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5월 292009 Tagged with , , , , , , , , , , 2 Responses

그건 네 생각이고~!

기업들이 위기관리 하는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면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자주 발견한다. 그들 전체에게 ‘이론과 실제는 틀리다’는 생각이 아주 뿌리깊이 심겨져 있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훌륭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도 실제 위기가 벌어지면 그냥 번개불에 콩을 볶아 먹듯 위기관리를 한다.

이미 시스템에 규정되어 있는 프로세스와 원칙들을 두어개씩 건너뛰면서, 시스템이 그렇게 하지 말라(Don’ts)했었던 ‘직관에만 의존’해서 전략적이지 못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지른다(!).

상황분석 없이 핵심 메시지를 만든다거나, 포지션을 정한다. 메시지 없이 그냥 애드립으로 여러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해명을 바란다. CEO는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실무자들만 노심초사하고 전화통만 붙잡고 산다. 직접 이번 위기에 연관되어 오너십을 부여 받았었던 실무팀은 워크샵을 떠난다.

어떻게 위기가 관리되는 지 아무도 모른다. 예측이 불가능한거다. 시스템의 ‘시’자도 모르는 기업이면 당연하겠지만…어떻게 CEO부터 모든 실무팀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큰 한울타리안에 들어와 여러 구조를 함께 만들고, 워크샵과 트레이닝을 받고 서로에게 박수를 치던 그 분들이 막상 실전에서 이럴수가 있을까?

“이론은 실제와 달라. 시스템은 시스템이고 실제 움직이는 건 우리지.”


개그코너에서와 같이 “그건 네 생각이고~~~이론이나 원칙, 프로세스 그리고 시스템이라는 건 그네들의 생각일 뿐이고. 시스템구축은 없는 예산속에서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거 였으니 했던 것 뿐이고.” 이거다.

바빠죽겠는데…그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고. 그들에게 “그건 네 생각일 뿐”이다. 항상.

몇주전 아주 친한 모 그룹 홍보임원이 술자리에서 이런말을 했다.

“형님, 형님쪽(그룹 홍보실)에서 한번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드라이브를 걸어보시는게 어때요. 전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쭉…”

“야…야…뭐 필요가 있어. 우린 매일 매일이 위기야. 지금도 위기관리 하고 있는데 뭐…”

옆에서 같이 한잔 하던 모 외국계 홍보팀장이 이런말을 덧 붙인다.

“이 회사는 그런거 안해. 그냥 부딪히는 쪽이지…그런거 노인네들이 싫어 해”

누가 누구에게 말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그건 네 생각이고~!!!!”


아닌가?

5월 29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CI(Commander’s Intent)의 양면

CI(Commander’s Intent)는 사실 양날 선 칼이다.

CI란 위기관리에 있어서 최상부의 의지가 전 조직에 골고루 공유되고 그에 연장선상에서 일선 위기관리가 이루어 지는 시스템이다. 세부적인 Do’s and Don’ts가 없어도 결과적으로 큰 틀에서 평소 이해하고 있던 최상부의 의지가 반영되고 관철되면 위기관리에 있어 성공을 거둘수 있다는 거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28일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각 대응 하라”고 전군에 지시했다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장관은 “북한이 먼저 우리 함정 또는 초소나 민간 선박 등에 대해 타격해 오면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즉각 대응하라”면서 “ 반드시 이겨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
중앙일보]



효율성이나 스피드 측면에서 그리고 현실성 측면에서 매우 이상적인 시스템은 틀림없다.

굳이 이 시스템의 취약성을 몇개 이야기 하자면…

최상부의 의지가 항상 일관적으로 지속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아냐, 아냐 내가 언제 그랬어. 그건 어제 생각이지. 오늘은 아냐”

최상부의 의지를 이해하긴 하지만, 확실한 그 범위와 깊이를 실행에 반영하긴 힘들다. “누가 거기까지 가라그랬어?” “아니 그 정도밖에 못해? 아주 기대 이하인데…”

큰 그림을 볼 수 없는 일선에의 권한위임은 전체적 통합 운영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저기 혼자 뛰어 가는 놈은 뭐야? 얘는 어디갔어 지금?”

하지만.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다. 이론뿐 아니라 현실에서 그 효과성을 실제 입증할 수 있을 때만 말이다.


2월 262009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이상적 위기관리와 현실적 위기관리

쥬니어 시절 선배들로 부터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들 중 하나가 ‘너무 이상적이야’하는 투의 말들이었다. 꿈을 꾸고 있다는 비아냥(!)도 술자리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말씀을 해 주신분이 나와 가장 가까운 분들 중 한분이 되어 있지만…)

그당시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다. ‘이상적인 것이 곧 현실적인 거야. 두고봐. 언젠가 그게 맞다고 생각할 날들이 올꺼니까.”

그리고 이런 말들을 싫어했다. ‘너무 교과서적이야. 현실은 교과서와 틀려’ 그때는 이런말을 하는 사람들과 싸웠다. ‘이론과 현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당신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하면서 클라이언트들의 마음속을 읽다보면 위와 똑같은 갈등을 함께 읽게된다.

이상적인 위기관리 그리고 현실적인 위기관리 사이의 갈등이다.

‘내가 위기관리에 대해서 배웠을 때는 기업이 항상 고객과 소비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배웠지. 그러면 이번 이슈에 대해서는 고객과 소비자들을 생각해서 자발적 리콜을 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되는 것 아닐까?’

‘말도안되. 올 한해 장사를 다 해도 그 비용을 감당 할 수는 없어. 회사가 망한 후에도 위기관리 타령을 한껀가? 현실적인 위기관리는 이번 사안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거야.’

‘만약 그냥 넘어가려다가 이 일이 더커지고,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면 어쩔라고 그래? 이번이 우리가 고객과 소비자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강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쓸데없는 소리. 우리가 그들에게 우리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다른데도 많아. 일단 이번 것은 그냥 넘어가자구. 왜 그렇게 일을 벌릴라고 그래?’

‘아냐…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아.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거든.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이번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우리가 선수를 치자는 거야.’

‘말이 안 통하는구나. 당신은 너무 이상적이야. 이론적이구. 왜 현실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나? 하루 이틀 사업한 것도 아니고.’

‘나도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항상 왜 그렇게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지 몰라. 저번에도 그렇게 당하고 나서는 말이지. 실패에서 배우는 학습이 없는건가?’

이런 갈등들이다.

위기관리 코치는 이 갈등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 할까? 정답은 항상 클라이언트의 마음 속에 있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위기관리 방식을 원하는 가를 읽는 것이 코치가 해야 할 가장 첫번째 일이다. 일단 클라이언트가 어떤 방식을 원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런 클라이언트의 방식에 어떤 pros와 cons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그 다음단계다. 선택은 클라이언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치는 그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하게 클라이언트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코치는 실행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측은 한다. 그 예측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선택을 하는 클라이언트는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위기관리 코치가 할 수 있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거의 유일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와 싸우는 코치가 가장 저급이다.

 

 

9월 11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현실과 이론은 다르거든요~??

기업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을 때의 올바른 대응방식은 ‘신속·투명·솔직’이란 3대 원칙으로 요약된다.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은폐·축소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거나 장기화한 사례가 적잖다. “사고를 신속히 공개하고, 최고경영자가
사고수습을 주도하며,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했던 ‘돌발사태와 기업의 위기대응’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꼭 이론처럼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삼성 비자금 양심고백’이 나오자 삼성 전략기획실은 “근거 없는
허위폭로가 잇따르고 억측과 오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부인했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5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발뺌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삼성 전략기획실의 고위임원에게 “왜 보고서 내용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의 대답은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겨레, 한겨레프리즘, GS칼텍스의 위기대응]

한겨레 곽정수 대기자님께서 아주 insightful한 칼럼을 쓰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삼성이 움직이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삼성 관계자의 언급까지 포함시켰다.

흥미롭다.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다르다”는 답변이. 삼성이라는 조직이 그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이론’으로 치부한다는 게 놀랍다. 언제부터 기업의 철학이 책장안에 처박아 놀 이론 따위로 변했나?

  • 인간으로서 부모를 공경해라. “현실은 이론과 다르거든요~”
  • 정직해라.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현실과 이론은 다르거든요~”
  • 도둑질하지 말아. 나쁜사람이야. “에이…현실과 이론은 다르거든요~”
  • 살인하면 안되.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죄악이야. “헤헤헤…이론과 현실은…”

입장을 바꿔 놓고 보자는 거다. 아무리 윗 어른께서 시켜서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이론 타령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