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6월 172009 Tagged with , , , , , , , , , , , , 0 Responses

위기에 대한 질문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를 통해 위기요소들을 다 끌어내 보면 수백개 이상의 요소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다음에는 하나 하나의 위기 요소들에게 의미를 부여해서 분류 한다.

그루핑을 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면 일단 어느정도 해당 기업의 위기 요소들이 좀더 간결하게 눈에 들어 온다. 그 이후 하나 하나의 요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기업의 키맨분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면 항상 거의 비슷한 반응들을 접하게 된다. (어떤 기업들도 보통 비슷하다)

“사실 그 요소가 발생 가능성은 있을찌 모르지만…왠만해서는…”
“에이…그건 예전에 있었던 케이스구요 이제는 다르죠.”
“아주 아주 예전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요. 아마 우리 업계에서는 저희가 가장 잘 할 겁니다”
“그게 사실 위기는 아니지요…”



전반적으로 하나 하나의 위기 요소에 대해 위기로 간주하지 않는 반응들도 있고,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무시해도 된다는 반응들이 많다. (서베이 분석 결과만 놓고보면 발생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오는게 문제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될까?

몇가지 insight들을 가지고 이런 반응들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자면:

  • 담당부문에서 해당 위기요소들을 가능한 위기로 인정해 버리면 지금까지 해당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질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 한다.
  • 예전에 발생했던 위기 케이스가 재발하리라는 생각을 좀 처럼 안한다. 그냥 그 때는 재수가 없었거나, 불가피했던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할 뿐이다.
  • 위기라는 개념이나 정의를 언론의 보도 대상으로 주로 인식해서 보도 주제로 발전하지 않을 만한 이슈나 상황은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 가끔씩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미리 전의를 상실하고 위기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가끔 심층인터뷰를 하다보면 감사(audit)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해당 키맨분들이 거의 다 ‘아무 문제 없다’는 긍정적 메시지로 답변을 주로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치들이 진짜 감사 담당자들 처럼 증거를 제시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행사해서 사실을 규명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기도 힘들다.

이럴 때에는 여러 키맨들의 공통된 의견인지를 확인해서 일부 논란이 있으면 전체 워크샵을 진행 할 때 주요 안건으로 띄어 올려 놓고 해당 위기요소를 살릴지 죽일지 공동 결정하면 된다. 물론 전체적으로 키맨들의 의견이 합치된다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학문이나 종교가 아니다. 대체적으로 합치되는 의사결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 주는 게 자연스럽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요소 진단 심층 인터뷰를 처음 진행해 보는 코치들의 반응이다. 처음 서베이를 분석하고 나면 일단 너무나 많은 위기 요소들이 쏟아져 나옴에 놀라게 된다. 그 이후 그루핑과 우선순위 부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 하나의 위기요소들에 중요도를 부여했는지를 알고 다시 놀란다.

마지막으로는 그 요소들에 대해 ‘별 것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키맨분들의 반응에 놀라게 된다. 심층 인터뷰내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각각의 위기 요소가 진짜 아무것도 아니고, 아주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 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헷갈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해당 위기 요소 하나 하나를 중요하게 깊이 파야 한다. 심층 인터뷰에 임하시는 키맨분들의 호언장담이나 긍정적인 자랑들은 10%만 믿어도 된다. 대신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흘리는 진짜 위기요소들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깊이 잠수를 해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