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2편] 상상할 수 없던 위기는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모든 위기는 상상 가능하다. 상상 뿐 아니라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위기는 발생하느냐 하지 않느냐 보다는 언제 발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주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위기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범위에서 발생하며, 절대로 그 자체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많은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치 그 위기를 이전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행동할까? 왜 기업은 위기를 낯설어 하며 매번 허둥지둥 대응할까? 그들은 진짜 그 위기에 대해 평소 아무것도 몰랐던 것일까? 그래서 아무 준비도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다. 필자의 경험상 기업은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생 이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위기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면위로 떠 오를 것이라는 것은 몰랐던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위기 자체가 낯설거나 상상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기 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올 것이 왔다” “언제쯤 문제가 될까 했는데, 이제 되는 군.” “이 문제가 언제 적 나왔던 것인데, 세상에 아직도 해결이 안되었군.” 이런 이야기를 보면 해당 위기는 이미 그 뿌리가 깊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짜 이런 위기가 발생할지 몰랐다” 주장한다면, 그것은 평소 어떤 위기가 자사에서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이 없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미 인지하고 있던 위기에 대한 상상의 기회도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생각해 놓지 않은 위기는 매번 새롭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타사에게 이미 발생된 위기였다 해도, 그 때 그 때 살펴보지 않았으니 항상 낯설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게 낯설기만 한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발생하니,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그런 무관심의 결과는 곧 위기관리 실패로 이어진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이나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이런 위기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겠나? 이 위기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라 해명한다. 누구도 상상이나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사의 대응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 달라는 요청이다.

백 번 이해해서 그런 새로운 위기에 불가항력이라는 처지를 이해한다 해도, 해당 기업이 어떤 대응을 기본적으로 실행했는가는 다른 이야기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위기대응을 제대로 하고 나서 그 이외 대응에 대한 불가항력을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본 대응 없이 일방적으로 불가항력에만 의지한다면 그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핵심은 평시 고민과 준비다. 위기관리의 비중은 그 ‘평시’에 대부분 존재하며,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인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어떤 노력을 했는 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해당 위기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려지지도 않고, 실질적 피해를 끼치지도 않는 결과를 생산한다. 우리가 모르는 위기라면, 그 위기는 이미 제대로 관리된 것이다. 반면 우리가 이미 발생 사실에 대해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위기라면, 일단 그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알려진 위기를 두고 어떤 위기관리가 잘 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논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게 평시 꾸준하게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서 해당 유해 성분을 미연에 제거해 버리는 것이 위기관리다. 반면 평시 해당 유해 성분 혼입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유해 성분 논란이 발생하니 즉각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사과하고 재발방지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당 유해물질 혼입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주장까지 해서는 안된다. 미처 그 부분을 몰랐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가항력적이니 정상을 참작해 달라며 위기관리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만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 해 보자. 진짜 위기를 몰랐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른다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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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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