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PR에이전시 AE들이 Crisis Communication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얼마전 AE들을 대상으로 3주간 Crisis Communication Coaching Session을 진행했을 때도 여러 AE들이 일상에서 클라이언트들로 인해 수행했던 많은 케이스들과 퍼포먼스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PR에이전시에서는 내부적으로 자사 AE들을 대상으로 하는 Media Training을 정기적으로 실행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한다. 혹시 내부에서 그러한 Training을 진행 할 수 있는 적절한 Coach가 없다면 외부 Coach들과 연계를 해서라도 자사 AE들에게 적절한 실무자 능력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미래의 Crisis Communication Coach를 꿈꾸는 PR 에이전시 AE들에게 주는 몇가지 조언이다.
1. 가능한 많은 Crisis Case와 Crisis Communication Case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기
매일 같이 클라이언트사 모니터링 뿐 아니라 경쟁사 및 타사들의 위기 사례들을 퇴근 후에 심도있게 들여다 볼 것. 각 회사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고, 왜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었고, 못되었는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분석해 볼 것.
2. 클라이언트사를 위해 스스로 Crisis Vulnerability Audit을 해보기
위기 취약점 진단을 통해 내가 담당하고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위기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고 발생 가능한지를 한번 점검해 볼 것. 적절한 정보가 없으면 인하우스와 함께 마주 앉아 하루 정도 이야기를 해 보기. 클라이언트의 머릿 속의 정보를 이끌어 내는 것도 코칭.
3. 만약(What If)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일하기
경쟁사나 타사들의 실제 위기 사례를 남의 일로만 보지말고, 만약 우리 클라이언트가 똑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면 하고 가정 해 보기. 가정에서 끝내지 말고 한번 깊이있게 클라이언트만의 포지션에 대해 생각해 보고, holding statement와 Expected Q&A를 대충이라도 정리해 보기. (이 부분에서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음. “에이전시에서 클라이언트에게 fee를 청구하지 못하는 일을 왜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합니까?” 여기에 대한 답은 하나. “그러면 하지 마세요” – 사실 PR 에이전시에서 Retainer 클라이언트를 위한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1년 내내 한두번도 많다. 1년에 한두번 해서 Coach가 되려면 은퇴후다. 알아서 할 것.)
4. Crisis Communication Workshop이나 Training에 참석해보기
모 개그맨의 유행어 처럼. “해봤어요? 안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 했다. 일단 자기가 트레이닝을 적절하게 받아 보지 않고 클라이언트나 후배 AE들을 트레이닝 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어떻게해서든 수준있는 트레이닝이나 워크샵에 참석해 볼 것. (위기관리의 이해 뭐 이런 개론 강의는 제외) 가장 좋은 것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트레이닝이나 워크샵에 직접 참석해 보는 거지만…이를 진행하는 에이전시 시니어 AE나 컨설턴트가 없으면 참석에 의미가 없다. 외국계 PR에이전시는 해외등지에서 진행하는 Trainer Training을 받을 수도 있지만…영어로 진행하는 트레이닝도 한계가 있다. (이는 실제로 진행해 본 선수들은 안다.)
5. 하루 하루를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살기
하루 하루 기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정보를 트레이드 하는 것도 일종의 crisis communication이라 생각하면 된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잘 가려서 전략적으로 하는 습관은 이런 하루 일상에서 단련될 수 있다. 그냥 기자와 만나 밥만 먹고 헤어지는 건 클라이언트에게나 내 자신에게도 별반 도움이 안된다. 물론 기자도 그렇다.
6. 에이전시와 인하우스를 두루 경험해 보기
에이전시에서 아무리 40-50개 클라이언트를 서비스해 보았다 해도 인하우스의 생각을 100% 알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Crisis Communication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조직내 의사결정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은밀한 프로세스다. 기업 내부 조직의 경험이 없이 제3자적인 스탠스와 시각으로는 완전하고 실제적인 코칭에 한계가 있다. Study-based Trainer와 Experience-based Trainer는 매우 다르다. 명심.
7. 항상 깨어있기
마지막으로 Crisis Communication Coach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시간에라도 포텐셜 클라이언트에게 전화가 와 “말 못할 위기가 발생했으니 빨리 우리 사무실로 와 줄수 있겠냐?”했을 때 빨리 상황을 어느정도 크로스 체크하고, 가능한 정보를 수집해 그 자리에 임해야 한다. 항상 모든 이슈들의 흐름에 눈을 분배하고 있어야 하고, 관심과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항상 업데이트 된 이슈 변화들에 민감성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 관련 이슈들은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답이 없다. 그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꿈을 가진 쥬니어들은 꼭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정리하고 보니 정말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PR 업무 그 자체다.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서 어려웠다 하는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다.
미분류
구조화된 분석 훈련
쥬니어 AE들이나 인턴들에게 윗 AE들이 분석업무를 시키는 모습을 보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주문을 한다.
“OOOO에 대해서 기사 검색을 좀 해 봐바. 작년 1년치로. 그 회사가 어떻게 기사에 노출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알아다 줘. 이번주 안으로…”
그러면 열에 아홉 쥬니어들과 인턴들은 네이버를 통해서나 KINDS 자료를 통해서 키워드로 회사명을 치고 기사 하나 하나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개 눈에 띄는 기사들을 읽어보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일주일 후에 두툼한 보고서를 AE의 책상위와 이메일로 보낸다.
그러면 또 열에 아홉의 AE들은 다시 쥬니어와 인턴들을 불러 모은다. “이게 무슨 이야기야? 이렇게 오버롤하게 분석을 하면 어떻게 해. 어디 어디에서 각각 몇건씩의 기사가 나왔는지…또 월별로는 어떤 이슈들이 가장 많이 기사화 되었었는지…뭐 이런 이야기들은 하나도 없네? 대체 지금까지 뭘 한거지?”
그러면 또 열에 아홉 쥬니어들이나 인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우이씨…처음부터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잘 가르쳐 주지…다 해 놓으니까 이래’
이 프로세스에서 잘못은 그 일을 시킨(지도한) AE에게 90%이상이 있다. 나머지 10%의 잘못은 시키는 대로만 한 쥬니어와 인턴들에게 있다.
항상 모든 분석작업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다양한 기준들을 중심으로 모든 습득 정보들을 구조화해서 리포트에 담아 윗 AE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옳다.
맥킨지나 보스턴 컨설팅 같은 경영컨설턴트 스타일의 심도있는 분석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PR에서는 아주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바운더리 내에서 기본적인 분석작업만 필요하다. 그래서 누구든 방법만 알면 시간과 노력을 아끼면서 분석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법을 깨닫지 못하거나, 말해주지 않거나, 일부러 대략적인 일을 시키는 데서 발생한다. (생각해보라…이렇게 비구조화된 분석을 한달 내내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게 얼마나 아까운가)
우선 윗 부분과 같은 기사 분석을 한다면 다음과 같이 구조를 결정해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는 게 맞다.
1. 자사, 경쟁사 1, 경쟁사 2, 경쟁사 3
2. 기간 2008년 1.1-12.31
3. 각 사별 각 매체당(혹은 기자) 기사 수
4. 각 사별 각 매체당 기사 중 긍정, 중립, 부정기사 수
5. 각 사별 월별 주요 노출 이슈
6. 각 사별 월별 주유 노출 이슈들 중 매체 포션
7. 전체 사간 통합 비교
기타…더 원한다면 AEV, impression 등등 추가 가능
또, 이러한 유형들의 분석작업이 자주 있다면 분석의 구조틀을 만들어서 쥬니어나 인턴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맞추어 분석해 넣으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옛말에 장님 파밭 매듯한다는 말이 있다. 이렇듯 회사내에 장님들이 많으면 안된다. 클라이언트는 파밭이 아니다.
공부가 필요하다
지난 주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PR교육 프로그램의 종강일이어서 강사들끼리 다 모여 커피를 한잔했다. 집에 오면서 강사들끼리 카풀을 해 강남쪽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했다. 실무적으로 출판쪽과 가까우시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십여개 이상의 책을 쓰신 강사분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통 요즘 비지니스 관련한 책은 3000권 정도 밖에 안나간다고 보고 있어요. 그 만큼 한국 직장인들이 책을 적게 읽는거죠. 그 중에서도 제일 책을 안 읽는 직장인들이 PR 하는 사람들 아닐까 해요. 그 쪽 책은 거의 안나가니까…”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사실이라는 공감 때문에 반박을 할수가 없다.
“제가요. 여러가지 도움이 될 만한 세미나나 강좌에 초청을 해보면요…비싼 세미나에 대한 무료 초청인데도 실제 참석하는 분들 중 PR담당자들이 제일 참석률이 적어요.”
이 또한 인정을 한다. 나도 예전 인하우스 시절 조찬 모임에 참석할 시간이 없었다. (물론 핑계라는 걸 안다)
PR담당자들이 책을 읽지 않고 (적게 읽고), 세마나에 참석하지 않는다 (적게 참석한다)는 것은 그 만큼 PR 업계에 경쟁이 심각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일부 경쟁이 있다고 해도 경쟁 상대와 서로 플러스 경쟁을 하는 데 상당히 인색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별로 책을 읽거나 세미나등에 참가해서 지식을 업데이트 하려는 동기가 약하기 마련이다. 일선에서는 중간 매니저들이 밑의 AE들에게 공부하고 업데이트 하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고 하고, 시간이 아깝다고 하는데…그런 하루벌이 일과가 앞으로 10년후에 자신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찌는 모른다.
블로그를 해라. 바빠요. 아니면 하기 싫어요 한다. 앞으로 10년 후가 걱정이지만…그런 걱정도 그 상대방에게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 수많은 PR, 마케팅 블로그들에서 따끈 따끈하게 전해지는 소중한 Insight들을 그냥 폭포수 흘려 보내듯 지나쳐 버리면서도 아깝다거나, 경쟁이라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책을 읽어라. 재미있는 PR이나 마케팅책에 집착하거나…소설이나 시집을 읽는다. 물론 정서함양을 등한시 하라는 건 아니지만…PR AE가 일본만화작가들에 대해서나 시인들의 최신 시는 외우면서 ‘그라운드스웰’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반응은 분명…비지니스 프로로서 적합하지는 않다.
세미나를 가라. 매번 기본소양에만 집착하는 세미나에 간다. 강좌는 거의 매번 보도자료나 위기관리 개론에 관한 것이다. 항상 보도자료의 정의나 위기관리의 정의 같이…중고등학교 시절 기억을 들춰보면 맨 앞 챕터인 집합부분만 파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사실 심도있는 강좌를 제공할 수 있는 강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인하우스 PR 실무자들에게 PR AE들에 대해 물으면…10중 반 이상이 “창의적이지 못하다”거나 “클라이언트사나 제품에 대한 공부를 안하는 것 같다”는 불평들을 하곤 한다. 물론 매일 매시간 업데이트 되는 인하우스의 비지니스를 실시간으로 공부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이거나 핵심적인 정보에 대한 이해와 습득에 부족함은 없어야 한다.
기자들에게 PR AE들을 물으면 또 많은 기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는게 없어” 또는 “번거로워…차라리 직접 인하우스에다가 물어보는게 낫지”한다. 그 만큼 선수 취급을 받는 AE들이 드물다는 거다.
외부에서 PR을 한다고 하면 다른 부문 실무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훨씬 더 많이 업데이트되고, 깊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아직까지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는 AE들은 드물다. 하루 일과에 너무 치여서이기도 하고, 강력한 커리어 의식이 없어서 일수도 있고, 사내에 지속적으로 지적 자극을 강요하는 리더들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한다.
블로그도 하고, 세마나와 강좌들에 적극적이고, 자신의 책장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인하우스와 기자들에게 선수라고 인정받는 AE들을 기다린다. 시장에서 단 1%라도 그런 인력들을 기대한다. 그런 인력들이 업계를 이끌어야 업계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PR적인 나라다
어제 저녁 퇴근을 하고 있는데 예전 알고 지내던 모 출판사 임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 여러 안부를 묻고 하다가 내가 “혹시 몇년간 써 두었던 글을 모아 책을 하나 낼 수 있는가?” 물었다. 그랬더니 출간계획서와 원고를 보내달라 했다.
오늘 아침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쪽 분야의 출판사쪽에 그 자료들을 모두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고만 전달한게 아니고…아무튼 자네에 대해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칭찬을 해뒀어. 그냥 스쳐보내지는 않을꺼야…기다려봐”한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처럼 기본적으로 역사적으로 제3자 인증효과가 잘 통하는 나라가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심하면 소위 말하는 ‘빽’이 되는데…그럴 정도로 제3자 인증효과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교수님, 우리 애가 그 학교 교수님 학과에 합격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어이, 홍길동 소장. 아마 우리 조카가 당신 네 부대에 배정 받았나 봐. 잘 부탁한다.”
“사장님, 제가 예전에 데리고 일 했던 직원입니다. 아주 트레이드 마케팅쪽에 경력이 탄탄합니다.”
“어 김사장. 누구? 아 성춘향이? 그 학생은 내 애제자였어. 아주 총명해요. 일 잘할꺼야…”
이들 중 해당 학생이나, 이등병 그리고 신입직원 누구도 자기입으로 자기가 잘 나거나 제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 제3자에 의해 추천이 되고 상당한 믿음을 곧바로 획득했다.
문제는 이렇게 제3자 인증으로만 믿음이 생성되기 전 까지다. 얼마나 많은 관계 형성의 노력과 결실들이 반복되기에 이렇게 제3자 인증자의 말 몇 마디로만 타겟 오디언스의 마음에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등식으로 표현을 해 보자면,
이렇게 되겠다. 어느 한쪽이라도 부실하면 (부등호가 형성되면) 진정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분이 이 등식적인 관계 품질들로 일들이 성사된다. 분명히 관계자산(relationship asset)을 평소에 잘 형성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그것이 지연이나 혈연, 학연일 때도 있고, 비지니스적인 윈윈 관계일때도 있다.
이런분들이 진짜 PR인이 아닐까 한다.
일부 PR AE들이 몇번 기자들을 만나보고 실제적이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지 않기를…그리고 비지니스로서 PR적 접근에 있어서 ‘변치 않는 관계’란 없다는 것을 깨닫기를…끊임 없는 기브 앤 테이킹 대신 곶감을 빼먹듯 하는 관계자산 burnout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Self-confidence라는 것
일을 하면서 이유없이 불안하거나 짜증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그냥 그 상황을 희석 시키거나 도피하려 하지말고 그러한 이상한 감정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좋다.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불안감이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정확한 정보가 없거나, 상황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았거나, 해봤던 일이 아니거나, 이와 유사한 일에 대한 결과가 과거에 좋지 않았거나…근본적으로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불확실성은 개인 정신적으로 크나 큰 스트레스고. 곧 이러한 스트레스는 업무의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만약 경영진이 이러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면 전체 조직 전반의 퍼포먼스에 큰 임팩트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경영진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는 전체 조직 하부 하나 하나 까지 부정적인 역할을 신속히 배달하는 반면, 반대로 경영진의 자신감은 왠만해서는 하부까지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따라서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항상 강력한 self-confidence를 유지하고 강화하고 적극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확실성을 제로에 가깝게 지속적으로 관리 해소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self-confidence라는 것을 정의하면…
내가 저 상대방을 한칼에 베어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다.
그 상대로는 업무상 내가 해결해야 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막내 AE에게는 보도자료 하나가 될 수도 있고, 시니어 AE에게는 신규 클라이언트의 소프트랜딩이 될수도 있다. 그리고 경영진에게는 우리 내부에 공유된 비전과 올해 목표가 되기도 한다.
한칼에 벨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아무런 불안이나 고민이 없다. 도리어 게임을 즐기게 되고…다음 게임이 기다려 지는 법이다.
이러한 self-confidence는 수많은 게임과 승리의 전적이 바탕이 된다. 연이은 게임에서의 생존자(survivor)들만 self-confidence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AE들 자신의 마음속에 불안함이 있다면 현재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게임에 더욱 몰입하고, 그 상대를 한칼에 베어 쓰러뜨리는 연습을 할 것. 그 이외에는 어떤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 것.
모든 AE들이 게임을 즐기길. 우리나라 어떤 AE들 보다 강력한 Self-confidence를 품길.
PR 에이전시 살리기
2009년 진짜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 계획들을 다듬고, 다시한번 지금까지의 성과들과 앞으로의 플랜들을 정리해보다가 몇가지 고민들과 각각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한 10년이 지나서 이 글을 다시 찾아 보면 무언가 더 큰 insight를 캐낼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기대를 하면서…)
1. PR에이전시의 마케팅
PR에이전시. 그동안 일부 세일즈 활동들은 있었을런지 몰라도 제대로 된 마케팅이 있었는가는 의문이다. PR만큼 마케팅이라는 말도 사용하는 사람마다 제각기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에이전시는 그래도 마케팅이라는 걸 했거든?”해도 뭐 할말은 없다. 하지만 거의 분명한 것은 에이전시를 경영하는 최고 경영진들이 에이전시의 마케팅에는 그리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rofessional service firm으로서의 BtoB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세일즈와 마케팅을 혼동하는 분들에게는 묵념)
2. 품질, 그 깨지기 쉬운 가치
에이전시를 경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불안하고 금기시 되어야 하는 드라이브가 아마 품질일 것이다. 사실 인간과 인간사이에서… 그리고 눈으로 보이거나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서비스를 팔고 사는 이 비지니스에서 품질(quality)이란 분명 신기루다. 경영이란 무언가 tangible한 결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품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얼핏 아마추어스럽게도 보인다. 하지만, 품질은 우리와 같은 서비스 산업의 기본이고 근간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하는 천형이다. 모래성 같이 무너지고 무너져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우리에게 월급을 주는 클라이언트와 우리의 브랜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존심이다.
3. 브랜드로서의 PR에이전시
힐과 놀튼이 죽었어도 힐앤놀튼은 살아 성장했다. 버슨과 마스텔러가 세운 버슨마스텔러도 앞으로 마지막 생존자 버슨이 죽어도 100년을 갈 것이다. Founder나 Onwer가 죽어도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아니 성장할수 있는 한국의 PR에이전시는 왜 있으면 안되나? 마치 스쳐가는 민박집 짐싸 떠나듯 PR 비지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나.
4. 시스템 인 에이전시
에이전시들이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항상 결과는 그냥 짝사랑이다. 슈퍼쥬니어를 사랑하고 팬클럽으로 그들에게 밤낮 관심을 두고 살지만…정작 그들과 결혼하기는 힘든 중학생 처럼. Professional service firm으로서의 시스템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일부는 알고 있어도 구현 할 힘이 없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이 바닥에서 보내면서도 시스템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갈증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다.
5. 언론관계
이 부분은 정말 조금만 더 심각하자.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기 보다는 낚시 하는 법을 가르치라 했다는 탈무드 이야기까지도 집어 치우자. 에이전시는 분명히 기업 비지니스다. 상점 장사가 아니다. 조직에 대한 이야기고, 프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다. AE들이 움직여야 에이전시가 산다. 윗 사람들이 움직이면 에이전시는 보이지 않게 죽어간다. 급한불을 끄고 보자는 조급함과 소심함 때문에 에이전시가 상점이 된다. 주인 혼자 24시간 캐셔를 보는 편의점말이다.
6. 인력의 성장과 지원
PR 에이전시는 인력으로 말한다. 인력을 쉽게 보거나 인력에 관심이 없는 에이전시는 망한다. (망했다) 제대로 된 인력을 제대로 키워야 에이전시가 산다. 시스템이라는 레일위에서 에이전시 경영자들은 AE들 하나 하나를 최고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스스로 성장하는 잡초같은 인력들은 더 이상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성장해 스스로 에이전시를 떠나는 인력들의 뒷통수에 침을 뱉는 짓도 그만해야 한다. 에이전시는 인력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그 인력들은 성장해가며 클라이언트에게 더 큰 가치들을 창출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큰 가치를 전달하다 에이전시를 떠나는 성장한 인력들을 에이전시는 웃으면서 축복해 주어야 한다. 그 동안 그들이 우리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 큰 가치들과 그로 인해 얻은 우리의 브랜드를 꼭 기억해 주어야 한다.
7. 인사와 평가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하나님이 봐도 공평할만한 평가와 결정은 단 하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에이전시라는 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에 따라 평가와 결정이 일관되게 이루어지는 것 뿐이다. 에이전시의 나아 갈 방향이 어떤 한 두 개인의 방향이라면 분명 그 평과와 결정은 조직을 파괴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함께 머무르고 있는 조직 자체를 위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열매가 우리에게 스스로 득이 되는 것이라면 그 편향된 평가와 결정은 곧 룰(rule)이된다. 문제는 방향성이지 틀이나 기준이 아니다.
8. 일관성
모든 비지니스는 일관성의 부재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실패도 그렇다. 초심을 찾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렇다. 아무나 일관성을 지킬 수 있다면 사회나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99.99%가 결국 일관성 때문에 실패한다.
9. 철학
비지니스에 철학이 없으면 사기가 된다. 경영자와 사기꾼은 백지장 한장 차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백지장 한장을 두려워하면서 철학을 찾기 보다는 철학을 쓰레기 통에 처 밖아 버린다. 쓸모없다니.
10. 운명
성공은 하늘이 내린다. 사람은 그 하늘을 바라보고 최선을 다 할 뿐이다. 할 수 있다면…창피하고 어이없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죽을만큼 발 버둥을 치는 것 뿐.
10년 후 이 글을 다시 볼 날을 기대한다.

선수 vs. 하수
선수라는 말에 대해 여러번 포스팅을 했었지만, 선수라는 호칭을 듣는 PR실무자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스스로를 나는 선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이지만, 남들이 주변에서 그리고 클라이언트나 기자들이 불러주는 선수라는 호칭은 진정 영예다.
그러면 선수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진짜 선수들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에이전시 AE들의 자기소개 또는 Bio를 보면 다들 선수다. 하지만,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 상당 부분이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생각이 자주 반복적으로 들게 된다.
왜 똑같은 학교를 졸업한 AE가 똑같이 3년을 일한 후 한명은 선수가 되고, 다른 한명은 하수가 될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갈라 놓을까? 심지어 3년차의 AE가 10년차의 AE 보다 선수다운 것은 또 왜일까? 무엇이 달라서일까?
10년을 일해도 선수가 되지 못하는 하수들의 전형적인 유형들을 정리 해 본다. 방금 제일기획의 김낙회 사장님께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신 ‘변화를 막는 26가지 고정관념‘이라는 포스팅에도 비슷한 내용들이 있다.
1. 업에 관심이 없는 유형
언제든 다른 장사나 사업을 생각한다. 업무시간에 증권사 시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종종 메신저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잡고, 숙취에 절어 늦게 출근한다. 책을 읽어도 언제나 창업이나 투자관련이다. 보도자료나 기자간담회등의 해야 할 일들도 막바지에 몰아서 마지못해 한다. 항상 적은 년봉에 투덜거린다.
2. 흡수력이 선천적으로 떨어지는 유형
사내외로 수많은 강의들과 워크샵에 참석한다. 빽빽하게 노트북을 채운다. 업무시간 짬짬이 자기개발도 하고, PR을 위해 많은 서적들을 탐독한다. 선배들의 업무상 insight들도 감탄 하면서 받아 적고, 암기한다. 클라이언트에 받은 자료들을 가능한 꼼꼼히 읽으려 애쓰고, 자료 정리도 열심히 하려 한다. 하지만, 각종 배움과 insight들이 별반 실무에 연결되지는 않는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서비스 품질도 나아짐은 없다. 평가는 그냥 항상 So so다.
3. 그냥 계속 흘려보내는 유형
꼭 이것만은 고쳐야 겠다는 Kaizen 마인드를 가지고 일은 한다. 자주 실수를 저지르지만, 지적을 받거나 선배들이 교정을 해 주면 깊이 감사하면서 다음번에는 꼭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언젠가는 스스로 프로가 되어 이러한 사소한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겠다 다짐을 자주한다. 하지만, 계속 이메일의 폰트는 24 사이즈고, 폰트 유형은 보고서 한 페이지에서 arial과 tahoma 그리고 verdana를 섞어 쓴다. 종종 첨부없는 이메일을 보내고, 다른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헷소리를 한다. 종종 데드라인을 어기고, 시간관리에 실패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만 자괴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는 이라고.
4. 버블이 낀 유형
나 정도면 이제 선수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보도자료나 모니터링 같은 허드렛일은 아랫것들의 일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은 전략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PR 에이전시나 이 PR업계가 자신을 제약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스스로 좀더 넓은 바닥으로 가야 하지 않나 자문하기도 한다. 마케터가 되어 볼까 목적으로 마케팅 책들을 섭렵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입 기자들은 실제 이 선수를 잘 모르고, 클라이언트도 이 선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한다.
5. 복지부동의 유형
반대로 이런 유형은 PR 에이전시를 천국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때때로 PR 에이전시에서 정년을 맞는 꿈을 꾼다. 꼼꼼하게 일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에이전시 사장님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슴에 새기고, 자신과 아랫것들에게 전파한다. 항상 남들보다 열심히 그리고 오래 일한다.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제안서 작업에 관여한다. PR이 자신의 Job으로 보지 않고, 에이전시 비지니스를 자신의 Job으로 생각한다.
6. 목적의식 또는 커리어 의식이 없는 유형
이 유형은 상당히 복잡 다단한 것이 특징이다. 위의 모든 유형이 조금씩 다 섞여 있다. 하다가 안되면 말구 부터 시작해서, 교훈이나 insight들은 꼭꼭 챙겨서 흘린다. 수없이 자잘한 많은 실수들을 데일리 베이스로 생산해 내면서 자신은 프로라 자위한다. 정치에 힘쓰며, 경쟁자를 씹는다. 클라이언트나 출입기자를 위한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 보다는 훨 씬 더 큰 무엇을 고민하면서 산다.
7. 원인을 모르겠는 유형
그냥…상식적으로 군인들도 짬밥이 쌓이면 군화끈을 매는 속력도 부쩍 짧아지는데…특별한 원인도 없이 계속 이등병 시절 처럼 구는 유형이다. 여기 저기 분석해 봐도 이렇게 하수로 지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름 고민도 하고, 노력도 하는 것 같은데 결과물이 시원 찮다. 출입기자나 클라이언트들이 바라봐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PR 에이전시는 바로 이 7명이 모두 재직하고 있는 에이전시다. 게다가 이 중 한 유형이라도 에이전시 사장이나 경영진에 포함되어 있으면 더 더욱 불행하다. 예전 노인분들이 집안에는 여자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편안하다고 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편안하고, 남편이 편안하고, 자식들이 편안하다는 이야기 같다.
위의 AE들이나 경영진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클라이언트를 불행하게 하고, 출입기자들을 불행하게 하고, 에이전시 보쓰들을 불행하게 하고, 동료와 아래 AE들을 불행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선수들과는 180도 다른 사람들이다.
PR을 어떻게 했는지…
PR 에이전시들간에 아주 공식적이고 엄숙한(!) 의식이 하나 있는데…바로 에이전시간 클라이언트 업무 인수인계 의식이다.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를 새로 선정하게 되면 종전의 에이전시는 새로운 에이전시에게 지금까지 관리해 왔던 여러가지 정보 DB자료들과 업무 아웃라인들을 전달하고 브리핑하곤 한다.
이 과정은 사실 상당히 민감하고, 중요한 과정이라 양쪽의 에이전시 담당자들이 가능한 성심 성의껏 준비하고 상호존중의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양쪽이 다 선수들이라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 않겠다)
10년전… 당시 AE로서 그간 성심껏 서비스 해 오던 나의 클라이언트가 우리와 seperate하면서 새로운 에이전시 사장님에게 업무인수인계를 하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 새 에이전시의 사장님은 예전부터 잘 알던 선배님이라 전화를 드려 축하인사를 하고 관련 자료전달 일정과 팩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항목들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당시 워낙 바쁜 사장님이라 “알았어. 알아서 보내. 땡큐”하셨다. 나는 수년간 서비스해왔던 클라이언트의 여러 자료들을 하나 하나 모으면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기자들에게 하드카피로 거의 모든 정보를 보냈던 때이기 때문에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하드카피들이 모아졌다. 슬라이드팩과 각종 프레스킷, 회사 giveaway들과 여러가지 브랜드 킷등이 사과 상자로 몇박스가 됬다.
나는 첫번째 클라이언트와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 박스에다 리스트를 붙이고, 그 안에 자세하게 편지를 써서 넣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써서 새로 담당할 그 에이전시의 AE가 정보를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거다. 퀵서비스 아저씨를 통해 박스들을 들려 보내니, 마치 동생을 시집보내는 듯 한 느낌(?)에 적적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한 5-6년이 지났던가. 업계 술자리에서 그 에이전시 사장님인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때 그 박스 이야기를 꺼냈다. “형님, 그 때 그 박스 조금 도움이 됬어요? 그거 진짜 시간 많이 들여서 정리했었던 건데…어땠어요?” 그 선배가 이런다. “야…그거 열어보지도 않았어. 바쁜데 뭘. 암튼 고맙드라…” “………………(이럴수가. 제길….)’
당시 정말 그 선배가 얄미웠다. 나의 정성을 몰라주다니…
요즘들어 클라이언트를 보내고, 다시 맞아들이고 하면서 AE들의 업무인수인계 과정을 바라본다.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섭섭함이 교차하는 하나의 Ritual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인하우스 시절 깨달은 하나의 법칙이 있다. 해당 에이전시가 PR을 잘해왔는지 그냥 그럭저럭 이어왔는지 알수 있는 아주 핵심적인 리트머스가 있다. 그건 바로 클라이언트를 위해 관리해온 미디어 리스트다. 미디어 리스트를 관리해 온 모습을 보면 그 에이전시가 해당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을 제대로 했는지 아닌지를 아주 확실히 알 수 있다.
미디어 리스트가 바로 PR 에이전시 업무의 진단체계 MRI인 셈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동의하는 선수들이 많을꺼다)

세계에서 PR을 제일 잘하는 사람…
참 유치한 생각인 것 같지만…한번 곰곰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만약 현재 PR실무를 하고 있는 일선 선수가 “내가 아마 이쪽 업종에서는 세계에서 PR을 제일 잘하는 사람일 꺼야!”하는 자신이 있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근거없는 잘난척이나 허풍을 떨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번 자신이 하고 있는 PR 프로세스와 퍼포먼스 그리고 자신이 수립해 놓은 시스템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면서 스스로 ‘자신’이 있는지 점검을 해 볼만하다는 거다.
미국이나 영국 선수들이 일을 잘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그런 선입견이 하나의 타민족 컴플렉스에 기인한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우리가 그들이 쓰는 영어의 native가 아니기에 가지는 불리함도 한 작용을 한다.
전 직장에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세계 홍보매니저들과 임원들이 다 모아 컨퍼런스를 할 때가 있었다. 수십개국 지사에서 각각 PR을 담당하는 선수들이 모여 각 나라별로 자신들이 자랑하고 싶은 ‘Best Practice’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기억으로 미국지사의 PR 매니저인 한 여자 선수가 생각한다. 유명한 유럽 맥주 브랜드 하나를 미국시장 론칭하면서 자신들이 실행했었던 publicity 퍼포먼스를 약 20여분간 소개 한다. 여러 신문과 잡지 기사들을 슬라이드에 꽉 채워 보여주면서 “대단한 media exposure를 얻어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당시 우리 한국지사에서는 ‘맥주 가격 인상 반대 여론에 대한 이슈관리’를 발표주제로 삼았었기 때문에, 미국측에서 발표하는 Publicity Performance를 그냥 감상해야 하는 (비교가 안되니) 처지였다. 당시 나와 같이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한국 지사의 HR 부사장은 캐나다 여자였는데 그 부사장은 미국의 publicity performance PT를 보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놀라와 했다. 믿을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당시 실무담당인 나는 그 정도의 퍼포먼스는 그리 훌륭한게 아니라 생각했다. 미디어 앵글을 잡는 방식도 아주 클래식했고, 크리에이티브도 부족했다. Wall Street Journal에 실린 기획기사 한 꼭지를 보여 주면서 침을 튀기면서 자랑스러워 하는데…실무차원에서 한국에서 조선일보에 한 꼭지 만든것이 WSJ 한꼭지와 다를 게 무언가.
한국 언론 시장도 미국 처럼 로컬지들이 강력한 포지션을 하고 있으면 우리도 저정도의 퍼포먼스는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퍼포먼스를 종합해서 수치화하는 단계가 그들에게는 빠져있었다. 흔히 쓰는 AEV(Advertising Equivalent Value) 같은 트릭도 없이 그냥 “자…우리 잘했지?” 수준이다.
당시 우리회사에서는 4 dimension performance track을 daily basis로 진행 중이었다. 매일 매일 회사 그리고 각 브랜드별로 퍼블리시티 퍼포먼스가 비교 측정되고 있었고, 경쟁사들의 기업 및 브랜드들의 퍼포먼스도 일간 단위로 트랙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미국측의 PT를 보고는 “피…별것도 아닌 것이…”하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었다.
문제는 우리 HR 부사장이 우리회사에 그런 시스템과 월등한 퍼포먼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거다. 분명히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이메일로 들어가는 PR팀의 퍼포먼스 이메일을 읽지 않고 있었던 거다. 한국 언론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일도 아니고, 읽지도 못하는 기사의 이미지들과 시놉시스가 귀찮았던 거다.
하지만…실무자들은 자신이 있었다. 최소한 미국 선수들 보다는 시스템을 가지고 더욱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는 그런 자신말이다. “우리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제일 PR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오늘 문득 우리 회사 직원들이 상하이, 홍콩 등의 파트너들과 교신하는 수두룩한 이메일들을 하나 하나 읽어 보면서…우리 선수들이 홍콩이나 상하이 선수들 보다 일을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진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품질관리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예전 기억을 한번 되살려 봤다.
PR as science
PR담당자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해…옛날 선배들이 멍청한 후배를 바라보면서 툭툭 던지던 말이다. 그때 나는 PR 선배들을 보면서 “와…어떻게 저렇게 박식해. 나는 헛 살았군…” 했고, 또 시니어 기자들과의 점심식사에 조인 해서 그들이 펼쳐놓는 업계 이야기들에 넋을 잃고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당시 PR담당자나 기자나 선배들은 다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지금 내가 10년전에 존경했었던 선배들 정도의 짬밥있는 AE들을 내려다 보면 재미있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들은 아는게 도대체 뭐야?” 일부 우리 팀장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그래 너 잘났다~’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인하우스 시절에도 에이전시 AE들을 보면서 진짜 애들 공부 안한다…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우리 AE들에게는 더욱 더 혹독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같이 맥주 한잔 하고 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에이 PR은 대우 받을 수가 없는 일 같아” 하는 자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다. 한번도 그에 대해 동의를 한적이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아내서 고치면 되는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PR이 광고나 마케팅에 비해 하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PR담당자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거다. PR을 하면서 PR책을 왜 그리 오래 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수가 대패질 하는 법에 대한 책을 10년간 보고 있으면 진짜 멋진 집은 언제 짓냐 이거다.
그 다음 이유는 PR이 리서치를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지니스건으로 세계적 독립 PR 에이전시인 APCO Worldwide 홍콩의 이사 한명을 만났다. Adrian이라고 중국선수인데 술도 잘먹고 노래도 잘한다. 이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Asia Pacific에서의 PR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물어본적이 있는데…이 친구 왈 상당히 리서치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 리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한 리서치를 필수적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새로 맞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많은 이슈들을 리서치하고, PR을 담당해야 하는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그 기업의 명성에 대한 리서치를 실행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타겟 오디언스들을 더욱 정확하게 identify하기 위한 리서치를 곁들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360도 리서치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그 환경을 이해하는 절차를 맨 앞에 놓는다는 거다.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얼핏 ‘쟈식. 침소봉대하는 거 아냐? 리서치 서비스 팔아 먹을려고?’했었는데…사실이었다. 우리나라 PR담당자들은 리서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들어 홍삼 브랜드를 PR한다고 생각해도 홍삼을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PR플랜을 짜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왜 그것을 구입하고, 어떤 용도로 어떻게 복용하며, 누구를 위해 사는지, 시기별로 어떤 구매 패턴을 보이는지, 왜 굳이 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건지, 반복구매 비율은 얼마나 되고 왜 반복구매들을 하는지 알아야 PR을 할 수 있는거다.
대충 20대 중후반 여자 선수들이 두세명 모여 앉아 회의실 브레인 스토밍으로 해결되는 리서치가 절대 아니다. 플랜에서 타겟을 잡고, 공략할 논리를 만들고, 메시지를 뽑아내고, 실행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그 베이스가 그 여자 선수들의 수다와 머릿속에서 나오는 상상에 근거한 것인지, 진짜 분석 결과인 숫자와 퍼센테이지에 근거한 것이지에 따라 PR 품질은 분명 다르기 마련이다.
마케터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라. 그들에게는 항상 리서치 자료들이 들려져 있다. 그것이 그들의 평가기준이며, 실행지표다. 그것에 근거해서 전략을 짜고, 전략을 짜기 위해 그 리서치들을 실행한다. PR에이전시에서 마케팅 PR을 한다고 하면 최소한 마케터들이 항상 읽고 있는 성경같은 리서치 페이퍼들을 아주 쉽게 읽고 해석해 낼 줄은 알아야 한다. 그 안에서 PR 타겟과 어프로치와 메시지들을 끌어 낼 수 있는 해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력들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 이전에 그런 인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 하지 않았던 우리 같은 경영진이 죄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