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을 집중 연구해온 더그 위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각한다는 것은 고칠 수 있는 나쁜 습관이거나 오만함 중
하나다”며 “오바마의 인기가 떨어진다면 의회에서 그를 기다려줄 사람은 없어질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
작년말 업계 지인들과 송년회를 했는데 나를 뺀 다섯명 모두가 약속장소에서 보자했던 시간을 짧게는 30분에서 한시간씩 넘겨 도착했다. 항상 그렇게 시간을 지키지 않는 그 사람들에 엄청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나보다 10여년 선배도 계신데다 대고 “여러분들은 PR할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2.
내가 시간에 매우 집착하는 것은 언제부터였던가 한번 생각 해 봤다. 아마 이전 직장에서 이직 후 첫번째 기자단 송년회 자리 이후부터 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출입기자단 송년회를 모그룹 홍보실과 같이 조인트로 했다. 서울 모 지역 대형 식당에 7시부터 기자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강남 회사에서 넉넉하게 택시를 잡아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남산터널에 사고가 있었는지 터널안에서만 40분을 지체했다. 차가 앞으로 나가지가 않았다.
몸이 달은 나는 터널을 미처 빠져 나가지도 못한 택시에서 내려 자동차로 주차장이 되어있는 도로를 홀로 달렸다. 그나마 차가 뚫려 있는 거리로 달려 내려가 또 다른 택시를 갈아 타고 약속장소에 겨우 도착하니 20분이 지각이다. 지금은 모 경제지 부장이신 당시 모 차장이 어색하게 들어오는 내게 이렇게 소리쳤다. “야…네가 기자야? 뭐야 XX”
회사를 이직해 미처 한달여가 되지 않았던 내게 그 기자는 아주 강력한 충격요법을 베푼거다. 소위 왠만한 중견기업의 홍보를 이끌고 있던 나에게 그 기자는 “XX”라는 강력한 충격을 던졌다. 그 이후로는 절대로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약속시간 전 10-20분전에는 미리 그 장소에 도착해 대기를 하게됐다. 그분이 사실은 고마운거다.
김 청장은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참사가 일어났던 시간에 집무실에 있었는데 무전기를 꺼 놔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거나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
이직 전 대행사 시절에는 주말에 그렇게 크게 전화에 신경을 쓸 일이 없었다. 클라이언트가 거의 다 외국기업이었거나, 컨설팅을 했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일요일에 내게 전화해 급한 기사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거다.
자연스럽게 주말에는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거나, 배터리가 다 되면 충전기에 꼽아 놓지도 않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고 하늘같은 출입기자 수십명을 담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니 상황이 달랐다. 그러던 어떤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모 통신의 모 당시 차장 (현재 부장)께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오셨다. 받으면서 나는 즐겁게 인사를 했다.
그 차장께서는 다짜고짜 “야이…XX야. 너 홍보 어디서 배웠어? 왜 주말에 전화를 꺼놔? 죽을래?” 당시 너무 깜짝 놀라 답변도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었다. 에이전시의 때를 빨리 벗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가슴에 꽂혔다.
그 이후로는 사우나에 갈때까지도…전화에 집착을 한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1년 365일 십분도 전화를 꺼 놓지 않는다. 가끔 회삿일을 잠시 잊기 위해 남태평양 오지섬에 가 있지 않는 이상 핸드폰을 손에서 거의 놓지않는다. 다시는 그런 충격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휴대폰을 내려다보면 그 기자가 생각난다. 실무적으로는 큰 가르침을 주신거다.
위의 기사를 보면서 그러면 오바마에게는 누가 큰 충격요법을 베풀어야 그런 무책임한 습관이 없어질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은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그것도 기자들이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