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밤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와 관련 하여 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 그룹의 이웅렬 회장은 그 다음날인 18일 아침 6시경 현장을 방문했다. 직접 사과문을 읽고 머리를 숙여 사죄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그룹
사실 기자의 말이 맞는게 아닐까?
어제 모 기자와 함께 저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기자의 후배기자가 어떤 기업의 부실한 매출과 최근 분위기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러자, 바로 해당 기업의 홍보담당자가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단다.
홍보담당자: “O기자님, 저 OOO인데요. 방금 그 기사요. 사실
해석상의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좋아지고 있는 데 그렇게 표현을 하시면 저희가 좀 곤란해
지거든요…(여러 가지 설명) …좀 기사를 빼주시면
안될까요? 부탁 좀 드릴께요…네?”
기사를 쓴 기자: “이해는 하겠는데요. 저는 사실 있는 대로 썼습니다. 그리고 기사 빼는 거는 제가 하는
게 아니라 데스크하고 두루 두루 상의해야 하는 문제예요. 저는 힘 없습니다.”
홍보담당자가 계속 전화와 사정을 하고 항의를 하자…그 기자는 팀장인
어제 그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고 한다.
기사를 쓴 기자: “선배,
OO쪽에서 이번 기사보고 난리인데요? 이렇구 저렇구 해서 기사가 정확하지 않고, 문제가 있으니 빼 줄 수 있냐고 물어와서요…”
선배 기자: “야, OO 홍보담당자 OOO이 나에게 전화 하라 그래.”
바로 홍보담당자가 전화를 해 왔단다.
홍보담당자: “O팀장님, 저
다름이 아니고요…”
선배 기자: “O선수. 기사가
틀렸으면 어디가 틀렸다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 고쳐줄게. 틀린
부분이 있어?”
홍보담당자: “아뇨…그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
선배 기자: “O선수. 해석은
우리가 하는 거야. 그리고 전반적으로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게 당신네 회사의 현재 사정이랑 완전 달라?”
홍보담당자: “그렇지는 않은데…그게 그런 기사가 나가면 조금 문제가….”
선배 기자: “사실이 아닌 내용들로 쓴 것도 아니고. 그 기사가 현실과 다르지도 않는데 기사를 빼달라고 하는 건 당신 회사 좋을라고 하는 이야기 아니야? 우리 취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그로 인해서 당신네 회사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소송을 해. 소송을 해서 우리 기사가 틀렸다는 걸 입증하란 말이야.”
홍보담당자: “아휴….O팀장님. 제발…”
많은 홍보담당자들이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바로 본능적으로 전화를 돌린다. 또 어려서부터 그러라고 훈련을 받았다.
기자들과 같이 앉아 저녁 식사를 하거나 소주 한잔 하다 보면…여러
홍보담당자들이 내일자 기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피드백을 보내오는 내용들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별반 대응 논리나 사실관계 확인에 따른 정확한 대안 제시가 없다. 대부분이 인간적 사정들과 자사의 입장만을 토로할 뿐이다. 당연히
기자들은 그런 피드백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홍보담당자들이 “핵심 메시지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핵심 메시지 없이 인간적인 관계만을 내세우는 선수들이
더 많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도 현직에서는 많은 부분 그랬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그 기자에 의하면 그 기사는 빠졌다고 한다. 어떻게 빠졌을까?
그 홍보담당자가 자신의 최고위 상사이자 그룹 홍보실 임원에게 SOS를
친 덕분이었다. 그 홍보실 임원이 그 팀장 기자와 형제 같은 사이였고,
그 홍보임원이 “계열사 홍보담당인 OOO이를
내가 혼 낼 테니…내 얼굴 봐서라도 좀 어떻게 해 줘“했단다.
결국…
핵심 메시지나 논리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도 현실이다. 바람 직
하거나 발전적이지는 않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현실이다.
재미있는 세상 아닌가.
모르면 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홍보담당자 중 그래도 가장 힘들다(?) 여겨지는 곳이 소위 말하는 오너 그룹사 홍보담당자들이다. 겉으로는 그룹사니까 홍보예산 하나는 확실하겠다 생각되지만, ‘오너’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일부 예산이지 평소 가용하는 예산은 차라리 잘나가는 중견기업 보다 못 한 곳들이 많은 듯 하다. (잘나가는 중견기업은 고급 술집에 가도…오너 그룹사 홍보담당자들은 2급 술집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너의 심중을 잘 다루어야 하는 홍보팀이 가장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이슈는 바로 오너 일가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다. 특히…연세 지긋하신 오너분은 스스로 만드시는 이슈가 적은데 비해 열혈 2세나 3세들은 마치 언제 터질찌 모르는 시한폭탄이라 힘들다. (이 부분은 종종 TV드라마 설정으로도 자주 등장 할 만큼 일반 상식수준이 된 듯 하다)
대부분 조용하고 외국에 나가 잘알려져 있지 않는 2-3세들에 비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자꾸 망하는 사업들을 벌여 나간다거나, 소문 안 좋은 인사들과 어울려 다닌다거나, 미국에 살거나 공부하면서 자꾸 한국에 와 지내는 시간들이 많은 부류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그룹들이다.
그 이슈들 중에 소비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 시선에 드는 이슈들은 각종 탈법, 불법 사례들로…
- 주식내부자거래
- 주식싯가조정(작전)
- 투자실패
- 경영권 분쟁
- 탈세
- 음주운전
- 마약관련
- 폭행
- 연예인등과의 스캔들
- 기타 각종 개인사 관련 사실 및 루머 (행실)
홍보팀들이 지금까지는 해당 이슈들에 대해서는 사내의 1급 경계 이슈로 분류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언론에 기사나 보도화 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을 해왔다. 말그대로 목숨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해당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홍보실과 그룹사 전체의 역량을 발휘해 일간지와 TV방송에 대해서는 기사 및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일부 이슈들의 경우 경찰, 국세청, 검찰, 금감원등이 소스이므로 그들의 보도자료에서 자사의 정보를 이니셜 또는 무명 처리하는 게 그 다음 처리 방식이었다.
예를들어 ‘짱가그룹 오너 3세가 청담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면서 람보르기니를 시속 300km로 몰고가다 경찰에 검거되었다’는 내용이라면 이 기사를 이렇게 처리한 후 사내에서 오너분에게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것으로 어필하곤 했다.
‘모 그룹 오너 3세가 청담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면서…’
‘대기업 J사 오너 손자가….’
‘Z그룹…’
운 좋게도 업계에 짱가그룹, 징가그룹, 중가그룹, 쟁가그룹등이 있으면 이런 이니셜 놀이는 아주 효과가 좋았다.
그렇지만….이제는…다르다.
연세드신 오너분들에게 보고하기에 아직까지는 조중동에 이니셜 처리된 기사가 먹히겠지만…온라인이 문제인거다. 따라서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결과와 그 확산 네트워크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오너에게 일반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팀이 사내적으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강조하지 않는 것이 홍보팀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포지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위 기사를 보면서 문득 들었다. 아니겠지…
POC의 확장과 메시징의 품질
기업이나 공공기관 정부부처들이 최근들어 소셜미디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렛들을 양산해서 보유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아웃렛이어야 봤자…출입기자, 홈페이지, 핫라인(소비자상담센터), 직통전화, 이메일, 또는 그 밖에 각종 POC물들이 전부였다.
반면 현재는 여기에다 기업블로그, 브랜드블로그, 트위터류의 마이크로블로그들, 각자 미니홈피에 이벤트 사이트 그리고 VIP의 개인 블로그 및 트위터까지 그 수나 종류가 수백배 더 증가했다.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아웃렛이 증가함에 따라 내부에서 전달할 컨텐츠의 수가 함께 증가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생겨난다. 또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욕구나 필요성 또한 그 아웃렛의 증가와 함께 증가하지 못했다.
조직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인력의 수 또한 그 아웃렛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수요와 포맷을 충족시킬만큼 조직화되지도 못했다. 또한, 그 늘어난 커뮤니케이션 아웃렛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스피드를 따라가거나 충족할만큼의 조직적 의사결정 스피드는 더더욱 갖추어지지 않았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도 제대로 된 ‘전략적 메시징’에 어려움을 겪는 조직들이다. 그런 조직들이 하나의 빅뱅 처럼 늘어난 대공중 또는 대소비자 접점에서 전략적인 메시징을 하고 있는 지는 큰 의문이다.
조직의 공식적인 입장을 포함하는 메시지들이 전략적으로 디자인되어 효율적으로 전달 되는 데 있어서 알바들이나 쥬니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상적이라면 가장 고급의 정보를 폭넓게 가지고 있는 전문가 VIP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시고, 그 아래 완전하게 align되어지고 트레이닝을 받은 전문가 운영자 그룹이 커뮤니케이션 아웃렛 각각에 충분한 인력으로 배치되어 있는 경우겠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영원히 불가능해 보인다.
그 차선책은 무얼까?
차선책은 컨트롤할 수 없이 늘어난 커뮤니케이션 아웃렛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컨트롤이 가능할 수준의 아웃렛만을 남기고 남이 하니까 우리도 따라한 아웃렛들을 아쉽지만 정리하란 말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커뮤니케이션 아웃렛을 담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과 규모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에 이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메시징 기술의 훈련을 강화해 일당백의 전략적 메시지 메이커로 성장시키는 게 필요하다. 물론 충분한 정보의 공유와 학습은 필수다. (파트타임으로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인력들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코치하고 또 모니터링하면서 전문적인 피드백을 실시간 개념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VIP나 임원들이 직접 모니터링 하시기 불가능하다면 이런 외부 검증 시스템이 대안이다.
위의 세가지는 사실 모두 조직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주문들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저 하늘의 별 처럼 많은 커뮤니케이션 아웃렛을 띄워놓고…대부분의 아웃렛을 무덤화하면서 “왜 우리는 소통이 이렇게 힘든가?”하는 반복적 아쉬움이 자연스레 없어질 확률보다는 그래도 현실성에 있어 낫다.
커뮤니케이션은 한번을 해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게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라고 한다.
그건 네 생각이고~!
기업들이 위기관리 하는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면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자주 발견한다. 그들 전체에게 ‘이론과 실제는 틀리다’는 생각이 아주 뿌리깊이 심겨져 있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훌륭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도 실제 위기가 벌어지면 그냥 번개불에 콩을 볶아 먹듯 위기관리를 한다.
이미 시스템에 규정되어 있는 프로세스와 원칙들을 두어개씩 건너뛰면서, 시스템이 그렇게 하지 말라(Don’ts)했었던 ‘직관에만 의존’해서 전략적이지 못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지른다(!).
상황분석 없이 핵심 메시지를 만든다거나, 포지션을 정한다. 메시지 없이 그냥 애드립으로 여러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해명을 바란다. CEO는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실무자들만 노심초사하고 전화통만 붙잡고 산다. 직접 이번 위기에 연관되어 오너십을 부여 받았었던 실무팀은 워크샵을 떠난다.
어떻게 위기가 관리되는 지 아무도 모른다. 예측이 불가능한거다. 시스템의 ‘시’자도 모르는 기업이면 당연하겠지만…어떻게 CEO부터 모든 실무팀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큰 한울타리안에 들어와 여러 구조를 함께 만들고,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받고 서로에게 박수를 치던 그 분들이 막상 실전에서 이럴수가 있을까?
개그코너에서와 같이 “그건 네 생각이고~~~이론이나 원칙, 프로세스 그리고 시스템이라는 건 그네들의 생각일 뿐이고. 시스템구축은 없는 예산속에서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거 였으니 했던 것 뿐이고.” 이거다.
바빠죽겠는데…그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고. 그들에게 “그건 네 생각일 뿐”이다. 항상.
몇주전 아주 친한 모 그룹 홍보임원이 술자리에서 이런말을 했다.
“형님, 형님쪽(그룹 홍보실)에서 한번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드라이브를 걸어보시는게 어때요. 전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쭉…”
“야…야…뭐 필요가 있어. 우린 매일 매일이 위기야. 지금도 위기관리 하고 있는데 뭐…”
옆에서 같이 한잔 하던 모 외국계 홍보팀장이 이런말을 덧 붙인다.
“이 회사는 그런거 안해. 그냥 부딪히는 쪽이지…그런거 노인네들이 싫어 해”
누가 누구에게 말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