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요소 진단을 할 때나, 어떤 이슈가 발생되려 할 때, 심지어 기자가 어떤 문제를 취재하고 있을 때도 관련 질문에 대한 기업측 답이 “그런 문제는 없다”는 경우가 있다. 컨설턴트나 기자들은 그런 기업측의 공식 입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다시 많은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저 분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저 분이 해당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단 어떤 이유라도 ‘그런 문제는 없다’는 공식입장은 그 공식입장에 대한 검증을 다시 거치게 된다.
컨설턴트나 기자 모두 ‘아, 회사에서 그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니 문제가 없구나’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거짓말해 문제를 숨기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당 문제에 대해 모르면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검증해 보려 노력한다.
일단 보충질문을 더 해보면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왜 없는 가’에 대한 근거나 반박 논리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작정하고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더욱 준비된 답변이 이어진다. 갑자기 거짓말을 결심한 경우라 해도 훈련 받은 일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관련 근거나 논리를 제시한다.
문제는 해당 문제를 잘 모른 채 ‘그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상대적으로 거짓말 때보다 궁하다. “제가 좀 더 확인 해 봐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런 문제는 없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냥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드릴 말씀이 그것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의 부족한 답변이 전달될 뿐이다.
어떤 이유 건 실제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기업측이 입는 피해는 동일하다. 통틀어 모든 경우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의도적 거짓말이었는가, 모르면서 아는 척 거짓말 한 것이었는 가만 다를 뿐이다. 기업은 더 큰 문제를 가진 조직으로 보여 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도 인간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부정적 질문을 받게 되고, 내부 문제에 대해 질문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인’이다 그런 문제가 없다 부인하는 이유는 해당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야기한 뒤 벌어질 상황이 무섭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단 두려움을 느끼면 도망을 간다. 부인하는 커뮤니케이션도 그의 일환이다.
그러나 보다 전략적인 훈련을 받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질문을 받게 되면 좀더 많은 고민을 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내 모든 생각을 정리한다. ‘저 질문에 내가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 “저 질문에 언급된 문제가 실재하는 것인가?’ ‘혹시 내가 저 문제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와 같은 초기 판단을 머릿속에서 한다.
그 후에는 ‘내가 그 문제를 인정하면, 그 후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까?’ ‘내가 문제를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될까?’ ‘어떤 상황이든 거짓말 한 것으로 드러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를 떠올린다.
더욱 훈련 받은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질문자가 어느 정도의 팩트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해당 문제가 제3자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것인지도 동시에 파악한다. 이와 같은 여러 고민과 확인을 통해 전략적인 대응 메시지를 개발하게 된다.
이런 짧은 시간 동안의 대응 프로세스와 메시지가 초기 이슈 및 위기관리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실패한 기업은 대부분 이 초기 질문들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초기 대응과 메시지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까?
일단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회사 내부의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거나, 그 각각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서간 사일로도 그 원인에 큰 몫을 차지 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조직내에서 낮은 직책에 있거나, 단순히 스탭 부서로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더 더욱 실패 가능성은 크다.
그 다음 실패 이유는 제대로 대변인의 역량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와 대화하는 방식을 일반인에게 하는 방식으로 하니 문제가 된다. 추측하거나 자기가 모른다 해서 그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모른다. 제3자가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거짓말을 하려 하니 문제가 된다.
모른다. 대변인은 이 말이 어렵다. 모른다고 하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른다. 확인해서 정확하게 알려 주겠다. 그 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 이런 답변 방식이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량이다. 개인의 추측이나 애드립 그리고 얕은 거짓말로 조직을 해 치지 않아야 한다. 훈련된 대변인은 절대 조직을 해 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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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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