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위기 시 CEO의 심리를 이해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종종 클라이언트 경영진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야 위기다.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했을 때 관리가 된다면 그건 사실 위기가 아닌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황이 위기다. 마음 같아서는 제대로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위기 시에는 좀처럼 그렇기가 힘들다. 제대로 뭔가 되어 간다면 그 것도 위기는 아닌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제대로 되는 것도 없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이 바로 위기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위기 시 그런 기본적 제약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그런 스트레스를 토로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전략적인 부분을 더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무그룹은 이외에도 다양한CEO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CEO는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위기 시 심리 상태나 생각을 미리 알아 두어야 실제 상황 시 개선해 가며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위기 시 CEO들의 공통 심리 상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 CEO는 억울하다
억울 해 한다. 위기 시 억울 해 하지 않는 CEO는 없다. 일단 언론에서 떠들게 되면 기사나 보도 한 줄 한 줄을 챙긴다. 기자의 표현이나 사례 하나 하나에도 억울 해 진다. 일부 CEO는 언론의 저널리즘 문제를 언급한다. 일부는 해당 기자의 악의를 지적한다. 말도 안되는 보도로 자사가 피해를 받는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되는 거다.
정확하게 해명하면 기자가 알아듣지 않겠느냐 면서 어떻게 든 억울함은 풀어야 한다 강조한다. 억울함을 어떻게 해서 든 풀어 보기 위해 유력한 인사를 접촉하거나, 일선 임원들을 총동원해 과도한 대응을 지시한다. 문제의 취재 과정에서부터 보도 내용 그리고 그 이후에까지 CEO의 억울함을 줄지가 않는다. 모든 대응 노력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억울함은 극대화 된다.
CEO께서 지금까지 여러 고난을 참아 왔지만, 이런 억울함은 참기가 어렵다 토로한다. 언론이나 온라인 모두가 팩트를 몰라서 저런 공분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제대로 된 팩트를 적극 알리면 자신의 억울함은 해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기는 억울한 것이다. 억울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CEO는 억울 해 할 시간을 아껴야 한다. 일단 억울한 감정은 기본이다. 잠깐만 억울 해 하려 노력하자. 대신 그 상황에서 자사가 꼭 해야 하는 대응은 어떤 것인지 챙겨야 한다. 무엇이 그리고 어떤 대응이 자사에게 유리한 것인지 가려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오해를 풀고 억울함을 없애 보자는 어프로치는 종종 무리수로 돌아온다. 그렇게 해도 억울함이란 풀리지 않는다. 위기관리에 있어 억울함은 감내해야 하는 대상이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둘째, CEO는 조급하다
CEO는 지시한 사항이 신속하게 실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궁금해 한다. 무언가 빨리 빨리 진행이 되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지시 사항도 제대로 실행 안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실제로 일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궁금 해 진다.
취재하는 기자와 자사 임원이 통화했다는 것 같은데, 임원이 빨리 보고를 안 한다. 전화를 걸어 보니 임원도 통화 중이다. 갑갑 해 진다. 그 아래 팀장에게 전화해 보니, 팀장은 임원관련 상황을 모르는 느낌이다. 다시 더 갑갑 해 진다. 여기 저기 모든 사람들이 CEO 마음 같지가 않다.
이른 아침에 대응을 지시했는데 왜 오후인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보고가 안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혹시 일선에서 손 놓고 체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간다. 그냥 CEO인 내가 직접 취재한다는 그 기자나 데스크와 통화를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도 들다가 사르라 들기 반복된다.
그러나, 갑갑한 게 정상이다. 위기 시 일단 빠른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일선 임직원들이 위기 상황에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고가 자주 올라오는 상황은 위기 상황이 아니다. 위기 시에는 모든 게 느리게 느껴진다. 상대성이론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CEO가 시간관리는 하되, 조급함에 채근이나 과중한 보고를 요청하면 위기관리가 어려워진다. 자제하자.
셋째, CEO생각에는 될 것 같은데 안 된다
자신이 생각할 때는, 그리고 다른 CEO 친구한테 들었을 때는 그런 기사들은 뺄 수 있다고 하던데 하며 이상해 한다. 그 회사 사람들은 되던데 왜 우리는 잘 안되는 걸까 궁금해한다. 무언가 우리 임직원들의 내공이 딸리는 건 아닐까? 우리 임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주인 의식이 없는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CEO인 내가 직접 하면 금방 될 것 같은데, 위기 상황에서 CEO가 일선에 나서면 좀 이상하니 자제를 하려 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그게 왜 안되지? 그걸 왜 못하지? 하는 생각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외부에서 내공 있는 전문가들을 대거 데려와 투입할까 하는 유혹도 생긴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일단 일선 임직원들부터 조정해야 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처리하면 되었을 것을 못하고, 이 지경에도 무언가를 화끈하게 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CEO인 나 같으면 금방 언론사 데스크에게 달려가 크게 승부를 보았을 텐데…아쉬워 한다.
그러나, 일선 임직원들이 하지 못하는 것은 하기 싫어서나, 진짜 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CEO는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누구도 위기 시에 제대로 역할을 수행 해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히려 무리수를 두는 일선 직원까지 생겨나곤 한다.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게 위기다. 할 수 있어도 하면 안되는 상황이 위기다.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니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CEO는 불안해하는 대신 일선을 이해하려 해 보자.
넷째, CEO는 뭐든 해서 보여주길 바란다
그건 현 상황에서 안됩니다. 그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자료는 내보내면 다시 공격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면 아마 검찰 쪽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런 임원과 컨설턴트들의 조언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러면 이 억울함도 참고, 잘 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불필요한 욕도 먹어야 하고, 더 나아가 압수수색이나 불매운동까지 모두 감내하고 견뎌야 하는가? CEO는 이 같은 질문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나타나 화끈하게 어떤 대응을 해서 상황을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흐름을 바꾸는 그런 실행을 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대표님 밀어내기를 해서 부정기사를 없애 보겠습니다. 데스크를 찾아가서 기사를 빼내 버리겠습니다. 온라인에서 대대적으로 반박 작업을 하겠습니다. 광고 예산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비판을 중지시켜 보겠습니다. 이런 풍의 어떤 지사적인 인물이 회사에 나와 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기대는 근본적으로 위험한 것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돌격대장이나 탱크 역할을 하는 정치인은 있지만, 기업에서는 그런 튀는 인물의 전략적이지 않은 대응은 기업에게 부담이 되면 되지,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는 국민이나 공중이 보기에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할 수록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들이 황당해 하거나 놀랄 일은 위기 시 만들지 않아야 산다.
다섯째, CEO가 믿지 못한다
위기 시 일선 임직원들이 CEO 마음에는 좀 그렇다. 평소에는 일 잘 하는 친구들이 좀 보이는데, 위기만 발생하면 다들 자취를 감추는 것 같다. 어떤 대응을 맡겼는데도 사실 제대로 저 일을 해 낼까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기자에게 이야기 해서 설득 하라 했는데, 그대로 잘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지금 CEO인 자신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대로 그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 나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주 극소수 일부 임원에게만 비밀리에 대응이나 활동을 지시하려 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면하는 사람의 수도 줄인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누구부터 누구까지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어 불안하다.
무언가 자사와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 느끼게 되면 위기 시 CEO는 더더욱 아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다. 홀로 사무실에 앉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대응 지시에 있어서도 하나 하나 의심해 가면서 시간은 흐른다.
문제는 CEO의 심리적 안정과 일관성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아무 일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가뜩이나 위기 시에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은데, 그 불가능이 상황이나 외부 변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모든 것이 불가능 해지는 셈이다. CEO가 생각과 느낌을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여섯 번째, CEO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 여긴다
어느 누구도 특히나 위기 시에는 대표의 생각에 ‘대표님, 그건 아닙니다.’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전략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직언이 불가능하다. 완곡하게 조언의 형식을 빌어 CEO에게 의사결정을 요청할 뿐이다. CEO께서 “임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 가요?”라고 물어도 임원들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평가하고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하게 되면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마무리된다.
CEO는 일선 대응 임원에게 전화해 “이렇게 이렇게 기자에게 말하세요. 이 부분을 강조하세요”하거나 “OO기관의 OOO을 만나 보세요. 그 사람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빨리 해명문을 내세요. 해명문에는 이런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하는 지시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고 싶어 한다.
CEO가 일단 내 생각이 이러니 이렇게 대응합시다 이야기 하게 되면 일선 임원과 자문하는 사람들은 방향성을 그리로 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여러 전문성과 경험이 버무려 져야 하는 게임이다. CEO가 답을 정해 주면 안된다. 그 답이 정답이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아주 고통스럽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CEO의 명을 거역하기 어려운 실행 임원들은 일단 CEO의 개인 의견을 받아만 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기도 한다. 그들 경험에 비추어 적절한 의견이 아닌 경우가 그렇다. 이렇듯 모든 과정과 선후가 소모적일 뿐이다. CEO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지속하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곱 번째, CEO는 잊는다
위기는 개선, 재발방지, 배상, 문제 해결에 대한 약속 등으로 결국 관리된다. 회사 내 여럿이 고생해가면서 관리 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전의 많은 약속을 종종 잊어 버리는 CEO가 있다. 개선을 한다고 했으면 해야 한다. 재발 방지가 어려워도 최선은 다해 보아야 한다. 배상을 잊으면 위기는 재발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면 위기는 끝까지 관리되지 않는다.
위기관리를 위한 약속을 잊는 CEO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단 위기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는 했는데, 개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임원들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배상액이 너무 큰 것이 아니었냐 하며 사후 책임론을 제기해서도 안된다. 위기를 잊는 CEO가 바로 그런 경우다. 위기는 잊을 만 하면 찾아 온다. 그래서 잊지 않아야 한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다른 모든 임직원은 잊어도 CEO는 그 약속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위기는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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