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위기 시 CEO의 심리를 이해하자

[The PR 기고문]

위기 시 CEO의 심리를 이해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종종 클라이언트 경영진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야 위기다.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했을 때 관리가 된다면 그건 사실 위기가 아닌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황이 위기다. 마음 같아서는 제대로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위기 시에는 좀처럼 그렇기가 힘들다. 제대로 뭔가 되어 간다면 그 것도 위기는 아닌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제대로 되는 것도 없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이 바로 위기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위기 시 그런 기본적 제약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그런 스트레스를 토로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전략적인 부분을 더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무그룹은 이외에도 다양한CEO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CEO는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위기 시 심리 상태나 생각을 미리 알아 두어야 실제 상황 시 개선해 가며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위기 시 CEO들의 공통 심리 상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 CEO는 억울하다

억울 해 한다. 위기 시 억울 해 하지 않는 CEO는 없다. 일단 언론에서 떠들게 되면 기사나 보도 한 줄 한 줄을 챙긴다. 기자의 표현이나 사례 하나 하나에도 억울 해 진다. 일부 CEO는 언론의 저널리즘 문제를 언급한다. 일부는 해당 기자의 악의를 지적한다. 말도 안되는 보도로 자사가 피해를 받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되는 거다.

정확하게 해명하면 기자가 알아듣지 않겠느냐 면서 어떻게 든 억울함은 풀어야 한다 강조한다. 억울함을 어떻게 해서 든 풀어 보기 위해 유력한 인사를 접촉하거나, 일선 임원들을 총동원해 과도한 대응을 지시한다. 문제의 취재 과정에서부터 보도 내용 그리고 그 이후에까지 CEO의 억울함을 줄지가 않는다. 모든 대응 노력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억울함은 극대화 된다.

CEO께서 지금까지 여러 고난을 참아 왔지만, 이런 억울함은 참기가 어렵다 토로한다. 언론이나 온라인 모두가 팩트를 몰라서 저런 공분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제대로 된 팩트를 적극 알리면 자신의 억울함은 해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기는 억울한 것이다. 억울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CEO는 억울 해 할 시간을 아껴야 한다. 일단 억울한 감정은 기본이다. 잠깐만 억울 해 하려 노력하자. 대신 그 상황에서 자사가 꼭 해야 하는 대응은 어떤 것인지 챙겨야 한다. 무엇이 그리고 어떤 대응이 자사에게 유리한 것인지 가려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오해를 풀고 억울함을 없애 보자는 어프로치는 종종 무리수로 돌아온다. 그렇게 해도 억울함이란 풀리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있어 억울함은 감내해야 하는 대상이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둘째, CEO는 조급하다

CEO는 지시한 사항이 신속하게 실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궁금해 한다. 무언가 빨리 빨리 진행이 되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지시 사항도 제대로 실행 안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실제로 일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궁금 해 진다.

취재하는 기자와 자사 임원이 통화했다는 것 같은데, 임원이 빨리 보고를 안 한다. 전화를 걸어 보니 임원도 통화 중이다. 갑갑 해 진다. 그 아래 팀장에게 전화해 보니, 팀장은 임원관련 상황을 모르는 느낌이다. 다시 더 갑갑 해 진다. 여기 저기 모든 사람들이 CEO 마음 같지가 않다.

이른 아침에 대응을 지시했는데 왜 오후인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보고가 안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혹시 일선에서 손 놓고 체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간다. 그냥 CEO인 내가 직접 취재한다는 그 기자나 데스크와 통화를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도 들다가 사르라 들기 반복된다.

그러나, 갑갑한 게 정상이다. 위기 시 일단 빠른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일선 임직원들이 위기 상황에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고가 자주 올라오는 상황은 위기 상황이 아니다. 위기 시에는 모든 게 느리게 느껴진다. 상대성이론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CEO가 시간관리는 하되, 조급함에 채근이나 과중한 보고를 요청하면 위기관리가 어려워진다. 자제하자.

셋째, CEO생각에는 될 것 같은데 안 된다

자신이 생각할 때는, 그리고 다른 CEO 친구한테 들었을 때는 그런 기사들은 뺄 수 있다고 하던데 하며 이상해 한다. 그 회사 사람들은 되던데 왜 우리는 잘 안되는 걸까 궁금해한다. 무언가 우리 임직원들의 내공이 딸리는 건 아닐까? 우리 임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주인 의식이 없는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CEO인 내가 직접 하면 금방 될 것 같은데, 위기 상황에서 CEO가 일선에 나서면 좀 이상하니 자제를 하려 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그게 왜 안되지? 그걸 왜 못하지? 하는 생각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외부에서 내공 있는 전문가들을 대거 데려와 투입할까 하는 유혹도 생긴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일단 일선 임직원들부터 조정해야 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처리하면 되었을 것을 못하고, 이 지경에도 무언가를 화끈하게 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CEO인 나 같으면 금방 언론사 데스크에게 달려가 크게 승부를 보았을 텐데…아쉬워 한다.

그러나, 일선 임직원들이 하지 못하는 것은 하기 싫어서나, 진짜 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CEO는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누구도 위기 시에 제대로 역할을 수행 해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히려 무리수를 두는 일선 직원까지 생겨나곤 한다.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게 위기다. 할 수 있어도 하면 안되는 상황이 위기다.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니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CEO는 불안해하는 대신 일선을 이해하려 해 보자.

넷째, CEO는 뭐든 해서 보여주길 바란다

그건 현 상황에서 안됩니다. 그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자료는 내보내면 다시 공격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면 아마 검찰 쪽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런 임원과 컨설턴트들의 조언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러면 이 억울함도 참고, 잘 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불필요한 욕도 먹어야 하고, 더 나아가 압수수색이나 불매운동까지 모두 감내하고 견뎌야 하는가? CEO는 이 같은 질문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나타나 화끈하게 어떤 대응을 해서 상황을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흐름을 바꾸는 그런 실행을 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대표님 밀어내기를 해서 부정기사를 없애 보겠습니다. 데스크를 찾아가서 기사를 빼내 버리겠습니다. 온라인에서 대대적으로 반박 작업을 하겠습니다. 광고 예산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비판을 중지시켜 보겠습니다. 이런 풍의 어떤 지사적인 인물이 회사에 나와 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기대는 근본적으로 위험한 것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돌격대장이나 탱크 역할을 하는 정치인은 있지만, 기업에서는 그런 튀는 인물의 전략적이지 않은 대응은 기업에게 부담이 되면 되지,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는 국민이나 공중이 보기에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할 수록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들이 황당해 하거나 놀랄 일은 위기 시 만들지 않아야 산다.

다섯째, CEO가 믿지 못한다

위기 시 일선 임직원들이 CEO 마음에는 좀 그렇다. 평소에는 일 잘 하는 친구들이 좀 보이는데, 위기만 발생하면 다들 자취를 감추는 것 같다. 어떤 대응을 맡겼는데도 사실 제대로 저 일을 해 낼까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기자에게 이야기 해서 설득 하라 했는데, 그대로 잘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지금 CEO인 자신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대로 그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 나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주 극소수 일부 임원에게만 비밀리에 대응이나 활동을 지시하려 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면하는 사람의 수도 줄인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누구부터 누구까지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어 불안하다.

무언가 자사와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 느끼게 되면 위기 시 CEO는 더더욱 아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다. 홀로 사무실에 앉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대응 지시에 있어서도 하나 하나 의심해 가면서 시간은 흐른다.

문제는 CEO의 심리적 안정과 일관성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아무 일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가뜩이나 위기 시에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은데, 그 불가능이 상황이나 외부 변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모든 것이 불가능 해지는 셈이다. CEO가 생각과 느낌을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여섯 번째, CEO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 여긴다

어느 누구도 특히나 위기 시에는 대표의 생각에 ‘대표님, 그건 아닙니다.’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전략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직언이 불가능하다. 완곡하게 조언의 형식을 빌어 CEO에게 의사결정을 요청할 뿐이다. CEO께서 “임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 가요?”라고 물어도 임원들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평가하고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하게 되면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마무리된다.

CEO는 일선 대응 임원에게 전화해 “이렇게 이렇게 기자에게 말하세요. 이 부분을 강조하세요”하거나 “OO기관의 OOO을 만나 보세요. 그 사람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빨리 해명문을 내세요. 해명문에는 이런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하는 지시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고 싶어 한다.

CEO가 일단 내 생각이 이러니 이렇게 대응합시다 이야기 하게 되면 일선 임원과 자문하는 사람들은 방향성을 그리로 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여러 전문성과 경험이 버무려 져야 하는 게임이다. CEO가 답을 정해 주면 안된다. 그 답이 정답이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아주 고통스럽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CEO의 명을 거역하기 어려운 실행 임원들은 일단 CEO의 개인 의견을 받아만 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기도 한다. 그들 경험에 비추어 적절한 의견이 아닌 경우가 그렇다. 이렇듯 모든 과정과 선후가 소모적일 뿐이다. CEO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지속하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곱 번째, CEO는 잊는다

위기는 개선, 재발방지, 배상, 문제 해결에 대한 약속 등으로 결국 관리된다. 회사 내 여럿이 고생해가면서 관리 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전의 많은 약속을 종종 잊어 버리는 CEO가 있다. 개선을 한다고 했으면 해야 한다. 재발 방지가 어려워도 최선은 다해 보아야 한다. 배상을 잊으면 위기는 재발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면 위기는 끝까지 관리되지 않는다.

위기관리를 위한 약속을 잊는 CEO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단 위기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는 했는데, 개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임원들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배상액이 너무 큰 것이 아니었냐 하며 사후 책임론을 제기해서도 안된다. 위기를 잊는 CEO가 바로 그런 경우다. 위기는 잊을 만 하면 찾아 온다. 그래서 잊지 않아야 한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다른 모든 임직원은 잊어도 CEO는 그 약속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위기는 관리된다.

# # #

5월 262021 Tagged with 0 Responses

[The PR 기고문]2020 위기관리를 위한 10대 조언

[The PR 기고문]

2020 위기관리를 위한 10대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2020년 새해가 밝았다. 2019년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가고 다시 더욱 더 다사다난 할 새해가 왔다. 위기관리를 하는 홍보담당자들은 매일 매일이 위기라 딱히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캘린더 상으로 밝아 온 2020의 새해를 위해서는 어떤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할까?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상당히 의미 있는 말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책이나 이론으로 배워서 한다는 생각은 일단 버리자. 답은 현장에 있다. 위기관리를 알아도 못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못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해결책도 나오는 법이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핵심이다. 사람이 위기를 만든다. 위기가 스스로 터지는 경우는 없다.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의 관점에서 위기를 들여다보고, 사람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관제하자. 상시 변화하는 조직 체계와 인력들을 어떻게 지속 가이드하고 훈련시킬 것인지 고민해 보자. 새로운 90년대와 2000년대 출생 인력들과는 어떻게 위기관리를 해 나가야 할 것인지도 요즘의 화두다. 먼저 고민해 보자.

그 외 주요한 위기관리 관련 질문과 간단한 조언을 중심으로 새해 위기관리 노력에 대한 생각을 함께 정리해 보자.

  1.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위기관리를 위한 기업의 준비는 매우 다양하고, 긴 프로세스를 필요로 합니다. 경영진을 비롯한 여러 인력이 많은 시간을 투입해 진행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많은 기업이 위기관리에 대한 준비는 하고 싶은데, 이상과 같은 많은 투자와 투입의 부담 때문에 선뜻 준비 작업을 개시하지 못하곤 합니다.

현실적으로 딱 한가지 조언 드리면, 새해부터는 정기적으로 이슈 트래킹을 위한 경영진 미팅을 주선해 보시기 바랍니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면 더욱 좋습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감지되거나 당면한 이슈에 대해 경영진들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 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이슈나 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사내 느낌을 희석하는 것을 목표로 해 보십시오. 누구나 어떤 것이라도 이슈나 위기라고 부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물론 대표님이 먼저 그런 생각을 공유해 주셔야 하겠지요.

  • 매뉴얼이 필요하다고들 이야기하는 데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상식에 반하는 답변인지 모르겠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은 가장 나중에 만드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흔히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기반해서 훈련과 실행을 한다는 개념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개념이 틀린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백지로부터 수립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자사에서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해 왔는지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공유가 있은 후, 그 체계를 그대로 기록해 보는 것이 매뉴얼의 첫걸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몇 번에 걸친 워크샵과 토론, 확인작업, 분석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 프로세스를 거쳐야 그나마 현실을 반영한 위기관리 매뉴얼이 만들어 집니다. 새해에는 우선 기존의 것들을 찾아 모으고, 정리해 보는 노력으로 첫 삽을 떠 보시기 바랍니다. 매뉴얼은 그 다음입니다.

  • 흔히 생각하기로는 미디어트레이닝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나요?

아닙니다. 흔히 그렇게 알고 계시지만, 사실 위기관리를 위한 미디어트레이닝은 진행 취지에 있어 일부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하는 홍보실에게는 전부일 수 있겠지만,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으로는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그 부분을 잘 들여다보시면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 위기관리 방식을 지켜보면, 가장 많은 문제는 의사결정그룹의 의사결정 지연과 불안함에서 기인합니다.

의사결정 훈련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라는 것이죠.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해보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일단 위기발생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만 제대로 진행되면, 미디어트레이닝이나 대변인 트레이닝,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실행 트레이닝은 쉽게 이루어집니다.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내용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지요.

  • 최근 들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대세가 되면서, 대언론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케팅이나 영업, 홍보나 위기관리 어떤 기업의 활동 분야에서도 A or B라는 개념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분야 건 A and B가 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A and B and C and D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가 대세라고 해서 기존 언론을 통한 위기관리를 등한시 한다면 위기는 관리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과 같이 오프라인 언론에만 온 신경을 쓰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귀를 막고 있다면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는 늘어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성도 늘어만 갑니다. 발생되는 위기와 이슈의 다양성도 나날이 늘어 가기만 합니다. 문제는 그런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물론 실무자들께서는 한정된 인력과 시간과 예산에서 어떻게 변화를 따라 갈수 있는가 라는 하소연을 합니다. 하지만, 효율적 위기관리 방식이던가, 좀더 프로세스를 가다듬는다던가 하는 노력은 최소한 하셔야 합니다. 새해에는 빠르게 변화하고 확장되는 위기관리 환경을 먼저 깊이 있게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서 통합적인 대응의 길을 찾아 보려 노력 하셔야 합니다.

  • 일단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아무것도 통제가능한 것이 없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위기관리를 통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너무 단순한 답변 같지만, 먼저 통제가능한 것들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 것도 통제되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거나, 조금만 노력하면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기나 이슈 발생 시 창구일원화 입니다. 이 체계는 가장 기본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보고와 의사결정의 단순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 있는 의사결정의 효율화도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갖추어 질 수 있는 통제가능한 분야입니다. 간단하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과 원칙에 대한 반복적 강조도 좋습니다. 사전적 위기관리라는 것은 사실 통제가능한 분야를 최대한 찾아 그 부분들을 관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새해에는 우리가 스스로 통제가능한 것은 뭘 까 찾아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 몰라 항상 불안하기만 합니다. 주변을 보면 여기저기 위기로 쓰러지는 경영진과 기업이 늘어가고요. 어떻게 이런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일단 불안하시다면 어느정도는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는 되신 것입니다.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두려운 마음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조언을 드리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주변에서 발생되는 위기와 이슈들을 꼼꼼하게 챙겨 분석하고, 그 내용을 경영진과 공유해 보시기 바랍니다.

반면교사도 좋고 타산지석이라 해도 좋습니다. 어떤 위기도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는 없습니다. 이미 발생 했던 일종의 기출문제와 같은 것이 위기입니다. 문제는 그런 새롭지도 않은 기출문제 같은 뻔한 위기를 낯설어 하는 기업일 것입니다. 위기에서 배우십시오. 그렇게 되면 두려움이나 불안함은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새해에는 다른 여러 위기사례들을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배우는 노력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던 이슈도 최근에는 큰 이슈가 됩니다. 기업의 내부 관행이나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특히 VIP께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시는 데 위기관리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맞습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인데, 그런 방지의 가능성이 많이 제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문화나 VIP개인의 습관을 위기관리팀이라고 변화시킬 수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위기가 발생하면 올 것이 왔다 라거나, 언제 일까 했는데 결국…이런 후담이 나오는 것이죠.

가장 좋은 것은 기업과 VIP가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관행과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차선책이라고 하면 문제 발생을 전제로 하고 실무그룹 차원에서 위기관리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갖추어 놓는 노력일 것입니다. 그런 노력은 여러가지 일 수 있습니다. 가장 핵심은 발생할 것이라는 전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스스로 개선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십시오. 그와 함께 발생에 대한 전제를 정확하게 공유해 보십시오.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 홍보담당자로서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과 영역이 상당히 광범위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기자들만 많이 알고 하면 되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법, 여론 등 무한한 이해와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정말 실질적인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후에 각각의 위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그 위기관리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찾아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예를 들어 VIP의 개인적 법적 이슈가 예상된다면, 그 형식과 관련된 공부를 해보시는 겁니다. 관련 형법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거나, 수사부터 최악의 상황인 구속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이해해 놓는 것도 방법입니다.

고객정보보안 이슈가 예상된다면, 기술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보안 수준이 어떤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이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련 되는 기관이나 수사 프로세스, 배상 프로세스, 타사 사례들에 대한 이해 등도 사전에 필요합니다. 새해부터는 말 그대로 언론관계를 넘어 위기에 대한 공부를 시작 하시기 바랍니다. 위기 각각에 따라 필요한 대응 역량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미리 챙겨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  전사적으로 너무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요. 올해부터는 위기관리에 대한 전사적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강의나 스터디 그룹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위기 의식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요?

다 좋습니다. 어떤 어프로치라도 의미는 있습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대부분 기업이 전사적 위기 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하면서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 고취 프로그램을 먼저 실행합니다. 그런데, 그 순서가 틀렸습니다. 일선 직원들이 발생시키는 위기가 많을까요? 아니면 경영진과 그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가 더 많을까요? 둘 중에서 어떤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일까요?

위기의식 고취의 가장 첫 대상은 경영진이어야 합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먼저 위기를 알고, 위기관리를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위기관리를 접하는 가장 큰 차이가 이 부분입니다. 외국기업은 위기관리에 대한 강의나 워크샵을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듣습니다. 국내기업은 신입사원들과 주니어 직원들이 듣습니다. 일종의 사내강의나 교양일 뿐이죠. 새해부터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의식 고취에 좀더 노력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첫 단추입니다. 그 다음은 좀더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1.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당연히 준비입니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한다. 위기관리의 변하지 않는 모토입니다. 준비하면 달라집니다. 준비하면 나아집니다. 준비하면 쉬워집니다. 위기관리가 항상 똑같고, 나아지지 않으며, 어렵기만 한 이유가 뭡니까? 준비하지 않았고,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장 어려운 것이 준비라는 것입니다. 시험도 매일 매일 준비하면 쉬운데, 전날 벼락치기를 하거나, 시험날 운에 맡기려 하니 결과가 좋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하기는 어렵고 힘듭니다. 홍보실이 그런 준비 노력을 리드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지는 게임인 위기관리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앞부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준비를 할 수 없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확인해 보십시오. 그 이유를 가지고 경영진이나 컨설턴트들과 토론해 보십시오.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새해부터는 시작해 보십시오. 바로 시작하십시오.

# # #

5월 262021 Tagged with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인기 유투버들의 위기관리 101

[The PR 기고문]

인기 유투버들의 위기관리 10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본적으로 회색 지대에 속하는 형태가 많다는 것이 인기 유투버들을 둘러싼 위기 현상의 특징이다. 뚜렷하게 어떤 것이 위기인지 또는 위기가 아닌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 어떤 대응이 성공적인 위기관리 대응인지 여부도 판단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왜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유투버들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들은 저 유투버가 위기를 겪고 있다 생각하지만, 유투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위기로 무언가 다른 도움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이슈가 이상하게 크게 성장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어떤 목적에서 해당 이슈를 의도적으로 키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경우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인기 유투버가 사과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도 실제 존재한다. 저 사람이 누구인데 저렇게 공개 사과를 하고, 그 소식을 다루는 뉴스들은 또 뭔가 희한 해 한다.

분명히 일반적 유명인 또는 전통 셀럽들과는 다른 회색지대가 상당 수준 존재한다. 일단, 기존 유명인이나 전통적 셀럽의 경우 대중(mass)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따라서 대중의 시각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습관에 익숙해 있다. 대중의 상당수가 적절하지 않다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유명인 또는 셀럽들은 그 상황을 자신의 위기라 정의한다.

그 이후부터 대중과 공중들이 볼 때 적절하다 여겨지는 방식을 택하여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한다. 자신을 한껏 낮추고,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하고, 자숙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보다는 자신이 그 상황에서 해야 할 말에 좀 더 몰두하고, 대중을 향해 큰 예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기 유투버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신은 대중(mass) 보다는, 자신의 컨텐츠를 흥미로워 하는 팬덤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팬덤이 원하는 것이라면 일부 대중적 잣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도 어느 정도 용인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에게 위기라면 팬덤이 스스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이고, 그로 인해 유투버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직접적으로 침해 받는 상황일 것이다.

즉, 그런 최악의 상황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투버들은 논란이나 비판받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유명인이나 전통 셀럽들은 꿈꾸지 못 할 방식으로 위기를 바라보고, 대응에 있어서도 좀더 다른 접근을 한다.

이런 기본적 특성과 다름에 근거해 인기 유투버들이 주목해야 할 위기관리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자.

첫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최소한 범법 행위로 인신이 구속될 일은 하지 말자.

꼭 구치소로 가는 구속만 구속이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 또는 여러 규제기관의 조사를 받는 동안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제한되는 것만큼 나쁜 상황이 없다. 실제로 범법이 문제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더더욱 자신의 활동 지속 가능성은 제한된다. 여러 판결 단계를 거쳐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을지라도, 다시 이전과 같은 활동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그런 단계를 모두 거치고서도 컴백(?)에 성공한 일부가 있지만, 그 모든 단계를 고통스럽게 거쳐야 할 가치가 없다. 인기 유튜버라면 최대한 일상생활이나 사업 전반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는 노력은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포인트다.

두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준법이 기본이라면, 도덕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자.

“그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만큼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바보 같은 메시지가 없다. 일단 대중이 아니라 특수한 팬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해도, 그 팬덤도 인간이라는 것일 기억하자. 인간들 간에 도덕적 행동이나 발언은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함을 무시하면 안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만,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버리자. 법을 지켰는가 지키지 않았는 가는 일정한 판단기준에 따라 결론이 나지만, 도덕을 지켰는지 않았는지는 사람들의 순간적 인식으로 결론이 나 버린다. 적절하지 않았다면 이미 그 상황은 끝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의 예후가 나쁜 경우다.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삼가 해야 한다.

세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민감해지자.

대부분의 유투버들은 말로 먹고 산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을 많이 하면 그 말 중에 실수가 들어갈 확률은 계속해서 높아져만 간다. 즉, 유투버가 지속해서 많은 컨텐츠를 생산할수록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더욱 더 많아지고 잦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일부 유명 유투버는 높은 민감성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와 행동 거지에 조심을 한다. 열을 잘 하다 가도 한번 잘 못하게 되면 자신에게 위기가 발생된다는 것을 미리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그 상황을 피해 나가는 것이 일상적인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자. 아차 하면 끝일 수도 있다 생각하자.

네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팬덤도 그런 정도 실수는 이해하고, 개선하는 경우 지지해 준다. 실수도 실수 나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실수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일반적인 실수다.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짓은 실수가 아니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었던 짓도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절하지 않음을 훨씬 넘어선 무언가도 실수라 보지는 않는다.

한번의 일반적 실수는 대부분 너그럽게 넘어 간다. 물론 적절한 사과와 해명 그리고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이 있으면 더 좋다. 문제는 그런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다.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주체가 실수를 계속 저지를 의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건 실수가 아니다. 실수는 위기관리의 주제가 될 수 있지만, 반복된 실수는 위기관리가 불가능하다.

다섯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가 발생하면 최악을 상상하자

보통 위기와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은 최선의 대응을 꿈꾼다. 위기관리의 성공을 바라본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에 집중한다. 아무 문제가 없던 그 이전을 곁눈질한다. 하지만, 전략적인 위기관리 주체는 가장 먼저 최악을 상상한다.

이 논란이 최악으로 흘러 갈 경우 인기 유투버인 자신은 결국 어떤 상황에 도달하게 될지 먼저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속가능성일 것이다. 간단히 말 해 내가 이 활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예측되는 최악에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인사이트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했던 대응을 맨 처음부터 했더라면 성공했을 위기관리가 많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최악을 정확히 예측했다면 가능했을 위기관리가 매우 많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사과는 내어놓음이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사과는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져야 할 책임은 행동으로만 보상이 된다. 우리가 법을 위반하면 인신이 구속되거나,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를 하거나 하는 행동을 통해 사면 받게 된다. 범법 후에 말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도덕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말만으로 도덕적 논란에서 자유를 얻기는 어렵다.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

인기 유투버들도 종종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과를 한다. 그러나 대형 위기 시 사과만 해서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과의 표시로 무언가를 행해야 한다. 그것이 자숙이 되었건, 재산적인 보상이 되었건, 기타 여러 변화 행동이 되었건 무언가를 내어 놓음은 중요하다. 만약 그런 내어 놓음이 너무 아깝고, 싫다면, 사전에 책임질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가 발생하면 보수적인 전문가를 찾아라

평소 컨텐츠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많이 강조된다. 박스에서 벗어나는 획기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것이다. 다른 지인 유투버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런 창조성과 혁신성은 더욱 더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창조성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 스스로 보수적인 생각과 자세에 의지해야 한다.

주변인 보다는 신중하게 다가가 보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법률 조언이나 위기관리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무게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자. 그들이 현 상황에서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알려줄 것이다. 그들의 조언에 따라 정상적인 대응을 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자.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었을 때에는 자신을 인기 유투버라 생각하기 보다, 그냥 책임감 있는 일반인이라 생각하자. 절대 크리에이티브 하게 위기를 관리해 보려 해서는 안된다.

여덟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관리는 장기전이라 생각하자

위기는 하루 아침에 터져 폭발해도, 위기관리에는 몇 달이 갈 수 있다. 물론 위기 발생 초기 위기관리 역량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 성공적으로 관리를 해 내야 하지만, 해당 위기가 완전하게 사라져 자신에게 더 이상 영향이 오지 않게 될 때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에 조급함이 줄어 든다.

또한 법적으로도 집행유예라는 제도가 있는 것처럼, 위기관리는 아무리 잘 해 냈다 해도 그 후 일정 기간 자신에는 ‘집행 유예’와 유사한 환경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기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다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긴 안목과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아홉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팬덤이건 대중이건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팬덤이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자신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까지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대신 그 관심과 사랑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팬덤은 돌아서면 원수가 된다고도 한다. 그 만큼 관리하기 어려운 대상이 팬덤이다.

위기관리를 할 때 보면 대중이나 팬덤을 바보처럼 생각해 위기관리 주체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나 궤변을 늘어 놓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기술이라 잘 못 생각하면서 상식적이지 않는 기괴한 전술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진심은 통한다는 클리쉐를 믿으며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이나 팬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바보였다면 위기도 없었다. 꼭 기억하자.

아홉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다른 유투버들의 위기에 대해 공부하자

세상의 모든 위기는 새롭게 처음 발생되는 것이 없다. 모든 위기는 전례가 있었고, 유사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주변 유투버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들을 우습게 바라보지 말자. 그 들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지 살펴 공부하자. 그들이 발생시킨 위기를 자신이 그대로 발생시켜서는 안된다는 각오도 하자.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면, 차라리 대응이 쉽다. 물론 그 이전에 발생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훨씬 쉽다. 주변 사례들에 계속 주목하고, 그 위기와 위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 단, 기술이나 창조적인 위기관리 방식 보다는 위기의 핵심과 당시 팬덤의 반응 그리고 위기관리 주체가 보여준 책임감에 주로 주목해 보자. 그래야 답이 보인다.

열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미리 준비하자

오늘이라도 또는 내일이라도 문제가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해 보자. 이미지 트레이닝이라 불러도 좋다. 딱히 대응이 떠오르지 않으면 실제 대응 방법을 미리 고안하는 것도 좋다. 미리 챙겨서 갖추는 것이 준비다. 준비하지 않는 자는 실패를 준비하고 있는 자라는 말이 있다. 인기 유투버로 성공한 만큼 위기관리도 준비해 더욱 더 성공하려 노력하자.

# # #

5월 262021 Tagged with , , 0 Responses

[The PR 기고문] 2019 일본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The PR 기고문]

2019 일본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올 여름은 일본 때문에 국내가 뜨겁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후 한국을 향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시화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반일 무드가 살아났다. 이내 반일 무드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기업들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다. 대대적 불매운동이 이어져 일부 의류 및 주류 업체는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다른 일본 기업들도 그 피해의 차이만 있을 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0여년간 주기적으로 발생한 한일간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양국 기업들의 피해. 이 유형을 위기로 설정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일본기업은 어떤 전략과 실행에 주목해야 할까? 꼭 일본기업에만 한정해 이런 류의 위기관리를 이야기 한 다기 보다는 기업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해외 국가에서 이와 같은 공격을 받게 될 여러 글로벌 기업을 위한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 한국 기업도 언제든 일본이나 중국 또는 다른 우방국가에서 적성 기업이 될 수 있다. 사람 일을 모르듯 기업 일도 모르는 것이니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기업들을 위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현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본 일본기업 경영진들을 공감하겠지만, 일본기업 자사 차원에서 현 상황은 전혀 관리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평시 다른 종류의 이슈 또는 위기관리에서는 자사가 무엇을 어떻게 든 하면 자사로 향한 피해를 방어 또는 최소화할 수 있을 텐데,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무엇을 한다 해서 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을 때라도 자사가 최소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찾아 대응 기조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 상황에서 자사가 그나마 관리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첫째, 회사(본사)의 입장은 통제할 수 있다.

회사(본사)의 입장은 이미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 입장을 현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거나, 그에 대해 한국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통제불가능 한 일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해져 있는 회사(본사)의 입장을 꿋꿋이 지켜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공식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 나가고, 그에 반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며, 필요시 그 입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체계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고, 필수적으로 관리 통제해야 한다.

물론 이는 회사(본사)의 입장이 현상황을 정상적으로 해석한 뒤 세워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그 입장이 한국의 현 상황에 반하거나 충돌하거나 현 상황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그에 대한 관리 통제는 예외가 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본사의 위기관리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에서 예외로 한다.

정상적 글로벌 기업이라면 사업을 전개하는 국가와 국민들을 존중하기 마련이다. 현지 국가에서 어떠한 정치적 역사적 인종적 사회적 이슈에도 관여되지 않으려 스스로를 통제한다. 그럼에도 불행히 문제나 갈등이 불거지게 되면 본사의 가이드와 현지의 여론에 따라 정상적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첫번째 통제 가능성이란 그런 정상적 본사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관리 통제를 의미한다.

둘째, 직원들은 통제할 수 있다.

일부 경영진은 요즘 직원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평소에도 통제할 수 없고, 통제되지도 않는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하는 주제를 들여다보면 경영진이 왜 요즘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다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직원들을 위기 시 통제하려면 기업은 원칙을 이야기하며, 그 원칙을 기반으로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부탁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그 요청 사항 자체가 완전히 회사의 원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사 직원들을 충분하게 이해시킬 수 있고, 자발적으로 협조 유도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고, 통제 되지 않는다라 이야기하는 경우는 해당 협조 요청 자체가 평시 자사 원칙에 근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직원들은 그런 회사의 요청을 이해하기 힘들다 한다. 이후 자발적인 협조는 전혀 불가능 해 진다.

일본기업에서는 현재와 같은 민감한 상황에 대해 자사가 가진 원칙을 정확하게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 그들을 먼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자사 직원들도 이해시킬 수 없는 원칙이나 메시지라면 외부의 어떤 이해관계자를 이해 시킬 수 있을 까 먼저 생각해 보자.

셋째, 자사의 메시지는 통제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대부분 일본 기업들은 만약 기자들이 자사에 전화를 걸어와 현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거나, 최근 사업 분위기, 본사의 입장이나 메시지 등에 대해 문의 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미 어떻게 답변해야 하겠다는 방향도 설정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사 현황과 본사의 입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준의 메시지들을 개발했을 것이다. 그에 대해 내부적으로 본사로부터도 컨펌 받았을 것이고, 해당 메시지 팩을 직원들과 대행사측과도 공유해 놓았을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메시지는 정확하게 관리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고, 끝까지 관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관련된 여러 케이스를 보아도, 현 상황에서 일본 기업의 메시지 한 줄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트리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모든 메시지를 통제할 수 없다면, 자사로부터 나갈 수 있는 메시지라도 통제하자는 것이 이롭다.

민감한 이슈와 위기 시에는 메시지는 물론 단어 하나와 표현 한 조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민족 감정 또는 국가 갈등과 관련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흔히 말하듯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항상 기억하자.

넷째, 창구는 통제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평시나 위기 시 공히 일원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평시 관리 통제되지 않는 창구가 위기 시에 관리 통제될 리는 없다. 그러나, 창구 일원화가 중요하고 지금이라도 창구는 필수적으로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사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창구를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해서는 어떤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위기 시 대표이사의 말이 그대로 흘러 나가고, 임원들 각자의 생각이 여기 저기 퍼져 나가고, 일선 직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여러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상상을 해 보자. 섬뜩하지 않은가?

기자들로부터 오는 문의는 홍보실로 창구를 일원화한다. 이 원칙은 언제든 지켜져야 한다. 홍보실은 이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창구 일원화 원칙을 지속적으로 상하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전 직원이 백가쟁명 하는 회사 체계를 가져서는 안된다. 창구는 완벽하게 관리 통제하자.

다섯째, 이해관계자 접점(Point of Connection)은 통제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해관계자 접점이라면 매장에서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는 매장 직원을 의미한다. 고객의 전화를 받아 이야기 나누는 고객상담센터 직원을 의미한다. A/S를 의뢰하러 센터를 방문하는 고객과 상담하는 A/S센터 직원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상담하거나, 문의에 답글을 다는 담당 직원들을 의미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모두 접점이다.

이 접점들이야 말로 정확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이 접점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영향력은 대표이사가 일으킨 문제와 그 파괴력이 유사하다. 그 접점에서 자사 입장이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사를 포함한 자사 전반에 미치게 된다.

일부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일본 기업의 이야기가 궁금할 수도 있다. 일부는 악의적으로 특정 업체를 찍어 공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대응을 하는 자사 직원(접점)이 적절하지 않은 대응을 하거나, 문제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바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어떻게 자사의 다양한 접점을 관리 통제할 수 있겠느냐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해야 한다. 하려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가이드를 내려주고 훈련을 시키고 관제를 해야 맞다. 그런 사전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아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통제할 수 있다 믿고 통제하려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자사의 실행은 통제할 수 있다.

대표이사가 결심해서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실행들이 있을 것이다. 현 상황을 분석해 매일 보고 받고 있는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현 상황의 민감성을 그대로 이해한다. 하지만 내부 일선에서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피로감을 느끼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제안을 많이 할 것이다. 경영진은 그 하나 하나를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아야 관리 통제할 수 있다.

그 실행이 자칫 다른 여론의 관심을 끌지는 않을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상한 방향으로 현 상황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보수적인 시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와는 다른 실행 기준을 세워야 한다. 단순하게 재미있는 이벤트. 즐거운 프로모션. 눈길을 끌 수 있는 대형 행사와 프레스 대상 활동. 이런 모든 실행들을 정확하게 관리 통제해야 한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신제품 론칭 행사라던가, 예정되어 있던 대규모 프로모션을 최소하기도 했다. 예정된 사업 확장을 당분간 중지하기도 한다. 양국간 이루어지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조용히 치르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현 상황에서 자사의 실행을 관리 통제하려 하는 정무적인 노력이다. 스스로 하는 실행은 통제 가능한 것이다. 관리하고 통제하자.

일곱째, 스스로의 피로감은 통제 할 수 있다

현 반일 및 불매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일본 기업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제는 마케팅 활동을 개시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올라올 것이다.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보고가 올라올 것이다. 영업 프로모션을 지금 시작해도 올 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내부 피로감과 실적에 대한 부담간 때문에 일부 기업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먼저 치고 나가 평소와 같은 사업 활동을 하려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상황에서 먼저 튀어 불행한 마지막 희생양이 된다 거나, 다시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사려 깊지 못한 기업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대표이사가 자신의 전략적 일관성을 스스로 관리 통제하는 것도 핵심 중 핵심이다. 대표이사가 피로감을 통제하지 못해 일희일비 하거나, 조급함을 토로하며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이슈가 완전하게 사라질 때까지 전략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이사가 성공한 경영자라는 생각을 해 보자.

이렇게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고,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해 일관성 있게 대응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고민해 보자. 무엇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든 해 보았으면 하는데. 이와 같은 관점은 조금 내려 놓자.

대신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어떻게 하면 안되는 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해 보자. 조직을 스스로 민감하게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원칙을 이야기하자. 창구를 일원화하고, 이해관계자 접점을 잘 관리해 유지하자. 실행에 있어 튀거나 흔들리거나 일희일비 하지 말자.

해야 할 때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이사가 리드해서 피로감을 극복해 나가고 임직원들의 피로감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고민하자. 이렇게 보면 자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오히려 산더미 같이 많아 보일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조용하게 로우 프로파일 하는 것. 몇 달 동안 참선에 침묵 수행을 하는 명승을 떠올려 보자. 그 명승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것을 해 내고 그 대로 있는 것이다. 현 상황과 같은 민감한 이슈관리에 처한 일본기업들도 그런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 # #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5편] 모르면서 문제없다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요소 진단을 할 때나, 어떤 이슈가 발생되려 할 때, 심지어 기자가 어떤 문제를 취재하고 있을 때도 관련 질문에 대한 기업측 답이 “그런 문제는 없다”는 경우가 있다. 컨설턴트나 기자들은 그런 기업측의 공식 입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다시 많은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저 분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저 분이 해당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단 어떤 이유라도 ‘그런 문제는 없다’는 공식입장은 그 공식입장에 대한 검증을 다시 거치게 된다.

컨설턴트나 기자 모두 ‘아, 회사에서 그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니 문제가 없구나’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거짓말해 문제를 숨기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당 문제에 대해 모르면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검증해 보려 노력한다.

일단 보충질문을 더 해보면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왜 없는 가’에 대한 근거나 반박 논리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작정하고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더욱 준비된 답변이 이어진다. 갑자기 거짓말을 결심한 경우라 해도 훈련 받은 일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관련 근거나 논리를 제시한다.

문제는 해당 문제를 잘 모른 채 ‘그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상대적으로 거짓말 때보다 궁하다. “제가 좀 더 확인 해 봐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런 문제는 없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냥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드릴 말씀이 그것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의 부족한 답변이 전달될 뿐이다.

어떤 이유 건 실제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기업측이 입는 피해는 동일하다. 통틀어 모든 경우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의도적 거짓말이었는가, 모르면서 아는 척 거짓말 한 것이었는 가만 다를 뿐이다. 기업은 더 큰 문제를 가진 조직으로 보여 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도 인간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부정적 질문을 받게 되고, 내부 문제에 대해 질문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인’이다 그런 문제가 없다 부인하는 이유는 해당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야기한 뒤 벌어질 상황이 무섭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단 두려움을 느끼면 도망을 간다. 부인하는 커뮤니케이션도 그의 일환이다.

그러나 보다 전략적인 훈련을 받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질문을 받게 되면 좀더 많은 고민을 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내 모든 생각을 정리한다. ‘저 질문에 내가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 “저 질문에 언급된 문제가 실재하는 것인가?’ ‘혹시 내가 저 문제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와 같은 초기 판단을 머릿속에서 한다.

그 후에는 ‘내가 그 문제를 인정하면, 그 후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까?’ ‘내가 문제를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될까?’ ‘어떤 상황이든 거짓말 한 것으로 드러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를 떠올린다.

더욱 훈련 받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질문자가 어느 정도의 팩트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해당 문제가 제3자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것인지도 동시에 파악한다. 이와 같은 여러 고민과 확인을 통해 전략적인 대응 메시지를 개발하게 된다.

이런 짧은 시간 동안의 대응 프로세스와 메시지가 초기 이슈 및 위기관리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실패한 기업은 대부분 이 초기 질문들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초기 대응과 메시지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까?

일단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회사 내부의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거나, 그 각각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서간 사일로도 그 원인에 큰 몫을 차지 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조직내에서 낮은 직책에 있거나, 단순히 스탭 부서로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더 더욱 실패 가능성은 크다.

그 다음 실패 이유는 제대로 대변인의 역량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와 대화하는 방식을 일반인에게 하는 방식으로 하니 문제가 된다. 추측하거나 자기가 모른다 해서 그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모른다. 제3자가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거짓말을 하려 하니 문제가 된다.

모른다. 대변인은 이 말이 어렵다. 모른다고 하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른다. 확인해서 정확하게 알려 주겠다. 그 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 이런 답변 방식이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량이다. 개인의 추측이나 애드립 그리고 얕은 거짓말로 조직을 해 치지 않아야 한다. 훈련된 대변인은 절대 조직을 해 치지 않는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3편] 이번만 넘기자 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임직원이 모여 앉으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과 대응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원칙이나 회사의 철학에 근거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번 상황은 이런 이런 아이디어로 해결 할 수 있으니 너무 크게 일을 벌일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피력한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원칙과 철학을 따르자니 회사의 비용이나 부담이 크고, 아이디어로 해결해 버리자니 사후 후폭풍이나 비판이 두렵다. 적당한 중간 선에서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묘안을 찾는다.

이런 고민의 순간에 전문가들이 나선다. 법적으로 그렇게 큰 부담까지 감수해야 할 수준은 아니니 걱정 말라는 전문가 의견이 들려온다.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 본 결과 이번과 같은 경우는 그냥 일부에서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황을 넘기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의사결정자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법적으로도 큰 문제 없고, 다른 케이스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니 그러면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운이 좋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했던 그 생각이 ‘이번 상황이 넘어갔으니 끝난 것’이라는 마음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라는 지난 생각은 이번 상황만 별 문제 없이 처리되면, 그 후 좀더 시간을 가지고 해당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함께 마련해 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언제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린다.

누군가 지난 문제를 언급하면서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위기라는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자꾸 화제를 만들어 위기관리 타령을 하는가 하는 핀잔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만 넘겨보자. 이번만 모면해 보자. 이번만 어떻게든 해 보자. 위기관리에 있어 이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번이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번만 이번만 하는 생각이 기반이 되면 어떤 위기관리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된다.

피해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번만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상해 보자. 심각한 사과문을 내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상해 보자. 엄청난 사고 재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는 위기관리 주체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모든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일단 벗어나 보려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능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단은 벗어나고 보자 하는 본능이 기업 위기관리에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평소 원칙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든 의사결정자는 왜 양쪽의 이야기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 스스로도 자사의 원칙과 철학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기반에서 해당 상황과 위기의 핵심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가 평소 자사의 훌륭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보다 쉬워진다. 어떻게든 이번만 넘겨보자는 의견을 들어도 고민 되지 않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원칙과 철학이 ‘위기상황은 어떻게든 넘겨라’이야기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소비자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우리에게는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직원의 행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다’’우리는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와 사랑 받는 회사가 되자’ 이런 기업의 생각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속에 위기관리 해법이 들어 있다.

위기상황은 기업이 평소 주창하던 원칙과 철학을 그대로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 회사가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실제 소비자 관련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안전과 위생을 중요한 가치라 해 왔던 기업에게 위생과 안전 논란이 발생되면 회사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지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이야기는 그런 원칙과 철학을 적용하는 중요한 기회를 넘겨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를 하지 말자는 의미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2편]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먼저 챙기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관리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위기가 관리되지 않게 만드는 상황이나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해야 할 것(Do’s)’에 대한 것이기 보다는 ‘하지 않아야 할 것(Don’ts)’에 대한 것이다.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당연한 생각이고, 중요한 태도다. 그러나, 조금 더 노력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가 쭉 해 오던 것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또한 현재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계속 그런 이상성이 지속되면 위기가 관리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의 위기관리는 그러한 이상성을 더 이상 지속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이 위해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이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해당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논란을 넘어 소비자들을 케어하는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으로 챙기면 된다.

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적 측면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챙김은 매우 중요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나 외부적으로 정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위기관리 주체가 그런 정보 수요를 적절하게 맞추어 주지 못하는 경우다. 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무너지고, 온갖 루머와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정보의 진공상태를 채워 나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직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까?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 다양한 비공식 창구가 되는 상태는 피해야 한다. 상황에 대해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여기저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창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통제의 개념에서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다.

창구일원화가 그에 대한 개념이다. 여기 저기 몰려드는 질문에 대해 모든 임직원이 창구를 일원화할 뿐,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전략이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싶고, 해명하고 싶고, 억울하고, 답답하더라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하며, 자신의 입은 닫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와 실행은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대변인 트레이닝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학습이 주된 뼈대를 이루는 이유다.

위기 시에는 어떤 말을 하는가 보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는 가에서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해야 할 말을 하면 위기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관리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면 위기는 순식간에 재앙으로 악화되는 케이스를 우리는 수 없이 목격해 왔다.

일선에서 경험 해 보면 공감하겠지만,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면 종종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무의식 중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막말이나 단순히 엉터리 같은 말이 아니다. 당시 구체적 맥락이나 감정 상으로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적절하지 않게 느껴지는 말이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중립적으로 별 문제없게 느껴지는 메시지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위험한 메시지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제3자가 볼 때 문제라 느끼지 못하는 메시지도 위기의 원점인 상대가 들으면 문제로 느껴지는 메시지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아주 민감한 메시지에 대한 감정과 관리는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 전반에서 이런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챙기는 역량은 사실 위기 상황에 처해 순간순간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다양한 훈련과 케이스 분석을 통해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공유된 리스트가 쌓이고, 그 각각에 대한 경계심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황이나 조직이나 메시지 측면에서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즉각적 시각이 생겨난다. 부단한 인지와 훈련으로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이물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이물감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조직 전반에 공히 공유되는 감각이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알면 해야 할 것을 좀 더 잘 보게 된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1편] 공개되면 문제될 대응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필살기(必殺技)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기술이나 기교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위기관리는 시종일관 순리의 흐름 속에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부 기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만의 특별한 기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위기가 발생된 직후 분위기도 그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저기에서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해 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음모론이나 정치적 술수 때문에 회사가 이 지경이 되었다며 그 실타래를 풀겠다는 사람도 생겨난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의사결정권자 주변에도 흔히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상황의 맥락을 나름 설명하면서 어떤 키맨을 움직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조언도 한다. 나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창조적 대응을 조언하기도 한다. 심지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도 한다. 위기관리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다.

그간 현장 경험을 놓고 보면 그런 속삭임이나 비밀스러움이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세상 누구도 잘못을 잘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누구도 여론을 손 끝으로 움직여 멀리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신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순리와 거리 있는 조언은 항상 문제가 될 대응과 연결된다. 문제 소지가 있는 기술이나 기교를 조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도 문제다. 대응 전략과 방식 지시가 사내 극소수 일부에게 비밀스럽게 하달되는 경우도 문제다. 스스로 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추후 문제가 되더라도 일단 위기는 관리하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기관리 목적에 반하는 의견일 수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대응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대신 또 다른 위기를 만드는 대응은 누가 보아도 적절하지 않다.

걸리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반론을 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대응 방식을 먼저 찾아 해 보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반론은 적어진다. 구태여 문제 소지가 있는 위기대응에 주로 주목하는 이유를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실무자들이 최근까지 자사만의 오래된 위기대응 기교를 사적 자리에서 은근히 뽐내고는 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자사만의 여러 대응 방식, 문제가 될 증거들을 자사만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체계, 주요 임원의 특수한 보안 의식과 보안을 위한 독특한 행동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른 기업 실무자들은 혀를 내 두르며 대단하다 감탄했다. 그들의 대응 하나 하나는 여러 해 동안 그 회사가 경험한 숱한 압수수색과 증거 관리, 보안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비밀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법적 허점과 처벌수위를 분별하여 자사 실익과 비교하는 정교한 체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던 다른 실무자가 그 회사 실무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그런 위기대응 체계가 조폭의 것과 어떻게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왜 상장기업이고 떳떳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꼭 그렇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지적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떡였다.

자랑하던 실무자는 그런 지적에 “사실 저희도 그런 위험한 대응 방식이 최선일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데도 회사의 오래된 대응 방식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실무자단에서 거스를 수 없는 거지요.”라 답했다.

절대 문제가 될 위기대응 체계나 방식은 평소에 검토해 하나 씩이라도 없애 나가는 것이 좋다. 문제가 될 것들은 조금만 더 고민하고, 노력해 투자하면 없앨 수 있다. 쉽게 하려 하니 문제가 남는다. 누가봐도 문제될 것 없는 대응 체계와 방식만 가지고 평소 고민해도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먼저다.

그런 정상적 위기대응 체계와 방식이 수년 수십년 반복되어 정교함을 더하게 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향이다. 위기관리라고 특별하지 않게, 상황에 처해 순리에 따라 자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그런 ‘이상할 것 없는’ 업무라는 생각을 하자. 이상하거나 문제가 될 대응을 조언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 내부 분위기가 생겨나게 하자. 그것도 하나의 위기관리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3편]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옛날 우리 조상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렇게 위급한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에 상당부분 열중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일을 더 크게 만들거나, 오랫동안 문제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아 서다.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일은 더욱 커지고, 긴 시간동안 상처를 입으면서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천냥 빚을 갚아 버리기는 커녕 더 큰 빚까지 지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주체의 말 한마디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필히 전략이 그 기반이 된다. 그 외 상황적, 인간적, 시기적, 의미적, 체널별 여러 기술이 가미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가 전체를 엉클어 놓기도 하고, 반대로 크게 공감을 이끌어 내 위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평소에는 실무자 선에서 간단하게 작성 배포했던 보도자료 문서도, 위기가 발생하면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오랫동안 숙고해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제대로 갚기 위해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을 다듬고 다듬는 것이다.

기업의 VIP가 낭독할 사과문도 꼼꼼하게 문구 하나 하나를 챙긴다. 기자로부터의 예상질문을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한 공식 답변 내용도 고민해 정리한다. 사과나 해명광고 문구를 계속 가다듬거나, 온라인 소셜 미디어상에 공유할 메시지도 단어 하나 하나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문제는 기업 내부에서 이 과정을 차곡 차곡 밟아 나가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홍보실에서 작성해 온 메시지 초안에는 사실관계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부서 실무단에서 작성한 메시지 초안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디테일 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법무팀에서는 모든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특정 메시지를 꼭 넣어 달라 강조한다. 고객관리부서에서는 지금 그 메시지로는 고객 설득은 커녕 상담조차 어렵다 고개를 젓는다. 일선 매장에서는 왜 공식 메시지를 내려 보내주지 않느냐 흥분한다.

이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초기에 적절하게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기업 바깥으로 흘러 나간다. 정제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메시지들이 나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 되면 그런 메시지도 사전 사후 필터링 될 수 있을 텐데, 창구일원화에도 대부분 실패한다.

평소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던 창구들이 위기시에도 각자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창구를 운영하는 담당자의 개인 메시지가 공식 메시지처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된다.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 창구에서 나가는 다양한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은 위기 상황 발생 직후 초기 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창구 일원화 원칙과 공식화되지 않은 메시지의 유출을 금지하는 대응 시점은 이미 최초 언론 등의 보도가 나온 뒤다. 여러 다양한 비판 보도들을 통해 자사의 여러 창구들이 한 말을 직접 듣게 되는 단계가 되 서야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형성되어 버렸다. 여러 창구를 통해 나간 황당하고 앞뒤 맞지 않는 메시지들은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켜 버렸다. 화난 이해관계자들은 최초 위기 상황에 더해 비정상적인 대응 메시지에 대한 해명까지 요청하기 시작한다. 관리해야 하는 주제와 전장이 훨씬 더 넓어져 버린 셈이다.

부랴부랴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동안 그런 비판 여론은 극에 달한다. 결국 준비를 마치고 공식입장을 발표하면 최초 나간 대응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그에 대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 위기인지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하는지 혼돈에 빠진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는데, 실제 상황은 말이 말을 낳고, 그 여러 말들이 각각 엄청난 빚으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를 몇 번 경험한 경영자들은 차라리 침묵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할 것이니 함구해 버리면 더 크게 잃을 것은 없을 것이라는 위험한 발상을 한다. 천냥 빚에도 그냥 입을 다무는 꼴은 곧 재앙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라는 것이다. 천냥 빚을 갚은 말 한마디는 절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0편] 하고싶은 말보다 해야 하는 말을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야기하고, 그에 따른 메시지들을 정리할 때 경영자들과 실무자들은 ‘(우리가) 어떤 말을 해야 위기가 잘 관리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기억하는 것이다.

흔히 전략을 이야기할 때,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대응이나 극복 또는 사과 전략을 돌아보고는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가를 확인하는 단계다. 이해관계자 면담이나, 조사, 또는 전문적 분석을 통해 그들이 현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위기 초기 현재 상황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한편,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활동만 마무리하면 위기 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는 생각보다 쉽게 정리된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 정리가 힘든 경우는 그 이전 과정이 정확히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는 수험생이 정답을 미리 찾아 익힌 후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 풀기가 훨씬 수월한 뿐 아니라, 그 결과와 점수에 있어서도 큰 호평을 받게 된다. 반대로 정답을 모른 채 문제를 푸는 경우 문제 풀이와 점수 획득에 있어 실패 확률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쉽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면 위기 시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보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줄여서 표현하면 하고 싶은 말 보다 해야 할 말을 하자는 것이다. 위기 시 기업 스스로 해야 하는 말만 정확하게 하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전략의 기반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이런 조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렇게 해야 할 말만 하다 보면 그에 따른 책임이나 부담은 그대로 기업이 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습니다.” 맞다.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이해관계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싶어하는 대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수용해 주고 그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해 나온 결과에 기반한 수용 전략은 위기를 신속하게 관리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접근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무시하고, 그와 정반대 대응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까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일부는 수용하되,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피하자 하는 부분적 수용 전략도 존재할 수는 있다. 특정 전략이 항상 맞다 틀리다는 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전략이 유효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았던 것인가에 대한 사후 평가는 가능하다.

그런 부분적 수용 전략이 유효해서 해당 위기를 신속히 해결해 버렸다면, 그 전략은 그 케이스에서 유효했던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고 결국 전반적 수용 과정을 추가로 거치면서 장기간 위기관리가 필요했던 케이스라면 최초 부분적 수용 전략은 실패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케이스를 보면 실패로 기록된 위기관리 상당 수가 위기 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빨리 찾지 못한 경우다. 성공 케이스에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했다, 소비자를 우선해 의사결정 했다, 공중을 의식해 획기적 대안을 발표했다는 등의 핵심 성공 포인트가 회자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분석을 통해 기업이 해야 할 말을 했던 경우라는 의미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맞은 기업은 일단 당황스럽고, 부정하고 싶고,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상황분석이 어려울 뿐 더러, 계속 변화해 가는 환경이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는다. 그에 더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떠 올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찾는다. 이 경우 당연히 최초 메시지들은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의 토로로 시작된다. 위기 시 자기 중심적 메시징이 되는 이유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 메시지를 접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들을 자극해 문제를 더 키운다.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위기는 물론 기업의 대응 방식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에 따라 최초 생각과 기대들이 무시되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며 시간은 장기화된다. 문제는 당연히 풀리지 않은 채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해관계자와 공감하는 자세와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곧 회사가 해야 할 말을 해보자.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있는 그대로 충족시켜보자. 위기관리 잘한다는 말 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기업이 했을 뿐이라는 평가로도 충분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특이하지 않게) 재미없게 누구나 기대했고 예상가능한 대응을 하는 것이 최고 전략이다. 해야 할말만 하면 그렇게 위기는 관리된다.

# # #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

1 2 3 4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