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9편] 수레를 말 앞에 묵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혼돈스럽고, 일분일초가 귀하게 느껴진다. 뭔가는 해야 하겠는데,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일에도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누가 무얼 어떻게 하는지 전체적인 파악도 힘드니, 우리 회사가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두려움만 커진다.

옛말에 ‘호떡집에 불 난 것 같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의미한다. 바로 그 ‘불 난 호떡집’이 회사 내 위기관리센터 또는 워룸이다. 마구 대응 지시는 내려오는데, 무얼 먼저 하고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분분하다.

아까 지시한 사항을 실행했냐는 질문이 위에서 내려오면 실무자들은 식은땀만 흘린다. 지시한지 언제인데 아직도 실행하지 않았느냐 호통이 떨어진다. 이때부터 실무자들은 일단 위에서 지시받은 내용만 처리하자 생각하게 된다. 이 때부터 위기관리 대응이 꼬이기 시작한다. 실무자들이 영혼 없는 실행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벌인다. 준비라는 것은 항상 상당 수준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투여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감정적 여유가 없을 뿐,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급하니 일단 되는대로 준비를 건너 뛰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진행되는 위기 대응은 대부분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해 실행해도 문제가 되는 위기관리인데, 준비 없이 실행되는 위기관리가 성공적일리 없다.

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위기관리를 하는 실무자들은 뭐든 바로 해보고, 시작하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수레를 말 앞에 묵고서는 달려 나갈 수 없는 법이다. 수레는 끌려고 있는 것이니, 말을 움직여 수레 앞으로 가게 해 다시 말을 묵어야 겨우 달려 나갈 수 있다.

이런 합리적인 생각이 황당하게도 무시되는 시기가 위기관리 기간이다. 일단 달려 나가라는 명령 때문에, 말에 채찍을 휘둘러보는데, 수레가 말 앞을 가로 막고 있으니 말은 오갈데를 찾지 못한다. 수레에 채찍질을 해 봐도 수레가 움직일 리 없다. 부랴부랴 수레를 풀러 이리 저리 움직여 보고, 채찍에 놀라 달려 나간 말을 찾아 돌아다니며 소비하다 보니 시간 소요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어차피 이 말과 이 수레는 달려 나가기 틀렸다 생각하고 다른 말과 수레를 또 묵는데, 다시 수레가 말 앞에 있다. 난감하다. 그래도 어떻게 든 다시 해 보자 무조건 채찍을 휘두르니 이전과 같은 현상이 재발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반복된다. 시간은 시간대로 지나가고,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다. 힘 만 들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컨설턴트들이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준비 시간을 최소한이라도 들여 제대로 된 대응을 할 것을 조언하면, 마음 급한 실무자들은 한가한 소리를 한다 불평한다. 대부분 이런 실무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 하죠” “제가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죠. 그냥 해 주세요.” “빨리 하라면 하지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요?”

일단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준비되지 않은 급한 실행이 실행된다 치자. 그 후 이미 예상되었던 많은 비판과 추가 문제들이 불거진다. 그러면 다시 내부 분위기는 바뀐다. 누가 그렇게 성의 없이 실행을 하라 한 건가 하는 책임론이 대두된다. 사후 약방문도 아니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일단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위기관리를 통해 더 큰 위기를 만들어 내지는 말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없다. 급하다. 앞이 깜깜하다. 확신이 없다. 이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일단 지시받은 내용이니 준비할 시간이 없어도 그냥 먼저 하고 보자는 식의 실행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시간이 없을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차분하게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필요한 준비 노력에 집중하자.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준비에 최선을 다하자.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는 역량은 사전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사전에 자주 그리고 많은 부분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위기 시 긴 준비 시간은 필요 없게 된다.

급하다 해서 수레를 말 앞에 매고 밀고 당기고 하는 기업은, 사전 준비가 없었다는 증거다. 즉, 시간이 없다 기 보다 준비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 기업은 수레와 말을 가지고 앞뒤 씨름을 하면서 더욱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결국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 대응을 다 실패로 몰아넣어 버린다. 그래서 실패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수레와 말을 이리 저리 괴롭히는 불 난 호떡집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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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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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8편] 사회적 감수성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가끔 기업이나 조직 VIP가 했던 언론 멘트나 강연 발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언론을 통한 발언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예전에도 흔했다. 하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강의장에 있던 학생이나 청자로만 한정되던 강의 발언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란은 늘어만 간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VIP들은 대부분 이렇게 항변한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사후에 그가 한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 약간 부풀려 졌을 수는 있지만, 사실과 다르거나, 완전히 틀렸다고는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최소한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논란은 일어났다. 왜일까? 그 발언 내용이 그냥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락과 상황에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 VIP들은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내가 못 할 말을 했나?” 그 말을 듣고 발언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VIP가 하지 못할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랜 삶과 경영의 경험이 있는 그분이 후배들과 동료들을 위해 한 말이었고, 그 말 자체가 전혀 그분이 못 할 말을 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 발언 내용은 문제가 되었을까? 그렇다. 맥락과 상황을 적용해 보니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절 했다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발언 내용과 관련 논란은 ‘적절하지 않았던 것’에 문제가 있다. 해당 VIP가 사회적 감수성을 좀더 키웠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논란이니 더욱 아쉽다. 사회적 감수성의 부족 때문에 자신과 회사가 엄청난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을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VIP께서는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내가 이 자리에까지 올라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다니 참 갑갑합니다” 공감이 간다. 그 높고 파워풀 한 위치에 오르고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며 눈치만 봐야 하는 심정이 오죽할 것인가? 그러나 그 VIP에게 필자는 이렇게 이야기해 드렸다. “하고 싶은 말씀보다는 해야 할 말씀만 하시면 안전하실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중요 하다기 보다는 VIP로서 해야 할 말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한 VIP께서는 화를 내며 이렇게도 이야기하셨다. “뭐가 문제인가요? 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소한 것을 트집 잡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봅니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소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러 사람들도 좀 궁금하기는 하다. 그 사람들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었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까지 문제라 공감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발언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VIP의 발언은 문제(problem)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VIP의 발언은 여러 문제를 풀기(problem solver)위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는 스스로 문제해결사(problem solver)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바로 문제(problem)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 맞다.

사회적 감수성. 요즘 가장 핫 하게 VIP들을 노리는 사회적 감수성 논란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구태의연한 성감수성 부족, 여성관 부실, 정치적 입장 표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성희롱, 막말, 갑질, 폭행, 법 위반, 과도한 강제와 명령 등이 최근 많은 VIP들을 노렸다.

VIP를 제외한 많은 주변 공중들은 더욱 민감한 사회적 감수성을 지니게 된데 비해, 아직도 일부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VIP들이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VIP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감수성을 다시 돌아보고, 감수성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앞으로 좀 더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감수성은 문제가 불거진 뒤 사과를 할 때도 문제가 된다. 일단 VIP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과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고는 하는데 VIP가 생각할 때 진짜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면, 그 후 억지로 진행되는 사과는 상당부분 효과도 의미도 없게 된다.

사후라도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져서 재빨리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문제가 풀릴 것인지를 VIP 스스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사과도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VIP의 사전과 사후 사회적 감수성은 최근 여러 케이스에서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이 되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사과는 VIP에게 고통이다. 반복적으로 그런 사과를 하게 되면 VIP는 화가 난다. “내가 이렇게 고개까지 숙여 사과했는데, 왜 효과가 없나?” “사람들은 왜 내 사과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사과라는 게 별반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는 VIP가 있다면,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감수성이 모자란 분이다. 정확하게 문제를 이해하면 진정한 사과가 나온다. 짜증이나 화를 내는 사과는 이해를 건너 뛰었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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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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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7편] 덤벙덤벙 나서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전문가의 말이 아니다. 이낙연 총리가 한 말이다. 기자 출신인 이 총리가 신임 장차관들을 위한 한 행사에서 언론 대응 자세를 조언한 것이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 총리는 신임 고위공직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한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이 총리의 이런 가르침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장관이나 차관에게만 해당되는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표하는 모든 경영진들에게도 공히 해당하는 언론 대응 자세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먼저 그는 ‘사회적 감수성’을 강조했다. 기업 경영진에게 위기관리 관점에서 매우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평소와 위기 시 경영진 스스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라는 조언이다. 더 나아가 기업 조직 전반에서도 민감성은 물론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위기관리에 큰 자산이 된다.

얼마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연설에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사고와 적절한 사회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다. 합리성과 상식을 넘어서고, 사회적 감수성에 반하는 여론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 과도 같다.

두번째 강조된 것은 ‘반문에 대한 본능적 이해’다. 소통의 기본은 주고 받음이다. 기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해서 기자가 그대로 이해하고 반론이나 추가 질문은 하지 않고 돌아가리라 예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예상하는 반문에 대한 답변, 그리고 재반문에 대한 답변 까지를 일관되게 준비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덤벙덤벙 나서지 말라’고 마무리했다. 이 표현이 상당히 강하고 직접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큰 공감이 간다.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본다는 생각은 절대 경계하자는 의미다.

완전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서는 시점을 조정하는 것도 한 꾀다. 물론 신속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없다 해서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일단 나서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야 말로 “덤벙덤벙” 나서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덤벙덤벙’이라는 개념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된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기업에서 이런 해프닝은 더 많이 목격된다. 여러 번 해보고, 완벽하게 느껴질 만큼 준비해도 실전에 임하게 되면 ‘아차!’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런 기존의 자산의 축적도 없이 나서니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이 아슬아슬한 것이다.

위기 시 ‘덤벙덤벙’ 하지 않아야 한다 하면, 일부 경영진은 이렇게 반문한다. “시간이 없는데 어느 세월에 꼼꼼하게 준비해 대응을 합니까? 일단 대응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얼핏 보면 그 말도 맞을 것 같다. 아무 대응을 안 하는 것 보다는 일단 되는대로 대응하고 보는 것이 순발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대응이 곧 답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대응 자체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일단 시급하니 실행 해보고는 대응은 진정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차라리 그것은 ‘반응’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위기 시에는 공중이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에 있어 반응 대신 답을 주는 대응을 해야 한다 생각하자. 반응은 일부 느릴 수 있다.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면 완성되지 않은 반응은 일부 생략되어도 큰 탈은 없다. 핵심은 정확한 답을 준비하고 그 답을 빠른 시간내에 내어 주는 것이다. 절대 미완성의 자잘한 반응이 다가 아니다.

불완전하고 미완성된 반응들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답을 추가적으로 생산하게 만드는 경우가 선행된 부적절한 반응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입장, 고민을 건너 뛴 메시지, 일단 발표하고 본 배상의지, 실현 불가능한 개선책, 준비 안된 이해관계자 접점들, 먹통이 되어 버린 콜센터까지 일단 준비시간을 건너 뛴 반응의 결과들이 추가 문제를 양산하는 것이다.

위기 시 압력과 압박으로 느껴지는 시간적 제약이 그렇게 싫고 못 견디겠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맞다. 미리 준비하면 실제 위기 시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상당부분 자유로워진다고도 이야기했다. 미리 갖추어 마련해 놓는 노력을 건너 뛴 시간적 자유로움이란 존재 불가능하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덤벙덤벙’이란 게으름, 준비 없음, 방치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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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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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6편] 모든 사람이 미디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전에는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언론대응훈련으로 불렀다. 국내외 기업과 조직 리더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미디어 트레이닝의 ‘미디어(media)’라는 의미는 수십년간 곧 ‘언론(press)’이었다.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황을 준비하는 훈련이 바로 미디어 트레이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미디어’라는 의미가 엄청나게 확장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이 더 이상 미디어를 언론(press)에만 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이슈나 위기 케이스를 보아도, 기업과 조직 리더들이 깊이 고민하는 것은 언론을 넘어 모든 사람들로 인한 것이다. 예전에는 언론이나 기자가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최근에는 리더 주변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리더의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한다. 자칫 그 리더의 언행에 문제가 보이면 그 중 일부는 녹음이나 녹화를 한다. 개인의 스마트 폰 때문에 이미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리더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하 직원들, 비서, 운전기사, 회사 주변의 술집이나 식당 주인, 골프장 캐디와 종업원들,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리더 주변 모든 사람들을 미디어로 보고 극히 주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누군가는 현 시대가 투명을 넘어 발가벗겨진(nude) 시대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예전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투명성이나 정직성이란 제3자 검증 가능 유무를 기준으로 일부 탄력적인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기준마저 사라져 버렸다.

내부에서 흔히 이슈나 위기관리 채널로 활용해 왔던 사내 메신저나 인트라넷, 그리고 문자와 이메일들은 어떤가? 사내용으로 공유한 파일이 어느 새 기자의 노트북 속에 들어가 있다. 위기 대응을 위해 급박하게 지시한 메신저 내용이 모두 캡쳐되어 온라인에 떠돌아다닌다. 이미 사내용과 사외용이라는 분류는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 지 오래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연예인들의 일탈 사건은 어떤가? 그들이 예전부터 자신들만의 공간이라 생각하던 속에서 공유했던 많은 것들이 이미 다른 모두의 공간으로 퍼져 나가고 있지 않은가? 믿었던 그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미디어로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고발 폭로하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미디어는 언론이나 기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디어 트레이닝도 이제는 모든 사람을 의식하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훈련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기업을 대표하는 리더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훈련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예전 기자에게 하던 것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해야 하는 시대다.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하지 못할 말은 기자는 물론 어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면 안된다. 기자를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원칙처럼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히 공손해야만 된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 노출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리더들이 흔히 했던 강연이나 연설 또는 인터뷰에서도 문제될 내용은 입 밖으로 내면 안되는 시대다. 리더의 말이 틀린 말이냐 못할 말이냐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당시 맥락을 기준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는 시대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리더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을 대표하는 한 개인의 어떠한 정치적 생각이나 사회 논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극히 주의해야 하는 환경이다.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어떤 정치적 색깔도 자신의 조직에 피해를 주게 되니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사내적으로, 사외에서도,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모든 기업의 리더들은 이전과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자세와 실행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환경의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만 불필요하게 발생되는 논란과 해프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들에게 하루 24시간 생중계된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화장실을 가거나 잠자리에 드는 아주 일부 시간만 예외가 적용되고, 나머지 모든 공적, 개인적 시간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생각 하면 차라리 편하다. 이런 극단적 환경에서는 자신의 입과 행동만 잘 통제하면 큰 문제는 없다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입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뒤 언론이나 수 많은 여론을 통제하려 시도하는 무모함은 이제 버려야 한다. 내 주변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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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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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5편] 준비는 미리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경계해야 할 생각이 하나 있다. ‘(그 때가서)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위기관리를 위해 “하면 된다”는 말은 위기 발생 이전까지만 맞는 말이다. 불행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미연에 노력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적 ‘하면 된다’는 주장은 자칫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소지가 있는 말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면 된다’는 말은 위험하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준비’다. 적절한 준비 없이 ‘하면 된다’라 믿는 막연함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어떤 위기대응일지라도 일정시간의 물리적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메어 쓸 수 없다. 서양에서는 바쁘다고 수레를 말 앞에 메지 말라는 말도 한다. 위기대응이 바로 그렇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가 선행될 때 해당 위기대응은 그 효과를 발휘한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해명문이나 사과문도 그렇다. 실제로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해명이나 사과문을 작성해 본 기업은 기억할 것이다. 초안 작성에서 각 부서별 검토와 수정 그리고 보고 작업이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최대한 신속히’ 또는 ‘3시간 내에’ 등과 같은 ASAP(as soon as possible)명령이 쓰여 있지만, 말이 쉽지 그런 빛의 속도는 나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급한 마음에 부서별 리뷰를 건너 띄거나, 몇몇 담당자와 임원이 후다닥 만들어 올린 해명이나 사과문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단 공개된 해명이나 사과문을 2-3일에 걸쳐서 여러 차례 사후 수정 개서하는 촌극이 목격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사과 기자회견도 그렇다. 대기업의 경우 빠르게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팀이 조직화 되어 있어 그나마 신속하게 가능하지만, 그 외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기자회견을 연다고 끝이 아니다. 그 회견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누가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꼭 불거지는 문제가 이런 것들이다. 일단 시간이 없다. 급하다. 경영진의 요구들이 쏟아진다.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경영진에게 훈수를 둔다. 의사결정 과정은 과도하게 지연된다. 정확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으니 실행 해야 하는 팀에서는 무의미한 시간만 보낸다.

예산이 없다. 그리고 조직이 부족하고 없다. 문제가 발생된 원점에 대한 기존 관계나 투자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 한 사람을 만나 보려 해도 줄이 닿지 않는다. 어떻게 해 보려 해도 그걸 해 본적이 없다. 직원들을 닦달해 보지만 없는 답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이 때와서 미리 준비 할 걸 하는 후회를 한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늦었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에 있어 준비 하지 않고 위기를 맞았다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준비는 미리 해 두어야 실제 위기 시 빛을 발한다. 부랴 부랴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 해당 위기가 최악으로 종료 된 이후에나 겨우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끌어 와 운 좋게 해당 위기를 넘겼다고 해 보자. 그런 뒤에도 대부분 이런 기업들은 준비를 시작하지 않는다. 지난 위기에 대한 반면교사를 찾지 않는 것이다. 바로 다음 달이나 다음 해에 동일한 위기가 발생해도 또 동일한 준비 부족을 토로하고 똑같이 허둥지둥 댄다. 이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리 살펴 놓으면, 미리 경험하면, 미리 갖추면 위기 시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진리다. 준비 된 기업은 위기 시 빠르다. 별도로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 소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응 하는 기업이 이런 기업이다.

신속한 대응인데도 그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 해명이나 사과문 속에도 상당한 수준의 심사숙고가 엿 보인다. 이 빠른 시간 내에 어떻게 이런 메시지가 잘 정리 되었는지 희한하게 보일 정도가 된다. 기자회견을 보아도 준비된 회견은 기자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정돈된 모습처럼 느껴진다. 신뢰감도 배가되고, 무언가 위기가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여기에 장기간 훈련된 경영진이 정확하게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면 금상첨화가 된다. 준비한 기업과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위기 시에만 보이는 엄청난 차이다. 막연하게 ‘하면 된다’라는 생각은 지금이라도 버리자. 달리는 말에 올라 타는 것이 쉬운지, 미리 말에 올라타고 달려 나가는 것이 쉬운 것인지 합리적인 생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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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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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4편] 배상을 위기관리라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항상 그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와 관련 된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피해를 입었거나 입었다 주장한다. 흥분 해 있거나 화가 나 있고, 아파하고 슬퍼한다.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싸우려고 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그런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에게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해당 위기를 바라보라 조언 한다. 그들의 관점에 서서 보는 것이다. 어떤 감정일지 계속 공감해 보라는 것이다. 공감되는 감정이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큰 피해를 받아 화가 나고, 슬프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안에 위기 해법이 존재한다. 위기관리 실행을 통해 그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해 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한가지 착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에 대해 단순히 배상만 해 주면 그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100만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하니까 그 100만원을 이해관계자에게 배상 해 주면 더 이상 문제는 없어지고, 그들의 감정도 이내 사라질 것이라 단정 한다.

기업 스스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배상을 내부에서 논의한다. 빨리 배상 해 버리자는 이야기를 한다. 배상을 하면 곧 위기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을 한다. 그러나 이후 해당 기업은 배상에 대한 계획이나 액수를 밝힌 후에도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기업측에서는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한다.

만약 배상에 대한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해당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에 변화가 없다면 그 위기관리는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배상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가 아니다. 기업의 문제로 입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전 손해나 피해액을 다시 되 갚아 주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기업이 했어야 할 일일 뿐이다.

일정기간 위기가 발생 지속되었다면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전 손해나 피해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고통의 시간과 감정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기 때문에 일반적 배상 계획은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상 분야가 추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배상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위기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기업은 이때부터 이해관계자들을 적대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적 피해 배상까지는 어렵다 이야기한다. 배상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해관계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다. 우리니까 그 정도라도 배상 하지 다른 기업이었으면 어림도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번 배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영원히 손해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으름장도 놓는다.

다시 생각해 보자. 배상은 아주 최소한의 피해 회복 노력일 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피해’에는 금전적 부분을 넘어 자신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던 불필요한 것들이 상당부분을 차지 한다. 그 비가시적 피해들은 배상을 통해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러한 비금전적 배상 분야를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배상액을 정해 배상해 주겠다는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에 불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과 또 다른 갈등과 충돌을 야기해 보아도 아무 것도 마무리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배상의 이전, 과정, 이후에 이르기 까지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감정을 적절하게 케어 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선제적이고 사전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통해 물질적인 배상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하는 역할을 한다.

배상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순순히 그 과정에 합의하고 계획에 호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감정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후에도 지속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지나간 위기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남은 기억과 감정과 잔존 피해들까지 케어한다.

그렇다면 배상 자체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적절한 배상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옛말에 천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 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절대로 단순 배상과 법적 의무에 따른 배상만을 가지고 위기관리라 하지 말자.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에 기업이 시종일관 공감하면 정답이 나온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제대로 된 배상도 존재한다. 제대로 된 배상이 있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할 수 있다. 위기관리란 이처럼 A and B의 개념이 자주 요구된다. 흔히 생각하듯 A or B라는 개념은 좀처럼 유효하지 않다. 뭐든 최대한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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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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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3편] 경질이나 사퇴는 위기관리가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젠가부터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CEO의 사퇴가 주요한 위기관리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원래 정부기관에서 대형 위기 발생 시 그 책임을 물어 그 기관의 수장을 경질하던 ‘정치적 행위’를 기업이 따라하는 것이다.

정부기관의 수장을 위기 발생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것에는 여러 다른 배경이 있다. 일단 해당 위기에 대해 그 수장이 제대로 된 대비나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가 주다. 그에 더해 야당이나 심지어 여당에서도 해당 수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경우다. 고위정치권에서도 해당 기관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여론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정치적 감각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런 수장교체 카드는 정치적이고 정무적 감각에 주로 의지할 뿐, 실질적 위기관리나 개선 또는 재발방지 대책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심각한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책임 그리고 실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그 수장이 짊어지고 나가버리는 형식일 뿐이다.

그 뒤를 이어 새롭게 부임한 해당 기관 수장은 일단 지나간 위기와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고 싶어한다. 초기 유사한 위기의 재발방지를 일부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더 강조하며 부처 실무에 임하게 된다. 수장 교체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서는 깊이 손을 대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기관의 위기는 유사하게 반복되고, 발전한다. 수장은 그에 따라 종종 교체되고, 사임한다.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 커뮤니케이션 한다. 진정으로 해당 위기에 대해 책임을 진다 생각했으면,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더 나아가 개선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맞다. 그래야 고위 공직자로서 제대로 된 책임을 다한 것이다.

골치가 아프니까 사임한다. 성가시니까 자리를 내 놓는다. 해법이 있을 리 없으니 남에게 일을 미룬다. 이런 식으로 사퇴가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시끄러우니까 여론을 잠재운다. 그대로 수장을 남겨 놓으면 볼썽 사나우니 바꾼다.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꾼다. 이런 식으로 경질이 해석되어서도 안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위기 발생 시 CEO를 경질하거나 CEO 스스로 사임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일단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CEO를 경질하거나, CEO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겠다는 표현과 같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오너 기업에서는 비상경영체제나 오너 직접 경영 체제 등을 흘리면서 ‘회장께서 버럭 하셨다” “회장께서 강력하게 조치하셨다”는 내부 메시지를 홍보한다. 전임 CEO의 위기 중 부재기간을 커버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미지에 대한 것이지, 실질적 위기관리와 실행과는 먼 것이라 문제다.

일반적으로 중대 책임이 있는 CEO 경우라도 우선 일정기간 위기관리에 전력을 쏟게 한 후, 위기관리가 마무리되면 이사회를 통해 CEO를 정상적으로 교체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새 CEO가 부임하기 전 이미 발생된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대부분 마무리되어 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 후 책임을 묻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새 CEO를 영입해 지난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사회가 지속적으로 CEO를 줄줄이 경질하는 의결을 하지 않게 된다. 반복되는 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반복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 충성도와 매출이 그에 따라 널을 뛰는 문제에 골치 아파하지 않게 된다.

기업이 정부기관을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론만 보고 실질적 위기관리는 간과한 채 CEO를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경질하고 그 자체를 대단한 위기관리로 홍보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그런 트릭으로는 문제만 반복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 CEO 스스로도 정확한 위기관리관과 철학을 갖출 필요가 있다. 위기가 발생되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란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어딘 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못했다는 의미다.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 못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예측을 했으면서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는 발생된다. CEO 스스로 평시나 위기 시 제대로 된 위기관리 리더십을 살펴 발휘해야 한다. 사퇴나 경질은 그 자체로 절대 위기관리가 될 수 없다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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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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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2편] 절대 추측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측과 추측은 다른 의미다. 예측의 의미는 ‘미리 헤아려 짐작하는 것’이다. 사실관계나 상황 정보분석을 기반으로 한다는 느낌을 준다. 미리 사실관계나 상황 정보를 살펴 구체성을 가지고 짐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추측의 의미는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미루어 생각한다는 의미에 중심이 있다. 미래의 일에 대한 상상이나, 과거나 현재의 일에 대한 불확실한 판단을 표현하는 일을 의미한다. 상상이나 불확실 한 판단이 그 중심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종종 위기관리팀 조차 한치 앞도 캄캄해 보이는 경험을 한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추가된다.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움직임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또 다른 상황이 이어 발생된다. 혼란은 커져 가고, 불확실성은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팀이 앞으로 전개 될 상황에 대해 예측하는 가 또는 추측하는 가에 따라 위기관리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측은 경험 있는 내부 전문가들과 외부에서 협업하는 컨설턴트들이 중의를 모아 향후 상황을 정리해야 가능하다.

일단 상당히 많은 수의 유사 사례들에 대한 전반적 프로세스 분석이 그 기틀이 된다. 이미 유사한 유형의 위기를 경험했던 다양한 기업의 사례들이 우선이다. 그들 각각이 따라야 했던 상황 변화와 프로세스들이 정리되어 자사의 상황에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현 상황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우선순위나 새로운 변화와 취약 부분을 미리 도출해 내는 예측이 가능해 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적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언론과 온라인에서의 반향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위기관리팀이 불타는 외부 언론과 온라인 여론을 분석하고 있기만 해서는 다음 단계의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란 힘들다. 지금의 상황은 그 다음 상황을 이끈다. 그렇지만 현 상황을 주목하기만 해서는 다가올 다음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여러 내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유사 위기 사례들을 기반으로 향후 하루 이틀 중 어떤 상황이 새롭게 발생될지 예측하게 된다. 상당히 극단적이고 민감한 이슈라서 언론과 온라인이 뜨겁다. 여론 방향을 보니 법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의 책임이나 방관론을 제기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위기관리팀이라면 조만간 경찰이나 검찰에서 모종의 적극적 행동을 취해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 법무와 대관 부서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로펌과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들으니 그 논란으로 인한 압수수색과 그 범위 대상 등이 어느 정도 예측 된다. 당연히 자사에서 취할 수 있는 대비나 대응이 예측에 기반해 진행된다.

이런 예측이 상황별로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어야 제대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상상변화에 따라 전혀 예상 못한 상태에서 낯선 상황을 맞기만 하는 기업들은 똑 같은 상황에서 예측보다 추측을 하는 경향이 있다.

추측에 기반해 정보 보고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기업에서는 이런 표현이 사용된다. “(알아보니) …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까지는 (상황이) 안 갈 꺼 라고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하라 하더군요.” 이 표현들을 보면 대부분 제3자 의견을 빌려 자신이 각색 해 보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원래 화자들이 위기관리팀 내부에 조인 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그들 스스로도 구체적인 확신이 없다는 의미다. 위기관리 담당자 스스로도 정확한 확신 대신 일종의 바램을 가지고 이야기를 옮겨 각색한다. 말 그대로 추측만 하는 것이다. 아마 이럴 것이다. 이럴 것으로 보인다. 이랬으면 좋겠는데 잘 되지 않겠나? 이게 전부다.

추측을 기반으로 해 위기에 대비하고 대응을 준비하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다. 추측은 추측으로 끝나고 실제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다가온다. 반면 예측은 추측이라 해도 하나 하나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 진다. 일부 경영진이 추측 하더라도 그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통하게 되면 ‘발생 가능성이 없다.’ ‘크지 않다.’ ‘발생하더라도 이렇게 대응할 수 있다’는 답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예측은 위기 시 혼란과 혼동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변수를 최소화 하고 통제가능 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가려 낸다. 시간에 기반한 타임라인도 수립 가능하다. 당장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상황이 펼쳐 질 것인지에 대한 생생한 그림을 제시해 준다. 경험과 케이스 분석을 통한 로드맵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대신 추측에만 익숙한 기업은 로드맵 대신 소원을 빈다. 샤머니즘 같은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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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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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1편] 병 자랑하듯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병이 들었을 때는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을 자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여 고칠 길을 물어보아야 좋은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말은 어느 정보 이해가 가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컨설팅이나 자문을 컨설팅사에게 요청할 때는 기업이 일종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중 대부분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서 어떤 형태로든 발생 가능한 위기를 좀 더 잘 관리하자 하는 광범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그 다른 일부는 특정 위기를 내심 예상하고 있는 경우다. 곧 다가올 위기를 빨리 대비하고 대응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은 특정 컨설팅사와 NDA(비밀준수계약)를 맺고, 자신이 예상하는 위기와 그 배경을 같이 공유한다.

이는 자신의 병을 주치의나 전문의에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치료나 수술 방법을 논의하는 것과 유사하다. 병을 ‘제한된 의사’에게 자랑하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이며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는 자신의 병을 ‘동네방네’ 자랑하는 경우다. 자사에게 발생될 위기나 이미 발생한 위기를 관리할 컨설팅사를 찾는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는 것이다. 평상시 같이 일반 대행사를 고용하듯 구매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거치는 기업들이다.

위기관리 컨설팅사들에 대한 롱 리스트를 뽑고, 그들 하나 하나를 면접하고, 그 중 쇼트 리스트를 정리한다. 심지어 그들에게 현재 상황에서 어떤 위기관리가 가능할지 제안서를 요청한다. 연 이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함께 일할 위기관리 컨설팅사를 뽑는다.

일단 이와 같은 경우 앞으로 발생할 위기에 대한 정보는 외부 유출에 있어 통제가 불가능 해 진다.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내용을 이미 인지하고 그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게 된다. 이로 인해 예상되던 위기의 본격적 발발 시점을 당기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위기 대비 대응 시점에도 큰 실기를 하게 된다. 위기관리에서 준비와 실행 타임라인이 매우 중요한데 이와 같이 장기간의 지루한 ‘병 자랑’은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대비와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일정한 물리적 시간과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아침 뚝딱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위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병을 자랑해 해당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구매 프로세스의 준수와 예산의 절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가치들은 위기관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확한 가치가 아니다. 여기저기 새는 위기관련 정보들과 놓쳐버린 타이밍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감내하면서까지 꼭 챙겨야 하는 가치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해당 위기관리 컨설팅사가 정확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단박에 제시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설팅팀이 일정 시간을 집중해 관련 정보들을 해석하고, 시나리오와 대응안을 설계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며칠내에 이루어지는 인사이트나 아이디어 중심의 위기관리 제안은 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위험한 피상적 제안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예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컨설팅 예산을 싸게 부른 컨설팅사가 상대적으로 피(fee)가 비싼 컨설팅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버금가는 결과를 내 놓으리라는 법은 없다. 예산이 보기에 합리적이라고 컨설턴트들이나 결과가 분명 합리적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극소수 신뢰할 만한 위기관리 컨설팅사와 일한다. 물론 평시부터 위기관리 컨설팅사와 지속적으로 케이스들을 공유하고 상시적으로 자문을 받아 협력 체계를 만들어 놓는다. 미리 필요한 진단과 훈련과 매뉴얼과 시뮬레이션 작업을 함께 하기도 한다.

병을 자랑하라는 이유는 자신의 병에 좋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병이 매우 수치스럽거나 인식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라면 병에 대한 자랑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또한 그 자랑의 대상이 치료 방법을 제공하지 못할 대상이거나, 더 큰 병을 선물 할 대상이라면 병 자랑은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대상과 은밀하게 병을 제대로 치료하는 노력만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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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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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5편] 온라인 공중은 바보가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업 경영진들은 온라인에 대해 약간은 냉소적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는 ‘젊은 아이들이 하는 놀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그런 거 할 나이가 아니라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잘 모릅니다” 같은 이야기를 기업 VIP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기업 VIP 중에서도 소셜미디어를 초기부터 잘 활용하는 분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그에 대해 기업 경영진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분들이야 기업 오너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것이고, 우리 같은 전문 경영인은 말을 조심해야 해서 소셜미디어는 좀 꺼려집니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에 열중하는 VIP들을 향한 냉소적 시선은 바꾸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업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선에도 냉소적 느낌은 일부 남아 있어 보인다. 여기저기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대세다. 오프라인 마케팅은 죽었다. 4대 매체 광고보다 온라인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일반화 되다 보니 경영진 스스로 현 상황을 부정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진짜 공감 하거나, 더 알고 싶어 하는 노력들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

회사가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도 이런 평소 경영진 인식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된다. 해당 위기에 대하여 쏟아지는 언론 기사와 보도들은 찾아 읽고 보고 하지만, 각종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창구를 통해 거둬들여진 온라인 공중의 여론에는 좀처럼 깊이 있게 다가가지 않는다.

경영진 자신 스스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잘 모른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 공중의 실체나 진정성 같은 가치도 인정하기 아직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실시간으로 취합되고 보고되는 온라인 여론을 보는 시각이 어지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떤 경영진은 반대로 너무 심각하게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댓글이나 트윗 하나 페이스 북 포스팅 하나 하나를 챙기며 우려한다. 사 내외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급하게 질문한다. 물론 관심은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우려를 전제로 한 조바심은 좀 다른 의미다.

위기 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중의 여론은 당연히 읽고 이해해야 한다. 경영진은 더 나아가 그들 공중의 대화와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오프라인 매체들과 연동되는지 큰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는 체념보다는, 가능한 여러 일선의 의견과 보고를 받아 읽고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선에게도 지속적으로 여론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조바심이나 근거 없는 두려움은 버리되, 관심과 진지한 분석 노력은 유지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 공중을 이전과 같이 폄하하는 생각은 최소한 버려야 한다. 애들의 장난이나 놀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고 온라인 공중이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도 사실 정확하지는 않다. 여론이란 상호 작용에 의해 관리 주체에 의해 관리되기도 하고, 관리되지 않기도 하는 유기적 대상일 뿐이다. 이는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했다.

온라인 공중을 오프라인 언론과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수준과 비중으로 품어 균형 있게 참고하면 된다. 무조건 더 큰 비중을 두거나, 반대로 무시해 버리는 우는 더 이상 말자.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그들 하나 하나의 여론이 큰 도움이 된다. 그 목소리를 적시에 듣고 내부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하자.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다 보면 때때로 ‘이상한’ 여론 현상이 다양하게 목격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언론에서 연일 떠들어 대는 자사 이슈에 대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중은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부 단순 언급이나 의견 표현이 있지만, 그 수준이 타 이슈들과 비교해 월등하지도, 별 의미 있는 수준에 이르지도 않는다. 이 상황을 기업은 위기로 정의해야 할까?

반대로 오프라인 언론에서는 잠잠하고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슈에 대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나타내는 상황도 있다. 부정여론이 슬슬 일어나 가시화되고 있지만, 여러 오프라인 이해관계자들은 아직 그런 상황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어떻게 상황을 정의해야 할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공중의 여론을 쭉 들여다 볼 때도 고민은 생긴다. 회사 관련 이슈가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는 상황이다. 실시간 여론 확산수치와 의견들을 분석하며 트레킹 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 시점이 회사에서 개입해야 하는 단계인지 모호하다. 여론이 이 상태로 가다 단박에 사그라질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개입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마냥 치솟는 비판여론에 복지부동 할 수는 없다. 이런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실질적인 고민을 하다 보면 더 이상 온라인이 바보들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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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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