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3편] 잘 되어있겠지 추측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일단 위기는 외면과 방치로부터 다가온다. 주목하고 관리하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위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우리 주변 상당수 위기가 외면과 방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매번 위기 시 보도되는 언론의 클리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재(人災)였다” “보고 받고도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다” “이미 (발생 가능성) 알고 있었다.” “작년에 문제 지적을 받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도 유사 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 졌다.” “언젠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팽배했다.” “아슬아슬했다” 이런 대부분의 언론 클리쉐들은 위기가 발생 이전에 심각한 외면과 방치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외면이나 방치를 상당히 ‘의도적’ 행위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서 더 큰 문제다.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로도 이미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실제 문제의 소지를 발견했고, 이미 그 해결책이나 개선책을 잠시라도 상상해 보았을 때 발생한다. 상당 부분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짧게 라도 해 봤었기에 그나마 의도적 외면이나 방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 소지를 발견해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방안을 생각해 보니 해당 해결책 대부분 구조적이거나 정치적으로 당장 풀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많은 기업들은 해당 구조나 정치적인 구도를 큰 부담을 떠 안고라도 개선하려 하기 어렵다.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실제 수면 위로 떠 올라 발생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데, 팔을 걷어 부치고 구조를 개혁하거나, 정치구도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라도 가능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해당 문제 소지에 대한 내부 공론화도 아직 거치지 않았던 경우 발생된다. 이전 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문제소지를 이미 발견하고, 해결책에 대한 생각을 짧게 라도 했던 것이라면,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는 ‘알고는 있었는데 몰랐던’ 괴상한 영역에 있는 위기에 대한 것이다.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를 경계하려면 일단 제일 첫 순서가 ‘어딘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있을 것이다.’라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잘 되어 있습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면, 비의도적 외면이나 방치를 개선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런 희망적 이야기가 경영차원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일지 몰라도,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문제의 씨앗이 된다. 일단 VIP 스스로 “우리는 잘 되어 있다.” “위기라고 부를 것도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공유하기만 한다면, 내부적으로 일선 관계 부서에서 감지하고 있는 문제 소지는 공론화조차 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일부 문제 소지를 공론화하려 하면 내부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면 되는 것을 왜 시끄럽게 하는가?” “자꾸 위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인가?” “발생되면 그 때가서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들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 들어가 해당 문제에 대한 사전적인 인지나 이해 그리고 그 발생에 대한 대응 체계가 존재했는가를 들추어 보면, 대부분은 일부 또는 상당부분 외면과 방치가 있었다는 이유를 댄다. 지나고 보면 간단하게 발견해 사전에 관리했으면 되었을 일을 왜 그렇게 크게 키웠는가 함께 생각 해 보자 하면 그 때서야 그런 현상을 문제였다 토로한다.

VIP차원에서 자꾸 희망적인 이야기를 위기관리에 적용시키려 다 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반대로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반복해서 공유하는 것이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한다. VIP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이유다.

“우리는 잘 되어 있을까요?” “경쟁사의 이번 위기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이 있을까요?”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 대응 체계가 가동될까요?” 이런 VIP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들이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공고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임원들과 핵심 팀장들로 구성된 위기관리 조직은 항상 VIP의 질문에 대비하게 된다. 경쟁사나 타사에 발생된 위기가 있다면, 먼저 들여다보면서 분석을 시작하게 된다. ‘VIP가 분명히 이번 위기에 대해 질문하실 텐데…’하는 위기관리 업무의 실질적 동기가 생길 것이다.

이런 위기관리 조직의 상시 업무가 지속 진행되고, 반복되다 보면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과 체계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VIP의 관심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것은 외부로 하는 홍보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잘 되어 있다”는 말 대신에 “상시 경계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더 낫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실행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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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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