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8편] 무엇보다 신속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8편] 무엇보다 신속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인간에겐 위험한 상황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본능이 발달해 있다고 한다. 진화 초기인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수풀 속에 위험한 야수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면, 그 쪽을 예의 주시하는 반응이 가능하다. 그러다가 시커먼 그림자가 수풀에서 튀어 나오면 인간은 그 반대쪽으로 부리나케 도망한다. 위험을 감지하고 이에 즉각 반응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자극과 감지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 반사작용의 성격을 띤다. 신속함의 정점이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 본능은 세월과 환경이 차차 변화하면서 점차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는 사람들은 그 수가 많아 어떤 일개 개인이 일사불란한 본능을 여럿에게 강요하거나 그걸 기반으로 통제하기는 어렵게 돼버렸다. 또한, 누구나 인간적이고 원시적 본능에 의지하는 것은 현대적 경영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논리성과 합리성을 더욱 강조하면서, 인간적 본능에 대한 폄하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예전처럼 일부 일선 직원들이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신속하게 위험을 회피하고자 해도. 경영층은 논리적이며 합리적 분석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 위험이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악화 될 것인지 따지게 되었다. 감지에서 반응까지의 물리적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조언을 한다. 문제는 현대의 조직은 그렇게 신속하게 움직이기가 이미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반응까지의 절차는 점점 길어지고, 고려할 사안들은 더욱 더 많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수없이 존재하는 위기상황 속에서 무조건(?) 빨리 대응하라는 조언은 어찌 보면 무모하게 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적인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초기부터 끝까지 해당 위기에 개입하게 된 이해관계자의 수는 셀 수없이 다양화되고 늘어나고 있다. 언론과 온라인을 통한 여론의 반응과 그 움직임은 시간단위를 넘어 분단위로 변화한다. 단 한 시간이면 전세계가 특정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 돼 버린 것이다.

단순히 정리하자면, 조직은 인간적 본능을 져버리면서 점차 느려지는 반면,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폭발적으로 빠르게 반응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 시간의 격차로 인해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확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선진적 기업들은 예전과 같은 반사신경에 버금가는 반응의 신속성을 큰 가치로 돌아보게 되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소한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그를 제대로 따라가기 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위기나 이슈가 발생 했을 때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가지는 ‘빠름’의 기준이 다른 기업들이나 다른 외부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문제다.

위기관리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위기 대응에 있어서 반응을 위한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그 중 “자사관련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 된 핵심 이해관계자가 자사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원하기 시작할 때가 그 때”라는 이야기가 중론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 이슈가 발생 했을 때 이슈의 원점인 불만 소비자가 회사로 연락을 취해 온 그 시점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적정 시점이라는 의미다. 그 후 관련해 규제기관, 소비자단체, 언론이 이를 눈치 채고 자사로 급하게 전화를 걸어 온 그 시점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적정 시점이 되겠다.

이런 적정 시점이 왔을 때 해당 기업이 공식 대응 할 수 있는 메시지나 논리를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면 문제다. 이슈가 너무 돌발적이어서 사실 관계파악을 위해 일정 시간을 양해 받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개시 시점을 조정하는 경우는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며칠을 넘겨 ‘과도하다’는 평을 받으면 일단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초기에 상당부분 효과를 잃는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위기 감지 체계를 극도로 민감하게 관리해 발생직후 감지와 내부 보고와 공유 프로세스를 첨단화 하고 있다. 위기관리팀 소집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장애물을 평시에 제거 완화하고자 애쓴다. 일부는 일선에 현장지휘권을 주어 문제발생 여지를 상당부분 관리하려 한다.

그와 함께 지속적으로 위기대응(관리)팀을 훈련하고, 정기적 훈련을 통해 경험적 반사신경을 강화시키려 노력한다. 주변 환경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만약 우리에게(What if?)라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려고도 한다. 현대적 위기관리는 아주 예전의 인간적 본능을 조직화 하면서 점차 고도화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는 선진적인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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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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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7편] 마주 앉아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7편] 마주 앉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큰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자들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힘들어진다. 여러 상황 보고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그에 대한 확인과 초기대응 내용들이 중첩 공유되면서 거의 대부분 임원들의 휴대폰은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에 더해 최근에는 다양하게 단체 메신저방이 구성되어 여러 보고가 끊임 없이 울려 댄다. 물리적으로 각자 원거리에서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효율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 이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은 그러한 휴대폰과 메신저 혼란 속에 최고의사결정자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일선 임원들끼리만 상황 정보들이 공유되며 혼란이 벌어지는 반면, 진작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전혀 이런 정보들을 업데이트 받지 못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종종 우리가 기업의 위기관리 행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 대부분도 이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조직 내 위계적 위치로 인해서 일선에서 취합되고 상당부분 필터링 된 ‘정치적 보고’를 받는다. 그 상당부분은 실제 현장의 정보를 정확하게 담지 못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 정확한 보고가 아닌 셈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 시각에서 민감한 정보는 누락 완화된다. 그 외 정치적으로 여러 곤란한 변수들이 ‘정치적 보고’의 내용을 새롭게 디자인 해 버린다.

쉽게 말하면, 실제 현장과는 다분히 다른 보고를 받은 최고의사결정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니 더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흔한 예로 이런 거리감 있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법적인 조언이다.

일선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여론의 공분은 상당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받는 정치적 보고에는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없다”는 내용이 함께 올라간다. 당연히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무지한 여론이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그 걸 틈타 언론들은 우리회사 돈을 노리고 있다’ 같은 식으로 상황을 이해해 버리니 문제가 커진다.

위기 시 여론을 모니터링 해 보고하는 임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보고를 많이 하게 된다.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이런 내용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선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을 주로 보고 하게 마련이다.

반면에 법적 조언을 하는 임원이나 로펌의 경우 “여론에서 아무리 뭐라 떠들어도 이 건은 기소 자체가 되지 않을 건입니다. 그리 큰 걱정 마십시오”하는 보고를 한다. 인간적으로도 이런 법무임원이나 로펌이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너무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연히 여론을 이야기하는 임원은 괜한 호들갑 떠는 사람이 되고, 반대로 법무임원과 로펌은 구세주가 돼 버린다.

이러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거리감 있는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핵심 위기관리팀 멤버들이 마주 앉아야 한다. 마주 앉아 여론의 추이를 다른 모든 부서들과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그대로 들어야 한다. 법적 제약이나 문제점들도 홍보실을 비롯한 다른 부서 임원들이 들어야 한다. 영업이나 마케팅 일선의 이야기도 임원들을 통해 다 같이 들어야 한다. 노조의 움직이나, 다른 대관적 고려에 있어서도 직접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들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각 부서 상호간 토론이 있어야 하고, 협업이나 역할배분 또한 이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휴대폰이나 메신저를 통한 토론과 의사결정과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보다 균형감 있는 실제적 인식 하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주 앉아라’는 말이 변화 해 ‘마주 서서 회의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만큼 상황변화가 예전과 달리 빠르게 진척되고, 그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마주 서서 회의 할 때에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참여는 필수다. 위계에 의한 순차적 회의 보다는 다 같이 모인 단발적 회의 형태가 위기관리에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거나 그와 함께 하는 회의 형태를 보면 해당 회사의 기업문화와 위기관리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장실 앞에 임원들이 각자 줄어서 장시간 보고를 기다린다거나. 위기대책회의에 회장이나 CEO가 참석하지 않는다거나. 회장이나 CEO가 메신저를 보고는 있으면서 그 토론에 대해서 별도 요약 보고를 받는다거나.

법무팀과 함께 로펌에 가 그들과만 오랜 회의를 한다거나. 마주 앉자는 홍보 임원에게 “그냥 시키는 것만 제대로 하세요” 한다거나. 아예 사라져 위기대응 미팅에는 물론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 최고의사결정자가 있는 회사가 있다 상상해 보자. 이런 위기관리가 잘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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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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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6편] 평시 땀에 투자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6편] 평시 땀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흔한 말인 “훈련 중에 흘리는 땀 한 방울은 전투시 피 한 방울과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평시 진행되는 업무가 아니다. 기업 내 많은 부서들이 모두 위기관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라는 것이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몇 년에 한번 또는 십 년에 한번 발생할지 말지도 모르는 것이다.

당연히 평시에 위기관리 훈련을 한다는 것에 기업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매년 또는 반기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고, 일선과 경영진이 훈련 받고 하는 일들을 반복하는 기업들이 더 이상해 보인다. “왜 저렇게 까지 호들갑을 떠는 걸까?” “임직원들이 너무 피로감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들게 한다.

“우리 회사 위기관리 매니저는 왜 자꾸 ‘위기’ ‘위기’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지? 내가 경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불만을 가지는 대표이사도 있다. “이거 봐, 가능하면 위기라는 단어 표현은 빼고 다른 표현으로 훈련 제목을 붙여봐. 자꾸 위기라고 하면 임직원들이 쓸데 없이 불안해 하잖아!”라며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는 경영진도 있다.

그 어떤 이야기들 중에서도 확실한 것은 ‘훈련 받은 조직이 위기를 관리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바램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가 공히 기억하는 기업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파악이 느리고 부정확하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안정적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 창구 일원화 같은 일선 관리에도 실패한다. 각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위기 발생 직 후 얼마 안되어 붕괴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며, 조직내부의 생각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훈련 받지 못한 기업 위기관리팀 처럼 위험한 위기 요소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기업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해 보면,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 해 본 위기관리팀이 가장 훈련을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경험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위해 실제 위기를 자주 발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훈련은 실제 위기관리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해 봤어?” “그걸 해 본적이 있어?” 같이 위기 시 두려운 말이 없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 위기상황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고, 혼돈의 시간이 길어지면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경험’뿐이다. 실제 여러 경험이 반복되면 그 후 스스로 확신이 들게 된다. 훈련 받은 위기관리팀이 보다 안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수행 할 수 있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경험 해야 하는 사람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훈련을 일선 실무자들만을 대상으로 반복 하는데, 더욱 중요한 훈련 대상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위기관리 강의를 들을 때에도 대표이사와 최고 경영진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축사만 하고 바쁜 듯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일반적인 기업은 위기관리가 힘들다.

외국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와 최고의사결정 그룹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매니저 시절부터 정기적인 위기관리 훈련을 받고 성장했다. 20여년간 수십 회의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 한 임원들은 그 어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 보다 전문가 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훈련과 실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위기관리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니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임원들 중 일선이나 매니저 시절부터 차곡차곡 위기관리 훈련을 쌓아 온 경우가 드물다. 대기업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신임 인원을 임명하고 난 직후부터다. 임원들의 임기를 몇 년 정도로 보았을 때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토대로 위기관리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이사와 고위 경영진은 더욱 더 위기관리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리더가 스스로 훈련되어 있어야 일선을 그들의 전략대로 움직일 수 있다. 리더가 알고 살펴야 위기가 사전에 방지 된다. 리더가 민감해야 조직도 위기에 대해 민감해 지고, 위기 발생 가능성은 줄어든다. 위기관리에 있어 그 보다 더 좋은 체계가 없다.

선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각종 진단과 훈련 등으로 위기 발생을 사전에 관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평시 훈련에 적절하게 사용했다면, 위기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 발생 후 대규모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자. 훈련만큼 훌륭한 비용 절감 방안이 없다. 훈련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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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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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5편] 위기관리 예산을 확보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5편] 위기관리 예산을 확보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예산이 한다는 말이 있다. 예산이 있어야 위기도 방지할 수 있다. 동일한 위기가 재발 되었을 때 우리가 어떤 이유를 대는지 기억해 보자.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든다. 이렇게 황당한 위기가 왜 발생했느냐는 질문에는 또 어떤 대답을 하나? “예산이 없다 보니..” “또는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이런 답변을 한다.

위기관리를 포함해 거의 모든 기업의 활동에는 상위 1%의 의지만가 있다면, 그곳엔 예산이 있기 마련이다. 위와 같이 문제 발생의 이유를 당연히 “예산 부족’으로 꼽는다는 것은 즉, 상위 1%의 위기관리 의지가 없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더 주목해야 한다.

상위 1%의 강한 의지가 존재했고, 그에 따른 합리적 예산이 설정되어 있었는데도 실무자들의 무관심으로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개념은 실제 현장에서는 1%의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다. 정말 그런 당황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 또한 경영진의 경영 품질이 낮았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경영진의 강한 관심과 예산 투자 의지가 실무자들을 설득 독려하지 못할 수 있나?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위기 시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거나, 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위기로 자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해와 손실에 대한 계산은 당연히 신속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위기관리 예산에는 그리 큰 조예가 없어 보인다.

최근 위기로 인해 상당부분 훼손될 위기에 있는 자사의 기업 명성을 몇 천만 원의 예산을 아끼려는 노력과 맞바꾼다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는 그런 선택까지야 하겠냐 하는 생각도 할 것이다. 시급한 위기 대응을 앞두고 예측되는 예산을 비교하기 위해 경쟁 비딩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컨설팅사와 에이전시들을 불러 모아 자사의 위기에 대해 브리핑 하고, 예산 가이드라인을 다 써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업 인하우스 인력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이런 대답을 한다. “저희 예산관리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OOO만원 이상의 외주를 줄 때는 항상 경쟁 비딩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윗선에서 계속 비용절감을 강조하고 계셔서 위기관리라고 별다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선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의 마음 속에 ‘지금 이렇게 정신 없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한가한 대응을 하는 건 좀 아닌데…’하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의미라서다.

위기관리를 기술이 아니라 ‘프로세스 관리’라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시각에 비추어 보았을 때 평시의 예산 확보와 지출 프로세스를 위기관리 시에도 그대로 준수 적용하는 것이 얼핏 당연한 거 아닌가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세스 관리라면, 위기 상황의 전개 방식을 사전에 미리 예상해 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평소와 달라지는 환경들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예산이 필요하게 될 것인지, 그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긴급 확보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출하는 방식과 프로세스에는 어떤 다름이 있어야 하는지를 미리 살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 시 예산 확보와 지출의 전 과정을 위기관리 방식에 따라 별도 프로세스로 수립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프로세스 관리’라 부르는 의미는 이런 평시 살핌과 그에 근거한 더욱 효율적인 프로세스의 수립을 의미한다.

쉽게 비유 하자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수 많은 병사들의 급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사실 프로세스 관리의 영역이다. 포탄이 빗발치고, 총탄이 교환되는 불바다 속에서 평시 정해진 중식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사전 고민이 있을 것이다. 전투를 양측이 동시에 멈추고 12시부터 1시까지 고요한 중식 시간과 휴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어야 당연하다.

병사들이 전투가 끝날 때까지 급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급식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형 급식 트럭이 전투 장소로 이동해 병사들을 줄 세우고 식판에 식사를 배분하는 급식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고민하는 게 맞다. 그래서 병사들에게 개인별로 전투 식량을 사전 배포해서 전투 상황에 따라 급식을 자율 선택하게 하자 하는 개선안이 나왔을 것이다.

만약 평시 프로세스를 그대로 비상시에 강조만 하고, 이를 따르라 했다면 전투와 급식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자. 그 급식을 만들어 나르는 병사들이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도 먹지 못할 급식을 실은 트럭을 전투 지역까지 몰고만 가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고쳐야 한다. 딱히 예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위기관리 자체가 바로 그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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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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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4편] 위기관리팀의 구멍을 찾아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4편] 위기관리팀의 구멍을 찾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막상 위기와 마주해 보면 알 수 있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외부 컨설턴트들은 그건 하지 마시라, 저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자꾸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부 위기관리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이것은 불가능하다 저것은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런 기업 대부분은 평소에 자사 위기관리팀에 대한 평가나 시뮬레이션이 부족했었던 경우다. 당연히 위기 시에는 할 수 있는 것 보다 할 수 없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 사실을 평소에 이해하고 있으면서, 그래도 케이스에 따라 자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막연하게 자사 위기관리팀을 무한 신뢰하는 경우에도 위기 시 이런 혼란은 이어진다. 우리 홍보팀은 잘하고 있을 거야 라는 대표이사의 믿음은 그 자체로는 참 훌륭한 것이다. 법무팀을 신뢰하고, 감사팀을 의지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대표이사로서 멋진 자세다. 그러나, 그 근거가 희박하거나 자의적일 때는 위기 시 한계가 드러나니 문제다.

대표이사를 비롯 각 부서들을 총괄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팀 구성원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서별로 나뉘어진 역할과 책임에 있어 실행 역량을 극대화 하는 데에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솔직하게 그들 각각이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실행의 범위를 평가하고 있어야 한다.

각 부서별 위기관리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들로부터 해당 역량을 극대화 하는데 필요한 의견을 들어보자.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 지원이 가능한 컨설턴트나 실행 에이전시들로 하여금 협업하게 하자. 그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면 챙겨야 한다. 이를 통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팀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범위를 확장해 놓는 것이다.

제대로 구성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위기관리팀 페이지에 내부 부서의 리스트와 함께 항상 들어 있는 것이 외부 지원 그룹 리스트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듯 법무팀과 협업하는 로펌이 있다. 재무팀에는 협업하는 재무 회계관련 회사들이 있다. 생산과 기술에는 협업하는 관련 전문 기관이 있다. 홍보팀, 마케팅팀, 영업팀, 인사 노무팀 등등에도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외부 대행사들이 있다. 이런 전문가 그룹의 지원은 위기관리 시에도 동일하게 역량을 발휘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의 실행 분야와 범위에 있어 역량적인 구멍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 시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역량이 부족해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계나 주요 채널은 구입 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다. 예산이 든다면 예산을 끌어 모아 어떻게든 해 내야 하는 위기대응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역량적인 필요와 지원을 평소 위기관리팀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위 ‘필요하면 빌린다’는 마인드다. 그렇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디서 빌릴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에’ 그 필요 역량을 빌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자사 위기관리팀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들을 발견하고 경악하게 되면 문제다. 홍보팀이 특정 언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나. 대관 부서가 손 쓸 수 있는 국회 라인이 부족하거나. 법무팀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언을 할 수준이 안되어 있거나. 기술 부서가 논란이 된 해당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그렇다. 위기가 코 앞에 있는데 대표이사가 그런 구멍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한번 상상 해 보라.

준비되어 있다면 그런 경우 이런 답변들이 부서로부터 나와야 한다. “OOO 컨설팅사와 함께 XXX를 만나 처리하겠습니다.” “OOO에이전시와 함께 바로 협업해 처리하겠습니다.” “OOO로펌에게 자문 얻어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즉각적 답변과 내외부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이 것도 준비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가끔 자사에게 이슈가 발생 했을 때 여기저기 대행사나 위기관리 회사를 알아보고 다니는 기업이 있다. 임원들이 처음 보는 컨설턴트들과 명함을 나누고 조심스럽게 자사 이슈를 설명한다. 당연히 컨설턴트들은 설명하는 이슈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기 전 위기관리 실무에 투입된다. 여러모로 어색하고 손발이 맞지 않는 대응이 이어진다. 이런 준비되지 않는 구멍 메우기 또한 매우 위험한 대응 방식이다.

평소 항상 살피자. 고민해 보자. 구멍을 찾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지 준비하자. 평시에 필요 없다면 위기 시에라도 즉각 활용 가능하게 미리 그들과 관계를 맺어 놓자.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신뢰를 형성하고,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협업하자. 구멍을 방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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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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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3편] 컨트롤 타워를 바로 세우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3편] 컨트롤 타워를 바로 세우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 사건, 재난이나 대형 논란을 보면, 항상 언론에서 붙이는 표현이 있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 언론에서 컨트롤 타워가 없다 단언하는 이유는 위기관리 주체의 위기관리 행태가 오락가락, 우물쭈물, 좌충우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컨트롤타워란 인간의 신체에 비유했을 때 ‘뇌(Brain)’와 유사하다. 인간이 활동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뇌’의 존재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뇌’가 없다면, 사람은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없다. 고차원적 생각이나 커뮤니케이션은커녕, 기본적으로 숨을 쉬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먹고 배출하는 기능 대부분이 정상적이지 않게 된다. 마치 인체 여러 조각을 합쳐 만들어 놓은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이 상상될 것이다.

중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왜 위기관리 주체는 마치 괴물 프랑켄슈타인 같은 행동을 보이게 될까? 기업의 경우에는 그런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경우에도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라 그렇지, 상당수 기업들이 위기 시 컨트롤 타워의 부재 또는 부실을 공히 경험한다.

평시에는 정상 운영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컨트롤 타워가 왜 위기만 발생하면 사라져 버릴까?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함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컨트롤 타워에겐 이 신속함이라는 압력이 엄청난 부담이다. 평시 사업적 의사결정은 분기, 반기 또는 년 단위 흐름에 의해 신중하게 결정되는 구조라면, 위기 시 의사결정은 분과 시간을 다툰다. 또한 초기부터 내내 내외부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평시 튼튼해 보이던 컨트롤 타워에도 부하가 걸린다. 타이밍 개념을 상실하게 된다.

둘째, 불확실성이 극대화 된다. 컨트롤 타워에게 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마치 분주한 공항 상공을 컨트롤 하는 타워 주변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두꺼운 안개가 낀 상황에 비유 된다. 컨트롤 타워가 어떻게든 그 안개를 뚫고 착륙을 원하는 비행기들을 관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컨트롤 타워는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관제 실행 자체를 주저한다. 외부에서 볼 때 해당 컨트롤 타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게 된다.

셋째, 조급함에 각자 무언가를 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상황과 일련의 이야기다. 신속함과 정확함을 상실하고 주저하고 있는 컨트롤 타워 때문에, 일선 담당자들은 조급함에 빠진다. 일단 무언가를 해서 해당 상황을 관리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려 한다. 누구는 활주로에 서서 착륙 비행기에 수신호를 보내고, 누구는 봉화를 피우고, 누구는 안개를 없애려 선풍기를 틀고 하는 각자 실행이 발생한다. 물론 컨트롤 타워는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상처럼 위기관리 현장에서 회자되는 컨트롤 타워의 문제 모두는 한가지 가장 큰 원인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컨트롤 타워가 미리 훈련 받고, 평시 위기 관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의 뿌리다.

항상 사건, 사고, 재난, 논란이 발생 하면 그 때 컨트롤 타워를 가동한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말이다. 분주한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이착륙 하다 충돌해 불타는 사고가 나야지만 컨트롤 타워가 가동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준비되어 있지 않다. 전문성은 시간이 가며 희석된다. 가동 했는데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오랜만에 가동하니 대부분 컨트롤 타워 장비와 시설들이 녹 슬어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떻게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할까?

언론들은 앞으로도 위기가 발생하면 똑같이 “컨트롤 타워가 없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에 대해 정부나 조직 그리고 기업들은 “앞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 “컨트롤 타워 기능을 재정비 강화 할 것”이라는 판에 박힌 답변을 내 놓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컨트롤 타워라는 것은 인간의 신체에서 ‘뇌’라는 부분이며, 그 ‘뇌’라는 부분은 신체의 가장 중요한 중심이라는 것이다. 당연 정부, 조직, 기업에서도 그 컨트롤 타워는 그 해당 조직의 수뇌를 의미한다. 정부라면 지도자를 의미하고 조직에서는 조직의 장, 기업에서는 대표이사 또는 오너를 의미한다. 그를 둘러싼 실세 조직을 광의로 컨트롤 타워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라는 지적은 “위기 시 지도자가 지도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셈이다.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는 “조직의 장이 위기관리를 하지 않고 숨어 버렸다”는 의미인 셈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란 의미란 “제대로 된 대표이사와 오너를 구하겠다”는 의미까지 될 수 있다. 왜 그의 답변이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나? 그들의 약속이 근본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이유가 보이나? 리더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들이 먼저 훈련 받고, 그들이 스스로 컨트롤 타워로서 자신감을 지닐 수준이 되어야 맞다. 그러지 않으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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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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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2편] 미리 현장에 나가보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2편] 미리 현장에 나가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기업 경영자들이 흔히 말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라던가 역량 개발 훈련들은 매뉴얼에 적시된 의사결정자 그룹을 대상으로 주로 적용된다. 그러나 보니 실제 상황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되는 현장은 종종 소외되는 경향이 생기는 문제가 발견된다.

물론 일선까지 아울러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실행력을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간의 일정 격차를 보인다. 그 기업들은 일선이 잘 되어 있다거나, 반대로 형편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오해를 하기도 한다.

아주 오래된 위기관리 개념 중 ‘지휘관의 의지(Commander’s Intent)’라는 개념이 있다. 일선 인력들과 일선 지휘관의 현장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현장 판단에 따른 초기 위기 대응 주도권을 권한위임 한다는 의미다. 이런 CI 개념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저희 일선 인력들은 그럴만한 수준이 아닙니다”라는 반론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이런 기업의 일선을 진단 해 보면 본사 경영진 차원에서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일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현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장에서 불만이 있는 경우는 예를 들어 이렇다.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공장 사고 발생 시 정문 옆에 기자실을 별도로 마련한다’라고 명기 되어 있는데, 매뉴얼을 만든 팀이 현장에 와 보지 않아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경우 실제 공장 현장에 가보면 정문 주변에는 도저히 기자실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 굳이 기자실을 설치할 공간을 찾으려면, 근무동 맨 끝이라서 생산시설을 가로질러야 하거나, 직원 식당 한 켠을 터서 설치해야 하는데 도저히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돌아 온다. 이런 반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본사에서 의례히 “공장에도 비상시 기자실을 설치하게 되어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해 왔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자사 매뉴얼에 ‘공장 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장장이 대변인이 되어 언론 대상 사고 브리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다. 본사 차원에서는 그와 같이 공장장이 언론 대변인을 하고, 부대변인을 부공장장이 맡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안전 사고가 발생하니 그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장장과 부공장장은 사고가 발생하자 마자 경찰과 소방당국에 협조해야 했고, 이후 조사를 받느냐고 공장에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 동시에 공장 주변마을에 계속해서 해명과 사과를 하러 끌려 다녀야 했다. 지역 관공서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계속해 면담을 요청 해 와 그걸 소화 하는데도 잠잘 시간 조차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저희가 언론 브리핑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요. 몸이 여러 개도 아니라서요”라는 하소연을 공장장과 부공장장이 한다. 매뉴얼이 현장의 현실을 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본사에서 어떻게든 그리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문제가 이어진다.

이런 본사와 현장간 이해의 차이는 시뮬레이션이나 현장인력들과의 케이스 워크샵을 하다 보면 상당부분 확인된다. 실제로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던 것들이 현장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판명 난다.

이를 절대로 일선 역량이나 의지의 문제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대신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과 같이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더욱 더 튼튼한 위기관리 체계 구축이 가능해 진다. 달리 생각해 보면 자사 위기관리 체계에 실행상 문제가 많다는 의미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어떤 위기관리 체계라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체계라 자랑해도, 현장에서 앞뒤가 맞지 않으면 위기는 관리 되지 않는다. 지휘관의 의지(CI)같은 개념을 실제 적용해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는 더더욱 필요하다.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서도 현장의 교훈은 큰 가치를 발한다. 최고경영자가 현장 경험이 많은 분이라면, 위기 시 의사결정과 대응 지시에 있어서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게 마련이다. 지시 후 막연하게 믿는다거나, 지시 전 막무가내로 믿지 못하는 현상은 최소화된다. 평소 현장을 살피는 것은 위기관리에도 큰 힘이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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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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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1편] 일선이 무너지지 않게 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1편] 일선이 무너지지 않게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북한과 휴전선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우리 전방의 부대와 군인들을 생각해 보자. 어떠한 상호 충돌에서도 전방 일선이 쉽게 무너지면, 그 다음부터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군은 그래서 전방의 일선 군인들을 강하게 훈련한다. 조금이라도 이상 조짐이 감지 될 때에는 경계지시와 준비 태세를 갖추게 한다. 충돌이 발생하면 보다 신속히 방어 또는 공격에 그들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런 당연한 원칙은 살아있어야 한다. 생산시설 안전사고를 방지 하기 위해서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여러 임직원들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각 매장 매니저와 직원들에게 위생교육을 시키고, 불만 고객이나 매장내 사고에 대응하는 가이드라인과 훈련을 실시 하기도 한다. 일부는 미스테리 쇼퍼 등을 통해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한다.

고객응대센터나 영업라인, 대관업무 부서나 홍보조직을 위해서도 이러한 비상 상황을 대비한 훈련은 제공된다. 비상시 언론을 대응하는 미디어트레이닝과 창구 일원화 교육,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훈련도 마찬가지다.

“왜 신입부터, 공장, 지점, 지사에 있는 말단 직원까지 훈련 시켜야 하나요? 훈련 예산과 조직이 한정되어 있는데요.” 같은 반론을 제기하는 기업도 있다. “일선 직원들에게 고급훈련을 시켜 보았자,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걸 알아서 스스로 실행할 수준이 안됩니다. 위기대응도 다 본사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죠.” 같이 하소연을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실제 위기발생 시 힘없이 무너지는 일선을 보게 되면 말이 바뀔 수 밖에 없다.

공장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려 사내 소방대가 몰고간 소방차를 확인해 보니 소방수(물)가 들어 있지 않았다든가.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의 배를 발로 걷어 차는 매장 직원 모습이 CCTV화면으로 확인된다 거나.

지점을 찾아가 지역 논란을 취재하는 한 언론사 기자에게 막말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자사 주부사원들을 뉴스에서 마주하게 된다 거나. 영업직원 일부가 온라인에서 거래처와 익명으로 욕설 섞인 설전을 벌이다 발각되어 엄청난 공분을 산다 거나.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규제기관 요원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 미는데도 회사를 위해(?) 직원들이 그들을 로비 바닥에 밀어 넘어뜨렸다는 보고를 받았다 거나. 학교 후배인 국회와 시민단체측 인사를 만난 일선 직원이 회사의 최근 민감한 문제를 생각없이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해 논란에 처한 상황이 되어보면 알게 된다. 일선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훈련이 얼마나 소중 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골치 아픈 상황은 문제를 깨닫지 못한 일선 직원들이 그후 이렇게 사내적으로 자기 변명을 하는 경우다. “나는 지난 20년간 이 회사 공장에서 재직하면서 한번도 언론사 기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 받지 못했다. 내가 왜 그걸 알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온라인은 분명 사생활인데, 왜 회사가 간섭을 하나? 그건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폭행 당한 고객 하고는 내가 형사나 민사 책임을 질 테니 회사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 “저는 순수하게 애사심으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친한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왜 저를 죄인 취급하나요?”

이런 일선 직원들의 생각은 단순히 무식하거나, 부주의하거나,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 무식했고, 무심했고, 부주의 했고, 틀린 것은 회사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을 지금까지 아무런 가이드 없이 방치했던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에서는 일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과 조직만 탓하며 수년을 허비한 대가를 그대로 경험하게 된 것뿐이다.

이것은 마치 전방에 수많은 군인들을 배치해 놓고도 예산이나 조직이 부족하다면서 아무런 훈련 교본도 주지 않고, 군사 훈련도 시키지 않는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이런 군대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그러면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일선이 무너진 이후라도 지휘그룹은 살아남아 제대로 전쟁을 수행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그 지휘그룹의 가장 큰 죄는 무엇인가?

일선을 무너지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죄다. 그들에게 가이드를 주지 못했고, 교육과 훈련에 등한시 했던 회사가 그들이 발생시킨 문제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선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의미는 전쟁에서 이기기는 커녕 살아 남을 의지조차도 없다는 의미다. 패배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자초한 것이니 일선을 탓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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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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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0편] 매뉴얼은 최소화하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0편] 매뉴얼은 최소화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0년간 여러 기업에서 자사를 위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유하는 노력들이 이어져 오고 있다. 초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재난 및 사고, 논란과 같은 국가 행정 차원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개발된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자사만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수준과 유용성에 있어서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는 상당히 많은 인력이 오랜 기간 동안 큰 예산을 투입해 매뉴얼을 제작했음에도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다.

다른 일부는 경쟁사나 유사 기업의 매뉴얼을 자사의 것으로 변용 해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위기 시 해당 매뉴얼이 작동할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 외 기업들은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위기관리 매뉴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전반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 그리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조직내 관심이 다른 업무들에 비해 적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만족도나 관심이 계속 떨어져 있다면 분명 문제다. 무엇보다도 그런 기업들은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인식이 잘 못되어 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저 ‘시작’ 일 뿐 ‘끝’이 아니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자사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으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완성되었다고 까지 착각한다.

이런 생각은 마치 집 책장에 비행기 조종 매뉴얼이 꽂혀 있으니 우리 식구는 누구나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날 수 있다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매뉴얼은 향후 지속적인 훈련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매뉴얼을 곧 ‘시작’이라고 한다.

다른 종류의 오해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두꺼울수록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위기관리 업무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아 놓은 수 천장 두께의 매뉴얼만 꼼꼼히 읽으면 위기가 관리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그 두꺼운 성경을 완독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중에서 또 성경 문구를 첫 장 첫 절부터 마지막장 마지막 절까지 암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매뉴얼은 담당자들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암기 할 수 있는 두께를 넘어서는 안된다. 매뉴얼을 오랜 시간 공부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일부에선 위기 시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 장 한 장 들쳐 보면서 따라하면 위기를 관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가전제품 작동 매뉴얼을 상상하는 듯하다. 참으로 한가한 생각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놓고 페이지를 찾는다면 이미 대응 역량에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이미 그들 전부의 머릿속에 들어가 흘러가야 한다. 평시 훈련이 이를 위함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쉽게 상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뉴얼은 지속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반복 훈련되고 검증되야 한다. 각자 머릿속에서 움직여지는 분량과 수준이 정상이다.

일본의 모 대형 백화점의 기본 위기관리 매뉴얼은 총 세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 백화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유형과 이에 대응할 비상연락망(위기관리팀) 그리고 기본적인 대응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면 극단적이지만 교훈은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일단 그 규모로 다른 나라 매뉴얼들을 압도한다. 구성이나 서술에 있어서도 불필요하게 과도한 서술이 많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전사적 매뉴얼 버전과 각 부서별 실행 매뉴얼 버전으로 나누어 부서별로 업데이트 하게 만든 체계는 극히 드물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의 경우 물론 기업의 유형과 니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대 50페이지를 넘길 이유가 없다. 50페이지가 넘어가는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꼭 중복과 반복이 있다. 이는 매뉴얼을 개발하는 임직원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일 뿐, 실제적으로는 별반 유용함이 없다.

물론 전사적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속 챕터로 각 부서별 기본 대응 업무 매뉴얼은 자세하고 두꺼워도 괜찮다. 부서별로 직원들을 세세하게 훈련하기 위함이라 그렇다. 이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부서내 훈련을 통해 검증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첨부 챕터로 각종 서식과 준비 문구, 문서, 리스트, 정보 패키지들이 잘 정리되는 것은 좋다. 그간 자사에게 발생했던 위기사례들을 상황과 위기관리 기록을 기반으로 백서형식으로 지속 첨부해 반면교사를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분량이나 수준에 대한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대표이사, 임원들, 팀장들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어떤 매뉴얼 포맷도 상관없다. 전사적으로 이해되고 살아있는 얇은 매뉴얼이 아무도 들쳐 보지 않는 먼지 쓴 두꺼운 매뉴얼보다 낫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기 위해 만든 매뉴얼이 두껍기만 하다는 건 없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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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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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9편] 감으로만 바라보지 말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9편] 감으로만 바라보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물론 감(感)이 없는 것 보다는 감이 있는 것이 더 낫다. 비단 위기관리뿐 아니라 경영이나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감’이라는 것은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지, 좀처럼 해가 되는 경우는 없다. 실제 기업의 위기 현장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들어가보면, 그 구성원들도 ‘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저희 느낌으로는 이 건이 향후 추가적 상황에 까지 연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좀더 두고 보셨으면 합니다. 이번 경우에는 좀 느낌이 달라서요”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더 당황스러운 경우는 해당 기업의 대표가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순간이다. “컨설턴트들 의견을 좀 묻고 싶은데요, 상황을 들어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감이 어떠세요?”라며 ‘감’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컨설턴트들이 이와 유사한 여러 상황들을 보고 관리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 느낌이 어떤가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런 ‘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몸에서는 진땀이 난다.

“어떻게 될 것 같나요?”라는 대표이사의 질문은 사실 단순 ‘감’을 묻는 것이라기 보다는 향후 상황 전개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예측을 묻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A, B. C라는 상수와 D, E라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예상 할 수 있겠습니다”와 같은 답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복잡하기도 하고, 어려운 답변 방식이다. 익숙하지도 않고, 숙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 답변은 어려울 수 있다. 듣는 대표나 임원들의 입장에서도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직관적인 ‘감’보다는 구조적인 ‘시나리오’가 더 도움이 된다.

‘감’에 의지해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면 몇 가지 큰 문제가 생기곤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확증편향과 같이 ‘감’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그 ‘감’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플랜 B나 플랜 C와 같은 다양한 대응 옵션을 상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치 일단 로또를 샀으니 당첨번호가 발표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같은 유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으면 다시 로또를 사고 기다리는 대응이 반복된다.

세 번째 문제는 최초 ‘감’이 맞는 경우에는 그 감각자가 신뢰를 얻지만, 그 ‘감’이 맞지 않는 경우에 관련된 감각자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점을 치는 무당이 종종 신뢰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부 임원들은 물론 외부 컨설턴트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에 다양한 상수와 변수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들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생겨난다. 앞의 세가지 문제와는 상반된 장점인데, 첫 번째 모든 상황에서 상수와 변수들을 의심하게 된다. 각종 이해관계자 반응들을 체크하면서 그 각각이 시나리오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검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다양한 시나리오 옵션들과 각각에 연결된 대응책들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유연해 진다. 상황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플랜 B와 플랜 C로 갈아 탈 수 있게 된다. 대응 시기를 놓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를 최소화 하게 된다. 외부에서 볼 때도 무언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 번째, 당연히 시나리오를 개발 관리하는 임직원들은 VIP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모든 상황적 변수를 우리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대표는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자신감까지 피력하곤 하는데, 그런 경우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시나리오들이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조건 ‘감’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시나리오를 구성하더라도 그 속안에는 어느 정도 전문가로서의 ‘감’이라는 것이 녹여져 있게 마련이다. 대표이사나 임원들도 경험상 어느 정도의 ‘감’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다. 그 ‘감’에 대해 공감이나 동의를 얻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유익한 ‘감’들이 모여 시나리오라는 틀 안에서 구조화 되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단, ‘감’으로만 수많은 변수들을 바라보지는 말자는 것이다. 뭐든 단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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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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