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듣는 것.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듣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같이 사회적인 논란이나 논쟁적 이슈들이 기업을 둘러쌓았을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물 흐르는 듯한 위기 대응이 위기관리를 성공을 이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위기 시 ‘듣는 것’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가다. 이 또한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 왔는지, 그들과 어떤 신뢰 관계로 뭉쳐져 있는지, 그리도 평시에도 얼마나 제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 지와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평시의 관심과 노력과 투자가 없던 기업은 위기 시 당연히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다. 비즈니스 영어 표현대로 콜드 콜(cold call, 사전 아무 정보교류나 접촉 없이 낯설게 다가가는 것)을 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핵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고 면담을 요청한다. 그나마 경영진들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관계를 맺어 놓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해당 위기에 대하여 관련이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여부다.
경영진과 관계 맺고 있는 분들은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해당 위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낮다. (만약 그들과 관련된 위기라면 경영진들과의 친분으로 위기로까지 폭발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일반적 외부 시각이나 객관적 조언은 가능할지 몰라도,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로서의 실질적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듣는 것’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처럼 균형감 없이 듣는 것이다. 일부의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는 것 또한 위험하다. 게다가 관계가 없거나 적은 일부 그룹의 이야기를 핵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로 해석해 버리면 더욱 더 큰일이다. 운이 없게도 그 일부가 정치적이거나 과격하거나 사회적인 감수성이 적은 경우라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자신과 가깝고, 경력이 화려한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관계자의 조언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경력이 대단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안전할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유명 정치인, 고위 공직에 있던 분들, 화려한 경력의 법조인들, 이론과 학식을 자랑으로 하는 교수들,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언론인 등 그들도 종종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을 도배하는 설화나 스캔들 그리고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 중에서 그들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골고루 듣는 것이다. 그 고른 이야기는 필수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자발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평시 지속적 관심,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 잘 정리하려 노력해 보자.
목소리 큰 이해관계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해서도 안된다. 위기관리는 청중 앞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하는 일종의 연극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어찌 보면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해관계자들의 고른 이야기 듣기가 중요하지만, 청중의 생각에 비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재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기업이 중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하는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청중이 보고 좋아하고 바람직하다 생각해야 최종적인 성공인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좋아하는 데 청중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청중은 박수를 치는 데 이해관계자들은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편의 공통적 이해를 구하는 복잡한 과정이라서다.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중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일반 청중들의 시각에서도 다시 균형감각을 끌어내 바라봐 보자. 기업의 가능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그 교집합 속에 맞추어 겨냥하자. 그래야 위기관리는 그나마 잘 했다 평가 받게 될 수 있다. 균형감. 듣는 것. 이해관계자 그리고 청중.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들이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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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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