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프로파일과 로우 프로파일을 이해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의 법정에서 재판관 이름은 ‘부화뇌동(附和雷同)’이다. 기업이 위기 시 여론의 법정에서 자신을 적극 변론할 것인가, 침묵하거나 제한적으로 변론할 것인가는 전략적 선택에 기반한다. 하지만 하이 프로파일로 여론의 법정을 장악하는 기업은 대부분 자신감이 있는 기업이다. 평소 돌아봄과 준비가 철저했다는 특징이 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은 이런 상황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라는 바램을 가진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좀더 지켜봅시다’라는 제안들이 나온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가 나서 커뮤니케이션 하면 오히려 일을 더 키울 수 있으니, 일단 조용히 가봅시다’는 신중론이 대두된다. 일선으로부터 대응 명령을 달라는 요청이 오면 ‘우선 시급한 것부터 일선에서 처리하고, 그 다음 지시를 기다리라’는 현실적 처리를 강조한다. 즉,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도 아무것도 빨리 하지 않는 모양새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정답은 없다. 일부 위기가 서로 유사해 보여도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수 많은 내외부 변수들 때문에 정형화된 해결책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심지어 같은 회사가 유사한 위기를 반복 해 겪을 때도 각각의 위기상황은 상당부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위기 시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라’는 하이 프로파일(high profile) 전략이나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라’는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전략 중 어느 하나가 항상 옳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나 기업의 본능 관점에서 대부분 기업과 구성원들은 위기 발생 시 극도로 위축되고 혼란스러워하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연 동물적 방어본능이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되고, 생존을 위한 대응들이 주를 이룬다. 마치 고슴도치가 적에게 쫓길 때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혼란의 시점이 되면 도망가기를 포기하고 멈춰서 몸을 웅크려 온몸의 가시들을 곤두세우는 행태와 비슷한 본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능들은 위기 시 종종 커뮤니케이션을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위기에 대해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만 하는 시점에도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게 되니 문제다. 일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더라도 방어적 본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극도로 제한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위기 시 기업은 즉시 여론의 법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재판을 받게 된다. 자사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CEO는 즉시 그 여론의 법정에 자신의 회사가 서게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저쪽에는 수 많은 배심원들이 앉아 있다. 다른 한편에는 우리 회사의 잘잘못을 따져대는 언론과 NGO, 규제기관들이 위치한다. 앞쪽에는 전혀 예측 불가능하고, 감정적이며, ‘부화뇌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재판관이 나무 망치를 흔들며 우리 회사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상해 보자. 이런 재판이 몇 시간 또는 며칠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항소도 불가능하다. 과연 이런 여론의 재판에서 기업은 로우 프로파일 해야 할 것인가? 하이 프로파일 해야 할 것인가?
대부분 로우 프로파일에 의지하는 기업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기업 철학과 문화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충분한 자산과 그에 대한 자신감들이 부족한 경우들이 많다. 굳건한 ‘무죄(not guilty)’ 마인드가 내부적으로 충분하게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침묵하거나 로우 프로파일하게 된다. 여론의 법정에 위치한 수많은 배심원들도 기업의 이런 침묵과 로우 프로파일을 유죄에 대한 인정(guilty)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문제다. 여론의 법정에서 검사의 역할을 하는 언론과 NGO, 규제기관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배심원들에게는 더욱 더 의미를 가지게 되면 곧 ‘부화뇌동’ 재판관이 어떤 판결을 할 것인지는 자명하게 된다.
위기 시 하이 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에게는 대부분 자신감이 있다.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평소 충분한 검토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위기 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미리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많은 배심원들에게 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들로 반대 검사측의 공격의지를 완화시킨다. 여론의 법정에서 요구되는 많은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집중적으로 해소시키면서 재판관의 우호적 판결을 기대하는 것이다. 분명 이는 자신감에 기반한다. 그 자신감은 다시 평소의 돌아봄과 준비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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