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s advocate

3월 082012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곧 위기관리 컨설턴트

Devil’s Advocate
(열띤 논의가 이뤄지도록)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선의의 비판자 노릇을 하는 사람] [네이버 사전]


기업 내부 인력들과 함께 실제 앞으로 예상되는 이슈에 대해 전략적 대응 논리와 메시지를 만드는 워크샵을 할 때 이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

대응 논리와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예상 가능한 최악의 질문들’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이 탄생한다.

“사실 이 사업은 우리가 문제 있다고 원래 알고 있었던 거잖아요? NGO쪽에서 이 사실에 대해 ‘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일을 진행했느냐?’하고 물으면 솔직히 우린 할말이 없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팀장을 위기 관리 워크샵을 할 때는 ‘비판’하면 안 된다. “당신은 실무자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이런 식의 비판이나 폄하는 위기 시 조직을 위해 이득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런 실질적 문제점이나 상황적 불리함을 가능한 많이 쏟아 내 놓는 내부 사람들이 있어야 충분한 대비가 가능하다.

외부의 컨설턴트들도 마찬가지다. “네, 맞습니다” “아 그렇군요”로 점철되는 컨설턴트는 코디네이터형이나 조정형 코칭 방식으로 이해되지만, 중요한 이슈들에 있어서는 정확하고 악랄한(?) ‘악마의 대변인’으로 변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가 정부관계자라면 귀사가 그런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실 때 상당한 반감을 가질 것입니다. 과징금이나 생산판매금지까지의 악영향을 초래하면서도 그런 논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같은 까다로운 질문을 해야 한다.

이런 악마의 질문이 있어야 해당 기업에서는 “우리의 논리가 정부에게는 무리가 있구나. 그러면 정부에게는 이 논리를 어떻게 변환시켜 전달해야 하나?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논리적 통합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하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악마의 질문 없이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그냥 그런 논리로 밀어 부치지 뭐” 이런 식의 자화자찬만 존재하면 실제 위기 발생시 현실적 장애물을 만나게 되곤 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있어서도 이 악마의 대변인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의 위기관리 팀에게 실제적인 위기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빠른 대응안을 마련해 달라 주문한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워룸에 모인 CEO와 임원들은 진지한 토론을 하면서도 실제와는 다른 시뮬레이션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게 문제다.

예를 들어 ‘OOO제품의 심각한 이물질과 이전 유사 이물질 사례에 대한 재논란 쟁점화’ 시나리오라면, 워룸내의 CEO와 임원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이 정도 상황이면 이 제품을 접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데…어쩔 수 없겠네. 이렇게 치명적이면 뭔가 전사적인 결단이 있어야 하겠네”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의사결정을 단정해 버린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그렇게 간단하게 의사결정을 몰고 갈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이 때 필요한 사람이 악마의 대변인이다. 워룸에 모인 CEO와 임원들에게 악마의 대변인은 이렇게 주문한다.

“안됩니다. 절대 안돼요. 올해 저희 매출목표가 얼마입니까? 만약 이 제품라인을 접거나 일정기간 판매 중지하면 우리가 올해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요? 안되지요? 머리를 짜내 보세요. 해당 제품라인을 살리면서, 매출에도 빠른 회복이 있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는 어려운 요청을 하는 거다.

당연히 CEO와 임원들은 머리를 짜낸다. 이 때부터 현실적인 토론이 시작된다. “어떻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들을 해야 하며 그 전략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의사결정을 모으게 된다.

일부에서는 “그러면 확실히 우리의 Not Guilty”를 주장하는 의미에서 CEO께서 기자회견을 하시고 우리의 결백을 밝혀 주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라는 의견을 내 놓으면 CEO께서 끄덕이시기 전에 이 악마의 대변인이 끼어 든다. “안됩니다. 안돼요. CEO께서는 기자회견을 하실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CEO께서는 부정적인 이슈로 기자회견을 하시거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왜 지금 같은 상황에서 CEO께서 그런 행동을 하셔야 하지요?”하는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임원들의 인상은 또 한번 찌그러진다. “이것 저것 다 안돼 안돼하면 어쩌자는 거야? 우리보고 시뮬레이션 접으라는 소리인가?”하고 반발하는 임원들도 생겨난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 도출될 수 있는 당연한 요청과 질문을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하고, 토론해 보는 그 자체가 위기관리 역량이니 어쩔 수 없다. 입에 쓴 약이 몸에 달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항상 최악을 예상하고, 항상 부정적인 상황을 제시해야 한다. 반론에 익숙해야 하고, 클라이언트들이 보지 않고 지나가는 문제의 부스러기들을 모아 눈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악마처럼 집요하게 질문하고 무리한 요청을 하며 미친 듯 압박해야 한다. 이 악마의 대변인과의 씨름을 통해 기업 임원들을 실제적인 위기관리 경험과 역량을 쌓게 된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고,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악마의 대변인을 기억하면서 스스로 좀 더 나은 논리와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3월 072010 Tagged with , , , , 2 Responses

솔직해서 멋있다: 한국형 스핀닥터론

이 수석은 최근 사석에서 ‘한국형 스핀닥터론’을 폈다. “미국의 경우 스핀닥터는 홍보전략을 정교하게 짜서 대통령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만 연구하는 전문가이지만 우리는 다르다. 스핀닥터는 관전자일 뿐 아니라 게이머 역할도 해야 한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난 게임하는 사람이다. 이슈 파이팅의 주체로서 진검승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한국에서 대통령과 참모는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잘되면 충신이 되고, 잘 못되면 역사의 간신으로 남는 것이다.” [중앙일보]

아주 아주 흥미로운 인사이트다. 기업에서도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홍보담당자가 완전하게 CEO편에 서느냐, (devil’s advocate 같은 의미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편에 서느냐, (모니터의 입장으로) 중립적인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갈등이 많은데이 수석의 말씀은 아주 현실적이고 솔직한 인사이트를 준다.

대통령을 ‘기업’으로 보고 그에 충실한 스핀닥터로서의 역할을 실행 하시고 있는 듯 하다. 아주 솔직해서 멋지다.

관련 포스팅:

 

뻔뻔해야 살아 남는다: Robert Pattinson의 Publicist

홍보담당자, 당신 어떻게 그럴 수있어?

12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 , 7 Responses

Insights from CCP

어제 토요일 부터 약 3주간 주말마다 Crisis Communication Coach 양성을 위한 CCP를 시작했다. 총 12명의 Coach Wannabe들께서 참가 해 주셨다. 모두 현직에서 PR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 Crisis Communication을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과 하루 종일 귀중한 주말 시간을 함께 하면서 Crisis Communication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들을 토론하고, insight들을 공유했다. Crisis Communication Coach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인 Case Study 부분은 각자가 전형적인 Crisis Communication Habits에 대한 insight들을 제공해서 더욱 유익했다.

몇가지 다시 한번 확인 하거나 새롭게 얻은 Crisis Communication 관련 insight들을 정리 해 본다.

1. 기업과 실무자의 철학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Crisis Communication은 성공할 수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Crisis Communication은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니다. 성공적 Crisis Communication 철학이 부재하면 절대로 Crisis Communication은 성공할 수 없다. Crisis Communication을 논하면서 부실한 철학을 소급해 안타까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2. Crisis Comunication을 실행함에 있어 자신이 항상 기업 Mantra 위에 서있는가를 확인 점검 할 것

모든 어려운 상황과 복잡성을 쉽고 단순하게 정리해 주는 힘은 ‘원칙’에서 온다. 아무리 어려운 질문도 ‘원칙’에 충실하면 단숨에 해결이 된다. 수없이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그 안에는 원칙이 핵심이다. 비행기가 추락을 했다. 기업의 crisis communication 원칙은 무엇인가? 박살이 난 채 불에 타고 있는 비행기가 중요한가? 그 안에서 죽어가는 탑승객들이 중요한가? 기업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빨리 관리를 해야 하고,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하는가를 원칙에 입각해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3. 시각을 180도 바꿔라.

항상 안타까운 것은 PR 실무자가 회사의 시각만으로 이슈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훌륭한 PR 실무자들은 제3자의 시각을 굳건히 견지하고 있는 자들이다. 회사의 시각만으로 이슈들을 바라보는 것은 외눈박이와 다름이 없다. 또 PR 실무자가 회사의 시각만을 견지하고 있다면 다른 회사 구성원들도 똑같은 상황에서 PR 실무자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성공적 Crisis Communication을 위해서 항상 이렇게 주문을 한다. “일단 오디언스의 입장에 서서 그 이슈를 바라봐바. 어떤 느낌을 가질 것 같아?”

그런데 이게 힘들다. 진짜 힘들다. 거의 불가능해 보일 만큼 힘들다.

4. 프로세스를 잊지마라

위기가 발생했다. 첫번째 해야 할일은 해당 위기상황을 둘러싼 상황의 파악이다. 상황파악 이후 포지션을 정해야 한다. 포지션을 정한 후 키메시지를 만들고,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일련의 프로세스다. 이를 건너 뛰거나 앞뒤로 뒤죽박죽 전개하다 보면 항상 Crisis Communication에 헛점이 드러나게 되고, 오디언스를 화나게 하게 되며, 해당 기업은 실패의 쓴잔을 마신다.

5. 아이디어로 승부하지 말아라

Crisis Communication에서 경계해야 할 몇가지가 있다면, 아이디어, 고집, 피해의식, 비인간적 감정, 두려움 일 것이다. 특히 아이디어로 접근하지 말자. 커뮤니케이션은 아이디어로 되는 것이 아니다.

6. 목적과 목표를 잊지말라. 단, 그 목적과 목표는 오디언스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져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이전으로 돌려 놓아야 하는 것은 오디언스의 마음과 감정과 평가다. 불타버린 건물이나, 리콜해 공장에 쌓여있는 제품이나,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장이나, 앞으로 전개될 손해배상 소송들은 그 다음 이슈다. Crisis Communication은 오디언스에게 stick되어 있는게 정상이다. 여론의 법정에서 이기기 위해 오디언스가 중심이 되는 목적과 목표를 잘 설정해 시작을 하라는 말이다.

7. 많은 부분 법은 여론에 후행한다.

잘 못 관리된 위기는 성난 여론을 만들어 내고, 그 성난 여론은 새롭거나 강력한 법과 규제들을 만든다. 이러한 사회적 강제력들은 다시 기업에게 채찍이 되고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단순히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 해프닝으로만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

8. Crisis Communication을 위해 클라이언트를 설득 하는 것은 아무리 유능한 코치라도 무척 어렵다.

기업과 인하우스 실무자들이 공유해 왔던 기존 철학과 해당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들내에서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180도로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어렵다. 이러한 견고성을 푸는 방법은 코치의 강력한 명성과 커뮤니케이션 스킬뿐이다. 그리고 그에 하나를 더 하자면, 변화 하고자 하는 기업과 인하우스 실무자들의 태도다. 이 중에 하나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인하우스와 코치가 마주 앉았다면…결과는 뻔하다. 미안하지만 시작해 볼 필요도 없다. 차라리 External Council에게 지불 할 fee 몇천에서 몇억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부하는게 낫다.

9. 성공했다 주장하거나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crisis communication이 많지만…사실은 아니다

Crisis Communication 평가에 관한 문제인데, 이는 근본적으로 정치적이고 내부중심적이고 편향적이다. 간단하게 말해 기업의 CEO가 박수를 쳐 주시면 그게 성공이다. 그렇지만…이 박수가 진정한 오디언스의 평가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10. Devil’s Advocate이 되라

이것이 Crisis Communication Coach의 역할이자 임무다. 될 수 없다거나 또는 힘들다면 코치가 되겠다는 생각은 빨리 포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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