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떤 미디어 전문가는 신문이 죽어간다 또는 신문이 죽었다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학자들이나 관계기관 조사를 보아도 신문 구독 또는 열독률은 계속 감소해만 간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누가 요즘 신문을 읽나? 나는 최근 종이 신문을 넘겨가면서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이야기한다.
이런 일반화된 인식들은 기업 경영진에게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홍보실의 기능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평소 의문을 제기한다. 다들 죽었다 이야기하는 신문에 주로 매달려 있는 자사의 홍보실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다.
언론에 아무리 우리 제품 기사를 내 보아도, 해당 제품 판매가 지지부진한 것을 보라. 예전 같이 소비자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데 왜 우리가 기자들을 출입기자 또는 담당기자라 부르면서 굽실거려야 하는가 홍보실에 묻는다. 신문에 싣던 광고를 걷어 낸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기업 홍보실은 그들 대로 이런 딜레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신입 홍보실 직원은 언론관계 중심의 홍보업무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언론관계가 과연 홍보실의 노른자 업무인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신입들은 온라인 홍보가 훨씬 강력하며, 시장의 트렌드까지 반영하고 있어 진부한 언론 홍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가 아니라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은 사실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런 변화들은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 더러, 기업의 속성과도 확실히 맞닿아 있다. 기업은 기업만의 목적이 있다. 효과나 효율이 떨어지면 그것이 언론이건 무엇이건 언제든 돌아서 더 나은 효과와 효율을 찾게 되어 있다. 그에 따라 부서 기능과 직원들의 업무 영역의 비중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단, 흥미롭고 놀라운 것은 평소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가지던 경영진과 직원 대부분이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그 생각과 태도를 180도 바꾼다는 점이다. 평소 생각과 태도가 위기 시에는 전혀 다른 생각과 태도로 완전히 변화되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 했던 신문에 게재된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를 보면 경악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아무도 보지 않는다’ 했던 신문 아닌가? 그 ‘아무도 보지 않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놀라고 화를 내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종이 신문에 실릴 자사 관련 기사를 빼라 홍보실에 지시도 한다. 평소 읽어 본적 없다던 경영진이 왜 ‘그깟’ 종이신문에 실린 부정 기사 몇 줄을 그리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다. 종이에서 해당 기사를 빼면 자신의 심리적 효과 외 어떤 최종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도 좀처럼 말하지 못한다.
어떤 임원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문 기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부정기사가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에 퍼져 궁극적으로 회사에 영향을 미치니까 하는 말이라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는 왜 생각이 달랐을까? 아무리 신문에 기사를 내도 ‘아무도 보지 않고’ ‘별 영향도 없다’ 했지 않았나? 이제 와 위기가 발생하니 신문 기사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줄까 왜 우려하나?
그들이 정말 일관되게 미디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문에 자사 관련 부정기사가 아무리 실려도 눈 하나 꿈적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죽은 신문에 난 기사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로 해당 부정 기사가 확산되는 것도 우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존 신문이 그리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믿지 않았으니까. 신문은 죽었고, 아무도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생각했던 평소 기억을 되살려 보라. 그런 무력한 신문에서 광고를 과감히 빼고, 출입기자에게 등 돌리던 평소 태도를 위기 시 유지해 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실 기업 경영진이 평소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생각을 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위기 시 신문을 비롯한 언론이 분명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굳이 평소 외면하는 그 태도다. 외면하려 했던 습관이다. 평소 관심 투자 없이 위기 시 천운을 기대하는 욕심이 문제다.
위기 시 기업의 부정 기사는 청와대가 읽는다. 경찰도 검찰도 읽는다. 공정위도 국세청도 식약처도 관세청도 읽는다. 지자체들이 읽는다. 국회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도 읽는다. 각종 단체나 NGO들도 해당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다. 거래처와 투자자들이 찾아 읽는다. 직원들과 그 수많은 가족들이 기사를 읽는다. 격분해 있는 위기 원점들이 또 읽는다.
아무도 읽고 보지 않는 신문에 그리고 언론에 왜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왜 효과와 효율이 떨어지는 매체에 투자하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가? 홍보실은 왜 그 무식한 짓을 계속 하는가? 이렇게 묻는 경영진은 진짜 위기 시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다. 진짜 신문이 죽었다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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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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