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

4월 202012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

다양한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들을 하나 하나씩 들여다 보자. 재미있는 증상들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위기 발생 시 CEO께서 여러 이유로 위기관리에 관여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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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위기시 해당 기업은 전혀 움직임이나 대응이 없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이는 데 내부나 외부로 공유되는 아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중소규모의 회의들만 계속되고, 실무자들은 상황보고를 위한 문서작업으로 시간을 보낸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선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도 없는 상황.


두번째는 CEO가 직접 위기관리는 지휘하시는데 위기관리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아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통합적인 실행이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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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부서장들이 CEO에게 따로 따로 각각 보고한다. CEO 룸 바깥에 각자 보고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내부 구성원들은 아무도 모른다. CEO 혼자만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 부서들은 CEO께서 단편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한다. 부서간에 다른 부서의 활동이나 메시지를 서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회사가 중구난방의 위기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위기관리 실행을 담당할 부서들의 R&R(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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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이해관계자 접점들은 모두 열려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론은 부정적인 기사들을 마구 써대는 데 그에 대한 대응이 힘들다. 아무 임원이나 아는 데스크들을 만나고 다닌다. 정부기관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는데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미팅을 미룬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가 워룸에 모여서 무언가는 하시는데 일선에 명령이 떨어지거나 실행이 진행되는 것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일부 이해관계자 접점에서는 당황스러운 각개 전투가 벌어진다.


네번째는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관리 개념이나 체계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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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불만제로나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이 매장이나 상담사, 지점이나 공장을 마구 방문해 취재해 간다. 일선에서는 기자들이나 PD들을 밀치고, 때리고, 욕지거리를 한다. 마음대로 인터뷰 해서 회사에 임팩트를 준다. 본사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논의를 하는 듯 보이는 데…일선에서는 마구잡이 방어 본능이 판을 친다. 외부에서 보면 해당 회사가 마치 실성한 것(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런 회사가 오래 갈 수 있지?”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다섯번째는 최근에 목격되는 상황인데, 회사에 기업소셜미디어 채널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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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오프라인에서의 기존과 같은 위기관리는 어느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소셜미디어상에서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손을 놓게 된다. 마땅히 대응할 채널도 없고, 윗분들이 이해도 못하시고, 심지어 우리의 공식 SNS 채널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권자들이 실시간으로 알지도 못한다. (가끔 핵심 임원 자제분들이 SNS 모니터링을 해서 아버지에게 보고한다!) 소셜공중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오프라인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내서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미쳐보려 시도한다. 일부는 그러다 위기가 지나가면 그 후 부랴부랴 소셜미디어 채널을 만들고,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여섯번째도 최근 종종 목격되거나 시도되는 상황인데,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기존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과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따로 온라인 따로 소셜 따로인 느낌이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증상: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완전하게 병합되지 못해서 따로 따로 움직인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이 설계하고 구축한다. 대부분의 체계가 실행 중심이고, 비법(!)이 판을 친다. 공학적으로 모니터링하려하고, 연구자 처럼 분석하려 시도한다. 바이럴과 밀어내기 그리고 좀비 계정들을 활용하는 밑작업을 한다. 문제는 위기시 이런 모든 활동들이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결정된 전략이나 포지션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부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소셜상에서 우리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정상적인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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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위기관리 위원회, 위기 실행을 위한 명확한 주관/유관팀의 존재,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창구정리 및 통합적 실행이 진행되는 구조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도 평시와 위기시 완전히 변환(convert)되는 통합적 체계로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병합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의 경우 빠르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이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대부분 그대로 구현된다. 모든 이해관계자 접점의 창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적으로 협업된다. 외부에서 보면 일사분란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상의 일곱가지 상황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1월 312012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위기관리 시스템, 이 또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

기업 내 시스템은 사물이나 형태가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시스템은 곧 사람이고, 그들 각각에 들어 있는 ‘what to do’에 대한 생각들의 조합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사온다는 말이나, 시스템을 (뚝딱!) 만든다는 말은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이러한 체계가 공유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스템(system)’이라는 단어보다 ‘체계(體系)’라는 정감 가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려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흡사 IT시스템을 생각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도 있고, 마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잘 포장된 박스에 담겨 팔리는 공산품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어서 한마디로 ‘체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매니저 입장에서는 업무의 단순화 효율화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기 때문에, 이 체계라는 것을 좀 어떻게 한번에 구입하거나, 단순하게 가져다 심으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해본 분들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더 현실적인 위기관리 매니저들의 고민은 ‘체계가 곧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고, 공유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핵심이 있다’하면 스스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을 반신반의하는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체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그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커뮤니케이션’과 ‘공유’ ‘협업’에 대한 자신을 강하게 갖지 못한다는 부분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가 한다.

홍보부서에서 오랜 일을 한 분들일 수록 스스로 자신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있어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출입기자 또는 언론 관련 이해관계자들로 한정’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이러한 체계 구축 과정상 분명한 걸림돌이 된다. 심지어 “왜 홍보팀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라는 직접적인 질문을 받을 때는 상당히 어렵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는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내 역량이 있다. 기업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션과 콜래보레이션에 일정기간 이상 익숙해야 하고, 이를 스스로 자기 부서의 직무기술의 중요한 핵심으로 정립하는 사전 역량이 그것이다.

기업의 대소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인하우스 내부의 위기관리 매니저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못하고, 내부에서의 코디네이션을 낯설어 하며, 협업에 대해 자신이 빈약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는 비율이 매우 희박하다는 경험칙을 가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니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말 그대로의 ‘시스템’으로 납품을 받지만, 그 ‘시스템’은 그냥 시스템으로 조직내부에서 아무런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고 책장이나 서랍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어?” “위기관리에 대해 우리가 언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했었나?”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런 류의 기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끊임 없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와 협업을 이끌어 내는 그 과정과 마지막 결과물이 곧 체계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이다.

1월 042012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매니져들은 회사 내부를 먼저 보라!

기업 위기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 생각들 상호간에 공통적인 면들이 많다. 그 중 하나의 공통점이 기업 위기 매니저들이 주로 ‘밖을 먼저 본다’는 부분이다. 위로부터 “위기관리 체계를 세우라” 지시 받은 분들도 계시고, 반복되는 위기로 인해 회사에 위기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스스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앞으로 조만간 다가올 위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급히 궁금해 하시는 분도 계시다. 또 어떻게 더 나은 위기관리가 가능할 것인지 진지하게 문의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분들의 공통점이 주로 위기와 관련해서 ‘밖을 먼저 보신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한번 자신이 관리한 또는 관리하려 했었던 ‘위기’에 관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면에서 좌절하거나 한계에 부딪혔는가? 어떤 것 때문에 성공했으며, 실패했는가? 몇 십 분만 그 때 함께 위기를 관리했었던 동료들과 기억을 나누어 보면 좀더 명확한 답이 나온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가 좀 더 성공적이 될지에 대해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계속 기억하거나, 고민하거나, 좀 더 심각히 생각해 개선 발전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겠다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는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 거야?’하는 기업 임원 선배나 동료들의 ‘백지’ 질문이 참 불편하다. 그 만큼 그 분들은 ‘위기’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기업 위기 매니저들이라면 먼저 ‘속안을 보는 것‘이 맞다. 우리 회사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이 먼저다. 위기요소진단 측면에서도 위기의 발아점들은 대부분 내부에 있다. 위기를 센서링 하거나 모니터링하고, 발생직전이나 직후에 전조나 상황을 내부 보고 공유하는 체계도 내부 체계다. 상황분석을 종합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내부 구성원들의 임무다. 위기 발생시 그렇게 우리 위기 매니저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빠른 의사결정’도 내부의 역량이다.

기업 위기관리 실행은 이 모든 것들이 선행되어야 구현될 수 있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이 단계에서도 실제 실행을 하는 주체들은 내부 구성원들인 경우들이 많다. 이들이 바깥의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을 관리(management)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를 위한 대부분의 프로세스들은 ‘내부를 보는 데’에서 시작한다.

일부 위기 매니저들은 ‘밖을 보고 밖을 움직이는 것’이 ‘자사의 내부를 보고 움직이는 것’보다 쉽다 생각하기도 한다. 일종의 패배의식이다. 일개 스텝 부문 임원인 내가 어떻게 전사적 변화와 체계 구축을 시도하느냐 묻기도 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단순(!) 위기관리 이기 때문에 그냥 맡겨진 데로 위기 시 충실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데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또 일부는 수십 년간 밖을 보면서 일했기 때문에 임원이 된 지금 위기관리 체계를 위해 ‘안을 먼저 들여다 보라’는 주문에 낯설고 불편해 하기도 한다.

“그걸 내가 왜 해야 하지?” – 모든 기업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이런 기초적 질문이 스스로에게 생기면 해당 프로젝트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익숙했던 ‘위기’와 ‘위기관리’ 그리고 ‘그를 위한 체계’라는 이슈에 있어 고개를 180도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위 질문에 대해 경험했던 예전의 답들이 기억난다. 답은 대부분 내부에 있다. 이 또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12월 192011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체계가 곧 매뉴얼이란 의미는 아니다

먼저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본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대외비다. 그 존재유무에 대해서도 외부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공개하거나 자랑할 만한 주제가 아니다.

외부 언론이나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혹시 이번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 했습니까?”라 물으면 “네, 그렇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습니다.”까지가 전부다. 해당 매뉴얼은 공개하거나 그에 대해 세부적으로 왈가왈부할 주제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움직여 대응하는 체계 그 자체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매뉴얼에는 외부 공개 시 문제가 될 소지의 내용들이 들어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회사에 OOO위기 발생시 주요 이해관계자들인 OOO은 내부의 누가 컨택, 정보제공, 관리한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고, 그 대상 이해관계자들의 주요정보와 기타 어프로치 전략들이 들어있는데 이런 대외비 문건들을 어떻게 외부공개 하고, 어떻게 열람시킬 수 있겠는가? 일종의 경쟁정보이기도 하고, 일종의 불법정보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해당 매뉴얼은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전략적일 때가 있다.

체계와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체계가 있다 없다를 놓고,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판정을 내리려 시도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체계와 매뉴얼에는 그리 정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해당 위기를 매뉴얼화 해 놓지 않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뒷 부분에서 부연 설명] 또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매뉴얼만 구축해 놓은 기업들도 수 없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을 보고 체계유무를 가늠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위기에 매뉴얼이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매뉴얼화 되지 못할 위기관리 체계가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뉴얼은 모든 위기요소들에 골 고르게 분포되는 게 맞는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예를 들어 국내기업들의 현실에서 오너나 CEO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류의 매뉴얼은 존재할 수도 없을뿐더러, 존재해도 그 의미가 없다. 누가 기업 오너에게 ‘조사해 보니 회장님께서 위기요소라 우리가 회장님과 회장님 가족들의 탈법이나 범법행위를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할 수 있나? 모든 위기를 매뉴얼 화 해서 관리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업은 말할 수 없어서 말하지 않을 때도 있고, 말하지 않아야 해서 말하지 않을 때도 있다. 문제는 기업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그 기업을 판단한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영원히 이는 전략의 문제이고, 딜레마다.


4월 172010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실제로도 연락들이 잘 안된다: 비상연락망

하지만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합참이 가장 먼저 공식 보고해야 하는 라인 중 하나가 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 위기상황팀이다. 청와대 해명대로 합참이 위기상황팀에 막 보고를 하려던 참이었다 해도 공식 보고가 휴대전화를 통한 비공식 내용 전달보다 늦었던 것이다. 특히 합참 관계자가 개별적으로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시점까지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이를 몰랐다는 점에서 군 보고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바로 보고체계와 공유체계다. 이슈나 위기 발생시 보고와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대응활동이나 조치들이 시쳇말로 ‘미친년 널 뛰듯(네이버 국어 사전)’된다.

기업 홍보실에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도 항상 좌절 비슷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이 보고/연결 체계다. 오늘같이 토요일 이른 아침에 보통 CEO나 주요 임원들에게 연락을 하면 연결되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골프장에 계시거나, 사우나 중이거나, 심지어 휴대폰을 차나 집에 놔두고 외출중인 경우들도 있다. 평일 저녁 늦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술자리에서 폭탄 말면서 또는 밴드에 노래를 하면서도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일부 홍보실 일선 직원들 밖에 더 있나? 일요일에도 휴대폰 쇼파 옆에 충전시켜두면서 들여다 보는 직원들은 항상 홍보팀 사람들뿐이다…)

어떤 직장인이 이슈나 위기를 항상 예상하면서 휴대폰 옆에 상시 대기를 하겠는가?

문제는 문제를 가장 먼저 접한 홍보실 직원이 이런 원활한 보고 체계가 가동하지 않을 때 취할 수 있는 초기 대응 조치 등이 상당히 제한된다는 데 있다. 휴대폰 연결을 수십 번 시도 했으나 받지 않으시는 CEO, 지금 이 시간에 소재 파악 조차 되지 않는 임원, 심지어…핸드폰이 오늘따라 고장 나셨다던 홍보팀장이 나란히 사라져 버릴 때도 있다. 이때 누가 무얼 어떻게 할 수 있나.

시스템적으로 비상연락망/보고체계는 메인 라인과 서브라인으로 가능한 복수화 (다선 보고) 하는 것이 옳다. 상위자에게 전하는 일대일 단편적인 보고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상위자가 보고를 받아 적절하게 차상위자에게 보고 하지 않거나, 누락보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이슈관리나 위기관리 보고체계에 있어서는 중요한 한가지 전제를 기반해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지금 시간. 아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러니까.

 

 

 

3월 032009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시원하게 말이다 2

그럼에도 정부는 그들의 지적을 부인만 할 뿐이다. 동유럽에 투자된 한국의 금융자본은 19억달러에 불과하다거나 동유럽에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국내에서 서유럽 자본은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며 외환보유액이 2015억달러나 있어 별 문제가 아니라고만 한다.

설 혹 해외언론의 평가가 근거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지표를 내세워 적극 반론을 펴고 우리의 확고한 대응책을 펼쳐내보여 논란을 잠재우려는 노력이 아쉽다. 정부 정책과 경제 현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해외홍보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일보]



국민일보는 이런 구도에서도 좀 더 속시원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작년에도 정부가 국내언론의 오보나 예측보도에는 엄격한 대응을 하면서, 해외언론에는 맥을 못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국정홍보처에서 해외언론을 대상으로 반론이나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대응 주체가 모호해져서인지 기력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그런 정부기능을 설치하지 못하겠으면 해외에서 현지 유력 PR 대행사들을 쓰는게 좋겠다. 매일 한국경제에 대한 기사들을 현지 모니터링하게 하고, 즉각적으로 그런 오보나 예측보도에 반론과 정정 요청 대응을 하게 하면 된다.

사실 이 문제는 체계의 문제라기 보다는 의지의 문제다. 대통령께서 한마디 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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