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2월 052009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한국은 PR적인 나라다

어제 저녁 퇴근을 하고 있는데 예전 알고 지내던 모 출판사 임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 여러 안부를 묻고 하다가 내가 “혹시 몇년간 써 두었던 글을 모아 책을 하나 낼 수 있는가?” 물었다. 그랬더니 출간계획서와 원고를 보내달라 했다.

오늘 아침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쪽 분야의 출판사쪽에 그 자료들을 모두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고만 전달한게 아니고…아무튼 자네에 대해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칭찬을 해뒀어. 그냥 스쳐보내지는 않을꺼야…기다려봐”한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처럼 기본적으로 역사적으로 제3자 인증효과가 잘 통하는 나라가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심하면 소위 말하는 ‘빽’이 되는데…그럴 정도로 제3자 인증효과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교수님, 우리 애가 그 학교 교수님 학과에 합격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어이, 홍길동 소장. 아마 우리 조카가 당신 네 부대에 배정 받았나 봐. 잘 부탁한다.”
“사장님, 제가 예전에 데리고 일 했던 직원입니다. 아주 트레이드 마케팅쪽에 경력이 탄탄합니다.”
“어 김사장. 누구? 아 성춘향이? 그 학생은 내 애제자였어. 아주 총명해요. 일 잘할꺼야…”

이들 중 해당 학생이나, 이등병 그리고 신입직원 누구도 자기입으로 자기가 잘 나거나 제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 제3자에 의해 추천이 되고 상당한 믿음을 곧바로 획득했다.

문제는 이렇게 제3자 인증으로만 믿음이 생성되기 전 까지다. 얼마나 많은 관계 형성의 노력과 결실들이 반복되기에 이렇게 제3자 인증자의 말 몇 마디로만 타겟 오디언스의 마음에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등식으로 표현을 해 보자면,

소스와 제3자 인증자간의 ‘관계 품질’ = 제3자 인증자와 타겟 오디언스간의 ‘관계 품질’

이렇게 되겠다. 어느 한쪽이라도 부실하면 (부등호가 형성되면) 진정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분이 이 등식적인 관계 품질들로 일들이 성사된다. 분명히 관계자산(relationship asset)을 평소에 잘 형성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그것이 지연이나 혈연, 학연일 때도 있고, 비지니스적인 윈윈 관계일때도 있다.
 

“내말 한마디면 아무 걱정하지 말아”


이런분들이 진짜 PR인이 아닐까 한다.  

일부 PR AE들이 몇번 기자들을 만나보고 실제적이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지 않기를…그리고 비지니스로서 PR적 접근에 있어서 ‘변치 않는 관계’란 없다는 것을 깨닫기를…끊임 없는 기브 앤 테이킹 대신 곶감을 빼먹듯 하는 관계자산 burnout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