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4편] 청와대가 신문을 읽는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떤 미디어 전문가는 신문이 죽어간다 또는 신문이 죽었다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학자들이나 관계기관 조사를 보아도 신문 구독 또는 열독률은 계속 감소해만 간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누가 요즘 신문을 읽나? 나는 최근 종이 신문을 넘겨가면서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이야기한다.

이런 일반화된 인식들은 기업 경영진에게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홍보실의 기능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평소 의문을 제기한다. 다들 죽었다 이야기하는 신문에 주로 매달려 있는 자사의 홍보실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다.

언론에 아무리 우리 제품 기사를 내 보아도, 해당 제품 판매가 지지부진한 것을 보라. 예전 같이 소비자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데 왜 우리가 기자들을 출입기자 또는 담당기자라 부르면서 굽실거려야 하는가 홍보실에 묻는다. 신문에 싣던 광고를 걷어 낸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기업 홍보실은 그들 대로 이런 딜레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신입 홍보실 직원은 언론관계 중심의 홍보업무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언론관계가 과연 홍보실의 노른자 업무인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신입들은 온라인 홍보가 훨씬 강력하며, 시장의 트렌드까지 반영하고 있어 진부한 언론 홍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가 아니라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은 사실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런 변화들은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 더러, 기업의 속성과도 확실히 맞닿아 있다. 기업은 기업만의 목적이 있다. 효과나 효율이 떨어지면 그것이 언론이건 무엇이건 언제든 돌아서 더 나은 효과와 효율을 찾게 되어 있다. 그에 따라 부서 기능과 직원들의 업무 영역의 비중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단, 흥미롭고 놀라운 것은 평소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가지던 경영진과 직원 대부분이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그 생각과 태도를 180도 바꾼다는 점이다. 평소 생각과 태도가 위기 시에는 전혀 다른 생각과 태도로 완전히 변화되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 했던 신문에 게재된 자사에 대한 부정 기사를 보면 경악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아무도 보지 않는다’ 했던 신문 아닌가? 그 ‘아무도 보지 않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놀라고 화를 내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종이 신문에 실릴 자사 관련 기사를 빼라 홍보실에 지시도 한다. 평소 읽어 본적 없다던 경영진이 왜 ‘그깟’ 종이신문에 실린 부정 기사 몇 줄을 그리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다. 종이에서 해당 기사를 빼면 자신의 심리적 효과 외 어떤 최종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도 좀처럼 말하지 못한다.

어떤 임원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문 기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부정기사가 온라인과 각종 소셜미디어에 퍼져 궁극적으로 회사에 영향을 미치니까 하는 말이라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는 왜 생각이 달랐을까? 아무리 신문에 기사를 내도 ‘아무도 보지 않고’ ‘별 영향도 없다’ 했지 않았나? 이제 와 위기가 발생하니 신문 기사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줄까 왜 우려하나?

그들이 정말 일관되게 미디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문에 자사 관련 부정기사가 아무리 실려도 눈 하나 꿈적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죽은 신문에 난 기사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로 해당 부정 기사가 확산되는 것도 우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존 신문이 그리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믿지 않았으니까. 신문은 죽었고, 아무도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생각했던 평소 기억을 되살려 보라. 그런 무력한 신문에서 광고를 과감히 빼고, 출입기자에게 등 돌리던 평소 태도를 위기 시 유지해 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실 기업 경영진이 평소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생각을 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위기 시 신문을 비롯한 언론이 분명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굳이 평소 외면하는 그 태도다. 외면하려 했던 습관이다. 평소 관심 투자 없이 위기 시 천운을 기대하는 욕심이 문제다.

위기 시 기업의 부정 기사는 청와대가 읽는다. 경찰도 검찰도 읽는다. 공정위도 국세청도 식약처도 관세청도 읽는다. 지자체들이 읽는다. 국회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도 읽는다. 각종 단체나 NGO들도 해당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다. 거래처와 투자자들이 찾아 읽는다. 직원들과 그 수많은 가족들이 기사를 읽는다. 격분해 있는 위기 원점들이 또 읽는다.

아무도 읽고 보지 않는 신문에 그리고 언론에 왜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왜 효과와 효율이 떨어지는 매체에 투자하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가? 홍보실은 왜 그 무식한 짓을 계속 하는가? 이렇게 묻는 경영진은 진짜 위기 시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다. 진짜 신문이 죽었다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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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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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3편] 언론과 여론을 혼동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 경영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아마 언론일 것이다. 위기 시 언론이 부정적인 태도로 위기 상황을 연이어 보도하는 것만큼 경영진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이 없다. 평시에는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던 경영진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와 관련 된 기사나 보도 하나 하나를 챙겨 본다. 그리고 대부분 한마디씩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통적 기업 위기관리에서는 언론에 대한 관리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다. 아직도 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 시 언론관리가 곧 위기관리인 것으로 착각을 한다. 언론만 잠잠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위기가 사그라들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그렇기 때문에 홍보실이 사내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유일한(?) 부서라고 지명 하기도 한다.

홍보실 임직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당연히 언론을 바라본다. 실시간으로 기사와 보도를 챙기고 관련된 기자에게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낸다. 가급적 부정적 표현이나 자극적 내용들을 기사와 보도에서 빼내보려 부단히 노력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기사나 보도 때문에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그에 자극 받은 정부, 국회, 규제기관, NGO, 고객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새롭게 개입하게 된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심 홍보실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VIP와 경영진들의 질책이다. “우리 회사 홍보실은 부정 기사 관리도 제대로 잘 하지 못해서 무능력하다.” “다른 기업에서는 그런 부정기사를 잘 빼내던데, 우리 홍보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증거로 내부 질책이 두려운 홍보실 사람들은 위기 시 기자들에게 이렇게 하소연 한다. “기자님 기사 때문에 제가 잘리게 생겼습니다.” “저 좀 한번 살려주신다 생각하시고 기사 좀 어떻게 안될까요?” 이런 하소연은 언론 부정 기사를 관리함을 통해서 홍보실에 대한 내부 시각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 올리는 회사를 위해 언론을 관리한다는 생각은 사실 그 다음이다.

기업이 위기 시 언론을 관리하는 활동들을 하며 종종 혼동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언론을 여론이라 생각하고 동일시 하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여론을 반영한다. 때로는 언론이 여론을 이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언론은 여론 그 자체가 아니다. 상당부분 비슷할 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다.

기업은 위기 시 기본적으로 여론을 읽어야 한다. 언론을 여론이라 착각해 언론만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언론만을 읽고서 내리는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실제 여론을 관리하는 데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을 여론으로 착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위험하다.

더구나 최근 같이 공중 개인들의 직접적 태도와 감정들이 다양하게 분출되는 여러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등한시 해서는 안 된다. 사내로 연결되는 콜센터 전화, 이메일 내용들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매장에서의 고객반응들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거래처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사내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도 위기 시 경청해야 한다. 기업이 운영하는 이해관계자 접접(POC: Point of Connection)을 총 가동해 그로부터 인입(引入)되는 진짜 여론을 통합적으로 읽어야 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다 보면 최근 언론이 실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담지 못하거나, 심지어 여론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이는 예전과 달리 언론이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기 보다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여론이 이제는 보여지기 때문에 언론과 여론의 기존 간극이 드러나게 된 것일 뿐이다. 예전에도 그 간극은 정확하게 존재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예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명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언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 상당히 언론 중심적인 위기관리관이었지만, 그 때는 그것이 통했던 시절이었다. 그 만큼 언론 이외에는 공중들이 기업의 부정 이슈를 접할 채널들이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여론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는 이야기가 더욱 더 당연해진 것이다. 언론이 없는 위기는 있을 수 있지만, 여론이 없는 위기는 있을 수 없다. 여론이 없는 언론은 기본적으로 무력하다. 따라서 기업은 위기 시 폭넓게 여론을 바라보아야 한다.

아직도 위기 시 언론만을 바라보며 일희일비하는 회사는 좀더 위기 시 여론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회사의 체계와 실무자의 습관 그리고 경영진의 경험을 키워야 한다. 더 이상 언론이 여론의 정확한 리트머스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언론은 여론이라는 퍼즐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퍼즐조각들 중 하나일 뿐, 그 퍼즐 자체도 아니고, 퍼즐의 그림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정확한 여론관과 언론관을 정립해야 한다. 더욱 더 크게 다양하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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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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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2편]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는 원래부터 통제 가능한 대상이 아니다. 인간이나 조직, 기업이 그러한 위기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위기를 관리 해 보려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이 두 축이 위기관리를 위한 노력의 주제다.

평시에는 ‘해야 하는 것’을 성실하게 적시에 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다. 준법하고, 철학과 원칙을 가다듬고, 돌아보고,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교육하고,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 해 기업 구성원들에게 위기관리 역량을 키워주는 이 모든 활동이 사전적 위기관리다. 어쩌면 이 부분이 진짜 위기관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이제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처음부터 가르고 나누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낯설고, 위기관리에 대해 평시 준비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를 헷갈려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흔해진 기업의 사회적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평시에 임직원들에게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회사의 원칙을 강조했다. 교육을 하고, 일부 문제가 감지되면 즉각 원칙에 따라 처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살피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났다.

사회적으로 갑자기 우리 회사가 몹쓸 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 시기에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현재 부정적인 상황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는 불가능하다. 현 상황을 그 이전과 같은 평화로운 시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로 향한 부정적 사회 여론들은 어떨까? 그 여론을 단박에 없애 버릴 수 있을까? 부정 여론을 바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단,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부정적 여론을 잘 다스려 점차 그들의 공분을 감소시키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부정 여론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과 적절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적절한 대책과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대책과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는 활동도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이 위급한 시기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찾아내 실행하는 것이 사후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위기관리에 어러움을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을 등한시하는 반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려 무리수를 둔다. 왜냐하면 ‘할 수 없는 일’이 위기 시 더 커 보이고 탐이 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우리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무언가 위대해 보인다. 누군가 나타나 그 ‘할 수 없는 일’을 해주겠다 하면 대단한 일이 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종종 무리수를 둔다.

앞의 예와 같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회사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사회적 공분을 잘 관리해 차차 그 위세를 감소시키자 말하는 임원이 있다. 그 임원은 말 그대로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대부분 임직원들은 그 건 당연한 것 아니냐 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공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공분이 계속되고 제대로 된 회사의 대응이 없으면, 관련 기관의 수사나 조사가 시작된다.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 압수수색을 하게 되고, 국회나 NGO등의 단체가 움직여 대표를 괴롭히게 된다.

사내적으로 당연하다 했던 공분에 대한 관리가 실제로는 향후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막아낼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신 그 와중에 어떤 임원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번 건과 관련한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원들은 솔깃해 한다.

“더 나아가서 경찰과 검찰 내사를 무마할 수도 있다 이야기합니다. 한번 위기관리를 맡겨 보시죠”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제대로 할 생각도 하기 전에, 자사가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무리수를 두는 경우다.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 빠짐없이 제대로 하자. 그 과정을 건너뛰거나 대충한 채 ‘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고, 그에 애 닳아 하는 행동은 그만하자. 평시에 위기 상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위기 발생 시 자사가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자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 생각되는 일을 제대로 찾아 정리해 보자. 그리고 그 ‘할 수 있는 일’에 미리 시간과 인력과 예산을 투자 해 보자. 위기 때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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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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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1편]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최고경영자가 위기 시 물러나는 것으로 위기관리를 가늠하는 유행이 생겼다. 심지어 경영 퇴진이나 물러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글쎄다. 진짜 그런 퇴진 행위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일까?

물론 해당 최고경영자가 개인적인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퇴진이라는 행위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문제가 조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 될 수 있다. 개인적 일탈을 일으킨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겠다’ 천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 된 각종 사건, 사고, 논란에 맞서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 최고경영자의 ‘퇴진’은 대부분 적절한 위기관리책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제대로 고치겠다는 것이 위기관리다. 책임이 있으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최고경영자가 그런 의사결정의 시기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그 중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나아가서 후임에게 그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위기관리 시점을 이번에는 그냥 흘려 보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 위기 시 최고경영자의 퇴진은 상당히 무책임한 행위다. 사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입장이 엇갈리는지는 외부 이해관계자는 모른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대신 당면한 위기를 해당 기업이 어떻게 해결하는 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와 중에 중요한 문제 해결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를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를 상상해 보자.

일부에서는 이사회 등에서 해당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것이 어떻게 위기관리라 볼 수 없는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질이 진정한 위기관리가 되려면 현 최고경영자의 경질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최고경영자의 임명이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 경질에만 멈추어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나 오너측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질을 해야만 하겠다면, 그 이유는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발생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래야 이후 최고경영자들도 발생한 위기를 더욱 더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위기관리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위기가 발생된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발생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라” 이사회나 오너가 필히 기억해야 하는 원칙이다. 위기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위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평시에 많은 돌아봄과 개선이 생겨날까?

대부분이 그 반대다. 위기가 발생되면 최고경영자는 그냥 옷 벗을 생각만 하게 된다. 사실상 자신의 운에 위기관리를 맡기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리를 물러날 텐데,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나 위기관리팀에 관심을 둘 필요도 아예 없어진다. 당연히 위기는 창궐하고 실패는 반복된다. 연이어 최고경영자들만 새롭게 반복 교체된 채 아무것도 개선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위기관리를 표방한 경질이나 퇴진이 바로 그와 관련된 예다. 국민들은 왜 시설이 안전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 관리책임자만 그냥 물러나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개선은 없고, 새로운 자리만 생겨난다.

기업에서도 이런 악순환을 위기관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옛말에 ‘전시에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이야기를 왜 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전쟁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다 같이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겨야 내가 살고, 우리가 산다. 그런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장수를 바꾸어 말에서 내리게 한다면, 그 다음 어떤 장수가 제대로 목숨을 걸고 전쟁에서 싸워 승리하려 하겠는가?

물론 목숨을 걸 생각이 없는 장수는 빨리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때에도 장수가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내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위기 시 싸워야 하는 최고경영자가 퇴진 해 버리거나 경질을 당하면 해당 기업이나 조직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는 해당 최고경영자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셈이다. 이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도 아니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더욱 아니다.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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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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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0편] 아군을 절대적으로 믿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영 어구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 이 같은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통하는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은 한 마음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현실적 이야기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를 둘러싸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먹게 마련이다. 이 현실은 그들이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이러한 구성원들의 다른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원칙과 프로세스를 평소 강하게 강조하라 조언한다.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을 원칙과 프로세스라는 기준을 들어 그 범주에 머무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위기 시 위부터 아래에까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먹는 기업은 아무런 유효한 원칙이나 프로세스도 보유하지 않았던 기업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위기 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필자도 수 십년간 그렇게 위기 시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다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은 걷지 못하는 아기에게 마라톤을 뛰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때문에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 시 기업에게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하라 조언한다. 차선책이지만, 어찌 보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구를 일원화하게 되면, 기업이 내외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그 이전보다 높아진다. 문제는 또 구성원 각자가 창구일원화라는 원칙을 준수해 주는가 여부다. 누구 하나라도 창구일원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창구일원화 효과 자체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구일원화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니 중요한 개념이다.

일단 창구일원화가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스스로 전략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만약 그 창구가 그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전략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여론 감각을 발휘 해 필요한 메시지를 적시에 전달한다는 개념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창구일원화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 위기는 절대 관리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창구 일원화가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킬 것이다. 심지어 상황관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적 공분까지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구 역할과 책임을 맡은 커뮤니케이션 인력들은 평시 스스로를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라 조언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조직과 기업의 대변인들은 대부분 극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다. 심지어 기존 전문가들도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복 시뮬레이션을 해 예상치 못한 실수도 줄여보려 노력한다. 그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이 몇 가지 위기관리 개념과 과정에만 비춰보아도 경영자들은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까 불안 해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위기 시 하나의 마음을 갖게 될까? 우리가 위기 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적절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위기 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영자들의 이러한 현실적 불안이 종종 위기관리 자체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조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선 조직이 가동되거나, 외부 인력들에게 자신의 위기관리를 맡기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문이나 협업 형식을 넘어 내부 인력들은 기술적으로 무력화시키고, 경영자가 외부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사거나, 활용하는 데 모든 집중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당연히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는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 그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기로 하자.

다시 앞의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이 말 앞에 이런 생각이 생략되어 있다. “믿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을 훈련하고 지원하고…”라는 말이다. 그런 평시 노력이 있었음에도 믿지 못한다면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성공책이다. 아군인 내부 인력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자. 그리고 믿자. 그 전에 먼저 살펴 라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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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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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9편] 좀 더 두고 보자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평시 가장 위험한 내부 정서를 꼽으라면 ‘잘 되어 있습니다’ 같은 자신감이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라면 훌륭하다. 하지만, 잘 되어 있다 종종 이야기하는 임원들의 경우 그런 근거가 희박하거나, 막연한 경우가 있으니 문제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버린다. 그때 가서 어떤 핑계를 대도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내부 정서가 위기 발발 직후 ‘좀 더 두고 봅시다’ 같은 입장이다. 항상 모든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입장을 주장하는 임원들이 나타난다. 물론 상황이 아직 상당히 유동적이고, 상황 파악이 완전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일단 좀더 시간을 두고 상황변동에 대비하자는 주장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주요한 상황변동은 예측하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마련해 놓는 노력은 중요하다. 핵심은 예측과 최소한의 대응책 마련이다. 모든 예측 가능한 상황을 전부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끝까지 수립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동적인 상황 변화속에서 자사가 어느정도 상황을 통제 가능하다는 느낌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수준 정도는 최소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두고 봅시다. 이런 입장은 최소한의 대응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 상태일 때 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좀더 두고 보자는 입장은 그렇기 못해 위험하다. 좀더 상황이 변화되어 뚜렷해지면 그 때가서 대응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니 그렇다. 그때가면 이미 대응의 골든타임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미리 준비해 대응 시점을 선택하는 대응이 이상적 위기관리 자세다. 그와 달리 대응 시점이 오면 그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니 대부분 위기대응이 늦었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대응준비’라는 단계에 대한 사전적 인식이 적은데, 어찌 보면 대응준비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평시 가능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도 가능해지다고도 볼 수 있다.

위기관리는 대응 준비 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사전적으로 평시에 반복적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든 자산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는 것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 해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은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했기 때문에만 가능한 경지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에서도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의 최소화 노력은 핵심 중 핵심이다. 전방에서 전쟁 발발 시 즉각 적의 종심을 정찰하기 위해 정찰 병력을 최대한 전선에 가깝게 배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동시간인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적의 종심에 침투할 수 있도록 정찰병력들은 부단히 훈련 받는다.

위기관리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그런 현실에서 근거나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는 입장은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서라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런 주장을 하는 임원들이 있으면 대표이사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상위 임원들이 “좀 더 두고 보자” 한다 해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최대한의 예측과 그 각각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그리고 있어야 한다.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일선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그냥 좀 더 두고 보면서 관망하는 자세는 실무자들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물론 예측만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그에 대해 최소한의 대응책들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 사후에 보면 괜한 것이었다 생각 하게 될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하는 평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그리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대응준비 시간의 단축과 관리 개념이 상시화되는 것이다. 많은 준비를 미리 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렸기 때문에 그나마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아무일 없이 마무리되었더라도, 자칫 위험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가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자사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고, 결국은 통제했다는 자신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일관되게 반복되면 아무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라고만 말하는 임원이 오히려 더 힘들고 이상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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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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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8편] 균형 맞춰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듣는 것.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듣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같이 사회적인 논란이나 논쟁적 이슈들이 기업을 둘러쌓았을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물 흐르는 듯한 위기 대응이 위기관리를 성공을 이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위기 시 ‘듣는 것’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가다. 이 또한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 왔는지, 그들과 어떤 신뢰 관계로 뭉쳐져 있는지, 그리도 평시에도 얼마나 제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 지와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평시의 관심과 노력과 투자가 없던 기업은 위기 시 당연히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다. 비즈니스 영어 표현대로 콜드 콜(cold call, 사전 아무 정보교류나 접촉 없이 낯설게 다가가는 것)을 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핵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고 면담을 요청한다. 그나마 경영진들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관계를 맺어 놓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해당 위기에 대하여 관련이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여부다.

경영진과 관계 맺고 있는 분들은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해당 위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낮다. (만약 그들과 관련된 위기라면 경영진들과의 친분으로 위기로까지 폭발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일반적 외부 시각이나 객관적 조언은 가능할지 몰라도,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로서의 실질적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듣는 것’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처럼 균형감 없이 듣는 것이다. 일부의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는 것 또한 위험하다. 게다가 관계가 없거나 적은 일부 그룹의 이야기를 핵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로 해석해 버리면 더욱 더 큰일이다. 운이 없게도 그 일부가 정치적이거나 과격하거나 사회적인 감수성이 적은 경우라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자신과 가깝고, 경력이 화려한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관계자의 조언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경력이 대단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안전할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유명 정치인, 고위 공직에 있던 분들, 화려한 경력의 법조인들, 이론과 학식을 자랑으로 하는 교수들,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언론인 등 그들도 종종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을 도배하는 설화나 스캔들 그리고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 중에서 그들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골고루 듣는 것이다. 그 고른 이야기는 필수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자발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평시 지속적 관심,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 잘 정리하려 노력해 보자.

목소리 큰 이해관계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해서도 안된다. 위기관리는 청중 앞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하는 일종의 연극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어찌 보면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해관계자들의 고른 이야기 듣기가 중요하지만, 청중의 생각에 비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재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기업이 중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하는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청중이 보고 좋아하고 바람직하다 생각해야 최종적인 성공인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좋아하는 데 청중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청중은 박수를 치는 데 이해관계자들은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편의 공통적 이해를 구하는 복잡한 과정이라서다.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중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일반 청중들의 시각에서도 다시 균형감각을 끌어내 바라봐 보자. 기업의 가능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그 교집합 속에 맞추어 겨냥하자. 그래야 위기관리는 그나마 잘 했다 평가 받게 될 수 있다. 균형감. 듣는 것. 이해관계자 그리고 청중.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들이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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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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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7편]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는 버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일정 기간 거의 모든 것들이 혼돈인 상태가 지속된다. 평시에는 대부분이 통제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예측가능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주변 상황은 느리며 안정적으로 느껴 졌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이전의 모든 것들은 이내 혼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주변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평시에는 주간 연간 단위로 변화하던 주변 상황이 분과 시간 단위로 변화한다. 그에 따라 주변 여론은 더욱 더 널을 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온갖 루머와 비판들이 쏟아져 유통된다. 이 싸이클이 시시각각 출렁출렁 댄다.

이런 혼돈으로 가득 찬 상황과 여론을 상대 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경영진들은 당연히 대부분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평정심을 찾기 란 매우 어렵고, 오히려 평정심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다루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빠르고 바쁘게 움직여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위원회(팀)은 첫 단추를 잘 못 끼운다. 폭발적으로 변해가는 상황과 여론에 대한 충분한 파악과 분석 없이 우선 맞서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사과이건, 해명이건, 반박이건 그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위기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각성을 더해 간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혼돈 중에서 그나마 확실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99%가 혼돈으로 보이더라도 그 중 1%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1%를 찾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확실성이 더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가 확실하다면, 그와 관련되어 있는 두세개의 확실성이 그에 연결되어진다.

변화하는 일부 상황과 일부 여론에만 주목 해 그 에만 몰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확실해 보이는 상황과 여론의 긴 흐름을 읽고 향후를 점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능성 하나 하나에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것도 위기관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들은 반대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여러 가능성에만 먼저 마음이 간다면, 그 위기관리는 점점 실패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증상이니 경계해야 한다. 가능성에 대한 우려 이전에 확실한 것들을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는 전형적인 흐름이 있다. 문제의 전조가 있다.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 문제가 최초 상황과 여론에 반영되어지는 패턴이 있다. 확산되고, 새로운 상황과 여론이 발생되는 패턴도 존재한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에 따라 주어진 상황과 패턴이 바뀌는 패턴도 거의 일정하다.

상황과 여론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패턴도 대부분 유사하다. 새롭게 관여하는 이해관계자 유형과 그들의 입장도 미리 예상가능한 범위 내다. 결국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이 경험해야 하는 여러 상황과 치러야 하는 대가도 정해져 있다. 이렇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의 또는 상당히 확실한 부분들이다.

이런 확실한 부분들을 먼저 챙겨 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백본(backbone)을 구축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 백본이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가능성에만 의존하는 불안감과 우려는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든다. 소모적 논쟁이나 필요 없는 대비가 줄어든다. 혼돈은 차차 줄어들게 되고, 상황을 자사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된다.

“우리가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진은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위기관리 의사결정 환경에 있어 사실 그것이 핵심일 때가 많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불확실함에만 주목하고, 다양한 가능성에만 기반한 우려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 수도 있겠죠? 저럴 수도 있겠죠? 이런 식의 논의와 우려는 위기관리에 있어 실제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대신 확실한 부분들을 최대한 정리 해서 백본을 만들고, 그에 기반해서 변화하는 상황과 여론을 분석하면 다른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것입니다. 저렇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이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 방식이 주가 되는 것이다. 혼돈속에 확실성을 최대한 찾아 내 그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역량은 평시 부단한 케이스 스터디와 이해관계자 분석 그리고 시뮬레이션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또한 평시 관심과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역량이 없는 기업들이 매번 일희일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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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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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6편] 위기 때 예산 아끼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회사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갑자기 계산기를 두들기는 경영진이 있다. 위기 상황이 최악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입을 수 있는 재무적 피해를 미리 예상하기 위해 계산기를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계산기를 든 목적이 위기관리에 드는 비용을 단순히 아끼기 위함이라면 그 위기관리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위기가 발생했다고 무턱대고 예산을 함부로 퍼부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인가를 알고, 그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관리 실행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그에 대한 예산은 필수적이라 생각해야 한다.

예산은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이 이야기는 예산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기업은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것 이전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가끔 전혀 예산에 대한 감이나 확보 없이 위기를 관리하겠다고 뛰어 다니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있는데, 그 자신들은 그런 실행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관리에 투입될 수 있는 위기관리 예산이 크고 풍부한 기업은 반대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쉬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소 마케팅이고 영업이고 예산 지출에는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위기관리에서도 마찬가지고, 그 기본적 기준과 전략이 없다면 풍부한 위기관리 예산도 제대로 된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어진다.

위기관리 관련 이야기에 이런 말이 있다. “맨 마지막에 해야 했던 실행을 초기에 선제적으로 했었다면 성공했을 위기관리 케이스가 많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위기관리 실행과 제안을 앞에 두고는 주저한다. 그에 드는 예산에 부담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선제적 압도적인 느낌을 줄여서라도 예산을 가능한 아끼며 위기관리를 하려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기업이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일간지 등에 사과광고를 할 때 겪게 되는 주저함이다. 매체 어디에서 어디까지 사과광고를 실어야 하는가 하는 토론이 장기간 이어진다. 홍보실에서는 대부분 전부가 아니면 전혀(all or nothing) 원칙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외 부서에서는 구독률이나 시청률 등의 기준을 가지고, 자사의 사과광고를 몇 개 유력 매체에만 게재하자 주장한다.

결국, 열띤 토론을 거쳐 일간지 일부에만 사과광고가 실리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사과광고에서 제외 된 여러 매체들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출입기자들간에도 위화감이 조성된다. 회사가 일부 언론만 언론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하는 비아냥이 흘러 나온다.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광고를 한 것이었는데, 위기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전형적 상황이 벌어진다. 해당 위기는 더욱 더 악화 되(어지)고, 새로운 관련 부정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장기간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그로 인한 여러 피해와 부작용들이 수 없이 늘어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던 고위 경영진들은 이내 다시 사과광고를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을 낸다. 이전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 졌다는 판단에서다.

두 번째 사과광고를 한다. 이번에는 모든 매체들을 대상으로 공평한 사과광고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미 나빠진 분위기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회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도 모두 받았다.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의 상처만 더욱 크게 남아 버렸다.

나빠진 상황 때문에 추가적으로 소송 비용이 들어가게 생겼다. 이후 정부 규제기관들의 개입으로 그에 대응하기 위한 로펌 및 전문가 고용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홍보실에서 긴급하게 확보한 언론 및 이해관계자 관리 예산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사과광고를 두 번에 걸쳐 하면서 최초 예상보다 광고 예산 지출만도 두 배 이상 늘어나 버렸다. 소비자들의 원성 또한 극에 달해 최초 회사가 제안했던 보상보다 이후 규모가 훨씬 늘었다.

해당 기업에서는 사과광고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계산기를 들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잠깐 절약했던 예산 때문에 그의 수십에서 수 백배 위기관리 예산이 추가로 들었다. 피해는 그 이상 더 늘었다. 이런 위기관리가 실패한 위기관리며 아마추어의 위기관리다.

사과광고 예산이 아깝다면 사과해야 할 일을 평소에 만들지 않아야 한다.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관리 예산을 아끼고 싶다면 평소부터 관계관리에 성실하고 꾸준했어야 한다. 로펌이나 주요 전문가들의 역량을 빌리는 예산이 너무 크다 느껴지면 평소 그 역량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했었어야 한다.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하는 것과 같다. 숙제가 많다, 숙제가 어렵다, 시간이 없다는 불평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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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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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9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5편] 지지자들의 언로를 뚫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 시 그 기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통해 위기관리를 가능한 성공으로 이끌려 노력하자 이야기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다양한 제3자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구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또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가시화 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으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을까?

기업이 직접적으로 인맥을 통하거나, 예산을 부어 가공 또는 조성한 제3자 여론은 그 나름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윤리적으로도 또 다른 논란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최고의 여론은 그 이해관계자 스스로가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믿게 만드는 기업의 노력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즉, 기업의 위기관리 전반이 적절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과 인식을 그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더 간단히 이야기하면 기업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기업 스스로 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발적 여론이 형성되고, 가시화 되고, 확산되어 더욱 큰 공감을 받게 된다.

기업은 위기관리를 통해 그들에게 그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동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 스스로 이해와 지지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려 노력해야 한다. 위기관리 그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정확한 경로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지지자들의 의견은 수면 하에서만 기업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그들의 의견은 “나는 당신 회사의 처지를 이해한다.” “그런 사연이 있다니 이해가 간다.” “고생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일단 견뎌라” 이와 같은 수면 하 조언을 할 뿐이다.

일부 기업은 이런 ‘수면 하’ 조언이나 공감을 실제 여론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영향력 있는 그들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니 공중 대부분도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오해한다. 이런 기업은 이후 홍보실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알리라’는 지시를 반복한다.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자신들은 이해 받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여론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진정한 여론이다. 수면 하에서 일부 개인에 의해 공감 받거나 이해 받는 것을 두고 여론이 그렇다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대신 왜 그들이 수면 하에서 마음속으로만 우리를 이해 지지한다 이야기하는 지를 좀 더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이렇게 요청해 보자. “그렇게 정말 생각하신다면, 언론을 통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기고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셔서 저희 입장을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요청에 대해 그들 대부분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왜 그럴까? 자신이 개인적으로는 이해 지지하지만, 그 생각을 밝히면 자신들까지 비판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정말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그들로부터 그런 막연한 두려움을 제거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들 스스로 수면 위로 튀어 올라 당당하게 이해 지지를 표현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방향의 위기관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은 수면 하에서만 머무르며 회사의 위기관리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다.

기업 VIP들이 종종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러 유명 지인들에게 연락 해서 자사의 상황과 입장을 설명하고 조언을 청취하는데, 그 과정 시종을 통해 자신이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이 표현되지 못한다면 자사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라 보며 더욱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빨리 찾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이 차라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문제라 여겨지는 위기관리 방식을 조언을 들어 재빨리 개선하고 변경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상호적 노력이 먼저 있어야 조언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생각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도 이전보다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게 된다. 그 후 그들은 수면 위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능해져야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는 이전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과 방향이다. 수면 하에 머무르는 사회적 영향력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언로를 터주는 위기관리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위기관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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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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