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4월 222009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기자의 이야기를 잘 듣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전화를 걸어 답변을 들으려면 보통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담당과가 아니다”라는 답변에 4, 5번
전화를 돌려야 한다. 하도 여러 번 돌리다 보니 처음 어느 과에 전화를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다시 그 과에 전화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일은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조직에서 흔히 발생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업무 분야 이외의 것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국민적 요구와 현안에 둔감해진다. [
동아일보]


아주 재미있는 지적이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진단(Crisis Managament System Audit)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기술적 방법들이 있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깊이 있는 진단 방법은 무작정 해당 기업이나 조직에 전화를 걸어 보는 방식(Mystery Caller Test)이다.

최초 전화를 거는 역할은 훈련받은 컨설턴트가 담당 한다. 클라이언트사의 지점도 좋고 공장 대표전화도 좋고 전화를 여기 저기 걸어보는거다. 심지어 CEO 대표전화로도 연결을 시도해 본다. 전화 연결이 되면 디자인 된 스토리에 따라 위기 요소를 케이스화해서 질문하고 이에 응답 방식을 기록하기만 하면 진단은 어느정도 마무리 된다.

항상 해당 컨설턴트가 연락 가능한 휴대전화 정보를 남겨 두고 전화를 끊는데, 실무 담당자가 이 미스터리 콜러에게 대응을 하도록 사후 인계하는 주체, 시간, 새로운 주체의 대응 방식, 대응 활동, 그리고 대응 메시지들도 주요 체크 포인트다.

위 식약청의 경우는 기자가 전화를 해도 이 부서 저 부서 맴을 돈단다. 기자가 곧 진단을 해주고 있다. 이 기자에게 시스템 진단 용역비를 조금 주는 건 어떨까?

2월 072009 Tagged with , , , , , , 6 Responses

충격 요법에 대한 기억들

역대 대통령을 집중 연구해온 더그 위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각한다는 것은 고칠 수 있는 나쁜 습관이거나 오만함 중
하나다”며 “오바마의 인기가 떨어진다면 의회에서 그를 기다려줄 사람은 없어질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
작년말 업계 지인들과 송년회를 했는데 나를 뺀 다섯명 모두가 약속장소에서 보자했던 시간을 짧게는 30분에서 한시간씩 넘겨 도착했다. 항상 그렇게 시간을 지키지 않는 그 사람들에 엄청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나보다 10여년 선배도 계신데다 대고 “여러분들은 PR할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2.
내가 시간에 매우 집착하는 것은 언제부터였던가 한번 생각 해 봤다. 아마 이전 직장에서 이직 후 첫번째 기자단 송년회 자리 이후부터 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출입기자단 송년회를 모그룹 홍보실과 같이 조인트로 했다. 서울 모 지역 대형 식당에 7시부터 기자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강남 회사에서 넉넉하게 택시를 잡아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남산터널에 사고가 있었는지 터널안에서만 40분을 지체했다. 차가 앞으로 나가지가 않았다.

몸이 달은 나는 터널을 미처 빠져 나가지도 못한 택시에서 내려 자동차로 주차장이 되어있는 도로를 홀로 달렸다. 그나마 차가 뚫려 있는 거리로 달려 내려가 또 다른 택시를 갈아 타고 약속장소에 겨우 도착하니 20분이 지각이다. 지금은 모 경제지 부장이신 당시 모 차장이 어색하게 들어오는 내게 이렇게 소리쳤다. “야…네가 기자야? 뭐야 XX”

회사를 이직해 미처 한달여가 되지 않았던 내게 그 기자는 아주 강력한 충격요법을 베푼거다. 소위 왠만한 중견기업의 홍보를 이끌고 있던 나에게 그 기자는 “XX”라는 강력한 충격을 던졌다. 그 이후로는 절대로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약속시간 전 10-20분전에는 미리 그 장소에 도착해 대기를 하게됐다. 그분이 사실은 고마운거다.

김 청장은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참사가 일어났던 시간에 집무실에 있었는데 무전기를 꺼 놔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거나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

이직 전 대행사 시절에는 주말에 그렇게 크게 전화에 신경을 쓸 일이 없었다. 클라이언트가 거의 다 외국기업이었거나, 컨설팅을 했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일요일에 내게 전화해 급한 기사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거다.

자연스럽게 주말에는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거나, 배터리가 다 되면 충전기에 꼽아 놓지도 않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고 하늘같은 출입기자 수십명을 담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니 상황이 달랐다. 그러던 어떤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모 통신의 모 당시 차장 (현재 부장)께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오셨다. 받으면서 나는 즐겁게 인사를 했다.

그 차장께서는 다짜고짜 “야이…XX야. 너 홍보 어디서 배웠어? 왜 주말에 전화를 꺼놔? 죽을래?” 당시 너무 깜짝 놀라 답변도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었다. 에이전시의 때를 빨리 벗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가슴에 꽂혔다.

그 이후로는 사우나에 갈때까지도…전화에 집착을 한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1년 365일 십분도 전화를 꺼 놓지 않는다. 가끔 회삿일을 잠시 잊기 위해 남태평양 오지섬에 가 있지 않는 이상 핸드폰을 손에서 거의 놓지않는다. 다시는 그런 충격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휴대폰을 내려다보면 그 기자가 생각난다. 실무적으로는 큰 가르침을 주신거다.

위의 기사를 보면서 그러면 오바마에게는 누가 큰 충격요법을 베풀어야 그런 무책임한 습관이 없어질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은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그것도 기자들이어야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8월 202008 Tagged with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100번 잘해도 본전?

100번 잘해도 본전?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홍 팀장은 요즘 신이 난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별로 나쁜 이슈나 기사들이 없다. 오랜만에 기자들과 웃으면서 소주 한잔도 맘 편히 하고, 집에도 자정 이전에 몇 번이나 들어갔다. 기자들과 여러 회사 홍보팀장들이 그룹을 만들어 주말에 시원하게 라운딩도 가능해졌다. ‘아 이게 얼마만이야…’

게다가 지난주 새로 출시된 신제품이 아주 훌륭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기자간담회와 포토세션도 아주 성공적이었고, 연이어 사장님에게 인터뷰들이 어랜지 되어서 나름 만족스러우신 듯하다. 몇 일 전부터는 방송사 프로그램들에서도 우리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홍보팀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렇게만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면…얼마나 좋아’ 홍 팀장은 회사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가치를 꺼내 물면서 기분 좋게 웃는다. 이미 이 여름에 연간 홍보팀 업무 수행 타깃을 다 달성했고, 사장님과 면담해서 새로운 타깃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니 ‘이번 연말에는 보너스 좀 나와 우리 홍보팀 직원들 좀 따뜻하겠군…’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순간 조 과장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울린다. “어…조 과장, 왜” “네…팀장님. 지금 빨리 내려와 보셔야 하겠습니다.” “응? 왜? 무슨 일이야?” “빨리 내려와 주세요. 사무실에서 말씀 드려야 해서요” 후다닥…홍 팀장은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서 동물적으로 굉장한 일이 터졌구나…감지한다.

“단 한방에 홍보팀은 간다”
“왜? 왜? 뭐야?” “팀장님, 저희 영업 지점들에서 신제품 홍보용으로 지구본 장식품을 배포했는데, 거기에 독도 표시가 없었다네요…그래서 지금 네티즌들이 우리 회사가 정신 없는 회사라고…” “무슨 말이야? 어떻게 지구본에 독도가 표시 안돼있어?” “모르겠어요. 디자이너 실수인지…원 지구본이 문제인지…” “아무튼, 그래서 온라인에서 어떻게 난리가 난 거야?” “네…그러니까…”

사실 조 과장이 이야기를 해도 홍 팀장은 이해가 힘들다. 내일모레 쉰을 바라보는 홍 팀장은 최근에야 ‘블로그’가 어떤 것인지 조 팀장을 통해 설명 들었다. 매일 쓰는 사무 프로그램과 인트라넷이 홍 팀장에게는 가장 익숙한 IT 혜택의 전부다. 이메일 정도는 자유롭게 쓴다고 동창회에 나가면 신세대로 불리지만…솔직히 요즘 온라인 바닥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어떨 때는 두렵다.

조 과장의 설명에 의하면, 그 증정용 지구본에 대해 한 파워 블로거가 문제를 제기했고, 그 블로거가 우리 회사를 비판하는 상당히 부정적인 포스팅이 다음 미디어 블로거 뉴스에 탑으로 포스팅이 되었단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비자가 이와 비슷한 내용을 아고라에 올려 댓글이 오늘 아침부터 수천건에 이른단다. 거의 대부분이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회사의 소유구조라던가, 심지어는 돌아가신 창립자의 친일 행적 의심까지…지금까지의 논란 이슈들이 여러 네티즌들에 의해 집대성되어 토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홍 팀장은 진땀이 흐른다. 뭘 확실히 알아야 개입을 하지… 홍 팀장이 아이디어를 낸다. “조 과장, 그 처음 글 올린 사람을 한번 만나서 그 포스팅을 좀 빼달라고 할까?” 조 과장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아니면…다음 쪽에다가 전화해서 그거 아고라인지 뭔지 그거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면 안돼?” 조 과장이 아무 말 없이 찬물을 마신다. “말을 좀 해봐 바. 어떻게 해야 해?”

   
 
 

“팀장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뭐? 뭔 소리야…뭐 광고를 주던가, 글 올린 놈한테 명예회손 소송한다고 하던가, 그거 온라인에서 편집하는 선수들한테 육탄 돌격을 해서라도 진정을 시켜. 아…우리 영업직원들한테 전부 공지해서 거기 아고란지 뭔지에 들어가서 쫌 해명글도 올리고 그러라 그래.” 조 과장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한마디 한다. “팀장님, 그건 절대 안됩니다.”

이때 IT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홍 팀장님, 왜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과부하가 걸리죠? 게시판이 거의 다운될 지경이에요. 뭐 지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사람들이 왜 이러는 건가요?” 홍 팀장은 조 과장에게 전화를 넘긴다. “아…팀장님, 지금 이런 이런 일이 아고라에서 문제가 돼 네티즌들이 항의방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네…” 홍 팀장은 답답해서 소리친다. “조 과장, IT쪽에다가 잠시 우리 홈페이지 닫으라 그래… 게시판 댓글들 싹 지워버리던가……씨…” “팀장님…안돼요. 제발…”

갑갑하다. 홍 팀장은 어디다가 이 사건을 하소연할 때가 없다는 걸 느끼면서 점점 더 까마득해진다. 조 과장은 홈페이지에 포스팅 할 공식 사과문을 만든다고 영업팀, 법무팀과 IT팀 실무진들과 긴급회의를 하러 갔다. 그래도 아직 그나마 젊은 조 과장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홍보맨에 주어진 팔자?
책상에 앉아서 심난하게 아고라 댓글 들을 읽고 있는데…영업 상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봐..홍 팀장. 당신 뭐 하는 거야?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뭐 아고란가 뭔가에서 우리 회사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데…이거 어떻게 안하고 뭐하고 있어?” “열심히 지금 작업 중입니다.” 작업은 무슨 작업인가..그냥 상무의 전화를 끊으려고 한 말이다.

기획 부사장이 또 전화를 해온다. “홍 팀장. 지금 아고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아요? 어떤 대책이 없어? 이 영업쪽에서 이런 문제 일으킨 게 누구야? 영업 부사장은 이거 아나?” “네…알고 계십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헥헥…

마케팅 상무가 심각한 표정으로 홍 팀장에게 다가온다. “홍 팀장님, 지금 우리 마케팅 담당자 회사 메일로도 난리가 났어요. 심지어 우리 광고대행사랑 프로모션 대행사들 한테까지 항의전화가 와. 이거 어쩔 껍니까?” 홍 팀장은 갑자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상무님, 사실 이게 홍보팀 문제입니까? 영업쪽에서 사려 깊지 못하게 이렇게 일 처리 한 게 문제 아닙니까? 마케팅에서도 그런 제작물 있으면 필터링 해줘야 했던 거지요. 안 그래요?” 박 상무는 얼굴이 굳어진다. “아니…홍 팀장, 홍보팀이 어느 부서 돈 가지고 일합니까? 지금. 솔직히 지면광고 계획 없어도 홍보팀 면 세워 줄라고 계획 바꿔가면서 도와주는데……지금 홍보팀에서 저희에게 이러면 되요?” “아…저…아니 그냥 제가 흥분을 해서 그렇습니다. 일이 하도 꼬여서요…죄송합니다.”

홍 팀장은 금연인 사무실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 불은 감히 못 붙이고…혼자 뇌까린다. “홍보팀 면을 세워 줄라고 회사 광고비를 지출한다고? 홍보팀장이 뭐 자연인이야?…회사를 위한 거니까 하는 거지…나를 보고 하는거야…XXX”

홍보담당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종종 “100번 잘해도 필요 없더라. 한방이면 홍보팀은 간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하곤 한다. 아무리 신제품 출시를 잘 지원해 주었어도, 시장의 루머를 잠재워 주어도, 경쟁사를 언론 플레이를 통해 견제해서 영업 시장에 숨통을 틔워 주어도…부정적인 기사 ‘하나’ 못 막거나 온라인에서 ‘우당탕’ 한번이면 홍보팀원들은 다 바보가 된다.

홍보팀원들이 일으킨 문제라면 이런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문제들은 다른 부서에서 기인한다. 아니면 외부 시장과 환경으로부터 다가온다. 반면에 사내에서의 비판과 업무평가의 대상은 오직 홍보팀이다. 상당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홍보팀은 항상 긴장한다. 그게 주어진 팔자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7월 262008 Tagged with , , , , , , , 10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내부가 먼저다!

내부가 항상 먼저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홍길동 홍보팀장은 사내전화를 받았다. 고객만족팀장의 전화다. “음…홍 팀장님, 저 잠깐 3층 회의실에서 미팅 좀 할 수 있을까?” “네? 무슨 일이?” “아니…조금 민감한 문제라서…10분 후에 3층에서 뵙시다.” “네”

홍 팀장은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제품 사고군…” 무겁게 3층으로 내려가니 고객만족팀장이 회의실에 들어오고 문을 굳게 닫는다. “저…홍 팀장. 홍보팀에서 협조를 좀 해주실 사항이 있습니다. 어제 저녁 저희 안양지점에서 보고가 들어왔는데… 안양 사는 소비자 OOO씨가 우리 OO제품을 구입했는데 그 안에 조그만 나사 같은 이물질이 있었나 봐요. 그 집 애가 그걸 먹다가 그만 식도에 걸려서…”

홍 팀장은 온몸이 쭈뼛해진다. “혹시… 죽었나요?” “아뇨…아뇨…애가 죽지는 않았는데…어젯밤 서울 OO 병원으로 이송 되 식도수술을 했대요. 근데 이 아버지가 절대 합의 안 한다, 용서 못한다 그러네. 문제는 그 애 삼촌이 OOO TV 기자예요. 그것도 사회부…”

홍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물어본다… “기자 이름이 뭐래요?” “흠…뭐라더라.. 조OO 기자라던가?” “조 기자라…조 기자…” 홍 팀장은 일단 상황파악을 위해 보고일지와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 정보, 그리고 조 기자의 이름 등을 적어가지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이제부터 또 난리다. 홍 팀장은 OOO TV 출입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 기자에 대한 신상을 묻고 개인휴대전화 번호를 얻었다. 출입기자 왈 “홍 팀장, 왜 그래? 사회부랑 무슨 관계가 있어? 뭐 일 터졌어?” “아니야… 그냥 아는 사람이 있다 해서, 전화번호나 줘 봐” “에이…아닌 것 같은데…그 선수 까칠한 선수야..조심해” 홍 팀장은 더 심난해진다.

위기, 홍보팀 혼자 해결하려 해선 안돼
홍 팀장은 조 기자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자초지종을 설명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기다리면서 대응할 것인지 고민한다. 무심한 사장님은 고객만족팀장에게 무조건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하라고만 지시하고 휴가를 떠나셨단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기로 했다. 일단 상황설명과 회사측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홍보팀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 오라 했다. 두 시간만 있으면 어떻게든 메시지들이 정리 되니 대응이 가능하겠다.

오전 11시…홍 팀장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그 조 기자다. “네, 홍길동입니다.” “네…홍 팀장님이시죠? 저 OOO TV의 조OO입니다. 어제 안양에서 OO제품 이물질 사고가 났다는 데 알고 계시죠?” “흠…네…조 기자님. 저도 오늘 아침에 보고를 받았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저희가…” “아뇨..됐고요. 거기에서 나온 게 나사라고 하는데 알고 계시죠?” “네, 조그만 이물질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아니…이물질 종류가 아니라 그냥 나사예요. 제가 아침에 OO 병원에서 의사한테 그 나사를 넘겨 받았거든요. 아주 큰 나사예요…삐쭉한…” “아…네…” “그게 어떻게 들어간 거죠? 회사 입장을 말해주세요.”

   
 
 

홍 팀장은 문제의 이물질 유입에 사과를 하고 회사의 배상 방침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또 한번 절절한 사과를 하는 데 조 기자가 말을 자른다. “홍 팀장님. 내가 그런 말 들으려고 전화한 게 아니고요. 이게 왜 여기 들어가 있냐는 거죠? 생산과정에서 들어간 거죠? 봉지 보니까 OO지역에서 만들어진 건데 거기 공장에서 들어간 거 맞죠?” “조 기자님…그 이물질이 일단 저희 쪽에 수거가 되어야 저희가 분석을 해서 유입경로를 추적할 텐데…아직 저희가 그 물질을 회수하지 못해서…” “아…참…답답하시네. 그냥 예, 아니오만 대답해 주세요. 거 선수끼리 뻔한 소리 마시고. 이 공장에서 들어갔겠죠? 그렇죠?”

홍 팀장은 미디어 트레이닝 기억을 더듬어서 또 답변을 한다. “조 기자님, 이번 사안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예다, 아니다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소비자 피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서 이에 적절한 배상과 시정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 “에이…진짜…알았습니다. 일단 끊을게요” 딸깍!

홍 팀장 이마에서는 땀이 흐른다. 전화 인터뷰를 딴 것 같지는 않은데 그 기세로 봐 아마 인터뷰를 위해 오후에 찾아올 기세다. 조 기자가 다음엔 어떤 내용을 취재 할까? 누구에게 연락을 할까 예상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왔다. 간단하게 먹는 둥 마는 둥 국수를 한 그릇하고 뛰어 올라왔는데 책상전화가 울린다.

“어이…홍 팀장, 나 OO 공장장인데…거 OOO TV 조모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어. 우리공장 제품에서 뭔 나사덩어리가 나왔다고……어떻게 그런 게 들어갈 수 있냐 묻더라고. 이거 대답해야 하나? 홍보팀에 전화해보라고 했는데 막무가내더라고.” 헉…홍 팀장은 올게 왔구나 하면서 뒷골을 만진다. “그래서 어떻게 답변하셨습니까? 공장장님?” “응..뭐 내가 아는 게 없어서…그런 경우는 없을 텐데…아마 만약에 그게 나사라면 컨베이어 라인 그 위 천장부근에서…” 으악…끝장이다. 홍 팀장은 전화를 끊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홍보팀 중심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홍 팀장은 조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홍 팀장은 긴급히 각 부문임원들에게 이메일과 SMS를 보내 상황을 브리핑하고 외부전화를 홍보팀으로 일원화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점심시간…다른 부문 직원들은 화기애애하게 그룹별로 식사들을 하고 있다.

그때 영업 부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홍 팀장, 뭐..이런 일을 지금 알리면 어떻게 해. 우리 OO마트 담당하는 영업 직원에게 방송국에서 전화 왔었다고 하던데…그 직원이 어젯밤에 고객 불만 접수 한 걸로…” 홍 팀장은 아예 주저 앉아버리고 싶어진다. 고객만족팀장에게로부터도 전화가 온다. “홍 팀장님, 그 소비자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우리팀원 하나 보내서 이물질 수거할려고 했는데…거기서 몸싸움이 좀 있었나 봐. 애 아빠가 멱살을 잡고 해서…근데 그 자리에 TV 방송국에서 나와 있었다고 해요…”

끝장이다. 더 어쩔 수가 없다. 그날 저녁 OOO TV 뉴스에는 다친 아이, 의사 인터뷰, 최초 접수 받은 회사의 영업직원, 회수과정에서의 몸싸움, 공장장의 원인발표(?), 그리고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 선언까지가 드라마틱하게 꾸며져 방영되었다.

일반적으로 위기를 홍보팀이 혼자 해결하려 하면 꼭 이런 결과를 낳는다.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전에 항상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먼저 해야 진정한 하나의 목소리(one voice)가 가능해진다. 모든 외적 활동이나 메시지들은 홍보팀장에게 공유가 되어야 하고, 홍보팀에서는 안팎의 메시지들을 관리해야 한다. 내부의 합의되고 일치된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가 위기를 관리한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7월 25일 17:41:37 / 수정 : 2008년 07월 25일 17:4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