , , , , , 2 Responses

페리스 힐튼의 방한 pr을 보면서

페리스 힐튼 같은 수퍼 셀러브리티는 항상 예기치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사실 예기하다와 예기치 못하다는 두 가지 가치 자체가 그들에게는 그리 큰 가치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근본이 있다.

홍보대행사의 관점에서는 그런 vip가 30분이나 한시간 정보 기자회견에 늦는 것이 ‘재앙’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법이다. 짜여진 스케쥴이야 바뀌라고 있는 것 아닌가. 몇 명이 번거롭기야 하겠지만 자신의 라이프나 명성과 뭐 그리 대수인가. 세계 어디에서나 다 그랬던 것인데.

솔직히 기자들에게도 그리 큰 대수는 아니다. 물론 기자회견장에 나와 한두시간씩 취재원을 기다리는 것이 기자들의 관점에서는 짜증나는 일이지만, 어쩌겠나 VIP가 있으니 자신들의 일이 있는 것 아닌가. 이번 힐튼의 두번째 기자회견 같은 경우는 이미 그 전날 첫번째 기자회견이 이루어졌었고 (다행히 심각한 트러블 없이), 하루차를 둔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에 기자들에게는 보이콧에도 그리 큰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몇시간 늦은 힐튼의 기자회견을 풀 받아서 다들 쓰긴 썻다.

주최측은 어떤가. VIP의 특성상 대략적인 스케쥴 지연이나 기자들과의 트러블들은 이미 다 예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 그런 VIP가 짜여진 스케쥴에 유치원생 같이 줄서서 따라 다녔겠는가. 어짜피 주최측에서는 미디어 익스포져를 바랬던 것이고, 버즈의 관점에서는 뭐 그리 나쁜 결과가 아니다. 길게 보면 힐튼의 특징이라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것이다.

홍보대행사도 그리 큰 대수는 아니다. 실무자들은 내려오지 않는 힐튼 때문에 하이얏트에서 속을 태우고, 공격적(?) 연예부 기자들에게 현장과 기사를 통해 몰매를 맞고 있지만…길게 보면 그리 큰 대수는 아니다. 홍보대행사에게 관심은 클라이언트를 만족스럽게 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 나중에 이 같은류의 VIP행사를 다시 수임할 수 있는가에 주 관심이 있다. 연예부 기자들에게도 이런 트러블이 홍보대행사가 문제라기 보다는 VIP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그리 큰 대수가 아니다. (물론 이러한 트러블을 예상하고 짜여진 contract이 있었어야 하겠다)

독자들의 측면에서도 그냥 VIP의 방한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해석된다. 그냥 재미있는 스토리다. (힐튼 관련 기사들의 클릭수를 보아도 재미있어 하는 게 확실하다)

결론은 모두가 윈윈했다는 것이다. 엔터테이너 VIP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의도적 또는 예기치않았던 해프닝들을 우리가 모두 즐기는 것 아니겠는가.

p.s. 그러나 나의 개인적 관점에서는 엔터테인먼트 VIP관련 홍보는 하기 싫다. 그리 고상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