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0편] 하고싶은 말보다 해야 하는 말을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야기하고, 그에 따른 메시지들을 정리할 때 경영자들과 실무자들은 ‘(우리가) 어떤 말을 해야 위기가 잘 관리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기억하는 것이다.

흔히 전략을 이야기할 때,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대응이나 극복 또는 사과 전략을 돌아보고는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가를 확인하는 단계다. 이해관계자 면담이나, 조사, 또는 전문적 분석을 통해 그들이 현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위기 초기 현재 상황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한편,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활동만 마무리하면 위기 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는 생각보다 쉽게 정리된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 정리가 힘든 경우는 그 이전 과정이 정확히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는 수험생이 정답을 미리 찾아 익힌 후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 풀기가 훨씬 수월한 뿐 아니라, 그 결과와 점수에 있어서도 큰 호평을 받게 된다. 반대로 정답을 모른 채 문제를 푸는 경우 문제 풀이와 점수 획득에 있어 실패 확률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쉽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면 위기 시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보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줄여서 표현하면 하고 싶은 말 보다 해야 할 말을 하자는 것이다. 위기 시 기업 스스로 해야 하는 말만 정확하게 하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전략의 기반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이런 조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렇게 해야 할 말만 하다 보면 그에 따른 책임이나 부담은 그대로 기업이 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습니다.” 맞다.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이해관계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싶어하는 대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수용해 주고 그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해 나온 결과에 기반한 수용 전략은 위기를 신속하게 관리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접근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무시하고, 그와 정반대 대응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까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일부는 수용하되,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피하자 하는 부분적 수용 전략도 존재할 수는 있다. 특정 전략이 항상 맞다 틀리다는 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전략이 유효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았던 것인가에 대한 사후 평가는 가능하다.

그런 부분적 수용 전략이 유효해서 해당 위기를 신속히 해결해 버렸다면, 그 전략은 그 케이스에서 유효했던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고 결국 전반적 수용 과정을 추가로 거치면서 장기간 위기관리가 필요했던 케이스라면 최초 부분적 수용 전략은 실패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케이스를 보면 실패로 기록된 위기관리 상당 수가 위기 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빨리 찾지 못한 경우다. 성공 케이스에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했다, 소비자를 우선해 의사결정 했다, 공중을 의식해 획기적 대안을 발표했다는 등의 핵심 성공 포인트가 회자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분석을 통해 기업이 해야 할 말을 했던 경우라는 의미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맞은 기업은 일단 당황스럽고, 부정하고 싶고,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상황분석이 어려울 뿐 더러, 계속 변화해 가는 환경이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는다. 그에 더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떠 올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찾는다. 이 경우 당연히 최초 메시지들은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의 토로로 시작된다. 위기 시 자기 중심적 메시징이 되는 이유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 메시지를 접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들을 자극해 문제를 더 키운다.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위기는 물론 기업의 대응 방식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에 따라 최초 생각과 기대들이 무시되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며 시간은 장기화된다. 문제는 당연히 풀리지 않은 채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해관계자와 공감하는 자세와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곧 회사가 해야 할 말을 해보자.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있는 그대로 충족시켜보자. 위기관리 잘한다는 말 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기업이 했을 뿐이라는 평가로도 충분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특이하지 않게) 재미없게 누구나 기대했고 예상가능한 대응을 하는 것이 최고 전략이다. 해야 할말만 하면 그렇게 위기는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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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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