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9편]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경험 한 기업은 대부분 억울해 한다. 위기 관리 초기에는 그와 더불어 황당해 한다. 이건 위기로 까지 불릴 수준의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흘러 결국 위기가 되었다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나 느낌은 위기관리를 해 본 기업에게는 어느 정도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일 수 있다.미리 그런 위기를 예상하고 상당부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덜 할 텐데, 그런 예상과 준비가 부족했다면 그런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은 극대화 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기존 위기관리나 추후 다가올 다른 형태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이상했다. 아주 나쁜 음모에 걸려 버렸다. 그런 음모만 없었다면 이번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위기관리 역량이나 체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 스스로 해당 사건을 주요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다 문제가 아니다 하는 판정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 여부에 대한 판정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내리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판정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의 주관적 감정이나 느낌이 주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의 판정이 의미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그런 판정이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력의 흐름이 사회적 여론이 되어 우리 기업을 위기 속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해당 판정이나 흐름이 비합리적이다 비이성적이다 하는 푸념은 해 보았자 라는 이야기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을 자사 입장이나 시각으로 바라보기 전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으로 먼저 챙겨야 한다. 그들이 문제라 한다면 그 상황은 문제의 상황인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것이 현재로서는 진실인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달리 보고 있다면 그들을 설득 시키는 대신, 그들의 현재 입장과 시각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우리의 시각을 가미하는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입장과 시각이 ‘틀렸다’는 기업의 태도로는 관리 행위가 진행될 수 없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달해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에 맞서서는 안 된다. 성장한 이슈나 위기에 맞서는 일처럼 무모한 시도가 없다.

만약 해당 상황이 우리 기업의 판단처럼 문제 없고 하찮은 것이라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초기에 단호하게 행해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이를 사실관계 확인이라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시키고 수정해 이해관계자 초기 입장과 시각을 교정시키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 또한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지,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상위의 교정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들은 왜 현재 상황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런 챙김이 이슈나 위기 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관리는 보다 쉬워질 수 있다. 그에 대해 해당 기업이 공감할 수 있다면 상황은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이슈나 위기관리 실패 케이스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은 해당 기업이 그러한 초기 공감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라 이야기하는 상황을 보며 기업은 그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다른 생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왜 현재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들의 그런 이상한 반응 뒤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 추측 한다. 이런 다른 생각들이 해당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보여지는 클리쉐 메시지 중 한 종류가 이런 것이다. “저도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저의 아버지께서도 병마와 싸우고 계시기 때문에…” “제 자신도 그런 아픔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사과나 해명을 할 때 사용되는 이런 클리쉐 표현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위한 목적에서 사용된다.

내 자신도 당신들과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순진하거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센티멘털 해서 그런 클리쉐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강력한 공감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전략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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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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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8편] 시뮬레이션 해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글에서 위기를 상상해 보라는 조언을 했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보지 않으면, 그 위기를 미리 알 방법이 없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낯설어 하는 것은, 사전에 그 위기를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여러 사람이 모여 상상의 시간을 가지면 될까? 어떤 방식으로 ‘상상하는 것’이 적절한 위기 상상법일까? 답은 간단하다. 먼저 위기의 유형을 특정해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이다.

운동 선수들은 실제 몸을 쓰는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자신이 몸을 움직인다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따라 근육과 신경의 움직임을 떠올려 본다. 이런 상상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실제 상황이 되었을 때 좀더 몸이 익숙하게 움직여 준다고 한다.

위기 상상 훈련도 그와 마찬가지다. 다만, 기업의 위기라는 것이 개인 몸 하나를 움직여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기관리 조직이 함께 모여 실제 같은 위기를 경험하며, 각 상황에서 의사결정과 대응 방식을 연습해 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위기관리 훈련에 있어 가장 효과적(?) 방식이지만, 현실적이거나 권장할 만한 훈련 방식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특정 위기 유형을 설정해 위기 발생에서 종결에 이르기까지 많고 다양한 과정을 경험해 보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상황 변화 과정과 더불어 시뮬레이션에서는 각종 이해관계자 변수를 시나리오에 더해 더욱 현실화한다. 상황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 까지를 연결시켜 고민하게 한다.

한 외국 영화에서 주인공인 유부녀 셀러브리티의 불륜이 한 파파라치 언론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후 여러 가십 기사가 나오자, 그녀는 사과 기자회견을 한다. 머리 숙여 죄송하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한 기자가 질문한다. “왜 이런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화가 난 그 주인공은 이렇게 답변한다. “문제는 기자분들이 만든 거 아닙니까? 제 남편도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말이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도 그렇다. 위의 예와 같이 ‘부정 보도’에 대한 시뮬레이션 대응은 정지된 그 ‘문제’ 자체에 대한 대응에만 머무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위기관리 주체는 ‘부정 보도’가 발생하면 그 보도 자체만이 아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부가 ‘문제’들과 이해관계자 반응이 더 복잡하고 중대한 관리 대상이 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런 광범위한 상황과 이해관계자 변수들을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관리 대응하는 방식 까지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을 다양한 위기유형에 따라 반복하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실제로 위기를 경험해 본 수준에 육박하는 역량을 지니게 된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변화를 실제 유사 사례들과 비교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했는지를 다양하게 돌아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혜택은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기회가 생긴다는 데 있다. 시스템의 약점이나 빈 공간을 그대로 찾아 내 개선과 강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실제 위기 시 겨우 발견하는 데 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업은 평소에 시스템 문제를 집어 내, 개선 강화하게 된다. 따라서 위기 발생 이전은 물론 위기 발생 이후에도 더욱 더 안정적인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관리 조직 스스로 강력한 팀워크와 개인적 역량을 키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 마주할 수 없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입장을 그대로 접하는 기회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대응 그룹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위기를 상상해 보라는 말이 기업 VIP에게는 위기관리를 시작하는 동기부여의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 각자에게도 마찬가지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상상이 충분하다면, 그 다음은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은 곧 시뮬레이션으로 완결된다. 개인적 상상을 넘는 조직적 상상. 위기에 대한 상상을 넘어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 머릿속 상상을 넘어 대응 전반의 상상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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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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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7편] 주치의를 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규모가 큰 기업으로 기존 투자해 놓은 관계 자산도 많고, 명성이나 위기관리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외부로부터 지원과 조언을 원한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듣기 원한다.

대기업 임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외부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나요?” 이 질문에는 전제가 있다. ‘우리 회사에서 대부분 위기관리를 하는데, 외부 컨설턴트는 그 외 어떤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같은 전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위기관리 보다 더 낫거나 다른 형태의 관리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대신 이런 질문은 어떨까? “우리가 매번 위기관리를 하면서, 외부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우리의 전략과 메시지를 사전 검증받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시 이런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속에는 내부의 심도 있는 고민이 전제되어 있다. 구체적 요청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컨설턴트도 이런 고민을 끝낸 클라이언트와는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선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위기관리 매뉴얼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함께 위기를 관리해 나갈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비상연락망으로 기록하고 있다. 물론 기록되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다양한 이슈와 소규모 위기들을 함께 관리해 나가면서 외부 컨설턴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컨설턴트에게 가장 위험하고 괴로운 것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상황이다. 온갖 사내 비밀이나 중요 정보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공유되는 위기관리 상황에 처음 명함을 나눈 사람들이 끼어 있다면 누구든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VIP 입장에서도 갑자기 자사의 부름을 받고 위기관리 워룸에 앉은 낯설 컨설턴트에게 신뢰를 주기는 힘들다. 홍보실에서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 소개하는 컨설턴트에게도 일정 기간 눈길을 주지 않는 VIP도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이 유지될 수록, 위기관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과 같이 기업내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평소에도 자사의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조언을 제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VIP부터 일선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까지 외부 컨설턴트가 어떤 사람들이고, 위기 시 어떤 업무를 지원하는지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가정마다 그 가정을 담당하는 주치의를 두는 형식을 따르는 것이다. 주치의는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 자식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의료정보와 치료 이력을 알고 있다. 심지어 나중에는 그들의 손주와 며느리들까지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중 의료적 문제가 있으면 일단은 주치의에게 전화한다. 주치의 조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거나, 더 적합한 의료기관을 소개받기도 한다.

이 가족에게 주치의는 낯선 사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자신을 치료했던 주치의를 신뢰하며,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다.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마치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도 생긴다. 주치의 입장에서도 그 가족 구성원 각각을 친 형제나 자식처럼 생각한다. 이 모든 파트너십은 오랜 기간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 왔기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급한 조언을 얻기 위해 여기 저기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찾아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가 발생하면 시간도 부족하고, 깊이 있는 의사결정도 힘든 상황이 되는데, 외부 조언자들을 찾아 다니며 그 귀중한 시간과 역량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조언자들을 구해도 초기 대응해야 하는 시간은 이미 놓친 후가 되기 때문이다.

그 후 대응을 한다고 해도 상호간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라 해서 위기가 발생할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전문적 시각을 정확하게 내 놓기는 힘들다. 우선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와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VIP의 진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회사의 위기관리 자산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일선의 실제 역량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낯선 외부 조언자들은 이런 확인 작업에 상당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평소에 주치의를 만들고 친해지자, 위기 시 낯선 조언자들과 일하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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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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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6편] 매뉴얼은 수명이 6개월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일단 기업 내부에서는 어떻게 현 상황을 해석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급히 경영진이 소집되고, 현 상황을 브리핑하는 직원들이 동분서주한다. 일상 업무는 대부분 중지되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상황에 대응하느냐 많은 직원들이 고생하게 된다.

이런 내부 분위기와 달리, 언론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회사의 임직원이 책상 위에 위기관리 매뉴얼을 펼쳐 놓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 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위기 시 임직원들이 따라야 하는 일 거수 일 투족이 모두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기관리에 일부 문제가 보이면, 그 회사 임직원들이 제대로 매뉴얼을 준수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실제 이런 상황과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업은 종종 위기관리 이후 비슷한 비판을 받게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그 중 하나다. “(그 회사에는) 활용할 수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없었다”는 지적을 할 때도 있다. 마치 위기관리 매뉴얼만 제대로 존재하고, 그를 준수했다면 위기관리가 좀 더 잘 되었을 것이라는 전제 같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뉴얼은 현장에서 그리 큰 의미나 활용도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 장 한 장 읽어 가며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없다. 실제로 그래서도 안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조직의 머릿속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이 매뉴얼을 돌아가며 읽고 있는 위기관리조직이라면 일단 위기관리는 저 멀리 물 건너간 경우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기관들은 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는 것일까? 언론이나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그 들에게 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준수하라 이야기하는 것일까? 위기관리 매뉴얼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들이 생길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은 기껏 6개월 안팎이다. 실제 수명을 재본 것이 아니니 이론화 할 수는 없지만, 기업 조직변화와 인사이동, 주요 임직원들의 입사와 퇴사 등의 환경을 감안하면 일단 위기관리 매뉴얼의 상당 부분은 지속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새로 변화된 구성원들이 새 포지션에서 임무를 시작할 때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고지나 학습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자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지가 없을 뿐 아니라,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위기관리 프로세스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정 기간이 흐른다.

종이로 된 매뉴얼은 수 백 년 넘게 존재 가능하다. 그러나, 매뉴얼을 실제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유구하지 못하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을 6개월로 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게 짧은 수명의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그 매뉴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 내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을 지정하고, 그들이 스스로 모여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리해 보는 그 과정이 바로 위기관리 체계로 굳어진다. 그 과정에서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한다.

위기관리 체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미리 찾아 갖추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 체계의 큰 그림이 완성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그림을 그대로 담아 놓은 기록물일 뿐이다.

언론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도 위기관리 매뉴얼 자체가 위기관리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더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적을 하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업이 평소 얼마나 학습했고, 그에 따라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는지를 좀 더 살펴야 한다. 종이로 된 두꺼운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 상황에서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사내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죽은 위기관리 매뉴얼로는 어떤 위기도 관리할 수 없다. 위기관리 체계나 역량 같은 영혼이 위기관리 매뉴얼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심리적 위안으로 만들어 책장에만 보관한다. 매뉴얼을 만든 이후 누구도 그 책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매뉴얼이 죽는 것이다.

매뉴얼의 수명을 늘리고,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주요 위기관리주체들은 실제 상황을 설정해 시뮬레이션 해 보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활기를 주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위기관리 매뉴얼은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살아있는지 확인해 보자. 위기가 닥쳤을 때 펼쳐 봤 자 아무 소용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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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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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5편] 가르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위기관리를 주로 강의로 배우려 한다. 한 시간의 경영진 조찬 강의나 수백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통해 자사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해 보려 하는 거다. 물론 강의를 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강의만’ 들으며 실질적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가끔 교회나 절에 가 마음을 순화시키고,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자들 같다. 그런 순화(?) 의례가 일상화 정기화 되면 또 모르겠다.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믿음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기관리 강의는 그렇게 일상화나 정기화 되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성과 사랑은 해 보지 않은 채 처음부터 책만 보고 이러 쿵 저러 쿵 사랑을 배우고 해석 적용해 보는 아마추어를 그리 부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 우리가 배운 위기관리라는 것도 마치 그런 스타일 아닐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과정은 실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하나 일 뿐이다. 배우고 이후 익힌다는 말의 의미가 합해져 학습(學習)이 된 것이다. 우리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학(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습(習)의 기회를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위기관리 개념은 대략 “우리도 위기에 대비해야 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많은 기업의 실제 위기관리 사례를 강의에서 듣는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느는 것은 아니다. 강사의 정리된 위기관리 인사이트를 열심히 받아 적고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에 대해 아예 강의 수준 조차도 진행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제 이미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을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해 본다.

첫째, 정기적으로 이슈 트래킹 미팅을 가질 것. VIP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 상위 1%가 위기관리의 99%를 한다. 흔히 위기관리 강의를 일선직원을 대상으로 듣게 하는데, 위기관리 역량 강화 차원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대상이다. 실제 위기관리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지휘관이다. 전쟁을 모르거나 전투에 익숙하지 않는 지휘관들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매주 또는 매월 자사 관련 이슈들을 경영진이 함께 모여 들여다보는 미팅을 먼저 해보자.

둘째, 경영진이 먼저 훈련 받을 것. 조찬강의나 인문학 차원의 위기관리 강의는 그만 듣자.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에 내 몰리게 되는지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다른 기업이 쉽게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 위기유형을 자사에 적용해 처음부터 실행해 보자. 경영진이 정확하게 훈련되어 있으면 초기 위기 대응은 훨씬 빨라지고 안정화된다.

셋째. 훈련 받았으면 시뮬레이션을 해 볼 것. 훈련은 단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싸우는 방법을 일부 배운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유사한 스파링 파트너와 함께 실전을 치러 보는 것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를 위해 실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가장 가까운 위기관리 경험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자사의 취약성과 수준을 알 수 있다.

넷째, 그 다음은 자사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개선할 것.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자사가 보유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취약하고 부족하고 유효하지 않은 지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개선을 전제로 하는 과정이다. 평시 위기관리 핵심은 개선이다. 개선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일선을 움직인다. 그 준비를 해야 한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투자할 것.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위기 방지 및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 모두에는 예산이 든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만으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볼 수는 없다. 진짜 위기관리는 상황관리 부분에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기하는 것이다. 예산은 그 변화의 리트머스다. 임직원들을 지속 훈련하고, 준비시키는 노력 자체도 예산이 기반이다.

위기관리를 더 이상 강의로만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위기관리는 왜 그렇게 잘 안되느냐고 임직원들을 비판해서도 안된다. 더구나 위기관리 강의는 일선 직원들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대부분인 기업은 현 상황이 위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야 위기는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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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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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4편] 한마음을 희망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추측보다 위험한 것이 희망이다. 많은 기업 리더들은 위기관리를 생각 할 때 두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기업 리더로서 위기 자체를 생각이나 상상하지 않은 경우는 흔치 않으니 일단 무관심을 뺀다면 그 외는 두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잘 되어 있으니 위기라는 것이 발생하지 않겠지.’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한 마음이 되어 잘 관리할 수 있겠지’하는 긍정적 ‘희망’ 스타일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아슬아슬 하다’ ‘위기가 발생되면 다들 대응이 엉망일 텐데…’하는 부정적 ‘추측’의 스타일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환경은 첫번째 긍정적 ‘희망’ 스타일의 리더들이 주로 모인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평소 문제 감지부터, 보고, 공유, 의사결정 전반이 위기관리와는 거리가 먼 형태로 진행된다. 평시는 말할 것도 없이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그간 가졌던 긍정적 희망의 붕괴를 목도하게 된다. 리더들은 급격하게 패닉에 빠지고, 그 때부터 혼돈의 판이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부정적 추측을 하는 리더들이 있는 조직의 경우 평시 그런 두려움과 불안함을 개선하려는 실질적 노력만 있다면, 차라리 보다 안정적인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에서도 그냥 불안함만 유지하고 있다면 그 앞의 케이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희망만 하고 있다면 문제다. 더구나 그 희망이 실제 현실에 기반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문제는 심각 해진다. 일단 정확하게 자사가 품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위기관리 첫 단추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경계 대상이 바로 ‘한마음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는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마음’을 먼저 품게 된다. 그것이 인간적 본능이고, 현실이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먼저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현 상황이 나에게 끼칠 영향을 계산한다. 그 결과 개인 자신에게 심각한 영향이 감지되면 그 때부터는 ‘먼저’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에게 향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절대로 회사의 피해나 회사에게 향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자신의 것보다 먼저 챙기는 사람은 없다.

위기 시에는 그런 개인적 생각과 판단이 수십 수백명에게 단시간에 일어난다. 위로부터는 오너 및 CEO로부터 아래로는 일선 위기관리 실행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그 개인 변수들은 수를 셀 수 없고, 상호간 충돌과 이합집산으로 예측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거의 모든 기업에서 대부분의 위기 때 마다 실제로 목격된다. 위기관리 체계나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의 경우에는 그 각자도생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조직이 내 자신을 절대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직원의 판단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실행하는 기업의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 강화 노력은 구성원들의 각자도생 본능을 상당부분 해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위기관리를 소위 말하는 ‘난장판’ ‘카오스’ ‘전쟁터’의 개념이 아니라, ‘관리 가능하고’ ‘규정에 기반하면 관리할 수 있고’ ‘제대로 규정에 따라 위기를 관리하면 문제없는’ 일상 업무의 개념으로 안정화 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상 업무 위기관리 개념을 조직원들에게 평소 심어주지 못한 경우 발생한다. 희망에만 의지했던 CEO 스스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잊은 채 일희일비 한다. 임원과 팀장들은 의사결정의 갈지자 행보를 따라가며, 심각한 불확실성을 느낀다. 그로 인해 각자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은 피하고, CEO의 변화를 겉으로 따라가기 바빠진다. 일선 직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근거 없는 희망은 이런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은 위기 시 절대 한마음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추측을 일부러 해서라도 평소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마음은 커녕 각자도생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조직원들을 추슬러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에 나서게 할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원 각자가 조직 속에서 해야 하는 일, 업무와 책임의 범위, 그를 위한 프로세스를 제대로 정리하고, 반복 경험하게 해 주라는 이야기다. 그 업무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는 확신을 조직원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희망은 일단 버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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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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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3편] 잘 되어있겠지 추측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단 위기는 외면과 방치로부터 다가온다. 주목하고 관리하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위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우리 주변 상당수 위기가 외면과 방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매번 위기 시 보도되는 언론의 클리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재(人災)였다” “보고 받고도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다” “이미 (발생 가능성) 알고 있었다.” “작년에 문제 지적을 받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도 유사 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 졌다.” “언젠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팽배했다.” “아슬아슬했다” 이런 대부분의 언론 클리쉐들은 위기가 발생 이전에 심각한 외면과 방치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외면이나 방치를 상당히 ‘의도적’ 행위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서 더 큰 문제다.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로도 이미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실제 문제의 소지를 발견했고, 이미 그 해결책이나 개선책을 잠시라도 상상해 보았을 때 발생한다. 상당 부분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짧게 라도 해 봤었기에 그나마 의도적 외면이나 방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 소지를 발견해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방안을 생각해 보니 해당 해결책 대부분 구조적이거나 정치적으로 당장 풀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많은 기업들은 해당 구조나 정치적인 구도를 큰 부담을 떠 안고라도 개선하려 하기 어렵다.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실제 수면 위로 떠 올라 발생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데, 팔을 걷어 부치고 구조를 개혁하거나, 정치구도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라도 가능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해당 문제 소지에 대한 내부 공론화도 아직 거치지 않았던 경우 발생된다. 이전 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문제소지를 이미 발견하고, 해결책에 대한 생각을 짧게 라도 했던 것이라면,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알고는 있었는데 몰랐던’ 괴상한 영역에 있는 위기에 대한 것이다.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를 경계하려면 일단 제일 첫 순서가 ‘어딘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잘 되어 있습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면,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를 개선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런 희망적 이야기가 경영차원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일지 몰라도,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문제의 씨앗이 된다. 일단 VIP 스스로 “우리는 잘 되어 있다.” “위기라고 부를 것도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공유하기만 한다면, 내부적으로 일선 관계 부서에서 감지하고 있는 문제 소지는 공론화조차 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일부 문제 소지를 공론화하려 하면 내부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면 되는 것을 왜 시끄럽게 하는가?” “자꾸 위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인가?” “발생되면 그 때가서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들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 들어가 해당 문제에 대한 사전적인 인지나 이해 그리고 그 발생에 대한 대응 체계가 존재했는가를 들추어 보면, 대부분은 일부 또는 상당부분 외면과 방치가 있었다는 이유를 댄다. 지나고 보면 간단하게 발견해 사전에 관리했으면 되었을 일을 왜 그렇게 크게 키웠는가 함께 생각 해 보자 하면 그 때서야 그런 현상을 문제였다 토로한다.

VIP차원에서 자꾸 희망적인 이야기를 위기관리에 적용시키려 다 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반대로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반복해서 공유하는 것이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한다. VIP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이유다.

“우리는 잘 되어 있을까요?” “경쟁사의 이번 위기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이 있을까요?”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 대응 체계가 가동될까요?” 이런 VIP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들이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공고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임원들과 핵심 팀장들로 구성된 위기관리 조직은 항상 VIP의 질문에 대비하게 된다. 경쟁사나 타사에 발생된 위기가 있다면, 먼저 들여다보면서 분석을 시작하게 된다. ‘VIP가 분명히 이번 위기에 대해 질문하실 텐데…’하는 위기관리 업무의 실질적 동기가 생길 것이다.

이런 위기관리 조직의 상시 업무가 지속 진행되고, 반복되다 보면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과 체계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VIP의 관심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것은 외부로 하는 홍보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잘 되어 있다”는 말 대신에 “상시 경계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더 낫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실행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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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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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2편] 상상할 수 없던 위기는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모든 위기는 상상 가능하다. 상상 뿐 아니라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위기는 발생하느냐 하지 않느냐 보다는 언제 발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주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위기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범위에서 발생하며, 절대로 그 자체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많은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치 그 위기를 이전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행동할까? 왜 기업은 위기를 낯설어 하며 매번 허둥지둥 대응할까? 그들은 진짜 그 위기에 대해 평소 아무것도 몰랐던 것일까? 그래서 아무 준비도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다. 필자의 경험상 기업은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생 이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위기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면위로 떠 오를 것이라는 것은 몰랐던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위기 자체가 낯설거나 상상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기 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올 것이 왔다” “언제쯤 문제가 될까 했는데, 이제 되는 군.” “이 문제가 언제 적 나왔던 것인데, 세상에 아직도 해결이 안되었군.” 이런 이야기를 보면 해당 위기는 이미 그 뿌리가 깊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짜 이런 위기가 발생할지 몰랐다” 주장한다면, 그것은 평소 어떤 위기가 자사에서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이 없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미 인지하고 있던 위기에 대한 상상의 기회도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생각해 놓지 않은 위기는 매번 새롭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타사에게 이미 발생된 위기였다 해도, 그 때 그 때 살펴보지 않았으니 항상 낯설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게 낯설기만 한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발생하니,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그런 무관심의 결과는 곧 위기관리 실패로 이어진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이나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이런 위기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겠나? 이 위기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라 해명한다. 누구도 상상이나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사의 대응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 달라는 요청이다.

백 번 이해해서 그런 새로운 위기에 불가항력이라는 처지를 이해한다 해도, 해당 기업이 어떤 대응을 기본적으로 실행했는가는 다른 이야기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위기대응을 제대로 하고 나서 그 이외 대응에 대한 불가항력을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본 대응 없이 일방적으로 불가항력에만 의지한다면 그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핵심은 평시 고민과 준비다. 위기관리의 비중은 그 ‘평시’에 대부분 존재하며,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인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어떤 노력을 했는 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해당 위기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려지지도 않고, 실질적 피해를 끼치지도 않는 결과를 생산한다. 우리가 모르는 위기라면, 그 위기는 이미 제대로 관리된 것이다. 반면 우리가 이미 발생 사실에 대해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위기라면, 일단 그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알려진 위기를 두고 어떤 위기관리가 잘 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논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게 평시 꾸준하게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서 해당 유해 성분을 미연에 제거해 버리는 것이 위기관리다. 반면 평시 해당 유해 성분 혼입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유해 성분 논란이 발생하니 즉각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사과하고 재발방지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당 유해물질 혼입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주장까지 해서는 안된다. 미처 그 부분을 몰랐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가항력적이니 정상을 참작해 달라며 위기관리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만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 해 보자. 진짜 위기를 몰랐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른다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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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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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1편] 기출문제라도 풀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하늘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 기업 스스로 낯설고 희한한 위기라 생각할지라도 사실 알고 보면 그 위기는 다른 어떤 기업이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어떤 기업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새롭게 발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위기는 딱 한번 발생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특정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은 그 위기를 아마 몇 년 전 이미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비슷 비슷한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낯선 위기라고 부를 만한 위기는 적다.

실제 특정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위원회에 속한 임원 중 일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전 직장에 있었을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때 이와 관련해서 위기관리를 하며 고생한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만약 위기가 매번 새롭고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면 이런 경험담은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에게 어떻게 해야 위기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어떤 위기관리가 성공한 것인지를 묻기도 한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질문 이전에 필자는 그 질문자가 어느정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위기관리가 우리가 소위 말하는 로켓과학(rocket science)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는 이해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실무자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해야 가능한 과학이나 연구주제도 아니다. 정상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후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도 정상인이라면 이미 감각으로 알 수 있다.

어떻게 위기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는 그 질문을 한 임원이 가장 정확하게 알 것이다. 자사 내부에 어떤 것들이 아직 부족하고, 문제가 될 수 있을지 정상적 임원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위기관리 컨설턴트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위기관리가 성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 질문자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볼 때 잘 되었구나 생각하는 케이스들을 기억해 보기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위기관리는 엉터리였다 생각되는 케이스들을 되돌아보면 반면교사를 삼을 수도 있다. 자신이 모르는 다른 성공적 위기관리가 있는가를 묻는 호기심이라면 모르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답을 안다.

위기관리를 평소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질문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생각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평소 준비와 연습이라는 개념을 꼭 이야기해야 그 때 새롭게 이해하는 임직원은 수십년간 본적이 없다. 알고는 있는데 그게 참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관한 질문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라는 조언도 그 때문이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몰라서 못하는 로켓과학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있어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알지만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샅샅이 찾아 개선시키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를 원하는 대표이사가 해야 할 일이다.

더 나은 위기관리를 꿈꾸는 기업이 필자에게 딱 한가지를 먼저 제안하라 하면, 기출문제를 풀라는 조언을 할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미 발생했던 위기들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는지 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각각 어떻게 그 위기를 관리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체계적으로 기출문제처럼 찾아 공부하는 것이다.

자사에게 발생한 위기도 마찬가지 기출문제다. 자사가 10년전 그리고 5년전 그리고 2년전 경험했던 위기를 기억해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자사에게 다시 발생한다면 그 이전보다는 잘 관리할 수 있어야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매번 새롭지 말자는 이야기다.

모든 위기는 이미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발생했던 위기다. 이미 출제되었던 문제다. 그에 대한 오답과 정답도 다양하게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런 친절한(?) 위기를 관리하려 기출문제조차 풀어 보지 않은 기업이 낯설게 달라붙으니 좌절을 맛본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기업이 위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출문제만 풀고 위기를 관리해도 비참하게 실패하지는 않을 텐데, 그런 최소한의 노력이나 투자가 없다. 분명 기출문제를 제대로 푼다면, 준비와 연습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불필요하게 위기를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결심과 실행도 이어질 것이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기출문제를 풀기 이전과 이후는 확연하게 다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일단 기출문제를 먼저 풀어보라. 낙제는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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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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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0편] 비선에만 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표이사는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다. 더구나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이사에게는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주겠다 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제안이 온다. 평시에도 온통 그랬던 주변 상황이 위기 시에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

말 그대로 여기저기 위기관리 주술사들이 튀어나오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는 자신이 연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는 자신이 어떻게 던 막아 볼 수 있다 한다. 어떤 분은 대표이사가 이럴 때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훈수를 둔다. 대응 미팅을 하자 찾아오거나 연락해 오는 지인들까지 많아 진다. 이런 사람들이 곧 비선이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아예 비선 라인에만 위기관리를 의지하는 경우도 있다. 평시 장기적으로 위기관리 조직을 내부에 꾸리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여기 저기 내공을 발휘한다는 분들을 꾸려 팀을 짜 위기에 대응한다. 심지어 자신들은 숨고 홍보대행사를 앞에 내세워 위기 시 언론 창구 역할을 전담시켜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과의 관계를 위기 시 구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로펌이나 대행사에게 연락해 “누구를 아는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등을 질문한다. 위기가 매일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그 때 관계나 호의를 구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주로 외부 비선에만 의지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는 중장기적 시각에 대한 이야기 전에,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선이 주도하는 위기는 그때 그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반응이 중심이지, 정상적 대응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니 문제다.

비선에 의한 위기 반응이(대응이 아니다!) 반복되다 보면, 대표이사와 기업에서는 그 때 그 때마다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에만 관심을 두게 되고, 실제 그 안에 있는 문제들은 나날이 커가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어렵게 된다.

비선에 의한 위기관리는 득보다 실이 많다. 비선의 전화 한 통에 문제가 해결되어지는 것 같아 놀라며 안심하지만, 그건 순간적 증상완화 일 뿐이다. 병원에서는 증상완화 치료는 제한적으로 활용될 뿐 그것이 주가 되면 결국에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이야기한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비선들은 절대 정보를 기업 내 공식 위기관리 조직과 공유하지 않는다.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당연히 공식 위기관리 조직은 비선의 존재를 모르거나, 비선이 현재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일선 위기 대응에서는 중복, 상충, 혼선이 생겨난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은 사실 위기관리에 있어 금기다.

비선은 자신의 위기대응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러 이유를 들어 문제 시 책임을 피해 나간다. 대신 기업은 그대로 무리한 책임까지 져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비선의 위기관리는 기록으로 남길 수도 없다. 기업 내부 역량으로 연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선 작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비선에 의한 위기관리는 종종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공식 위기관리 조직이라면 실행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을 사적 대응에 비선이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생겨 난다. 돈이 왔다 갔다 한다. 청탁이 진행된다.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노출된다. 그 비선과 기업간 커넥션에 대한 논란이 발생된다. 대표이사 배임이나 횡령 같은 논란은 그 다음이다.

비선에 의한 위기관리가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은 중장기적으로 기업 내부 공식 위기관리 조직을 점차 고사(枯死) 시킨다는 것이다. 비선이 주로 뛰어다니는 기업에서는 절대 훌륭한 위기관리 조직을 기대할 수 없다. 위기관리 조직은 단순 행정 지원 조직으로 전락한다. 구성원 간 대책 회의는 점점 유명무실하게 되고, 대신 서로 간의 귓속말로 위기관리 과정이 점철된다.

비선에 의한 위기관리를 금지할 수 있는 사람은 기업의 오너 또는 대표이사 뿐이다. 우선 비선을 통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위기는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발생되는 것이 차리라 낫다. 위기는 만들면 안된다.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는 내부 정규 위기관리 조직을 통해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비선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그 비선은 최소화되는 것이 좋다. 또한 해당 비선을 공식 위기관리 조직과 통합해 조언이나 자문 체계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좋다. 대표이사 스스로 공적 위기관리 조직을 통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 애쓰자. 귓속말 보다는 공개적으로 올라오는 대응 전략과 방안에 힘을 실어 주자. 위기관리는 대표이사의 핵심 업무다. 대표이사가 리드하고 결정해야 한다. 힘 있는 일부 비선에 휘둘리지 말자. 대표이사 자신이 위기관리호 선장이라 믿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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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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