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3편]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옛날 우리 조상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렇게 위급한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에 상당부분 열중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일을 더 크게 만들거나, 오랫동안 문제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아 서다.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일은 더욱 커지고, 긴 시간동안 상처를 입으면서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천냥 빚을 갚아 버리기는 커녕 더 큰 빚까지 지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주체의 말 한마디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필히 전략이 그 기반이 된다. 그 외 상황적, 인간적, 시기적, 의미적, 체널별 여러 기술이 가미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가 전체를 엉클어 놓기도 하고, 반대로 크게 공감을 이끌어 내 위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평소에는 실무자 선에서 간단하게 작성 배포했던 보도자료 문서도, 위기가 발생하면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오랫동안 숙고해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제대로 갚기 위해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을 다듬고 다듬는 것이다.

기업의 VIP가 낭독할 사과문도 꼼꼼하게 문구 하나 하나를 챙긴다. 기자로부터의 예상질문을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한 공식 답변 내용도 고민해 정리한다. 사과나 해명광고 문구를 계속 가다듬거나, 온라인 소셜 미디어상에 공유할 메시지도 단어 하나 하나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문제는 기업 내부에서 이 과정을 차곡 차곡 밟아 나가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홍보실에서 작성해 온 메시지 초안에는 사실관계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부서 실무단에서 작성한 메시지 초안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디테일 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법무팀에서는 모든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특정 메시지를 꼭 넣어 달라 강조한다. 고객관리부서에서는 지금 그 메시지로는 고객 설득은 커녕 상담조차 어렵다 고개를 젓는다. 일선 매장에서는 왜 공식 메시지를 내려 보내주지 않느냐 흥분한다.

이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초기에 적절하게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기업 바깥으로 흘러 나간다. 정제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메시지들이 나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 되면 그런 메시지도 사전 사후 필터링 될 수 있을 텐데, 창구일원화에도 대부분 실패한다.

평소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던 창구들이 위기시에도 각자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창구를 운영하는 담당자의 개인 메시지가 공식 메시지처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된다.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 창구에서 나가는 다양한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은 위기 상황 발생 직후 초기 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창구 일원화 원칙과 공식화되지 않은 메시지의 유출을 금지하는 대응 시점은 이미 최초 언론 등의 보도가 나온 뒤다. 여러 다양한 비판 보도들을 통해 자사의 여러 창구들이 한 말을 직접 듣게 되는 단계가 되 서야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형성되어 버렸다. 여러 창구를 통해 나간 황당하고 앞뒤 맞지 않는 메시지들은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켜 버렸다. 화난 이해관계자들은 최초 위기 상황에 더해 비정상적인 대응 메시지에 대한 해명까지 요청하기 시작한다. 관리해야 하는 주제와 전장이 훨씬 더 넓어져 버린 셈이다.

부랴부랴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동안 그런 비판 여론은 극에 달한다. 결국 준비를 마치고 공식입장을 발표하면 최초 나간 대응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그에 대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 위기인지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하는지 혼돈에 빠진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는데, 실제 상황은 말이 말을 낳고, 그 여러 말들이 각각 엄청난 빚으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를 몇 번 경험한 경영자들은 차라리 침묵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할 것이니 함구해 버리면 더 크게 잃을 것은 없을 것이라는 위험한 발상을 한다. 천냥 빚에도 그냥 입을 다무는 꼴은 곧 재앙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라는 것이다. 천냥 빚을 갚은 말 한마디는 절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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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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