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석은 최근 사석에서 ‘한국형 스핀닥터론’을 폈다. “미국의 경우 스핀닥터는 홍보전략을 정교하게 짜서 대통령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만 연구하는 전문가이지만 우리는 다르다. 스핀닥터는 관전자일 뿐 아니라 게이머 역할도 해야 한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난 게임하는 사람이다. 이슈 파이팅의 주체로서 진검승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한국에서
대통령과 참모는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잘되면 충신이 되고, 잘 못되면 역사의 간신으로 남는 것이다.” [중앙일보]
아주 아주 흥미로운 인사이트다. 기업에서도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홍보담당자가 완전하게 CEO편에 서느냐, (devil’s advocate 같은
의미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편에 서느냐, (모니터의 입장으로) 중립적인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갈등이 많은데…이 수석의 말씀은
아주 현실적이고 솔직한 인사이트를 준다.
대통령을 ‘기업’으로 보고 그에 충실한 스핀닥터로서의 역할을 실행 하시고 있는 듯 하다. 아주
솔직해서 멋지다.
포텐셜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보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서 자신만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기업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 다음 문제는 그것이 과연 실제 위기시에 유효한 작동을 할까 하는 것.
실제 위기가 발생되기 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스템이 작동할지 하지 않을지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핵심 실무자의 눈빛을 보면 된다. 자신 없거나 무언가 불확실한 표정이라면
그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끔 코치들에게도 포커 페이스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들이 스스로 가장 잘아는 법이다.
경험과 관찰들로 정리해 보았다.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이런 12가지 이유때문에 위기시 절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오랫동안 PR대행사를 경영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물어봤다. “외국인을 코치로 채용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배들이 물었다. “왜? 있으면 좋지. 급해?” “아뇨. 외국기업 클라이언트를 위해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요“
대부분의 선배들의 답변은 “글쎄다…”
그분들이 외국인 코치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들 중 사실 PR이나 관련 분야에 대해 지식이 있는 경우들이 드물다.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참 힘들다.
영어는 잘하는데, 실제 외국기업 CEO나 임원들과
회의를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문제가 생기더라. 너무 초짜티가 나기 때문.
외국인 코치들이 한국시장에서 할 일이 너무 제한되어 있어서 고용 효과가 떨어진다. 번역이나
통역을 시키는 것도 그렇고.
외국인들을 고용해도 그 친구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한 직장에 있는 경우들이 드물다. 당연히
주인의식이나 헌신도가 떨어지게 마련.
그들 중 몇몇은 신뢰가 가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솔직히 고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이라던가
관련 정보들이 제한되지 않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 같이 위기관리 코칭을 일부 담당시키려면 그 만큼의 지식과 경험들이 존재해야 하는데…그런 외국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PR분야를 담당시키더라도 그들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된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경제지 기자와 곱창을 굽겠나? 소주를 말아 마시겠나?)
일부에서는 컨설턴트의 역할을 맡긴다고 하는데…사실 컨설턴트야 필드 경험이 일정 이상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영어만 하는 20대 외국인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믿는다. 어마어마한 MBA 출신이라도…
선배들과 공감하는 딱 한가지는..”실무 잘 하면서 영어 잘하는 한국 친구들이 최고지” 맞다.
CEO에게 ‘한국의 미디어 환경’에 대해 코칭을
하는 ‘외국인’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냐 하는 이야기다. 한국시장에서는 꼭 한국인들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외국인들이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들을 찾는 것이 경쟁력 아닐까.
한편 한국도요타자동차는 27일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대량 리콜 사태와 관련, “국내에 판매된 승용차는 가속 페달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느려 터진(?) 도요타코리아가 오랜만에 발빠른 대응을 했습니다.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건너지 않는다(이시바시오 타다잇데모 와타라나이)”라는 도요타코리아의 문화에 상당한 진전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한국 언론의 끌질긴 쪼아댐(?)이 이런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 냈다고 보입니다. [아우토반을 꿈꾸며]
2000년대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롯데호텔 지하 일식집에서 중앙일보 김태진 기자와 처음 만났다. 특유의 시니컬 한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한국 토요타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AE였다)
“토요타? 그 회사나 사람들 어때?”
“네…아시잖아요. 토요타는 항상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널지 말지 고민하는 타입이랍니다.”
“그만큼…신중하다는 거야? 느리다는
거야? 보수적이라는 거야?”
“모르겠어요. 아무튼 생각이 많은 회사인 건 틀림 없습니다.”
그런 대화들이 기자들 사이에서도 종종 오고 갔던 것 같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지
않는다‘ ‘돌다리가 어디까지 튼튼한지 부수어 보고 안 건너 간다‘ ‘돌다리를
항상 두들겨 보고 남이 건너는 걸 지켜본 뒤 건넌다‘ 등등 갖가지 농담들이 많았다.
실제로 토요타 일본 본사와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하기에 이 보다 더 나은 표현이 없다. 오랜만에 김기자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서 첫 번째 bias를 넣어준
범인이 내가 아닌가 하는 뜨끔함에 웃었다.
P.S. 그 이후 김태진 기자는 일본에 유학 해서 토요타를 중심으로 한 일본 자동차계 전반을 공부하고 핵심인사들과 관계를 형성했다. 그 동기가 된 순간이 바로 롯데호텔 일식집에서 였던 걸까…
지난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의 딸이 최근 PR회사를
차렸다는 이야기다. 딸의 이름을 딴 유한회사 형식인데 그녀의 나이가
19세란다. 회사..그 중에서도 PR회사 사업자 코드를 따서 차린 이유는 개인적인 재무관리 차원이라고는 하는데 페일린의 이슈들이 늘 그렇듯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19세부터 PR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이른 나이에 곧 큰 거물이 되겠다. 주요 사업부분으로는 Public Affairs, Lobbying 그리고 Public Relations라고 한다. 흥미롭다.
자주 가는 논현동 모 이자까야에 가서 술 한잔을 하면서 든 생각. 오래
전부터 PR업계 분들하고 자주 모임을 가진 집이고, 음식과
안주에 대한 반응들이 좋아 자주 가게 된다. 얼마 전 가게에서의 주문 대화.
“흠…술은 일단 뭘로 할까요? 쿠보타천슈
어때? 그게 좀 가격도 좋고 먹을 만 하던데. 여기요…구보타천슈 일단 하나 하고요…”
“어…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쿠보타천슈가…없는데요. 다른
것은 어떠세요?”
“(약간 실망해서) 그래요? 흠…그럼…이걸로 주세요.”
“그리고…안주는 이카고노와다 한 접시 내주시고.”
“어…손님. 요즘 이까가 안 들어와서요. 죄송합니다. 혹시 사시미고노와다는 어떠신가요?”
“사시미고노와다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됐습니다. 그러면…고야참프루 하나 주세요.”
“어이구. 손님. 자꾸 죄송해요. 그것도 안됩니다.”
결국 여러 다른 안주로 다른 술을 마시고 나왔지만…나올 때 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일단 가게에서 자주 재고가 없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힘든 제품의 경우에는 그렇게 딱하니 메인 메뉴 상단에 위치해 놓으면 안되는거 아닐까?
그리고 평소에는 잘하다가도 재료가 안 들어오거나 (몇주간) 이제는 자신 있게 내 놓을 수 없게 되었으면 메뉴에서 그 안주는 일단 빼야 하는 게 아닐까? 왜냐하면
사람들은 예전 이 집에서 맛본 그 안주를 기억하면서 그 집을 찾아오곤 하기 때문이다.
이자까야와 같이 PR대행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대행사 자사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모든 분야와 서비스들을 제대로 서브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솔직하게 Investor Relations, Government
Relations를 하지 못하면 메뉴에서는 빼야 하지 않을까. Crisis Communication
or management에 대해 제대로 서브할 쉐프가 없으면 일단 우리가 잘한다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경험상 이런 분야나 저런 분야나 어떻게든 맡아 해 보면 되더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또…일단 손님이 이까고노와다를 시키면 그 때가서 옆집에서 이까를 빌려오거나, 고노와다를 잘 손질할 줄 아는 신입 쉐프를 얼른 뽑아다가 서브를 하는 건 좀 넌센스 아닌가.
더더구나…신선한 고노와다에 버무린 어린 이까를 기대하는 손님에게…오징어를 비릿한 고노와다에 처박아 내면서 ‘이게 이까고노와다입니다‘ 하는 건 일종의 윤리를 넘어 범죄 아닌가.
그러니까 손님들도 “여기 이자까야는 ‘처음처럼‘이 제일 맛있어” 하는 거 아닐까? ‘처음처럼‘ 소주만 맛있는 이자까야 같은 곳이 우리 PR대행사들 중에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